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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울린 야구 한일전'…올림픽 최고의 명승부(국내) [올림픽 결산]

바래미나 2008. 8. 25. 01:33

'호시노 울린 야구 한일전'…올림픽 최고의 명승부(국내) [올림픽 결산]

마이데일리 | 기사입력 2008.08.24 17:44 | 최종수정 2008.08.24 17:47


[올림픽 명승부 '베스트 5']

[마이데일리 = 윤신욱 기자] 17일동안 치러진 올림픽은 전세계인의 축제다. 종목을 막론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지구촌은 흥분하고 감동한다. 경기 결과가 가려지는 순간 한쪽에서 환호성을 지르지만 반대편에서는 4년 후를 기약한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들의 열정과 꿈이 있기에 승자도 패자도 눈물을 흘린다. 더욱이 그들의 눈물은 명승부를 낳기 마련이다. 또 그 명승부는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 감동을 선물한다.

전승 신화를 기록한 한국야구의 일본전 등 국내경기 명승부 베스트 5를 선정했다.

< 1위 ; '어게인 2006' 韓日야구 4강전, 호시노를 울리다 >

'국민타자, 라이언킹'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은 또 한번 일본 열도를 침몰시켰다. 호시노 센이치 일본 감독은 4강전에서 한국을 만나기 위해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미국전에 패하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일본은 11회 연장끝에 미국에 2-4로 패하며 4위로 1위 한국과 결승진출을 다투게됐다. 호시노 감독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소를 지었다. 승리를 자신했던 것이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A)에서 이치로 스즈키(시애틀 메리너스)의 '30년 망언'을 넘어서는 '호시노의 미소'였다.

하루를 쉬고 문을 연 한국와 일본의 물러설 수 없는 4강전. 호시노의 뜻대로 일본은 7회까지 2-1로 앞섰다. 하지만 7회 말 이진영(SK)의 동점 적시타로 균형을 이룬 한국은 8회 말 이승엽의 역전 투런포에 승기를 잡았다. 이전 삼진에 병살로 4번타자, 국민타자 몫을 못했던 그이기에 스스로의 감격도 더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3-4위 8회 말 당대 최고의 투수 마스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를 통타 동메달을 안긴 이승엽. 이어 2006년 WBC 아시아예선에서 1-2로 뒤지던 8회 말 기적같은 결승 투런홈런까지 더해 그의 홈런은 경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한일전에 명승부를 안겼다.

< 2위 ; 박태환 감격의 터치 패드 '한국, 수영사상 첫 金' >

대한민국이 미국 호주가 독점했던 수영서 1위를 했다. 한국의 마린보이 박태환(19)은 아시안게임도 아니고, 올림픽에서 감격의 금메달을 땄다. 박태환은 지난 10일 베이징 워터큐브서 열린 자유형 400m서 3분41초86의 기록으로 맨처음 터치패드를 찍었다.

수영 최강국 미국의 라스 젠슨을 옆에 뒀고, 주최국의 응원을 업은 신흥 수영강국 중국의 장린을 3위로 밀어냈다. 대청중학교 3학년생의 몸으로 4년전 아테네올림픽에서 부정출발로 쓸쓸히 먼저 뒤돌아선 수모도 싹 싯었다. 미국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호주의 그랜트 해켓이 1위를 하고, 박태환이 2위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틀렸다. 그전까지 라이벌이었던 박태환은 1위를 하고, 해켓은 하위로 쳐졌다.

이날 경기는 박태환이 후반부터 1위로 나서 한번도 역전당하지 않고 역영, 한국민을 안심시킨 후련한 경기였다. AFP는 박태환을 "이언 소프의 세계신기록(3분40초08)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박태환은 200m 자유형서도 펠프스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19세 한국 마린보이가 자유형의 세계적 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 3위 ; 여자핸드볼, '우생순' 감격의 동메달전 >

'한국 여자핸드볼 동메달은 금메달을 초월했다', '동메달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드라마를 만드려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평균연령 34.7세의 노장들은 4년전의 恨을 풀지 못했다. 하지만 14명의 핸드볼선수들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하며 대한민국 국민들을 울렸다.

임영철 감독은 헝가리와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3-4위전 경기 종료 1분 33-28로 앞선 상황에서 선수 교체를 지시했다. "영란이, 순영이, 성옥이, 정희, 정호, 그리고 일곱명이잖아. 필희, 정화 들어가"라고 교체 선수를 일일이 호명했다. 은퇴를 앞둔 노장선수들이 마지막 순간일 수 있는 경기종료 직전을 뛰게하자는 배려였다. 하긴 아테네서 함께 뛰고 이날 경기해설을 한 임오경은 "코트에서 뛸때가 정말 생애 최고 행복한 순간"이라고 했다.

공격기회도 채 살리지 못한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눈물은 그 어느때보다 소중했고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아시아 지역예선 재경기를 세 번이나 치르는 우여곡절끝에 베이징 무대를 밟은 노장들은 금메달 피날레를 위해 뛰고 또 뛰었다. 하지만 4강 문턱에서 노르웨이에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지만 비디오판독이 없는 핸드볼 규정에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때문에 더 악착같이 뛰었던 헝가리전 승리는 전국민에 감동을 주었다.

< 4위 ; 황경선의 무릎 끊어져도 차고 또 찬 태권도 金 >

황경선은 8강전부터 무릎서 소리가 났다고 했다. 그래서 22일 오후 베이징 과학기술대 태권도 매트위에 섰을때 표정은 좋지 않았다. 재활해 괜찮을 줄 알았던 왼쪽 무릎인대가 또 다친 것이다.

4강때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프랑스의 에팡을 만났다. 황경선은 "에팡이 힘이 너무 좋아 가장 힘들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미 상한 인대로 두 경기를 그것도 4강까지 올라온 상대와 발차기를 하기는 너무 힘겨웠다. 4강전부터 황경선은 인대에 테이핑을 하고 나갔다.

결승선 캐나다의 카렌 세르제리는 정말로 난적이었다. 황경선은 오른발을 사용할 수 없어 거의 왼발 하나로 싸웠다. 3회전 마지막에 이를 악물고 한 돌려차기. 결과는 2대1. 경기후 황경선은 "무릎이 끊어져도 이기고 싶다"고 했다.

< 5위 ; '찌아요'를 울린 이배영의 '바벨 투혼' >

TV 중계화면을 지켜본 국민들은 '이배영에게 국민메달을 전하자'며 서명 운동을 펼쳤다. 그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역도계의 '미스터 스마일' 이배영은 남자역도 69kg급에 출전해 실격됐다. 아쉬운 성적이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쳤던 그는 4년의 한을 품고 도전했다.

인상 155kg은 랴오 후이(중국)의 158kg에 이은 2위였고 용상에서 강한 이배영의 금메달 희망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용상 1차 시기에서 왼쪽 발목이 꺾이는 부상으로 종아리에 쥐가 났다.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상황에도 이배영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2차 시기 실패,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이배영은 끝내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그의 두 손은 바를 놓지 않았다. 베이징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한 그였기에 아쉬움은 눈물이 될 수 있었지만 되려 미소로 마무리했고 대회전부터 여러가지 사건들로 反한 감정으로 야유를 보내던 중국 관중들의 감동 어린 '찌아요'를 이끌어 냈다.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대표팀과 수영선수 박태환, 여자 핸드볼대표팀, 태권도 선수 황경선, 유도 이배영(사진 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