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수면 위 30m서 동해 훑는다.. 북·중·러 잠수함 잡는 P-3C
박용한 입력 2019.12.31. 05:02 수정 2019.12.31.
'해발 30m' 아찔한 저공비행에도 24년 무사고 기록중
P-3C는 대(對)잠수함전뿐 아니라 대수상함전·기뢰부설·조기경보 임무 등을 수행한다. 물론 핵심은 대잠수함 탐지능력이다. 육상 레이더기지와 해군 초계함·구축함도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작전현장에서 레이더를 조사하고, 육안으로 정찰하는 초계기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 물속에 있는 음탐(음파탐지)부표가 잠수함을 포착할 확률은 1%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중국·러시아 등 각국 잠수함이 암약하는 동해 상에서 P-3C 역할은 절대적이다.
독도 실종자 수색에 P-3C도 동원
‘조국의 바다를 하늘에서 지킨다.’ P-3C에 올라타자 탑승구 옆에 새겨진 슬로건이 눈에 들어온다. P-3C 임무 요원들의 결기가 전해지는 듯했다. 해군이 보유한 해상초계기는 2011년 추가 도입한 P-3CK 8기를 포함, 총 16대. 북한 잠수함 세력을 효과적으로 탐지하자면 적어도 32대는 있어야 한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얘기다.
P-3C는 독도 방향으로 기수를 잡았다. 실종자 수색에 나서기 위해서다. 10월 31일 소방헬기가 독도에서 응급환자를 태워 이송하던 중 인근 해상에 추락했다. 소방대원 2명과 민간인 1명이 실종 상태였다. 더구나 이날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해경과 해군 함정이 수색에 나서지 못했다. 매일 독도 주변을 배회하던 일본 순시선도 이날만큼은 출항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륙한 지 40여 분 만에 독도가 시야에 들어왔다. “어망부이(그물 위치를 표시한 해상부표) 보인다” “그 옆에는 뭐지?” 이날 임무지휘관을 맡은 전술통제관 임은정 소령은 관측 모니터에 잡히는 물체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확인했다. P-3C는 레이더(ISAR)와 적외선장비(IRDS) 등 비(非)음향 탐지장비를 갖춰 주·야간 언제든 수십㎞ 거리의 표적까지 포착한다. 그러나 이날 한 시간가량 이뤄진 수색에서 실종자의 흔적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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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별 표적 용납 못 해”
쉴 틈이 없다. 임 소령은 6시간 동안 자리 한 번 비우지 않고 모니터를 확인하고, 기록하고, 토의했다. 그는 “항공기 작전 범위에서 미식별 표적이 발생하는 건 용납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모든 표적을 시야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이때 북한 화물선을 발견했다. 우리 측 관할 해역 경계선에 근접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항법통신관이 ‘경계선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내용으로 무선통신을 보냈다. 북한 선박에서는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원 고성군 상공에 접근했다. 왼쪽엔 설악산, 오른쪽으론 금강산 자락이 펼쳐졌다. 창밖을 내려보니 NLL 인근에서 초계함과 구축함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보다 멀리에선 이지스함도 보였다. 이지스함은 미사일 탐지 및 방어임무에 특화돼 있다.
오후 5시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했다. 먼바다 끝에서부터 노을이 내려앉았다. 조종석 내부는 계기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만 반짝였다. P-3C는 오후 6시 복귀를 시작해 50분 뒤 포항 기지로 돌아왔다. 국방 최일선의 하루는 이렇게 저물었다. 임 소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 맡은 임무를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이들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 P-3C 해상초계기 주요 제원
●크기 : 기장 35m, 기폭 30m, 높이 10m
●엔진 : 터보프롭 엔진 4기(최대속도 750㎞/h, 해상초계 시 380㎞/h)
●무장 : 하푼 대함미사일, 청상어 어뢰, 대잠폭탄(MK82)
●탐지장비 : 음탐부표, 표적탐지레이더(ISAR), 전자광학·적외선 장비용 터렛 등
●체공시간 : 최대 무장 시 9시간, 해상초계 시 11시간
●탑승인원 : 조종사, 전술통제관, 기관·음향 조작사 등 10여 명(최대 21명)
●운용대수 : P-3C 8기(1995년 도입), P-3CK 8기(2011년 도입)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글 박용한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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