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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기 전 숭례문. [중앙포토] 국보1호 숭례문이 불의의 화재로 석축 위 목조 부분이 소실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지난달 10일 저녁에 불이 났으니 오늘 6일로 벌써 25일이 지났습니다. 숭례문은 1392년 고려를 폐하고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가 1394년 수도를 개경(현재 개성)에서 한양(현재 서울)로 옮긴 후 3년 만인 1397년에 처음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궁궐과 종묘를 먼저 지어 한양으로 천도한 태조는 1935년 전쟁에 대비하고 백성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20여만명을 동원 해 성(城)을 쌓기 시작해 다음해인 1396년 성곽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1397년 숭례문을 시작으로 흥 인지문, 돈의문, 숙정문을 축조했습니다. 남쪽의 숭례문, 동쪽의 흥인지문, 서쪽의 돈의문, 북쪽의 숙정문을 4대문(大門)이라고 하죠. 여기 에서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이 4대문을 다 돌아보려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차가 안 막히면 2시간이면 넉넉히 돌아볼 수 있다"고요. 글쎄요. 기자가 보기에 차를 이용하더라도 2시간으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숭례문, 돈의문(현재 터 만 남아있음), 흥인지문은 대로에 있어 차로 둘러볼 수 있지만 삼청동 북악산(백악산) 동쪽에 있는 숙정문은 산중에 있어 차가 올라갈 수 없습니다. 걸어서 올라가여 합니다. 4대문을 다 둘러보는 데 과연 몇시간이 걸릴 지 궁금해 기자는 직접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숭례문이 불에 탄 지 6일이 지난 2월 16일 토요일 오후 1시. 기자는 숭례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불에 탄 숭례문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숭례문 주위에 철 제 가림막이 처져 있었습니다.잠시 멍하니 이를 바라보다 길을 재촉했습니다. "오늘 낮에 4대문을 모두 다 둘러볼 수 있을까" 숭례문 옆 대한상의 건물 담이 성곽으로 이루어져 있더군요. 서울성곽을 일부 복원한 것이죠. 오후 1시5분. 성곽을 따라 서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100여m를 따라가자 성곽은 중앙일보 건물 조금 못미친 곳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조금 더 가면 서소문로. 거기서 길을 건너 순화빌딩을 끼고 돌아 평안교회 쪽으로 가는 길을 따라 쭉 올라갔습니 다. 이번엔 러시아대사관이 길을 막았습니다. 왼쪽으로 배제학당터가 있는 곳을 지나 다시 러시아대 사관 정문앞을 거쳐 정동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화여고 정문이 있는 방향이죠. 오후 1시25분. 서대문사거리에서 광화문으로 뻗어 대로가 나왔습니다. 정동사거리죠. 맞은편에 '돈의문 터'라는 글씨가 보였습니다. 4대문 중 2개를 본 셈입니다. 안내 설명에 따르면 서울성곽의 서쪽 문은 태조 5년(1396년)에 사직단 부근에 세워진 서전문이었 지만 뒤에 도성을 고치면서 문의 위치를 남쪽으로 옮겨 세종 4년(1422년)에 이 지점에 돈의문을 세 웠다고 합니다. 새로 세운 문이라 하여 '신문' 또는 '새문'이라고도 불린 돈의문은 1915년 일제의 도 로 확장 공사로 철거되었습니다. 돈의문이 있었던 도로 위로 차가 쌩쌩 달리고 있었습니다. 파란신호등에 맞춰 도로를 건넜습니다. 그리고 서울시교육청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오른 쪽으로 서울시교육청을 지나면 옛 기상청(현재 서울복지재단). 이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제법 가파르게 올라가는 샛길이 나옵니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길 오른쪽은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돌로 쌓은 오래된 석축이 보였습니다.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서울성곽 일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이라면 가볍게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갈 길이 멀어 사진 몇 장 찍고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 다. 오후 1시34분. 북쪽 주택 사이로 인왕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울성곽이 이어진 곳입니다. 계속 올라가 사직터 널 위를 지났습니다. 하지만 행촌동 주택가에서 길은 끊어졌습니다. 되돌아 나왔습니다. 사직터널 서쪽으로 내려와 터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직동 방향으로 나왔습니다. 사직터널을 나오면 길 반대편 북쪽에 한국사회과학자료원 건물이 보입니다. 그쪽으로 가기 위해서 는 터널을 조금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 영덕학사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간 후 사직터널 위로 난 길을 지나야 합니다. 사회과학자료원을 지나면 오른쪽에 종로문화체육센터. 반대 방향, 즉 서쪽으로 가야 다시 성곽이 나옵니다. 오후 1시50분. '역사탐방길'을 따라 북족으로 올라갔습니다. 성곽이 이어지는 인왕산으로 올라가기 위해서였죠. 200여m 올라가면 성곽 중간에 문이 하나 나옵니다. 그 문을 통해 들어가면 조그만 공원이 나옵니다. 북악산, 경복궁, 남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경관조망대가 있습니다. 잠시 시내를 훑어본 뒤 다시 성곽 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5, 6분 정도 올라가면 인왕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옵니다. 지금부터는 본격 산행이 시작됩니다.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인왕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인왕산은 서울 방위를 위해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다 1993 년 2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 취임식 때 개방되었죠. 성곽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져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경복궁, 청와대가 한눈에 보이죠. 인왕산은 해발 338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올라가는 길은 제법 가파릅니다. 인왕산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1km 이상을 올라가야 합니다. 오후 2시30분 인왕산 정상. 화창한 날씨 덕에 서울 시내를 감상하기에는 적격이었습니다. 동쪽으로 청와대 뒷산 북악산(백악 산)과 산 능선을 따라 쌓은 성곽이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성곽을 따라가려면 정상에서 뒤로 돌아 왔던 길로 300m를 내려와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북악산을 향하여.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오후 3시까지 창의문(자하문)에 도착해야 합니다. 청와대 뒤 북악산쪽 성곽 출입은 오후 3시가 데드라인이기 때문이죠. 북악산 서울성곽은 군사보호시설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 제되다 작년 4월부터 낮시간에 한해 개방되고 있습니다. 인왕산 쪽 서울성곽을 따라 내려오면 사직공원과 창의문을 연결하는 인왕산길을 만납니다. 여기서 좌회전해 도로를 따라가면 쭉 가면 효자동에서 세검정으로 넘어가는 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앞에 서울 4소문(小門) 중 하나인 창의문이 보입니다. 여기서 세검정으로 넘어가는 길을 건너야 합니다. 버스정류장 옆으로 올라가면 북악산으로 들어가는 출입구인 창의문 쉼터가 나오죠. 오후 3시5분. 창의문 쉼터에서 주민등록증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출입증을 발급 받았습니다. 출입증은 반대쪽 말 바위 쉼터에서 반납하면 됩니다. 이제 청와대 뒤쪽 서울성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서울성곽 북쪽 문인 숙정문까지는 대략 3.5km. 북악산(백악산)을 넘어 다시 본격 산행을 해야 합니다. 창의문 쉼터에서 해발 342m 북악산 정상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입니다. 성곽 안쪽으로 난 길은 대부 분이 계단입니다. 서울시내와 남쪽 관악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북악산 정상까지는 20분 이상이 걸립 니다. 성곽을 올라가며 북쪽을 바라보면 북한산을 감상할 수 있죠. 오후 3시30분 백악산 정상. 서울시내 세종로 거리와 남산, 그리고 멀리 관악산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뒤로 북한산 능선도 눈 에 들어옵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숙정문으로 가는 길은 주로 내리막길로 힘들 지 않습니다. 동쪽으로 성곽을 따라 400여m를 더 가면 해발 298m 청운대가 나옵니다. 여기서는 경복궁을 볼 수 있습니다. 복원 공사 중인 광화문도 보이죠. 청운대를 지나면 성곽 북쪽 밖으로 한번 나갔다 다시 들어오도록 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성곽으 로 다시 들어와 걸으면 곡장. 여기서 숙정문까지는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입니다. 오후 4시30분. 서울성곽 북쪽 문인 숙정문에 도착했습니다. 4대문 중 3번재 맞이한 문입니다. 중간 에 곡장에서 요기를 하느라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숙정문은 다른 대문과 달리 원래 사람들의 출입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에는 닫아두 었다고 합니다. 비상시에 개방한 것이죠. 또 가뭄이 심할 때는 숙정문을 열어두었다고 합니다. 대신 남쪽 숭례문은 닫았다고 합니다. 다시 길을 가야죠. 계속 서울성곽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숙정문 안쪽 길을 따라 내려가야 합니다. 조금만 내려가면 말 바위 쉼터가 나옵니다. 여기서 출입증을 반납해야 합니다. 말바위 쉼터를 나와 성곽을 따라가다 보면 성곽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계단이 나옵니다. 여기서 성 곽을 따라 계속 진진하면 삼청공원 방향. 서울성곽을 계속 타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러면 버스정류장 가는 길 표시판이 보이고 성곽을 오른 쪽에 두고 그 길을 따라가면 와룡공원이 나옵니다. 오후 5시. 와룡공원. 성곽은 계속 이어집니다. 내려가면 서울과학고 뒤쪽을 지나 혜화동로터리에서 성북동으로 가는 큰 길이 나옵니다. 성북동길이죠. 여기서 성곽은 끊어집니다. 길을 건너야 합니다. 그럼 경신고등학교 뒷길이 나옵니다. 이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서울 4소문 의 하나인 혜화문이 나옵니다. 오후 5시25분. 혜화문을 지나면 큰 길이 나옵니다. 혜화동로터리에서 미아리 방향으로 가는 길이죠. 횡단보도는 없습니다. 왼쪽으로 틀어 미아리 방향으로 가다 지하철 한성대입구역을 들어가 반대 방향으로 나와 다시 혜화동로터리 쪽으로 가야 합니다. 오후 5시 30분. 다시 서울성곽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성곽 어느쪽으로도 길은 없습니다. 로터리 방 향으로 조금 더 걸어갔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입구가 나옵니다. 그쪽으로 들어갔습니다. 가톨릭대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오른쪽 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조그만 대문이 나옵니다. 대문 안쪽에 성곽이 보입니다. 하지만 '외부인 출 입금지' 그래도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성곽을 따라 다시 남쪽으로 걸었습니다. 가톨릭대 캠퍼스 안이죠. 10분 정도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담이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밖은 낙산공원으로 성곽이 이 어지는 곳입니다. 오후 5시 48분. 양력 2월의 해는 이미 기울고 있었습니다. 유혹을 느꼈지만 되돌아 나왔습니다. 가톨릭대를 거쳐 옛 소신학교 터를 지나 혜화동로터리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대학로를 따라가다 오른쪽 낙산공원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6시17분. 가톨릭대 담 옆 낙산공원 입구. 담이 없으면 몇 걸음이면 될 걸 30분 가량을 돌아왔 습니다. 낙산공원 위로 올라갔습니다. 성곽은 계속 이어집니다. 공원 위에 올라서니 저녁노을에 빨갛게 물든 남산이 보였습니다. 서울 도심 큰 건물에선 불빛이 새 나오고 있었습니다. 공원을 지나면 다시 내리막길. 성곽을 따라 한참을 내려오면 이대 동대문병원이 나옵니다. 뒤쪽 문 으로 들어가 정문으로 나오니 서울성곽 동쪽 문인 흥인지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후 6시 35분. 숭례문을 출발한 지 5시간 30분 만에 마침내 서울 4대문을 모두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성곽은 다시 끊어집니다. 어디서 연결되는지 기자는 알 수 없습니다. 궁금했지만 다음 기회 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엔 아침 일찍 출발해 서울성곽 18.2km를 완주할 계획입니다. PS1. 처음 올린 제목 '반나절...'을 '한나절...'로 바꿉니다. 제가 잘 몰랐던 부분이었습니다. PS2. 제가 '행촌동에서 길이 끊겼다'고 했는데 그곳 주민께서 실제는 큰 은행나무가 있는 쪽에 조그 만 길이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사직터널 안으로 가지 않아도 쉽게 '역사탐방길'로 직행할 수 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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