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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90급 고속상륙정

바래미나 2019. 2. 8. 18:01

CB90급 고속상륙정
피오르 해안의 거친 환경이 탄생시킨 독특한 상륙정

        
          
                       스웨덴 해군의 독특한 작전개념이 탄생시킨 CB90급 고속상륙정 <출처 : www.dockstavarvet.se>

개발 과정

영세 중립 외교노선을 채택하고 있는 스웨덴의 해안선은 거대한 빙하가 이동하면서 만든 피오르(fjord) 지형을 가지고 있다. 스웨덴은 타국을 무력으로 먼저 침범하지 않지만 반대로 침공을 받을 경우에는 충분한 무력으로 방어한다는 무장중립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복잡한 피오르 해안을 가진 스웨덴은 북쪽과 서쪽은 NATO 회원국인 노르웨이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동쪽으로는 러시아 해군의 발틱 함대를 마주하고 있어 냉전 시대부터 특수부대의 은밀한 침투나 기습적인 상륙작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였다. 피오르 해안은 구불구불 복잡한 해안선과 암초를 가지고 있고 방어하는 측에 불리한 지형조건이다.

             
                                         CB90급에 앞서 스웨덴 해군에서 사용한 Tpbs 200급 <출처 : http://cmano-db.com>
이러한 피오르 해안의 방어임무는 스웨덴 해군의 제1해병연대(1st Marine Regiment)에서 맡고 있다. 스웨덴 해병대는 예전에 해안포병(Coastal Artillery)으로 불렸고 냉전 이후 군사적인 여건이 변하면서 2000년에 해병대로 개편하였다. 스웨덴 해군은 대형 수상전투함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잠수함, 초계함, 경비함과 같은 방어적인 전력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인구가 적고 방어해야 하는 피오르 해안이 너무 긴 스웨덴은 모든 해안에 방어병력을 배치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유사시 피오르 해안으로 적이 상륙할 경우 신속하게 출동하여 대응한다는 작전계획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암초가 많은 피오르 해안에서는 고속으로 항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조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스웨덴 해군은 대규모의 고속상륙정(fast assault craft)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상륙정으로 해병대원이 이동하겠지만 스웨덴의 경우에는 이러한 지형조건을 고려하여 독특한 방식으로 병력을 투입한다고 할 수 있다. 수륙양용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미 해병대의 AAV-7 상륙돌격장갑차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CB90급 고속상륙정을 사용하여 상륙하는 스웨덴 해병대 <출처 : www.dockstavarvet.se>
               


스웨덴 해군이 보유한 대표적인 고속상륙정이 바로 CB90급이다. CB는 combat boat, 90은 도입한 연도를 의미하며 노후 Tpbs 200급을 교체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CB90급은 유사시 1개 소대의 절반에 해당하는 21명의 무장병력을 태우고 30 노트(knot)로 순항할 수 있다. 스웨덴 해군이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는 CB90급 고속상륙정은 평상시에 피오르 해안을 순찰하는 방어임무에 사용하며, 유사시에는 해병대원을 투입하는 공격임무에 사용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 특수작전을 지원하기도 하고 감시정찰, 정보수집에도 사용할 수 있다.
              
                                                    CB90급은 고속침투, 기뢰부설, 해양경비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출처 : Arco Ardon at wikimedia.org>
일반적으로 해안선을 순찰하는 경비정은 어선의 선체를 이용하여 건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무장병력을 신속하게 투입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CB90급은 고속 모터보트(motor boat) 선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물(bow)의 곡선이 매우 날렵하다. 이러한 선체를 가진 CB90급은 목표 해안으로 그대로 돌격하여 램프(ramp)를 내리고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 가볍고 튼튼하며 날렵한 선체를 가진 CB90급은 디젤 엔진(Diesel engine)으로 작동하는 워터 제트(water jet)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유물이나 장애물을 피해서 신속한 기동이 가능하다.
                 
                                         태평양 전쟁에서 UDT 부대의 작전을 지원한 미 해군의 어뢰정(PT) <출처 : 미 해군>
이렇게 고속정을 사용하여 병력을 투입하는 방법은 매우 독특하지만 사실 스웨덴 해군이 처음 고안한 것은 아니다. 2차 대전 당시 미 해군이 UDT 대원을 투입할 때 필요에 따라 어뢰정(PT)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 당시에도 메콩 삼각주(Mekong Delta) 지역을 순찰하는 미 해군은 경비함(PCF, PBR)을 사용하여 특수부대를 투입하기도 하였다.
                
                                            미 해군의 대형 수송함을 출발하는 미 해군의 리버라인급 고속정 <출처 : 미 해군>
신속하게 병력을 투입하기 위해 이물에 램프를 설치한 CB90급은 매우 독특하고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에 수출시장에서 인기가 많다. 현재 스웨덴 해군을 비롯하여 노르웨이 해군, 멕시코 해군, 말레이시아 해군, 그리스 해양경찰, 미 해군에서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스웨덴 해군의 주요 상륙전 전력인 CB90급 <출처 : Saftgurka at wikimedia.org>


특징


선체

              
                 CB90 H 고속상륙정은 선체 공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출처 : www.dockstavarvet.se>
CB90급은 여러 가지 다양한 조건에서 항해할 수 있도록 가볍고 튼튼한 알루미늄(aluminium) 선체로 제작되었다. 만재배수량 19톤에 불과한 CB90급은 고속정에 많이 사용되는 활주정(滑走艇) 선체를 가지고 있으며 건현(乾舷)이 높다.
                    
                                                         CB90급 고속상륙정 내부의 배치도 <출처 : www.dockstavarvet.se>


선체의 내부에는 앞에서부터 상륙용 램프, 통로, 조타실, 선실, 기관실이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다. 흔들림이 가장 적은 선체의 중간 부분에는 병력이 탑승하는 선실이 있다. 선실에는 외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관측창이 있으며 18명의 해병대원이 탑승한다. 해병대원은 조타실 아래에서 이물까지 일직선으로 설치된 통로를 거쳐 목표 지점에 상륙한다. 선실에는 2.8톤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고, 각종 통신장비를 설치하여 이동지휘소로 이용할 수 있다. 한편 필요시에는 의료장비를 설치하여 의무후송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CB90급에는 정장, 조타사, 기관사 등 3명의 승조원이 탑승한다.
               
CB90급 선실 내부에 설치한 구급장비 <출처 : www.dockstavarvet.se>
기관
                 
목표 해안으로 돌격하는 CB90급 <출처 : www.soldf.com>


CB90급의 조타실 모습. 선수 방향으로 설치된 이동 통로가 보인다. <출처 : www.dockstavarvet.se>
CB90급은 2대의 사브-스카니아(Saab-Scania) DSI 14 디젤 엔진(출력 675 마력)이 기관실에 탑재하며, 소형 고속정으로 상당한 고성능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디젤 엔진은 워터 제트를 구동하며, 프로펠러가 없기 때문에 수심이 얕은 해역에서도 고속 기동이 가능하다. 선회할 때는 워터 제트 분사구(nozzle)의 방향을 움직이며, 제자리 선회도 가능하다.
            
CB90급은 얕은 해역에서도 항해가 가능하다. <출처 : Johan Fredriksson at wikimedia.org>
무장
           
선체에 방어용으로 설치된 12.7 mm 중기관총 <출처 : Shisha at wikimedia.org>
기본적으로 3정의 M2 12.7mm 기관총을 방어용으로 탑재한다. 1정은 조타실 뒤쪽에, 2정은 조타실 앞쪽에 고정식으로 설치한다. 기본 무장 이외에 필요에 따라 원격조조종식 포탑, Mk. 19 유탄발사기, RBS 17 함대함미사일 발사기를 탑재할 수 있다. CB90급의 조타실부터 고물(stern)까지 이어지는 갑판에는 기뢰 부설용 레일(rail)이 설치되어 있다. 레일에는 4발의 2.8톤급 기뢰 또는 6발의 폭뢰를 적재할 수 있다.
            
특수전을 지원하는 미 해군의 리버라인급은 중화기로 무장하고 있다. <출처 : 미 해군>

운용 현황
             
스웨덴 해병대의 발 노릇을 담당하는 CB90급 <출처 : Bluescan sv.wiki>
스웨덴 해군은 1988년 1월에 Stridsbåt 90H 2척(801, 802)을 개발용으로 발주하였다. 이후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시리즈(series) 1 12척(803~814), 시리즈 2 63척(815~877), 시리즈 2B 30척(878~907) 건조 계약을 체결하였다. Stridsbåt 90H는 1997년 중반까지 스웨덴 해군에 모두 인도되었다. 1996년 8월에는 시리즈 3 40척(908·947) 건조계약을 체결하여 2003년 10월까지 인도되었다. 시리즈 3 중에서 마지막 27척은 국제평화유지활동에 사용하기 위해 장갑판을 추가한 27척의 Stridsbåt 90HS가 포함되어 있다.
            
미 해군이 특수작전 지휘용으로 사용하는 리버라인급 고속정 <출처 : 미 해군>
스웨덴 해군은 2017년 7월에 시리즈 4에 해당하는 18척의 Stridsbåt 90HS 건조계약을 체결하였으며, 2018년 말부터 인수 중이다. 현재 스웨덴 해군은 Stridsbåt 90 H 106척, Stridsbåt 90 HS 27척을 보유하고 있다.
          
CB90급은 노르웨이 해군에서는 상륙전 지원용(좌)으로, 말레이시아 해군에서는 해양경비용(우)으로 사용되고 있다. <출처 : www.dockstavarvet.se>
노르웨이 해군은 1999년에 22척의 SB90 N을 도입하였다. 이밖에도 멕시코 해군(CB90 HMN 40척), 말레이시아 해군(CB90 RMN 17척), 그리스 해양경찰(CB90 HEX 3척)이 도입하였다. 미 해군은 특수전 지휘용(Riverine Command Boat)으로 8척을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멕시코 해군에서 해양경비용으로 사용하는 CB90 HEX <출처 : Stan Shebs at wikimedia.org>
           
그리스 해양경찰이 사용하는 CB90 HEX <출처 : www.dockstavarvet.se>


제원


함명 : CB90 H
함종 : 고속상륙정(LCPFM)
만재배수량 : 19톤
전장 : 15.9m
전폭 : 3.89m
흘수 : 0.8m
최대 속도 : 50kt
항해 거리 : 240nm/30kt
승조원 : 3명
탑승 병력 : 18명
주기관 : Saab-Scania DSI 14 디젤엔진 (675 마력) × 2, 워터 제트 × 2
무장 : 12.7 mm 기관총 × 3
레이더 : Sperry BridgeMaster 항해레이더


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