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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 전천후 저고도 방공능력 확보의 출발점/95식 자주대공포 

바래미나 2018. 4. 11. 09:38

중국군 전천후 저고도 방공능력 확보의 출발점
95식 자주대공포

중국군사박물관에 전시된 95식 자주대공포 <출처: (cc) Max Smith at wikipedia.org>

개발의 역사

95식 자주대공포(Type 95 Self-Propelled Anti-Aircraft Artillery)는 구경 25mm 대공(對空) 기관포 4문을 궤도식 장갑차량에 탑재한 무기다. 95식 자주대공포의 개발과 설계는 중국의 대표적인 지상 장갑차량 개발 연구소이자 일명 202소(所)로도 불리는 서북기전공정연구소(西北机电工程研究所)가 맡았다.

중국 내부에서 구경 30mm 미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구경 23~25mm 정도의 자주대공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1970년대 중반에 처음 제기되었다. 중국은 이미 1960년대 초반에 구경 37mm급 자주대공포를 개발한 적이 있었다. 여기에 추가하여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전반에 걸쳐 구경 37mm급과 57mm급의 자주대공포의 신규 연구개발도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경 23~25mm급의 대공포를 탑재한 자주대공포도 추가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존재했다.

첫째, 애당초 중국을 비롯한 구 공산권 국가들은 항공기술이 우세한 미국을 상대로 제공권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보았다. 중국도 ‘하늘에서 부족한 전력을 지상에서 보충하자’는 사고방식을 바탕에 깔고 다양한 지상용 대공무기로 항공력 열세를 극복하려 했다. 다양한 자주대공포의 중복 개발은 구 공산권의 방공무기 개발 스타일상 그리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둘째, 1973년 중동에서 벌어진 ‘욤 키푸르 전쟁(Yom Kippur War)’에서 구경 23mm 대공포를 탑재한 ZSU-23-4 쉴카(Shilka) 자주대공포가 실전에서 인상적으로 활약한 것이 이 급의 자주대공포가 필요하다고 중국이 판단하게 된 보다 직접적인 이유가 되었다.

당시 소련이 제작한 ZSU-23-4 자주대공포는 이스라엘 항공기를 상대로 약 30%의 격추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대공미사일을 회피할 목적으로 저공으로 비행하는 항공기에게 ZSU-23-4 자주대공포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ZSU-23-4 자주대공포의 활약은 서방세계의 고정익기 및 헬기 운용 전술과 패턴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큰 파장을 불러왔다.

중국 95식 자주대공포 개발 초창기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던 소련의 ZSU-23-4 자주대공포. 중국은 ZSU-23-4 자주대공포의 성능을 높이 평가하고 구경 30mm 미만의 자주대공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지만, 직접적인 모방 대신에 독자 설계의 길을 걷게 된다.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vitalykuzmin.net>

이처럼 처음 개발의 출발점 중 하나가 ZSU-23-4 자주대공포였기 때문에, 중국은 구경 23mm급 자주대공포의 개발 타당성을 먼저 검토했다. 중국 당국의 검토 결과 ZSU-23-4 자주대공포의 빠른 발사속도와 상대적으로 많은 포탄 탑재량, 자동화된 사격 시스템은 두드러진 장점으로 평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ZSU-23-4 자주대공포에 탑재된 구경 23mm급 대공포로는 위력이 다소 약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따라 1970년대 말, 구경을 약간 더 키운 ‘25mm급 자주대공포의 자체 개발’이라는 방침이 정해졌다.

당시 중국에는 궤도식 차량에 탑재해서 운용할 만한 성능의 중국산 구경 25mm 기관포가 없었다. 결국 구경 25mm급의 기관포 개발(1987년에 개발 완료)과 구경 25mm 탑재 자주대공포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중국은 자주대공포 포탑을 설계하기 위해 소련의 ZSU-23-4 자주포 1대와 이탈리아의 SIDAM-25 자주대공포 1대를 입수하여 그 작동방식과 설계를 검토했다. ZSU-23-4는 구경 23mm의 4연장 대공포 포신이 포탑 정면 중앙에 집중된 방식이었다. 돌출된 대공포 포신을 제외한 대공포의 작동부는 포탑 내부에 수납되어 있었다. 이에 비해 SIDAM-25는 포탑의 좌우 양 측면 외부에 각각 2연장의 포신을 탑재한 방식이었다.

중국이 95식 자주대공포 설계에 참고한 이탈리아의 SIDAM-25 자주대공포 <출처: 이탈리아 육군>

중국이 25mm 자주대공포에 사용하려 했던 차체는 PDZ-31이었다. 이 차체의 폭은 ZSU-23-4 자주대공포의 차체보다 좁아서, ZSU-23-4 방식의 포탑 설계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중국은 SIDAM-25와 유사하게 포탑 좌우 측면에 2연장 포신을 탑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탐색 및 추적장치는 좀 더 난관이 많았다. 기술 확보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개발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당국의 개발 방향이 계속 바뀐 것도 약간의 혼란을 가져왔다. 처음에는 주간 운용만을 목표로 했지만, 악천후 운용과 야간 운용 능력이 개발 목표에 단계적으로 추가되었다.

중국이 개발에 참조한 소련의 ZSU-23-4 대공자주포는 흔히 ‘건 디시(Gun Dish)’로 불리는 RPK-2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었다. 이 레이더는 방향과 거리뿐만 아니라 고도 정보도 얻을 수 있어 표적 획득은 물론이고 사격통제용으로도 쓸 수 있는 장비였지만, 고도 200피트 이하에서는 지표면의 난반사 때문에 레이더 운용이 제한되었다. ‘건 디시’ 레이더는 운용 초반기에 이스라엘과 서방 측 전자전 장비에 쉽게 교란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다양한 대응수단을 개발하면서 결국 전자전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이 성능이 개선된 탐색 레이더와 사격통제 레이더를 모두 개발해서 함께 탑재하는 대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이 방식의 경우 제조비용이 지나치게 상승하고, 상대방의 전자전에 취약해지는 약점이 있었다. 취약성을 보강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추가적인 비용 상승도 우려되었다.

중국은 결국 추적 레이더를 제외하고 탐색 레이더와 광학조준기, TV·적외선 추적장치, 레이저거리측정기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악천후·야간을 포함한 전천후 운용 능력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이처럼 설계 방향이 확정되면서 1980년대 중반부터 개발이 본격화되었다. 관건은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포탑 구조를 변경시키지 않고 전천후 운용에 필요한 다양한 장치를 어떻게 추가하느냐’였다. 중국은 결국 레이더를 포탑 후부에 탑재하고 나머지 추적장치와 레이저거리측정기(Laser Range Finder)를 포탑 전면에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1990년대 초반 시제 개발을 마무리했다.

몇 년 동안의 시험 평가를 거쳐 1995년 양산이 결정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진행된 생산은 중국병기공업집단(구 중국북방공업공사, 영문 명칭 NORINCO)이 맡았다. 개발 및 양산의 최후 단계에서 필요할 때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개량이 이루어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선 부대에 배치가 시작되고, 1999년 베이징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서 처음 그 모습이 일반 공개되었다.


특징

95식 자주대공포의 TV 추적장치는 최대 6,000m까지 표적을 추적할 수 있고, 적외선 목표추적장치는 최대 5,000m까지 추적 가능하다. 레이저거리측정기는 500~5,500m 범위에서 거리 측정이 가능하다.

95식 자주대공포 포탑. 포탑 좌우에 각 2문의 구경 25mm 기관포가 탑재되어 있고, 그 위로 휴대용 지대공미사일도 포탑 좌우에 각 2발씩 장착되어 있다. 포탑 뒤쪽에 CLC-1 저고도 대공탐색 레이더도 장착되어 있다. <출처: (cc) Max Smith at wikipedia.org>

포탑 후면에 탑재된 CLC-1 저고도 대공탐색 레이더는 S밴드를 사용하여 약 11km까지 탐색 가능하다. 이는 1960년대 ZSU-23-4의 탐색 가능 거리 20km보다도 짧다. 물론 탐지거리가 주무장인 25mm 기관포의 사거리보다는 길지만, 표적인 항공기의 빠른 속도를 감안하면 대응 시간을 확보하는 데 충분한 탐지거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다 원거리에서 대공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지휘통제차와 패키지 개념으로 운용되어야 안정적인 성능 발휘가 가능하다.

열병식에 등장한 95식 자주대공포 <출처: 유튜브 / Valentin Izagirre>

즉, 기본적인 표적 탐지는 별도의 지휘통제차와 95식 자주대공포 자체 탐색 레이더를 동시에 이용하고, TV·적외선 추적장치와 레이저거리측정기의 조합을 추적장치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추적장치에서 얻은 데이터는 사격통제장치와 연동되어 자동으로 사격할 수 있다. 주무장인 25mm 기관포는 거리 2,500m, 고도 2,000m 이내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반적 성능은 1990년대 기준 자주대공포의 세계적 발전 추세를 기준으로 보자면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1990년대 중후반을 기준으로 중국이 그때까지 보유했던 자주대공포 중에서는 가장 진보적인 방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기계화부대에 필수적인 기동 방공능력 확보에 두드러진 진전을 이루게 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199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의 자주대공포는 기본 무장인 대공포 외에 휴대용 대공미사일이나 단거리 대공미사일을 함께 탑재하는 복합대공무기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헬기에 탑재된 대전차미사일의 사거리가 길어져, 자주대공포의 기관포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95식 자주대공포도 예외가 아니다. 95식 자주대공포의 경우도 개발 최후 단계에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량이 이루어졌다. 95식 자주대공포와 그 변형 중에는 HN-5, QW-1, QW-2, HN-6 대공미사일을 탑재한 개량형도 존재한다.


운용 현황

95식 자주대공포는 중국군 기갑 및 기계화부대의 방공차량으로 배치되고 있으나, 그 수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중국군 기관지인 《해방군보》에 장쑤성(江苏省) 주둔 12집단군 예하 부대에서 95식 자주대공포를 사격하는 장면이 공개된 일이 있고,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 등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으나 정확한 배치 수량은 확인하기 어렵다.

2017년 기준으로 수출 사례도 확인된 바 없다. 2000년대 후반부터 구경 35mm급의 대공포를 탑재한 07식 자주대공포가 기계화보병사단에 배치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95식 자주대공포가 추가로 대량 생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95식 자주대공포는 부대 운용 시 포대당 6대 기준으로 편성되며, 여기에 지휘통제차 1대, 탄약운반차 3대, 전원공급차 1대, 정비차 1대가 추가된다. 이처럼 자주대공포와 그 지원차량이 패키지 개념으로 완비되어 있다는 것도 95식 자주대공포 운용상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중국군의 방공훈련 장면 <출처: 유튜브 / 新京?>

변형 및 파생형

95식 자주대공포가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 서방에서는 Type-90II, Type-90III 등의 명칭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1999년 정식 공개 후에는 일반적으로 95식 자주대공포(Type 95 SPAAA, 95式自行高射炮)로 불린다. 중국의 공식 영문 표기는 PGZ-95이다.

탑재한 대공미사일의 종류, 일부 개량 사항 등을 기준으로 95식 기본형 외에 PGZ-2000, PGZ-04A 등 별도의 제식명으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PGZ-04A는 95식 자주대공포의 최신 개량형으로 25mm 대공포와 함께 HN-6 대공미사일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95식 자주대공포에는 다양한 계열 차량이 존재하고 있는데, 95식 포대 지휘차가 대표적이다. 95식 자주대공포에는 CLC-1 대공탐색 레이더를 탑재하는 데 비해 지휘통제차에는 CLC-2 대공탐색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지휘통제차에 탑재된 CLC-2 탐색 레이더는 최대거리 45km, 최대고도 4.5km의 표적을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확보한 표적 정보를 유선·무선·디지털무선 방식으로 95식 자주대공포에 전송하고 요격담당구역을 할당하거나 작전을 지시할 수 있다.

지휘통제차는 전체 길이가 조금 더 길고, 차체 후방의 형상도 조금 다르지만 기본 차체 자체는 공유하기 때문에 최고속도(53km/h) 등 차량 기본 제원은 유사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포대 지휘통제차는 무장으로 25mm 기관포 대신에 구경 12.7mm 기관총 1문만 탑재한다.

95식 자주대공포의 개량형인 PGZ-04A 자주대공포가 수송차량에 실려 운반되고 있다. <출처: (cc) Lxyun2 at wikipedia.org>

제원

- 승무원: 3명
- 중량: 22.5톤
- 전장: 6.71m
- 전폭: 3.2m
- 전고: 3.4m
- 작전 시 전고: 4.82m
- 최고속도: 53km/h
- 항속거리: 450km
- 동력장치: 디젤 엔진
- 주무장: 4 x 25mm 기관포
- 기관포 발사속도: 분당 600~800발
- 기관포탄 탑재량: 1,000발
- 부가무장: 휴대용/단거리 대공미사일(HN-5, HN-6, QW-1, QW-2) x 4
- 탐색 레이더 탐지거리: 11km
- TV 추적장치 최대추적거리: 6km
- 적외선 추적장치 최대추적거리: 5km


저자 소개

김병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