째즈

와인 마실때 딱 어울리는 재즈와 음악들

바래미나 2011. 4. 25. 14:26

 


그녀와 만날 저녁은 왠지 특별하다. 이유는 오스카 피터슨의 연주가 있기 때문이다. 카페 어디선가 발랄하게 흐르는 오스카 피터슨의 명곡, 코코바도. 이분은 소싯적 레이 브라운과 트리오를 이뤄 그야말로 에너지가 넘치는 연주를 해주었는데 특히 라이브에서 피터슨은 가히 최고라 할만하다. 여기저기서 휙휙 거리는 휘파람 소리와 흥에 겨워 악보에 상관없이 그러나 멜로디는 느낌대로-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스윙감 넘치는 음악, 그리고 여기저기 들리는 오우 예~ 오 예! 하는 소리는 우리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고 있는데... 그 순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재즈, 잘은 모르지만 이 사람 연주 확실히 예술이네요!

 

빙고! 그렇다. 오스카 피터슨은 어려운 연주보다는 스탠다드 레파토리를 주로 연주하며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날 전 세계에 있는 클럽이나 호텔 바의 연주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이런 스타일을 따르고 있으니. 이유야 간단하다. 대부분의 청중들은 무겁고 진지한 연주보다는 칵테일 잔을 기울이면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연주를 원하기에.

 

‘사실 그렇거든요. 그는 주로 밴드의 사이드 맨으로 활동했고 이후 트리오나 쿼텟을 결성하기도 했지만 그에 얽매이지 않고 비정기적으로 활동하길 좋아했어요. 말이 나와서 말이지 낭만적인 톤에 있어서 그를 따라갈 재즈 피아니스트는 없죠. 덩치도 꽤 큰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 꽤나 낭만적인 스윙연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면 얼마나 즐거워진다구요. 그러니까 오늘 같은 날에는 첫 시작 곡으로 오스카 피터슨이 그래서 먹힌다는 거예요. 편하고 또 발랄하거든요.’

 

추천곡 : 오스카 피터슨의 Corcovado, Get happy, Blue in green

 

 

 

자. 이제 오스카 피터슨의 명곡, 코코바도로 분위기가 업-되었다면 이제 살짝 다음 단계로 가자. 느낌 있는 이 시간, 기분 좋은 저녁식사를 위해선 우아하고 고고한 맛을 그대로 살려주는 빌 에반스의 음악이 기본이다. 물론 자신의 곡들과는 달리 그의 삶은 그다지 우아하진않다. 어쨌든 와인을 마시기 전 그의 음악을 매우 좋아한다는 그녀는 아니나 다를까 빌 에반스 예찬을 빼놓지 않는다.

 

‘그의 최후도 그랬거든요. 상습적인 마약복용으로 인한 뇌출혈이 그의 직접적인 사인이었지만, 마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하듯 [I Will Say Goodbye]란 곡을 죽기 1년 전인 79년도에 발표했어요. 게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유럽 순회공연을 펼치며 그의 마지막 예술 혼을 불태웠던 것 까지 삶에 지쳐버린 예술가의 비애를 떠올리게 한다구요.’

 

왠지 빌 에반스를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은 내 가슴을 뛰게 한다. 그렇다. 나도 빌 에반스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의 삶은 맘에 들지 않는다. 빌 에반스는 피아노를 전공했던 어머니와 달리 알코올 중독의 아버지와, 함께 음악을 했지만 어른이 된 후 자살한 형의 영향은 그를 자기파괴 적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게다가 . 자식이 없었던 첫 번째 부인의 갑작스러운 자살은 빌 에반스를 마약에 빠지게 하여 벌어들인 수입은 곧바로 마약을 구입하는데 쓰였고, 그것도 부족해 빚까지 지며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한 빌 에반스는 그렇게 자신을 파멸 시켰다. 뭐 뮤지션의 삶이 드라마틱한 건 꽤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난 해피엔딩이 좋다.

 

‘사람들이 말하길 빌 에반스는 '재즈계의 쇼팽'이래요. 우아한 음악 스타일 뿐만 아니라 클래식과 재즈의 영역을 절묘하게 넘나들었기 때문이었을 거에요. 재즈음악계가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였던 50년대부터 영향력 있는 피아니스트로 활동한 점도 그렇고 1959년 전후로 리버사이드 레이블에서 만들어 낸 '리버사이드 4부작'도 그렇고, 참 매력 있죠.’

 

추천곡 :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 그리고

 

 

 

음. 방금 생각났는데요, 와인 마실 때 딱 좋은 노래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 좀 미안하지만, 듀크조던 트리오의 피아노 연주는 연인들의 사랑놀음의 배경음악으로 필수다. 특히 듀크 조던 트리오의 Flight to Denmark 앨범 전체는 호텔 라운지나 바, 혹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배경음악이란 거 다들 알라나. 그래서 나는 이 음악을 신청했다. 왠지 그녀가 좋아할 것 같은 곡이라.. 와인한잔과 함께 듀크 조던의 No Problem을 들으니 아무 문제없이 그녀와 뭔가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만 같다. 영롱한 듀크 조던의 피아노 연주는 열정적이거나 격렬한 연주는 두 귀 씻고 들어봐도 없지만 적어도 Flight to Denmark 앨범은 연인과 와인을 마실 때 듣기에는 최고다.

 

물론  듀크 조던은 1940년대와 50년대에 걸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하나였다. 그러나 60년대 들어 갑자기 피아노를 내팽개친 채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던 적이 있었다. 어떤 이유였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사라진 5년 동안 그는 뉴욕 거리에서 택시 운전사로 일을 했는데 그의 이 믿기지 않는 잠적은 뉴욕의 작은 클럽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던 그가 음악 팬들에게 발견되면서 끝나게 된다. 어쨌든 사랑 놀음 최고 배경음악이 될 본 앨범은 뜬금없이 덴마크에서 녹음됐는데 그가 덴마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73년, 열성적인 덴마크 팬들의 초청을 받아서 6주간에 걸쳐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에서 머물게 되면서부터다. 알려진 바 본 앨범에는 주옥같은 명곡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와인 마시기 배경음악에 딱 떨어지는 곡이 있으니 바로 그 유명한 No Problem이다.

 

그래. 바로 이 느낌이야. 라운지 커피숍에 앉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그런 음악이 아니라 라운지 옆을 지나가던 사람의 발길을 붙잡고, 호텔 바로 불러 들여앉혀서는, 음악을 계속 듣게끔 와인을 주문케 하는 음악. 물론 너무 몰입 되서 주문한 와인 마시기를 잊게 하는 강렬함은 없지만, 기분 좋게 마시며 마음껏 감상에 빠지게 도와주는 정도라고 할까. 듀크조던, 이 형님, 그냥 보기엔 미국 코메디언, 빌 코즈비 씨를 닮았지만 연주곡은 우째 이리 좋은지, 어쨌든 그녀도 이 곡을 좋아하는 것 같아 나도 즐겁다.

 

추천곡 : 듀크조던 트리오의 No Problem, How deep is the ocean

 

 

이제 분위기는 완벽하다. 은근한 대화와 얼근한 재즈곡들로 무르익은 완연한 핑크무드. 와인 데이에 만난 이 초짜 연인은 이렇게 더욱 가까워졌다. 이 시점에서 해피 엔딩에 어울리는 초 절정 쐐기 곡이 하나 남아있으니 그렇다. 바로 베리 메닐로우의 파라다이스 카페(Paradise Cafe)! 물론 이 곡은 정통 재즈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정통이 아니면 또 어떠랴? 언제부터 그렇게 따졌다구. 그래도 꽤 재즈스럽잖나. 제일 중요한 건 와인 데이의 아름다운 마무리 곡으로 더없이 어울린다는 점이다.

 

‘와. 나 이 노래 좋아하는데. 베리 메닐로우의 [파라다이스 카페]요. 고등학교 때 되게 좋아했어요. 그에 대해서는 좀 알죠. 사실 베리 메닐로우 스텐다드 팝 가수잖아요. 80년까지 전성기를 누렸고 디온 워윅 등 여러 가수들의 프로듀서로 활동을 하다가 이 노래가 담긴 앨범으로 80년대 중반에 스탠더드 재즈 싱어로 변신하게 됐죠. 이 노래 어때요?’

 

‘저도 좋아해요.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 노래 가슴을 촉촉히 적시는 묘한 매력이 있거든요. 오늘같이 특별한 날 참 잘 어울리네요.’

 

에잉. 분위기 좋으면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이제 마지막 노래는 끝나가고, 드디어 집으로 향할 할 시간이 와버리고 말았다. 극적으로 때맞춰 바에서 흐르던 베리 메닐로우의 곡, 파라다이스 카페가 끝나자 팔짱을 끼고 나가는 이 초짜 연인들의 애정 어린 뒷모습을 보라. 이로써 연인들을 더욱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베리 메닐로우의 팝 재즈, 파라다이스 카페를 마지막으로 재즈, 사랑의 묘약 편을 마칠까 한다. 마지막으로 바라 건데 추천 재즈곡들과 함께 이번 와인데이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 되길.

 

추천곡 : 베리 매닐로우의 Paradise cafe, When Octorber goes

 

 

이 음악은 http://www.shumtoh.org 에서 제공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