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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 [ 下 ]몰라서 신비롭게 여겼다

바래미나 2018. 11. 4.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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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 [ 下 ]


몰라서 신비롭게 여겼다


우연히 당대 소련의 1급 기밀을 고스란히 분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미국의 흥분은 대단했습니다.  곧바로 대규모 기술진들이 일본으로 건너 왔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철저하게 MiG-25를 조사했습니다.  소련의 반응은 거칠었고 혹시 MiG-25를 파괴시키기 위한 스페츠나츠의 침투를 저지하기 위해 상당 수준의 경호 태세가 가동되었습니다.


[ 착륙 후 가림 막을 설치하는 모습 ]


이처럼 긴박한 상황에서 MiG-25는 약 2개월에 걸쳐 완전히 빨개 벗겨 샅샅이 파헤쳐진 후 소련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냉전 시대에 이렇게 망명에 이용 된 군용기의 반환도 극히 이례적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알아낸 기술진들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당국에 제출 했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별 것 아니다.  단지 몰라서 두려워했던 것이다"였습니다. ( 관련글 참조 )


[ 몰라서 두려워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


특수 소재일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기체는 단순한 강철 합금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덕분에 내구성이 좋았고 싸게 제작할 수는 있었지만 너무 무거웠습니다.  강력한 투만스키 R-15 엔진 덕분에 고속 비행이 가능했으나 마하 3으로 지속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았고 엔진의 수명도 미국제의 1/10 정도에 불과해 야전에서 운용하는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 엔진은 대단히 강력했지만 수명이 극히 짧았습니다 ]


더불어 각종 전자 장비의 성능은 실망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일부에 구시대의 유물이라 할 수 있는 진공관이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고고도의 극저온에서 작동할 때 진공관이 트랜지스터보다 안정성이 좋아 일부러 장착한 것이었지만 어쨌든 이런 점들은 그동안 MiG-25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환상을 깨버렸습니다.


[ MiG-25 칵핏의 모습 ]


하지만 무엇보다 구조상 기동력과 선회력이 최악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점이 가장 큰 소득이었습니다.  오로지 소련 본토를 공격하는 미국의 폭격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고고도까지 빨리 치고 올라가 엄청난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능력만 보유했던 것이었습니다.  이후 중동에서 벌어진 여러 국지전을 통해 무기력한 모습이 확실히 입증되었습니다.


[ 폭격기 요격에 특화된 전투기였습니다 ]


그동안 MiG-25의 정확한 성능을 모르던 서방에서는 단지 일시적으로 노출된 최고 속도에 놀라 그 이상으로 두려워했던 것이었습니다.  사실 소련도 예상치 못한 이러한 민감한 반응이 이어지자 MiG-25를 더욱 비밀스럽게 운용했던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냉전시대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사례가 비즈니스 세계에도 흔합니다.


[ 이라크 전쟁 당시 파묻어 놓은 MiG-25
한마디로 전투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였습니다 ]


지난 2001년에 각종 매체에서 인터넷을 능가하는 엄청난 발명품이 등장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수백만 달러를 선뜻 투자했고 아마존은 어떤 제품인지 그리고 가격이 얼마인지 밝히지도 않고 판매 예약까지 받았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관심을 모으면서 등장한 제품이 바로 세그웨이입니다.


[ 출시 전부터 많은 이목을 끌은 세그웨이
하지만 무성했던 소문만큼 커다란 변화를 이끈 도구는 아니었습니다 ]


하지만 20여년 가까이 된 현재의 위상을 보면 그저 그런 상품일 뿐입니다.  오히려 2015년에 짝퉁 세그웨이를 만들던 중국의 나인봇에 인수되었을 정도였습니다.  경외의 대상으로 취급받던 MiG-25처럼 단지 신비주의로 주목을 끄는데 성공했을 뿐이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지만 마케팅 측면에서는 충분히 사용할 만한 기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august 의 軍史世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