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버섯] 숲에 버섯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숲에 버섯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버섯’의 우리말 뿌리(어근)를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답답하기 그지없다. 동식물 이름치고 그렇지 않은 것이 없으니…. 아무튼 찌들게도 못 먹어 낯바닥에 까슬까슬한 석이(石耳)버섯처럼 더덕더덕 달라붙었던 마른버짐(건선·乾癬), 그것을 ‘건버섯’이라고도 했으니 그 또한 버섯임에 틀림없다.
허나 늙어 생기는 ‘저승버섯’은 성질이 다르다. 어쨌거나 “괜스레 침 뱉으면 마른버짐 생긴다”고 어머니가 언제나 타일렀다. “아야, 제발 남한테 침 뱉지 말아라이….” 길섶 후미진 곳에 여태 없던 버섯들이 별안간 떼거리로 우후죽순처럼 움 솟아 버섯밭을 이룬다.
가까이 다가가 눈여겨 들여다보면 아연(俄然) 그 매력에 홀딱 반해 아연(啞然)할 따름이다. 와아, 어쩌면 저 예쁜 버섯이 저렇게도…. 현란한 색깔에 올망졸망 흩뿌려져 있는 것이 ‘숲의 요정’이란 말이 딱 맞다. 모름지기 오래 머물지 않고 한나절 있다가 사라져버리니 그래서 더더욱 아름다운 건지 모른다.
어쨌거나 버섯은 동물도 식물도 아니다. 생물을 모아놓고 끼리끼리 묶어보면 동물, 식물, 균류(菌類), 세균을 포함하는 단세포생물로 나뉘는데, 의당 버섯은 균류(곰팡이)에 든다. 뭉뚱그려 말하면 버섯이 곰팡이고 곰팡이가 버섯이다.
소나무 아래 군락을 이룬 송이버섯▶ 낯짝의 버짐, 발가락 사이의 무좀, 이불이나 책갈피에 피는 곰팡이나 가을송이가 다 한통속이라는 말이다. 참, 송이 나는 터는 자식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지. 그리고 그 놈의 송이가 얼마나 남자의 그것(생식기)을 닮았기에 “뭣도 모르고 송이 따러 간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알다시피 생태계는 생산자(녹색식물)와 소비자(동물), 분해자 셋이 서로 어우러져 있다. 여기서 분해자는 곰팡이와 세균들로, 그것들은 썩힘(부패)을 담당한다. 썩어 문드러지는 것은 진정 좋은 것! 인간이 쏟아내는 똥오줌이나 죽은 시체가 온통 썩지 않고 길바닥에 흐드러지게 널려 나뒹군다면 어쩔 뻔했나? 배설물이나 주검을 치우는 것은 주로 세균의 몫이고, 버섯은 산야의 죽은 풀이나 나무둥치를 썩정이로 삭인다. 하여 버섯을 ‘숲의 청소부’라 일컫는다. 고맙다 곰아, 균아. 부탁한다, 내 죽으면 잘 썩혀다오! 알겠지?
버섯 홀씨(포자)는 어둡고 눅눅한 곳에서 싹을 틔운다. 홀씨에서 가느다란 실이 뻗어나니 이를 팡이실(균사·菌絲)이라 하고, 균사가 접합(接合)하여 덩어리를 지워 겉흙을 밀고 올라오니 이것이 버섯이다. 때문에 버섯을 먹는다는 것은 곧 균사를 먹는 것이요, 결국 곰팡이를 먹는 셈이다. 그 좋은 송이, 영지가 곰팡이였다고?
“못 먹는 버섯은 삼월부터 난다”고, 독버섯이 되레 일찍부터 온 사방 나댄다. 산에 갔다가 버섯(mushroom)을 따다 끓여먹고(열에 독이 파괴되지 않음) 곤혹을 치른다.‘선무당 사람 잡고 반풍수 집안 망한다’고 반식자우환(半識字憂患)이다. 좀 안다고 뽐내다가 변을 당한다. 독버섯에 든 무스카린(muscarine), 무시몰(mucimol)의 독성분이 신경계는 물론이고 간이나 콩팥까지 망가뜨려 놓는다.
호오(好惡)를 떠나서 버섯은 지구 생태계에서 분해자의 몫을 톡톡히 한다. 지구에 사람은 없어도 아무 탈이 없지만(아니, 없음이 되레 좋음) 버섯이 없으면 큰일 난다. 실로 독버섯만도 못한 머저리들이 꼴사납게도 지구의 주인인 양 까불고 설친다. 나와 너 말이다. 나는 ‘어머니 지구’를 위해 뭘 했는가?
글 : 권오길 (강원대학교 명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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