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심은경의 한국 이야기
몇 주 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보러갔습니다. 정말 훌륭한 공연이었는데요, 상임지휘자 샤를로 뒤트와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한중일 3국에서 11회 공연하는 아시아 투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방한했습니다. 서울에서 두 차례, 그리고 창원, 구미에서 각각 한 차례 공연을 마친 뒤 중국 상하이 엑스포 공연을 위해 떠났습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첫번째 내한공연은 1978년으로, 가장 최근에는 2005년과 2008년에 서울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인연은 그보다 훨씬 깊답니다. 1900년에 창설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미국의 외교,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의 외교 노력에 일조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방중 이후 미국 오케스트라로는 최초로 중국에서 공연을 가졌는데요, 미중간 공식 수교가 맺어지기도 전인 1973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연주를 했습니다. 또 그보다 후인 1999년에는 미국이 95년 베트남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후 최초로 베트남에서 공연한 오케스트라가 되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동의를 얻어 포스터 게재)
한국과의 인연도 매우 특별합니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님이 1930년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서 첼리스트로 활동하셨답니다. 항상 애국가가 유난히 아름답고 따라부르기 쉬운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미국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전세계 관객들을 매료시켜왔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였는데요, 오케스트라 단원 중 몇 명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원해서 촉망받는 한국의 젊은 뮤지션들에게 마스터클래스를 해주었답니다. 완연한 봄기운에 날씨가 유난히 화창하던 어느 토요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문 사중주단(Moon Quartet)’이 저의 관저에서 특별 공연을 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마크 로베티와 다니엘 한, 비올리스트 마빈 문, 첼리스트 유미 켄달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된 사중주단 중에 두 명이 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악장인 데이비드 김과 마찬가지로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이 날 저의 관저 공연에서는 하이든의 현악 4중주 D장조 op. 20 #4 와 드보르작의 현악 4중주 F 장조 op. 96 “아메리칸”을 연주했습니다. 관저 정원에 활짝 핀 분홍색 산딸나무가 음악과 특히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음악만큼이나 많은 감탄과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워싱턴 DC 주변을 포함해 미 남동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이 산딸나무는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매우 힘든데요, 왜 그럴까요? 한국이 너무 추워서 그럴까요? 그렇다면 관저에 있는 저 산딸나무는 어떻게 저렇게 잘 클까요? 답을 아는 네티즌 여러분 계시면 저한테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현악 사중주단이 제 관저에서 멋진 공연을 선사했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너무 흔하게 쓰는 표현이라 식상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음악은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 나라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이어주는 최고의 매개체이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전세계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활발한 문화 외교사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게는 딱 맞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관저에 활짝 핀 아름다운 분홍 산딸나무가 활기찬 봄기운을 더하네요. 이 산딸나무는 1976년 현 주한미국대사관저가 준공된 이후에 심은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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