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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문화재 조사했더니..비밀 숨어 있었네(종합)

바래미나 2020. 9. 29. 13:35

빛으로 문화재 조사했더니..비밀 숨어 있었네(종합)

임동근 입력 2020.09.29. 12:13

 

 

장식용인줄 알았던 기마인물형토기는 주전자..계영배는 사이펀 원리 이용
국립중앙박물관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특별전

국보 제91호 기마인물형토기 컴퓨터 단층촬영(CT)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국보 제91호 '기마인물형토기'는 6세기 신라인의 의복과 말갖춤 등을 정교하게 표현하고 있다. 겉모습만 보면 장식용 조각 같다. 하지만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 이 토기는 약 240㏄의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주전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각상 인물 뒤에 액체를 따라 넣을 수 있는 깔때기 모양의 구멍이 있고, 말 가슴에는 액체를 따라낼 수 있는 대롱이 달려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첨단과학으로 문화재의 숨겨진 비밀을 다루는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특별전을 11월 15일까지 상설전시관에서 진행한다고 29일 밝혔다.

특별전은 원래 8월 개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박물관이 휴관하면서 그동안 일부 영상자료만 박물관 누리집에 공개해왔다.

이번 전시는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X선 등 다양한 빛을 통해 우리 문화재를 탐구하면서 밝혀진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앵무조개로 만든 잔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별전은 제1부 '보이는 빛, 문화재의 색이 되다', 제2부 '보이지 않는 빛,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제3부 '빛, 문화재를 진찰하다'로 구성된다. 국가지정문화재 10점을 비롯해 삼국시대 금귀걸이,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총 57건 67점이 전시된다.

제1부에서는 현미경 등을 이용해 문화재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진 청동거울을 비롯해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리구슬',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 나온 '유리로 만든 잔'과 '앵무조개로 만든 잔', 비단벌레로 만든 경주 금관총 출토 '금동 말안장 가리개', 전복껍질을 두께 0.3㎜로 가공해 장식한 '고려나전향상'(향을 담은 상자), 오방색 활옷, 국보 제89호 금제 허리띠 고리 등 우리 전통의 빛과 색을 만날 수 있다.

경주 안압지 출토 목간과 적외선 이미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2부에서는 적외선, 자외선, X선으로 조사한 문화재를 보여준다. 박물관에 따르면 경주 안압지 출토 항아리와 함께 발견된 목간을 적외선으로 촬영하자 '加火魚'(가화어)란 글씨가 나타났는데, 이를 통해 젓갈 재료로 가오리가 사용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부여 쌍북리에서 발견된 백제 시대 목간에는 구구단이, 김해 봉황동에서 출토된 통일신라 시대 목간에는 논어의 공야장이 기록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X선은 문화재의 내부 구조나 상태, 성분 등을 파악하는 데 이용된다. 기마인물형토기는 바로 X선을 이용하는 컴퓨터 단층촬영으로 내부 구조를 확인한 경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런 방식으로 국보 제95호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금강산모양 연적'과 '계영배' 등의 내부 구조도 알아냈다.

특히 과도한 음주를 경계하라는 뜻에서 만든 계영배(戒盈杯)는 관형과 종형 두 가지가 있는데, 계영배에 술이 가득 차지 않는 이유가 사이펀(siphon)의 원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원리는 기압 차와 중력에 의해 높은 곳의 물이 연결된 관을 통해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계영배는 어느 정도 술이 차면 아래로 빠져나갈 수 있게 제작된 것이다.

백자 양각 쌍학무늬 계영배 및 CT 이미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3부는 여러 빛을 이용해 문화재의 보존 상태를 점검하고 진단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적외선 촬영으로 우차(牛車) 2대와 개마무사(고구려 기병), 남녀 인물 30여명을 찾아낸 고구려 쌍영총 고분의 벽화편 및 적외선 이미지가 전시됐고, 밑그림과 사용 안료가 확인된 '경복궁 교태전 부벽화(종이에 그린 그림)' 2점도 볼 수 있다. 이 부벽화는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다. 이곳에선 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가 다양한 빛을 이용해 실제 유물을 조사하는 영상도 볼 수 있다.

쌍영총 적외선 이미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마지막에서는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과 보물 제331호 금동반가사유상 등 불상 7점을 감상할 수 있다. 컴퓨터 단층촬영, X선 조사, 성분 조사로 밝혀진 불상의 제작 방법, 내부 구조와 상태 등을 엿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유혜선 보존과학부장은 이날 언론공개회에서 "이번 전시는 그동안 빛을 이용해 문화재를 탐구한 성과물과 중앙박물관 보존과학자들이 문화재를 진단한 일련의 과정을 함께 보여주는 전시"라며 "고고미술품이나 역사를 주로 다뤘던 기존 중앙박물관 전시와 달리 문화재를 아주 색다르게 만날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특별전 전시장 내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 기간 중 특별전 도록과 기획 상품을 증정하는 '특별전 빛의 과학전 보존처리 기록카드 인증샷 이벤트'와 '게시물 공유 이벤트'를 진행한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www.museum.go.kr) 또는 인스타그램 참조.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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