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전사한
남편의 시신과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는 여인
가장
아름다운 밤 (The Most Beautiful
Night)
며칠
전에 저는 무심코 신문기사를 읽다가 사진 한 장을 보고
그만
목에 메이며 가슴 뭉클함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2005년
8월 21일, 이라크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미
해병대 제임스 캐시(James Cathey) 소위가 임무 수행 중 전사,
그의
아내인 캐서린 캐시(Katherine Cathey)가 남편의 장례식 전날 밤,
남편의
시신이 잠든 관 옆에서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기를 원해서
남편이
생전에 좋아했던 노래 을 노트북을 열어 틀어놓은 채
임신
5개월 된 아들과 함께 관과 나란히 누워 엎드려
잠이든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여러분,
가슴이 찡하지 않습니까?
이
사진은 2006년 퓰리처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시신
옆에는 예복차림에 부동자세로 서 있는 해병대원이
관을
지키며 서 있습니다.
그의
아내는 비록 남편이 시신일지라도
차가운
땅속에 묻히기 전날
마지막
밤을 여느 때처럼 같이 보내고 싶어서
매트리스와
이불을 펴고
만삭의
몸으로 남편의 베개를 곁에 두고 누워있습니다.
엎드려 잠든 젊은
아내의 가슴이 저릴 만큼 애틋한 사랑이
일상생활에 지친 저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이를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예복차림의 해병대원을
부동자세로 관 옆에 세워
정중하게 경의를 표하는 미국정부의 배려와
최후의 밤을 남편과 같이 보내고 싶어하는
젊은 아내의 마음이
감동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이 여인은 마치
남편이 바로 옆에 누워 있는 듯이
함께 지냈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누다 잠이
들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 여인은
꿈속에서 남편과 곧 태어날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는 아름답고 소박한 모습으로
만났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편지의 제목을 <마지막 밤>이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밤>으로
정했습니다.
조국을 위해 전사한 젊은이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의 예우를 하고 있는
미국정부와
그 옆에서 마지막 밤을 같이
보내고 있는
아내의 사진 한 장이 가슴
뭉클하게 만듭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군인들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보내는 사회,
단 하루를 살아도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날이 머지않은
장래에 오겠지요?
아내로서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는
더욱 숙연하게
만듭니다.
나무상자가
너무 차갑지 않으세요?
오리털
담요를 유난히도 좋아했던 당신,
딱딱한
그곳에 눕게 해서 미안해요
모랫길에
아팠던 눈,
나라를
위해 총을 메었던 어깨,
이제
당신은 차가운 시신으로 제 곁에 돌아오셨군요.
밤과
낮 뜨거웠던 사막
어제와
오늘 조국 위한 일념 하나로
살아왔던
당신
이제
비록 시신으로 돌아왔지만
당신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
가정은 안전하고 나의 조국은 굳건히 설 수 있습니다.
밤새워
우리의 사랑을 노래하고 싶어요.
당신의
숨결을 듣고 싶어요.
당신의
영혼이 나를 감싸고 있어요.
숨이
멈출 때까지 당신을 곁에 두고 싶어요.
아무도
당신을 데려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그건 내 욕심이겠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만 생각하나 봐요.
천사들이
안내하는 그 동산으로 먼저 가세요.
기다림에
지친다며 눈물 흘리지 말고
제가
보일 때까지 사과나무를 심어 주세요.
당신이
누워있는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네요.
이
비가 이대로 강물이 되어 당신을 데려가려나 봐요.
행여나
바람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기도드릴게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슬픈
미소 보이지
않을게요
지금
이 순간 저와 여러분이 이 자리에 서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주어야 할까요?
오늘
이 모습 이대로는 안 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후손들에게
지금보다 더 살기좋은 나라,
건강한
나라를 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생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실천에 옮기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생도시절
저의 졸업 앨범 한켠에 남겨두었던
프로필
마지막 구절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이 아침입니다.
“너(海士)와의
만남을 통해
나는
나의 삶을 그냥 그렇게 그럭저럭 살아서는
아니됨을
깨달았다.
나는
나의 삶을 그냥 그렇게 그럭저럭 살아가지는 않으리라!”
/
월간조선 <필자소개>
해군중령
조덕현 :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장 겸 군사전략학교수 / 해군사관학교(공학사),
고려대학교
사학과(문학사), / 미국 해군사관학교 교환교수(2007. 7~2009. 7)
"퓨리쳐상"
받은 사진중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