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드셔?

[스크랩] 중국인이 말하는 `한국 자장면`

바래미나 2008. 8. 28. 00:19

 

 

"한꿔 쨔장미옌 전 하오 츠~"

 

 

베이징올림픽을 마친 이틀뒤인 어제는 한족 친구와 '한국 자장면 먹기' 점심약속을 한 날이였습니다.

오전 11시에 친구와 딸내미를 픽업하기로 했기에 저는 두 아들과 함께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오는 9월 20일까지 베이징시는 '홀짝제 운행'을 실시하는 관계로 도로위의 차량은 많치 않았는데, 한족 친구는

이러한 현상이 믿기지 않는듯 했습니다.(자전거 행렬도 뜸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 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국가에 대해 칭찬 또한 주고 받았습니다.

 

베이징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왕징'에 자리잡고 있는 한 음식점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

제가 주문한 음식은 자장면,팔보채,그리고 고추 잡채 였습니다.

 

 

제일 먼저 나온 음식은 '팔보채'.

전 친구와 친구 딸내미 접시에 조금씩 팔보채를 담아주며 입맛에 맞는지를 물어 보았습니다.

빨간 통고추가 들어가 있어 조금은 매운맛이 느껴지는 팔보채 이지만 맛 있다고 하며 잘 먹어 주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나온 음식은 '고추 잡채' 였는데 '자장면'을 먹어야하기에 선뜻 젓가락이 가지 않았습니다.

(고추 잡채는 포장을 해서 친구에게 들려 보냈습니다.)

 

다섯 그릇의 '자장면'이 식탁위에 놓여지는 순간!

 

 

친구와 딸내미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랜 표정을 지었고, 자장 양념이 왜 이렇게 많은건지...양파는 왜 나온건지...노란 단무지는

또 무엇인지...(중국 자장면은 작은 그릇에 춘장과 오이채만 얹어 나오는 관계로)

 

두 아들이 양손에 길다란 젓가락을 나눠 쥐고선 "자장과 면을 이렇게 섞어주시면 됩니다." 라는 시범을 보였지만

친구 딸내미는 처음 해 보는 자장 섞기에 곤혹스러워 했습니다.

 

복무원에게 딸내미의 자장 섞기를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는데 우리집 아이들은 '가위'로 긴 면발을 싹뚝! 싹뚝! 먹기 좋은

길이로 잘라내고 있었습니다.

 

한족 친구는 이러한 풍경이 재미있어나 봅니다. 그리곤 묻습니다.

"왜 면발을 자르지? 한국 사람들은 면발도 잘라 먹는거니? 우리 중국 사람들은 그냥 먹는데..."

 

복무원이 친구와 딸내미의 면발을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르고 난후 드디어 '한국 자장면'을 먹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한족 친구들의 먹는 모습을 보며 맛이 어떠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한족 친구의 답변은 이러했습니다.

 

첫째...자장 양념이 많아 짠 맛이 날까 했는데 그러지 않아 좋다.(중국 자장면은 대단히 짭니다.)

둘재...면발이 부드러워서 좋다.(중국 자장 면발은 굵고 부드럽지 않다.)

셋째...자장 양념에 들어간 재료가 다양하다.(중국 자장면은 춘장만 있는듯 하기에)

 

 

친구 딸내미에게 '노란 단무지 조각'을 먹어보길 권했습니다.

한국에선 자장면을 먹을때 양파와 노란 단무지 조각을 곁들어 먹는다고 설명을 해 주면서 말입니다.

 

노란 색소가 들어간 무우조각이라고 하니 성큼 한입 베어물고 오물오물 하더니...달짝지근한 맛이네요....한다.

 

식탁 작은 접시에 담겨진 '배추 김치'를 먹던 친구는 "네가 한 김치가 제일 맛있었던 것 같아. 수퍼에서 몇번 사 먹어본

김치 맛은 영 아니올씨다였고, 지금 먹어본 것도 그리 썩 그 맛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저와 근7년 동안 가깝게 지내는 한족 친구가 2명이 있는데, 겨울에 김장 김치를 나눠주고, 가끔 넉넉하게 김치를 담가 한족 친구들에게

나눠주곤 했습니다. 얼큰하고 매운맛을 즐겨먹는 식성이 있는 두 친구에게는 우리나라 '김치'가 비록 중국인이긴 하지만 입맛에

맞나 봅니다.

 

 

친구 딸내미는 평소 잘 먹지 않는 식성인데 어제는 자장면과 팔보채를 제법 많이 먹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루레이~~ 맛나게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이 아지매가 기분이 좋다!" 했더니 친구도 덩달아 한마디 합니다.

"그러게...오늘처럼만 먹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가  한족 친구에게 '한국 자장면 먹자!'고 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올 8월초 중국 음식점에서 점심을 하게 되었는데 저희 집 큰애가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주문을 했고

잠시후에 '자장면' 한그릇이 식탁위에 놓여지게 되었습니다.

 

 

중국식 자장면...

 

 

접시가 아닌 중간 크기의 공기에 담겨진 자장면은 우선 비비기에도 수월치 않아 큰애 대신 제가 먹기 좋게 잘 비벼주며

맛있게 먹으라고 했더니 큰애는 젓가락을 놀려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엄마! 이 짜장면 맛이 왜 이래? 엄청 짜다! 도저히 못 먹겠어."

까다로운 식성이 아닌 뭐든 잘 먹는 큰애가 중국 자장면 먹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때 한족 친구  ; 내 동생이 그러는데 한국 자장면은 짜지도 않고 맛이 좋다고 하던데 정말 그러니? 하며 저에게 묻더군요.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아무리 한국 자장면 맛 좋다고 말해봤자 한번 먹어본것만 못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친구와 잦은 식사를 했지만 그때마다 한국 음식을 먹어볼까? 하는 생각을 못했던 저는 "그럼 우리 언제 한번 한국 자장면

먹어보자. 애들 여름방학 끝나기 전에 말야!" 라고 제의를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국 자장면'을 먹게 된 친구와 딸내미는 "역시 한국 자장면이 최고다!"를 인정하게 되었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왕징'에 처음으로 와 봤다는 한족 친구들을 위해서 식사를 마치고 '왕징' 한바퀴 돌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김치를 담그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집에서 먹을 김치가 바닥을 드러내는 중이고, 넉넉하게 담궈 2명의 한족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해야겠다라는...^^

 

베이징생활중 저와 두아들에게 참 좋은 한족 친구들이 곁에 있어 비록 문화와 사고방식은 다를지라도 마음 든든합니다.

 

서로 돕고 나누는 가운데 국적을 초월한 우정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한국과 중국의 여러 모순된 관계도 원만히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출처 : 천고마비
글쓴이 : 그날이 오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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