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1970년대까지만 해도 MiG-21을 비롯한 소련제 전투기들은 실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서방 전투기에 비해 성능이 앞섰던 것은 아니었고 누구보다 소련 군부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향후 등장할 미국의 전투기들과 능히 맞설 수 있는 차세대 전투기가 절실히 요구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에 따라 탄생한 Su-27이 1985년부터 일선에 배치되면서 소련도 제4세대 전투기 시대를 개막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Su-27 최초 물량은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다. 1980년대 초에 이스라엘에 공급된 F-15가 대단한 활약을 펼치자 조급해진 소련이 예정했던 공대지 작전 능력 등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일단 배치부터 한 것이었다. 덕분에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순수 제공전투기로 개발된 F-15처럼 공교롭게도 Su-27도 공중 우세 작전에만 투입될 수 있었다.
때문에 Su-27은 배치 직후부터 업그레이드가 함께 진행되었다. 이처럼 운용과 개량을 병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부터 크기가 넉넉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이었다. 여담으로 소련제 전투기들은 지상으로부터의 관제에 따라 운용되는 방식이어서 전통적으로 기체가 작았고 이는 성능 확장에 나섰을 때 많은 제약이 되었다. 대신 기동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BVR이 대세가 되면서 근접전을 펼칠 가능성은 축소되었다.
Su-27의 성능은 만족스러웠지만 보조연료탱크를 사용하지 않아 소련방공군에게 항속거리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에 공중급유가 가능하도록 개량에 들어갔는데, 수호이(Sukhoi) 설계국은 작전 거리를 늘리는 김에 추가 장비를 탑재해서 MiG-31처럼 소규모 공중지휘 임무까지 부여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1986년 복좌 훈련기인 Su-27UB를 기반으로 개발이 시작되어 1989년 초도 비행에 성공한 장거리 요격 및 지휘기가 Su-27PU다.
하지만 시험 결과 공중지휘 임무를 수행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아 생산을 종료시키고 5기의 시제기는 Su-30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부여받고 훈련기로 전환했다. 그렇게 사라질 것 같았던 Su-30은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말미암아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선 수호이가 적극적으로 대외판매에 나서면서 극적으로 부활했다. 수호이는 미완으로 끝난 Su-30를 기반으로 다목적 전투기 개발에 나섰다.
냉전의 붕괴로 군축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전처럼 단일 목적 작전기를 운용할 수 없었던 데다가 F-15를 기반으로 제작된 F-15E가 걸프전에서 대지 공격에 탁월한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F-15와 Su-27은 뛰어난 비행 성능과 커다란 기체를 발판으로 변신을 거쳐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그래서 Su-30을 흔히 러시아의 F-15E라고 부르기도 하고 실제로 같은 임무를 수행 중이다.
1992년 제작을 완료한 수호이는 대대적으로 해외 세일즈에 나섰는데 그중에는 FX 1차 사업을 진행 중이던 우리나라도 있었다. 현재 Su-30은 러시아 공군과 해군도 운용 중이지만 경쟁 기종보다 저렴한 가격을 발판으로 10여 개국에 수출되면서 해외에서 더 유명한 전투기가 되었다. 그중 2018년 현재 인도가 240기, 중국이 100기를 운용 중이고 앞으로도 도입량을 더 늘려갈 예정으로 알려진다.
특징
카나드가 장착된 모델도 있지만 Su-30은 전고가 약간 높아진 것을 제외하면 외관상으로 Su-27와 그다지 차이가 없다.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되었고 플라이바이와이어 같은 시스템을 갖추어 푸카체프, 테일슬라이딩 같은 고난도 기동도 가능하다. 최근의 공중전은 BVR로 벌어지므로 이런 기동이 크게 의미가 없으나 만일 근접전 상황이나 공격을 회피해야하는 경우라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는 있다.
운용 현황
Su-30은 계속 생산 중으로 현재까지 630기정도 제작되었다. 처음부터 대량 생산이 예정되었던 F-35를 제외하면 1990년대 이후 제식화 된 전술기들의 제작량이 그다지 많지 않으므로 Su-30도 베스트셀러라 할 수 있다. 실제로 420기가 제작된 라이벌 F-15E 보다 많이 생산되었고 더 많은 나라에 수출도 이루어졌다. 물론 이것이 성능의 우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좋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러시아군이 시리아 내전에 참전하면서 처음 실전에 투입되었다. 총 16기의 Su-30SM이 시리아 흐메이밈 기지에 배치되어 다목적기답게 폭격에 나선 Su-24 공격기, Tu-160 폭격기의 호위 임무뿐 아니라 직접 지상 목표물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러시아는 계획보다 3~4배의 전과를 올렸다고 주장했지만 확인된 것은 없고 2018년 5월 3일, 1기가 이륙 직후 추락해 기체가 손실되고 두 명의 승무원이 사망했다.
변형 및 파생형
Su-30(Su-27UP) : Su-27UB 훈련기를 기반으로 한 장거리 전투기
Su-30K : Su-30 수출형
Su-30KN : 기존 Su-27UB, Su-30, Su-30K 업그레이드 제안형
Su-30M : 양산형 다목적기
Su-30MKR : Su-30MK 정찰형
Su-30MKI : Su-30MK 인도 면허생산형
Su-30MKT : Su-30MK 태국 제안형
Su-30MKL : Su-30MK 리비아 제안형
Su-30MKV : Su-30MK 베네수엘라 수출형
Su-30MK2V : Su-30MK 베트남 수출형
Su-30MKK : Su-30MK 중국 수출형
Su-30MK3 : Su-30MK2 개량형
Su-30SM : Su-30MKI, Su-30MKM을 기반으로 한 러시아 국내용
Su-30SME : Su-30SM 수출형
Su-30M2 : 장비와 엔진 Su-27SM3와 공통화 한 러시아 국내용
제원 Su-30MK2
- 형식 : 쌍발 터보팬 장거리 다목적 전투기
- 전폭 : 14.7m
- 전장 : 21.935m
- 전고 : 6.36m
- 주익면적 : 62.04㎡
- 최대이륙중량 : 34,500kg
- 엔진 : 새턴 AL-31FL 터보팬(27,560파운드) × 2
- 최고속도 : 마하 2(2,120 km/h)
- 실용상승한도 : 17,300m
- 최대항속거리 : 3,000km
- 무장 : GSh-30-1 30mm 기관포 × 1
R-27ER1 / R-27ET1 / R-73E / RVV-AE 공대공미사일
Kh-31P/ Kh-31A 대레이더미사일
Kh-29T/L 레이저유도식 공대지미사일
Kh-59ME 공대함미사일
하드포인트 12개소에 각종 범용 / 레이저 유도폭탄 8,000kg 탑재
- 항전장비 : N011M AESA 레이더
OEPS-27 타게팅 시스템
SPO-15 RWR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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