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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인 군사노선이 탄생시킨 프랑스 해군 최초의 공격원잠/루비급 잠수함

바래미나 2018. 1. 13. 16:23

독자적인 군사노선이 탄생시킨 프랑스 해군 최초의 공격원잠
루비급 잠수함

 
프랑스 해군의 공격원잠인 루비급 잠수함 <출처: 프랑스 해군>

개발의 역사

적에게 들키지 않고 수중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잠수함은 해상전에서 매우 위협적인 존재다. 그러나 적의 입장에서도 우선적으로 잠수함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잠수함은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활약한 디젤 추진 잠수함은 충전 배터리를 사용하여 조용하게 전기모터를 구동할 경우 소음 발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은밀한 활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충전 배터리의 동력을 소모하면 반드시 디젤엔진으로 재충전해야 하기 때문에 외부 공기의 공급이 필요하다. 이때 배기가스를 외부로 내보내면 흔적을 남겨 적에게 탐지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취약하다.

이 때문에 각국 해군은 디젤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바닷속에서 무한정 항해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원을 고민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속도 제어가 가능한 원자력 추진기관이 개발되자 곧바로 미 해군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기 시작했다. 1955년 9월에 실전 배치된 미 해군 노틸러스(USS Nautilus, SSN-571)는 수중항해를 할 때 산소가 전혀 필요 없는 최초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다. 수십 년 동안 가동할 수 있는 소형 원자로를 내부에 탑재한 노틸러스는 발전기에서 얻은 전기에너지로 바닷물을 전기분해하여 산소를 자급자족할 수 있다. 따라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무한정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어 승조원이 먹을 식량이 남아 있는 한 해상으로 부상하지 않고 작전 기간 내내 수중에서 은밀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원자로 개발과 제작에 많은 비용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1950년대 중반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등장하자마자 세계 각국의 해군은 앞을 다투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는 군사력을 다시 복구하면서 영국에 뒤질세라 잠수함 함대를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1950년대에 프랑스 해군은 독자적인 원자력 추진 공격잠수함[이하 공격원잠(SS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58년 6월에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이 프랑스 대통령에 취임하자 독자적인 군사노선을 선언하고 전략무기 확장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모든 자원을 3축 전략무기(전략미사일, 전략잠수함, 전략폭격기) 확보에 투입했고, 프랑스 해군도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원자력 추진 전략잠수함[이하 전략원잠(SSBN)] 개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프랑스가 핵무장을 추진함에 따라 공격원잠보다 전략원잠이 먼저 개발되어 프랑스의 첫 원자력 추진 잠수함인 르두타블(Redoutable)급 잠수함이 건조되었다. <출처: (cc) Guillaume Rueda at wikimedia.org>

이렇게 하여 1958년에 예산을 확보하고 건조를 시작한 프랑스 해군 최초의 공격원잠 프로젝트는 이듬해인 1959년에 중지되었다. 원래 공격원잠을 먼저 확보한 다음 실전 경험을 축적하여 전략원잠을 개발하는 것이 순서이지만, 드골 정부에서 급속하게 3축 전략무기 확보를 서두르는 바람에 순서가 바꾸게 되었다. 그러나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전략원잠은 필연적으로 대형 선체가 필요하고 잠수함을 다루는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프랑스 해군의 경우도 급하게 도입한 전략원잠의 운영이 1970년대에 접어들어 안정되면서 계속 지연되던 공격원잠 프로젝트가 겨우 재개되었다.

프랑스 해군은 구형 디젤엔진 공격잠수함의 대체가 시급했고 예산도 부족했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공격원잠을 개발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선체와 전투체계는 기존의 아고스타(Agosta)급 디젤 공격잠수함(수중배수량 2,000톤)을 그대로 활용하고 추진기관만 원자력으로 변경한다는 루비(Rubis)급 공격원잠 프로젝트가 1974년에 시작되었다.

툴롱(Toulon) 해군기지 근처에서 저속으로 항해 중인 루비급 공격원잠의 2번함 사피르(Saphir)(S602)의 모습. 해상에서 항해안전을 확보하고자 항해 레이더를 펼쳐서 가동하고 있다. <출처: (cc) NetMarine at wikimedia.org>

루비급 잠수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해군 최초의 공격원잠이며 우여곡절을 거쳐 실전배치가 이루어졌는데, 예산 확보 문제로 인해 1980년대에 실전에 배치된 이후 아직까지도 현역을 지키고 있다.

1980년대 후반에 캐나다 정부는 10~12척의 공격원잠[캐나다(Canada)급 잠수함]을 도입하기 위해 프랑스 루비급 잠수함과 영국 트라팔가(Trafalga)급 잠수함을 비교 검토했다. 소련의 잠수함이 주로 활동하는 북극해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성능을 요구한 캐나다 해군은 프랑스 루비급 잠수함을 선택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항의와 더불어 기술적인 미비점이 문제가 되어 결국 1989년 4월에 도입계획이 중단되었고, 현재까지 루비급 잠수함은 해외에 수출되지 못하고 프랑스 해군만 사용하고 있다.


특징

루비급 2번함 사피르(S602)의 함교 모습. 커닝 타워(Cunning Tower)의 모습과 선체의 규모를 잘 파악할 수 있다. <출처: (cc) NetMarine ar wikimedia.org>

기존의 디젤엔진 공격잠수함을 기본으로 개발된 루비급 공격원잠은 수중배수량이 2,700톤으로 미 해군 노틸러스(USS Nautilus) 공격원잠 수중배수량(4,092톤)의 3분의 2 정도에 불과하며, 현재 취역 중인 공격원잠으로는 가장 작은 규모다. 잠수함 내부에 원자력 추진기관을 설치하면 안전관리를 위해 별도의 밀폐구역이 필요한데, 이 때문에 선내 공간이 매우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선체를 대형화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루비급 잠수함의 경우도 제한된 소형 선체에 원자력 추진기관을 설치하여 선내 공간이 줄어들다 보니 무장탑재량 및 보급품 적재에 한계가 있어 작전항해기간이 상당히 짧은 편이다. 보통 4~6개월 정도 작전이 가능한 미 해군 공격원잠과 달리 프랑스 해군의 루비급 공격원잠은 평균 45일, 최대 60일 정도만 작전항해가 가능하다. 이 경우 작전 가능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여러 척의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효율성이 낮은 단점이 있다.

루비급 3번함 카사비양카(Casabianca)(S603)의 커닝 타워. 항해 레이더를 비롯한 마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 (cc) NetMarine at wikimedia.org>

기존의 아고스타급 선체를 활용하여 루비급 공격원잠의 건조는 비교적 빨리 진행되었으며, 추진기관 자체도 기존의 디젤전기 추진 방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동력으로 보일러를 가동하고 이때 발생하는 고압증기로 터빈을 돌려 추진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루비급 공격원잠은 기존의 선체를 최대한 활용하는 원자력 터빈 전기 추진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은 원자력으로 보일러를 가동하여 발생하는 고압증기로 발전기를 회전시켜 전기를 발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때 발생하는 전기로 다시 전기모터를 회전시켜 추진하는 방식인데,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에서 디젤엔진만 원자로로 대체하는 개념으로 개발했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 해군의 독특한 원자력 터빈 전기 추진 방식은 항해 중 소음 발생이 적은 장점이 있지만, 추진기관이 복잡하고 중량이 증가하고 신뢰성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해군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해군은 모든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자신만의 독특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원자력 추진기관의 핵심인 원자로는 미 해군의 노틸러스 공격원잠과 같은 가압수형 원자로를 사용한다.

루비급 공격원잠은 원자력 터빈 전기 추진 방식을 채용하여 소음이 적은 장점이 있지만 운용 유지가 복잡한 단점도 있다. <출처: World Nuclear Association>

루비급 잠수함의 선도함인 루비(Rubis)(S601)는 순수하게 중어뢰만 탑재하고 있으며 선수에 4기의 중어뢰발사관이 설치되어 있다. 2번함인 사피르(Saphir)(S602)는 SM39 엑조세(Exocet) 함대함미사일을 탑재하도록 개량되었다. 엑조세 함대함미사일은 중어뢰발사관을 사용하여 발사하며 선도함인 루비도 나중에 동일하게 개조되었다.

원래 루비급 잠수함은 앞서 등장한 아고스타급 잠수함의 선체를 그대로 사용한 관계로 선수가 납작한 구형 선체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디젤엔진 잠수함은 수상에서 항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선형이 유용하지만 바닷속에서만 항해하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경우에는 저항이 크고 불합리하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선체가 물방울 모양인데, 루비급 잠수함의 경우에도 5번함 아메티스트(Améthyste)(S605)부터는 선체를 5피트 연장하고 수중배수량을 30톤 줄였으며 소나(SONAR)를 개량하는 동시에 선수의 형태를 유선형의 물방울 형태로 바꿨다.

영국 해군의 포츠머스(Portsmouth) 해군기지에 계류하고 있는 루비급 5번함 아메티스트(S605) <출처: (cc) Mr. Brian Burnell at wikimedia.org>

개량된 5번함 아메티스트, 6번함 페를(Perle)(S606)은 루비급과 구별하여 아메티스트(AMÉlioration Tactique HYdrodynamique Silence Transmission Ecoute, Silent Acoustic Transmission Tactical Hydrodynamic Amelioration)급이라고도 불리며 이전 잠수함 대비 정숙성과 항해성능이 향상되었다. 선체 개량에 따른 효과를 확인한 프랑스 해군은 기존 4척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선체를 개량했다.


동급함

- 루비급 잠수함 6척(프랑스 해군)

루비급 공격원잠은 모두 8척을 건조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확보 문제로 인해 6척만 완성되었다. 5번함과 6번함은 아메티스트급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 S601 루비(Rubis): 1976년 12월 11일 착공, 1979년 12월 11일 진수, 1983년 2월 23일 취역 / 셰르부르(Cherbourg) 해군조선소 건조

● S602 사피르(Saphir): 1979년 9월 1일 착공, 1981년 9월 1일 진수, 1984년 7월 6일 취역 / 셰르부르 해군조선소 건조

● S603 카사비양카(Casabianca): 1981년 9월 19일 착공, 1984년 12월 22일 진수, 1987년 4월 21일 취역 / 셰르부르 해군조선소 건조

● S604 에메로드(Émeraude): 1983년 3월 4일 착공, 1986년 4월 12일 진수, 1988년 9월 15일 취역 / 셰르부르 해군조선소 건조

● S605 아메티스트(Améthyste): 1984년 10월 31일 착공, 1988년 5월 14일 진수, 1992년 3월 3일 취역 / 셰르부르 해군조선소 건조

● S606 페를(Perle): 1987년 3월 27일 착공, 1990년 9월 22일 진수, 1993년 7월 7일 취역 / 셰르부르 해군조선소 건조

프랑스 해군의 유일한 공격원잠인 루비급 잠수함의 초도함 루비(S601) <출처: (cc) NetMarine at wikimedia.org>
선체를 개량하기 이전(왼쪽)과 이후(오른쪽)의 달라진 아메티스트(S605). 성능 개량 이후 세련된 유선형 선체를 가지게 되어 수중 항해성능이 대폭 향상되었다. <출처: Rama at wikimedia.org>
툴롱 해군기지 근처에서 계류 중인 루비급 6번함이자 최종함인 페를(S606) <출처: (cc) Mr. Jean-Michel Roche at wikimedia.org>

● S607 튀르쿠아즈(Turquoise): 1992년 계획 중단
● S608 디아망(Diamant): 1992년 계획 중단


운용 현황

루비급 3번함인 카사비양카(S603) <출처: (cc) NetMarine at wikimedia.org>

프랑스 해군은 1, 2척의 항모기동함대를 운용하는데, 6척의 루비급 공격원잠으로 2개 잠수함전대를 편성하여 원양작전에 투입하고 있다. 잠수함 승조원은 2개조로 편성하여 3개월 단위로 근무를 교대하고 있다. 오랫동안 현역을 지킨 루비급 잠수함은 노후화되어 2018년부터 바라쿠다(Barracuda)급 잠수함으로 대체할 예정이며 2026년에는 모든 함정이 퇴역한다.

제원

- 함명: 루비(Rubis)급
- 함종: 공격원잠(SSN)
- 배수량: 2,449톤(수상), 2,713톤(수중)
- 전장: 73.6m
- 전폭: 7.6m
- 흘수: 6.4m
- 최고속도: 25노트
- 잠항심도: 300m
- 승조원: 68명(사관 8명, 수병 60명)
- 주기관: 
  ㄴ PWR CAS 48 가압수형 원자로(48MW) × 1, 교류발전기 × 2, 
  ㄴ 전기모터(9,500 마력) × 1, 1축 추진
- 무장: SM 39 엑조세 함대함미사일, 21인치(533mm) 중어뢰발사관 × 4(합계 14발 수납), 기뢰 32발
- ESM: Thomson-CSF ARUR 13/DR 3000U
- 레이더: Thomson-CSF DRUA-33A 항해 레이더 × 1, Kelvin Hughes 1007 항해 레이더 × 1
- 소나: Thomson Sintra DMUX 20 다기능 소나, DSUV 62C 견인 소나, DSUV 22 (Saphir) 청음장비
- 전투체계: LAT(Lancement des Armes Tactiques) 시스템
- 건조비용: 6.65억 달러(아메티스트급, 1990년)

1984년에 미 해군 항모기동함대와 합동작전을 위해 미 해군 노폭(Norfolk) 기지에 도착한 루비급 5번함 아메티스트 <출처 : Public Domain>

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저술가

항공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 역사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