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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명품 서클 체인지업, 쿠바 타선을 농락하다 [올림픽 야구]

바래미나 2008. 8. 24. 00:50

류현진의 명품 서클 체인지업, 쿠바 타선을 농락하다 [올림픽 야구]

마이데일리 | 기사입력 2008.08.23 22:28 | 최종수정 2008.0                                                                                                            한국야구 9전 전승, 최고의 명승부는?


[마이데일리 = 고동현 객원기자] "오늘 던지는 볼을 보니 저희팀(SK)과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둘 때 같네요"

포털사이트 네이버 문자중계 도중 밝힌 이만수 SK 수석코치의 말 그대로였다. 류현진(한화)은 23일 중국 베이징 우커송 구장에서 열린 쿠바와의 결승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8⅓이닝동안 5피안타 7탈삼진 2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한국은 류현진의 호투와 이승엽의.결승 투런홈런에 힘입어 3-2로 승리하고 한국 남자 구기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는 완벽에 가까웠다. 이만수 코치의 말대로 올시즌 정규시즌 유일한 완봉승이었던 6월 28일 문학 SK전을 보는듯했다. 류현진은 당시 SK전에서 5이닝 퍼펙트를 비롯해 9이닝 4피안타 8탈삼진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둔 바 있다.

쿠바전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류현진은 2-0으로 앞서던 1회 마이클 엔리케스에게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비록 실점은 했지만 이 홈런이 류현진에게는 독이 아닌 약으로 작용했다. 홈런을 맞은 이후 류현진의 투구는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 5회 2사 이후 알프레도 데스파이그네에게 2루타를 맞기 전까지 11타자를 연속으로 범타처리했다. 11타자를 아웃시키는 과정에서 삼진 5개를 곁들였다.

이날 류현진이 잡아낸 삼진은 7개. 경기내내 쿠바 타자들은 류현진의 공을 쫓아다니기에 급급했다. 류현진은 140km 중후반대 직구와 120km대 커브,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130km대 서클 체인지업 등 3개 구종으로 쿠바 타자들을 농락했다. 특히 타자의 타격을 앞두고 살짝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공격적 성향이 강한 쿠바 타자들에게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이날 류현진이 잡은 7개 삼진 중 6개가 서클 체인지업으로 잡은 삼진이었다.

류현진의 서클 체인지업은 국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있는 명품 구종. 2006년 프로 입단 후 팀 선배인 구대성으로부터 배운 서클 체인지업은 류현진이 프로 첫 해 다승(18승), 평균자책점(2.23), 탈삼진(204개) 등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하는데 큰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2006년과 달리 올시즌 초중반까지 서클 체인지업을 삼진이 아닌 범타를 유도하는데 사용했다. 어린 나이 답지않게 완급조절에 눈을 뜬 것. 하지만 팔꿈치 통증 등이 겹치며 부진한 투구를 몇 차례 보였고 6월 28일 SK전에서는 '2006시즌 류현진'으로 돌아왔다.

이날 SK 타자들은 류현진의 서클 체인지업에 연신 헛방망이를 돌렸다. 경기 종료 후 류현진 역시 "최근에는 체인지업을 조금 힘을 빼고 던지면서 맞춰잡는 투구용으로 많이 던졌는데 오늘은 헛스윙을 유도하는 쪽으로 더욱 힘껏 던졌다"고 밝힌 바 있다.

류현진이 서클 체인지업으로 '범타를 처리하느냐, 삼진을 잡느냐'는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는 것. '삼진'을 잡기로 마음먹은 류현진의 서클 체인지업에 쿠바 타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류현진.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