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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 실패한 듯 - 조심스러운 유럽 [226] | aki

바래미나 2008. 8. 15. 18:29
 
  • 이번 올림픽 실패한 듯 - 조심스러운 유럽 [226] | aki
  • 번호 6228 | 2008.08.15
  • 조회 28257 | 추천 추천 304

독일에서 나무로 통통배 만드는 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어요

여러 조 중에 가장 (부서지거나 가라앉지 않고)

멀리 나간 조에게 학점을 주는거죠.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하는거라 독일 학생은 없고, 대부분 다른 유럽 학생들입니다.

 

 

점심 먹으면서 올림픽 중계를 보다가 원치않게(!) 토론이 붙었는데,

각국 학생들 반응이 재밌었어요.

 

 

다행히(;) 저희 조엔 중국인이 없어서 자유롭게 얘기했는데,

가장 많이한 얘기는 역시 개막식.

 

 

티벳사건으로 이미 유럽 내 반올림픽 물결이 치고

개막식 보이코트 하자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었었습니다.

(경기전체를 보이코트하는 건 선수들에게 피해가 갈 뿐이므로

상징적인 의미에서 개막식만)

 

 

특히 유럽 내에서도 여러 시위가 많은 프랑스 파리에서는

성화가 잠시 꺼지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었고,

티벳인이 아닌 제3국 시위자들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도 영국 윌리엄왕자의 말에 동감하며

개막식 불참, 보이콧 등 뭔가 수를 쓸 것처럼 하더니

돌연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도 취소하고 개막식에 참석해서

중국과의 '좋은관계'를 위해 노력했지요.

  

 

이처럼 서방국들이 속으로는 뭔가 찝찝하면서도

중국을 지지할 수 밖에 없는 건

역시 날로 성장하는 중국의 경쟁력 때문이겠죠.

 

 

최대 규모라는 개막식을 두고 '우리가 이만큼 성장했다'라는 걸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올림픽 정신이고 나발이고 '이것봐라' 하는 과시용,

그 이상도 이 하도 아니었다 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불꽃놀이 CG처리한 게 알려지면서 처음엔 '하하 역시 그랬군'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 였지만,

(스모그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도 좋은 명분이 되었구요)

개막식 립싱크사건은 중국을 조롱거리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어린소녀가 긴장할까봐 자신이 녹음한 테잎으로 립싱크한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이 노래를 불렀다는 점에서

중국이 얼마나 '보여주기'에 강한 압박을 받았는지

설명된다고 하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그 노래 부른아이도 동글동글 귀엽게 생겼는데 말입니다-_-a)

 

 

특히 관광객들에게 숨기기 위해 베이징 빈민촌 전체를 천으로 덮어씌워

한 여름에 찝통을 만들어놨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독일인들이 경악을 했다고 하는데요...

 

소수민족 전통의상을 입힌 어린이들 퍼포먼스에

중국어로는 '폭력'과 '화합'이 동의어냐며

소수민족을 향한 중국정부의 이중적 처사를 비웃는 학생도 있었고,

중국정부의 외신기자 인터넷 검열문제를 '어쩔 수 없는 공산주의'라고

표현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지진, 티벳사태, 미국 관광객 피살, 개막식 가짜소동, 편파판정, 공해 등

'잠재력은 많지만, 그래도 아직 먼 나라'의 이미지를 바꿔 놓았다고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이런 말 하긴 싫지만..

워낙 중국 이민자들이 그동안 유럽에서 '진상을 떨어서'

유럽 내 중국인에 대한 인식은 그닥 좋지 못하고,

이번 올림픽을 통해 알려진 중국의 진짜모습-

거대한 경기장 뒤로 보여지는 그런 모습들에

얘네들 실망, 조롱, 안도 등등이 뒤섞인

복잡한 반응을 보이네요;

 

 

이웃나라인 한.중.일 세 나라가 좀 더 견고한 관계를 형성해서

미국, 유럽연합에 맞서는 게 아시아 전체의 이익에 좋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만,

역시 그러기엔 세 나라의 역사적 앙금도 많이 남아있고

문화적.경제적 수준 차도 있고.. 뭐, 그렇네요.

 

 

대체적으로 실패한 올림픽의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중국을 보면서

같이 아시아 국가로서 좀 아쉽기도한 반면,

'그것봐라, 너넨 안 돼' 하는 고소한 마음이 동시에 드는

요런 유치하고 복잡한 제 심정 -_-

 

 


 

바로 옆나라에 붙어있어

무시하기엔 너무 크고, 같이 가기엔 너무 안 맞는 나라. 중국.

 

 

여러분들은 이번 올림픽 어떻게 보시나요?

중국인이 100년을 기다렸다는 올림픽, 정말 그만한 효과를 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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