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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을 능가하는 규모를 자랑하는 전무후무한 초대형 전략원잠

바래미나 2018. 1. 13. 17:03

   

항공모함을 능가하는 규모를 자랑하는 전무후무한 초대형 전략원잠

타이푼급 잠수함

전무후무한 초대형 잠수함이라는 기록을 보유한 타이푼급 전략원잠은 독특한 설계 덕분에 넓적한 선체를 가지고 있다. <출처: Bellona Foundation at wikimedia.org>

개발의 역사

눈에 보이지 않게 수중에서 은밀하게 행동하는 잠수함은 반갑지 않은 존재이며 상대 국가에게 군사적인 압박을 줄 수 있는 존재다. 냉전 시기에 항공모함이 중심인 미 해군의 기동함대 전력에 절대적으로 열세였던 소련 해군은 수중에서 활동하는 잠수함을 대량으로 건조하여 대응했다. 비록 재래식 디젤 잠수함이라고 하여도 바다 속에 숨어 있는 잠수함을 탐지하기란 쉽지 않기에 수시로 출몰하는 소련 해군의 잠수함은 쉽지 않은 상대였다.

잠수함에 대한 대책으로 미 해군은 냉전 시기에 대잠항모(CVS)와 대잠구축함(DDK)으로 대잠항모기동함대를 편성하여 소련의 잠수함이 대서양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봉쇄하는 작전을 전개했다. 소련 해군의 최대 약점은 지리적인 여건에 있었는데, 발틱함대, 흑해함대, 북해함대 모두 대양으로 진출하는 데 제약이 많다. 발틱함대는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에 있는 외레순(Øresund) 해협을 통과해야 하고 흑해함대는 보스포러스(Bosphorus) 해협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작전이 그대로 노출되는 약점이 있다. 한편 북해함대의 경우에도 거칠기로 유명한 북해를 지나 대서양으로 진출하려고 해도 미 해군과 나토(NATO) 동맹군이 그린란드(Greenland)-아이슬란드(Iceland)-영국(UK)으로 이어지는 방어선(GIUK)에 고정식 수중음향탐지장치를 설치하고 철통같이 감시했다. 이러한 사정은 태평양함대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에서 출항하는 경우에도 대한해협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작전을 펼치기가 매우 어려웠다.

특히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전략원잠의 경우에는 출항한 다음 수중에서 최대한 오랜 기간 버티면서 숨어있어야 한다. 그러나 초창기 소련 해군의 전략원잠은 서방국가에 비하여 설계 기술이 부족하여 원자력 추진기관의 크기가 크고 고압 터빈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큰 편이었다. 게다가 고체연료의 제작 기술도 충분하지 않아 탑재하는 미사일 역시 서방측보다 상당히 큰 편이었다. 이러한 기술적인 사정으로 인해 소련 해군의 전략원잠에 탄도미사일과 원자력 추진기관을 탑재하고 나면 전투체계와 거주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잠수함 승조원은 작전 기간 동안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다. 따라서 소련 해군 잠수함의 작전 기간은 불과 한두 달로, 미 해군 잠수함의 작전 기간보다 훨씬 짧은 편이었다. 특히 오랫동안 숨어 있어야 하는 전략원잠으로서는 이러한 점이 큰 약점이었고, 다른 전략원잠과 교대하기 위해 주요 해협을 자주 통과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행동이었다.

부상한 채로 항해 중인 타이푼급 전략원잠. 독특한 선체의 형태가 잘 나타나 있으며 특히 수상항해할 때 미 해군의 잠수함보다 항해의 흔적이 많이 발생한다. <출처: Mr. Robert Lawson at wikimedia.org>

1970년대에 미 해군이 구형 대잠구축함을 대체하고자 최신형 대잠장비를 탑재한 스프루언스(Spruance)급 구축함을 완성하여 실전에 배치하면서 소련 해군은 기존의 전략원잠으로는 정면승부가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새로운 전략원잠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941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전략원잠은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규모와 은밀한 작전을 성사시키기 위한 것으로 소련 해군으로서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소련 해군은 미 해군과 나토(NATO) 동맹국의 감시망을 피해서 아예 대서양으로 진출하지 않고 깊은 바다로 잠수하여 장기간 조용히 대기하는 전술에 집중하고자 했다. 이전에도 이러한 전술은 존재하였지만 보유한 전략원잠의 성능이 부족하여 충분하게 작전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았다.

1970년대 소련 해군의 전략원잠에 탑재하는 탄도미사일은 대부분 액체연료 방식이었으며 고체연료 방식은 양키 II(Yankee II)급에 탑재하는 R-31[나토명 SS-N-17 스나이프(Snipe)] 탄도미사일이 유일했다. R-31 탄도미사일에 이어 등장한 R-39[나토명 SS-N-20 스터전(Sturgeon)] 탄도미사일은 사거리 9,000km에 달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사거리가 크게 향상되었지만 무게가 100톤에 이르는 초대형 미사일로 소련 해군의 델타(Delta)급 잠수함에는 탑재가 불가능했다.

러시아 세베로드빈스크(Severodvinsk) 조선소에서 미국 정찰위성에 포착된 타이푼급 잠수함 <출처: U.S. Government Public Release>

따라서 소련 해군은 기존의 전략원잠보다 훨씬 큰 초대형 전략원잠이 필요했다. R-39 탄도미사일을 탑재하고 깊은 바닷속에서 승조원이 장기간 작전하려면 함내 공간이 충분히 커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시작한 프로젝트 941 전략원잠은 웬만한 항공모함을 능가하는 4만 톤급 잠수함이 되었다. 그리고 소련 해군은 나토에서 분류하는 ‘아쿨라’ 공격원잠과 혼동하도록 고의적으로 이 전략원잠에 러시아어로 ‘상어’를 뜻하는 ‘아쿨라(Akula)’라는 암호명을 붙였다고 한다. 이에 대응하여 나토는 소련 해군의 ‘아쿨라’ 전략원잠을 타이푼(Typhoon)급이라는 명칭을 붙여 구분하고 있다. 전 세계의 잠수함 중에서 가장 큰 타이푼급 전략원잠은 넓은 개인공간은 물론 체육시설, 사우나 등의 편의시설도 미 해군 잠수함 수준으로 갖추고 있다고 한다.

소련 해군은 덩치가 큰 타이푼급 전략원잠을 실전에 배치하면서 눈에 잘 띄는 주요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북극의 빙하 밑에서 장기간 대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우 GIUK 방어선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고 깊이 잠수하면 북해의 거친 바다의 영향도 받지 않기에 효과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징

전무후무한 초대형 잠수함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타이푼급 전략원잠은 기존의 다른 잠수함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설계되었다. 일반적으로 단일 선체를 가진 잠수함의 경우 승조원이 탑승하는 내압선체는 견고하게 제작하고 내압선체(pressure hull)를 둘러싸는 외부선체(outer hull)의 공간에 밸러스트 탱크(ballast tank)를 설치하여 부력을 조절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이중선체(double hull)는 외부의 공격을 받더라도 내부의 내압선체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선체는 하나이며 깊은 바다의 수압을 견디도록 단면은 원형으로 설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현대의 잠수함은 전략잠수함, 공격잠수함 모두 원형 선체를 가지고 있다.

타이푼급 전략원잠의 선체 구조는 독특하기로 유명한데, 좌우로 간격을 두어 설치한 내압선체의 중간에 탄도미사일 발사관을 배치하고 있다. <출처: Mr. Mike at wikimedia.org>

그러나 타이푼급 잠수함은 특이하게도 대형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동시에 내부 공간을 확장하고자 2개의 내압선체를 나란히 배치하고 그 중간에 탄도미사일을 격납하는 선체를 끼워 넣는 다중선체(multi hull)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독특한 타원형 선체를 가지고 있는 타이푼급 전략원잠은 추진기 역시 다른 잠수함과 다른 독특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좌우의 원자력 추진기관과 추진축으로 연결된 7엽 스크루(screw)는 덕트(duct)에 둘러싸여 있어 해저면에 앉을 경우에도 스크루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그리고 스크루 바로 뒤에는 수평타(horizontal hydroplane)를 설치했으며 좌우로 조종하는 수직타(rudder)는 별도로 설치했다. 일반적으로 서방측 잠수함은 수중 소음의 원인이 되는 스크루의 거품 발생을 줄이고자 조종타면의 뒤쪽에 스크루를 설치하는데 러시아 타이푼급 전략원잠의 경우에는 정숙성을 희생하는 대신 조종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수상항해를 할 때 스크루의 대부분이 물 밖으로 노출되는 위치에 설치하여 효율성이 떨어진다.

일반적인 잠수함의 선체 구조. 내부에 승조원과 무장을 싣고 있는 압력선체와 외부선체의 중간에 밸러스트 탱크가 위치하고 있다. <출처: www.marineinsight.com>

모두 20발의 R-39(나토명 SS-N-20) 탄도미사일은 잠수함의 앞부분에 집중하여 격납하며, 선수에는 6문의 21인치(533mm) 중어뢰 발사관이 설치되어 있다. 중어뢰 발사관은 중어뢰를 비롯하여 RPK-2(SS-N-15) 뷰가(Vyuga)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으며, 최대 22발까지 중어뢰 또는 미사일을 탑재한다. 특이하게도 부상할 경우 대잠항공기의 공격에 대비하고자 9K38 이글라(Igla) SA-N-8 던거리 함대공미사일을 탑재한다.

타이푼급 전략원잠의 전용 발사관에 탑재되는 SS-N-20 탄도미사일 <출처: ww.erasib.ru>

타이푼급 전략원잠의 추진기관은 OK-650 가압수형 원자로를 사용하며 좌우 내압선체에 각각 1기씩 설치되어 있어 피탄을 받아 한쪽이 침수되는 경우에도 선체가 각기 독립되어 있어 생존성이 높다. 원자로에서 공급하는 열에너지로 증기 터빈을 구동하며, 최대 25노트의 속도로 수중항해가 가능하다. 타이푼급 전략원잠은 넉넉한 내부 공간 덕분에 최대 90~120일간 북극해에서 작전이 가능하여 이전 구형 전략원잠 대비 작전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여담이지만 톰 클랜시(Tom Clancy)가 1984년에 펴낸 소설 『붉은 10월(The Hunt for Red October)』에 등장하는 타이푼급 전략원잠은 7번함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잠수함이다.

타이푼급 전략원잠의 탑재 무장을 통제하는 지휘소의 모습. 선체의 규모에 비해 지휘소의 각종 장비는 미 해군과 비교할 때 디지털화가 느린 편이다. <출처: 러시아 해군>

동급함

타이푼급 잠수함 6척(러시아 해군)

● TK-208 드미트리 돈스코이(Dmitriy Donskoy): 1976년 6월 30일 착공, 1979년 9월 27일 진수, 1981년 12월 29일 취역, 제402조선소 건조, 북해함대 소속

정면에서 바라본 타이푼급 전략원잠의 선도함 TK-208 드미트리 돈스코이. 거대한 함선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출처: 러시아 해군>

● TK-202: 1978년 4월 22일 착공, 1982년 9월 23일 진수, 1983년 12월 28일 취역, 제402조선소 건조, 1999년 6월 퇴역

항구에 접안 중인 타이푼급 전략원잠 2번함인 TK-202. 흘수선이 높게 노출된 것으로 보아 상당히 많은 내부 적재물을 감량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DTRA agency at wikimedia.org>

● TK-12 심비르스크(Simbirsk): 1980년 4월 19일 착공, 1983년 12월 17일 진수, 1984년 12월 26일 취역, 제402조선소 건조, 1996년 퇴역

● TK-13: 1982년 2월 23일 착공, 1985년 4월 30일 진수, 1985년 12월 26일 취역, 제402조선소 건조, 1997년 퇴역

● TK-17 아르한겔스크(Arkhangelsk): 1983년 8월 9일 착공, 1986년 12월 12일 진수, 1987년 12월 15일 취역, 제402조선소 건조, 2006년 퇴역

● TK-20 세베르스탈(Severstal): 1985년 8월 27일 착공, 1989년 4월 11일 진수, 1989년 12월 19일 취역, 제402조선소 건조, 2004년 퇴역


러시아 북쪽에 위치한 해변에서 저속 항해 중인 타이푼급 전략원잠. 초대형 선체에도 불구하고 방음 타일을 설치하여 소음 수준을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출처: 러시아 해군>

운용 현황

타이푼급 전략원잠은 모두 7척이 계획되었으나 6척만 러시아 세베로드빈스크(Severodvinsk)에 위치한 제402조선소에서 건조되었다. 1981년부터 1989년까지 모두 6척이 취역했으나 1990년대 초에 소련 체계가 붕괴한 이후 심각한 재정난으로 인해 정상적인 작전이 어려워 항구에 방치되었다. 미국과 러시아(소련)가 핵무기 감축조약 START(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I, START-II에 서명하면서 1996년부터 R-39(SS-N-20) 탄도미사일은 순차적으로 폐기되었고 R-39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타이푼급 전략원잠 역시 필요가 없어져 순차적으로 5척이 퇴역하였고 3척은 폐기 처분되었다.

선도함인 TK-208 드미트리 돈스코이(Dmitriy Donskoy)는 폐기되지 않고 신형 탄도미사일 RSM-56 불라바(Bulava) 30(나토명 SS-NX-32) 테스트 플랫폼으로 개조되었으며 2020년까지 북해함대에서 운용될 예정이다.

거대한 선체의 앞부분에는 각기 10개의 탄두를 탑재하는 SS-N-20 탄도미사일 발사관이 설치되어 있다. <출처: 러시아 해군>


제원

- 함명: 타이푼급
- 함종: 원자력 추진 전략잠수함[전략원잠(SSBN)]
- 배수량: 18,797톤(수상), 26,925톤(수중)
- 전장: 171.5m
- 전폭: 24.6m
- 흘수: 13.0m
- 최고속도: 12노트(수상), 25노트(수중)
- 잠항심도: 300m
- 승조원: 175명(사관 55명, 수병 120명)
- 주기관: VM-5 PWR 가압수형 원자로(380MW) × 2, GT3A 증기 터빈(60MW) × 2, 2축 추진
- 무장: R-39(SS-N-20) 탄도미사일 × 20, RPK-2(SS-N-15) 순항미사일, 9K38(SA-N-8) 함대공미사일, 21인치(533mm) 중어뢰발사관 × 6(합계 22발 수납)
- ESM(전자전장비): Rim Hat (Nakat M)
- 레이더: Snoop Pair(Albatros) 해상탐색 레이더 
- 소나: Shark Gill(능동/수동식), Shark Rib(수동식), Mouse Roar(능동식), Pelamida(견인식, 수동식)
- 전투체계: 3R65


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저술가

항공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 역사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