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쉰세대, 컴퓨터 조립성공기
그래서 고쳐보겠다고 짧은 지식으로 운영체계도 덮어씌워보고 단종된 램도 힘들게 구해서 끼워보지만 영 나아지는 게 없다. 이런 때 나이든 사람의 사고 흐름은 매우 간단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몸이니 어찌 치료받고도 옛날처럼 몸을 가누겠나?' 의외로 체념이 빠르고 개비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져 컴퓨터를 새로 장만해야겠다고 아드님이 나서면 의외로 빨리 수긍할 가능성이 높다. 고쳐본다고 이미 진흙탕에 한발을 들여놓아 쓸 수도 쓰지 않을 수도 없게 된 컴퓨터는 책상 위에 애물단지처럼 흉물스레 놓여있다. 속을 들여다보니 저사양의 부속들과 먼지 속에 앵앵거리며 힘겹게 돌아가는 쿨러가 더욱 한심하다. 이쯤 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새 걸 사거나 고쳐 쓰거나. 새 걸 사자니 아들한테 말했던 것도 있고 멀쩡한 컴퓨터를 망가뜨려 놓은 것 같아 아깝고, 좀 별난 경우이긴 하지만 부품을 사서 업그레이드하자니 영 자신이 없다. 며칠 동안 버벅대는 컴퓨터로 조립 사이트와 검색 사이트를 돌아다녀보니, 요사이 부품들이 좋아져도 많이 좋아졌다. 웬만한 사무용으로 쓰려면 옛날처럼 따로 그래픽·비디오·랜 등의 각종 카드를 꽂지 않아도 메인보드에 이 기능들을 같이 탑재하고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깝데기' 혹은 맘에 드는 이쁜 케이스를 하나 사서 자그마한 메인보드에 CPU와 메모리를 처억 꽂고 기존의 하드·시디라이터·파워만 갖다 붙이면 아담한 PC가 만들어지니 세상 참 편해졌다. 꽂고 붙이면 PC... 세상 참 편해졌다
메인보드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AMD 보드로, CPU도 그에 맞추어 AMD 64-X2 애슬런으로, 메모리는 삼성 1기가로 게다가 이쁘장한 앰프 비스무레한 케이스. 메인보드에 CPU를 붙이고 같이 포장된 쿨러를 달고 메모리를 꽂으니 다 완성된 것 같은 뿌듯함에 흐뭇하다. 케이스에서 나온 파워 LED 단자, 파워 스위치, USB 커넥터, 오디오 단자를 설명서와 인터넷 조립기를 참조하며 꽂아 넣는다. 파워서플라이 선을 이으려니 구형이라 신형 메인보드에 맞지 않는다. 조급증에 동네 컴퓨터 상으로 뛰어가서 하나 구입해서 단다. 하드? 끼우고, 시디? 꽂고, '요 똥글뱅이에 선 두 개 나와 있는 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한참 들여다 보니 작은 스피커이다. 또 끼우고. 자아 스위치를 켜니 '…detected', '…detected', '…F12', '…Del', '이노무 글씨는 왜 이리 빨리 지나가?' 물어물어 부팅순서를 CD, HDD(하드디스크) 순으로 잡고 윈도우 XP 시디를 넣고 프로그램을 깐다. 파란 바탕에 나온 메뉴 1에서 8중에 1번을 찍고 '그래(yes)' 키를 누른다. 뭐라 뭐라 나오더니 엔터를 누르랜다. '그래' 누른다. 언더바 같은 커서가 깜박이더니 'boot failure' 어쩌구, 여기까지 와서 더 이상 진전이 되질 않는데 아무리 과정을 반복해도 계속 'boot failure'까지 가서 더는 진전이 없다. 끼우고 꽂고 깔고... 컴 조립, 겁낼 것 없네
꿈속에서도 갖가지 조합의 부팅방법이 왔다갔다한다. 나중에 고수에게 물어보니 '눌러라'할 때 '재빨리' 눌러야 한단다. 이래저래 컴퓨터에는 '어르신'을 위한 배려는 안 되어 있는가 보다. 눈을 크게 뜨고 '눌러라'를 조마조마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재빨리 누르니 1·2·3·4 주르륵 메뉴가 흘러내리며 어떤 것을 원하는가 묻는다. 1번 좋다 '1번' '그래' 엔터. 꾹. 셋업 프로그램을 누가 만들었는지 고약스럽게도 만들었다. 이렇게 '입문자 수?(?) 테스트'를 거치고 나니 컴퓨터도 이제서야 나를 사람으로 대접해준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넣으라면 넣고, 마법사가 나오면 그대로 하고, 몇 가지 자잘한 문제는 상식적으로 이거 눌렀다 저거 눌렀다 하면 대충 해결이 된다. 믿어지지 않는다구? 그런데 컴퓨터 도사도 오랜만에 컴퓨터 조립하면 옛날 기억 더듬느라고 좀 헤맨다. 하드웨어적으로 합선시키거나 부러뜨리지만 않으면 컴퓨터는 원상복구되니 너무 겁내지 말고 이쁜 컴퓨터 하나 만들어 보길. 그러는 '내'가 몇 살이냐구? '만으로 쉰다섯'. '쉰 세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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