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애용하는 소련의 유산
밀 Mi-17 다목적 헬리콥터
개발의 역사
밀 모스크바 헬리콥터(Mil Moscow Helicopter Plant, 이하 밀)은 2006년 ‘러시안 헬리콥터스(Russian Helicopters)’에 합병되면서 사라졌지만, 1947년부터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헬리콥터를 개발한 제작사였다. 수송 및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Mi-24 하인드(Hind), 현존하는 최대 규모의 헬리콥터인 Mi-26 헤일로(Halo) 등도 유명하지만, 밀의 대표작은 NATO 식별 코드로 힙(Hip)이라는 무기답지 않은 이름으로 불리는 Mi-8이다.
1961년 제작이 시작된 후 현재까지도 양산되면서 역사상 최대 생산 기록을 계속 갱신 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될 정도다. 초기 양산형을 기준으로 Mi-8은 3명의 승무원 외에도 24명의 승객 혹은 3톤의 화물을 적재하고 200km/h의 속도로 400여 km를 운항할 수 있는 다목적 헬기다. 여러 목적으로 개조가 쉽고 오랫동안 많이 만들어지면서 확인된 세부 모델만도 50종이 넘을 정도다.
조금 작기는 하지만 미국의 CH-47과 자주 비교되는 Mi-17은 강력한 엔진을 탑재하여 적재량과 비행 능력이 대폭 늘어난 Mi-8 개량형으로, 최초에 명명된 제식번호는 Mi-8M이다. 개발은 Mi-8 시리즈의 초도 양산형인 Mi-8T가 실전 배치되기도 전인 1964년부터 시작되었을 만큼 빨랐다. 베트남 전쟁을 분기점으로 헬리콥터가 확고한 기동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수송 인원과 탑재량의 증가가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기술 부문을 지원하는 TsAGI(중앙유체역학연구소)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본격 양산을 목전에 두고 있던 Mi-8T를 개량하는 방식으로 개발에 나설 것을 추천했다. 하지만 밀은 당국이 원하는 40명의 병력이나 6톤 이상의 화물을 너끈히 운반하려면 Mi-8의 개량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실패로 막을 내리게 되지만 당시에 한창 진행 중이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헬리콥터인 V-12의 개발에 진력했다.
거기에 더해 밀은 이미 Mi-8을 기반으로 해상초계형인 Mi-14, 공격형인 Mi-24의 개발도 진행 중이어서 여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1970년대 초부터 Mi-4의 대량 퇴역이 시작되고 Mil-8T가 고산지대 같은 곳에서의 비행 능력이 떨어지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나자, 미뤄놓았던 개량에 착수했다. 엔진을 강력한 TV3-117MT으로 환장(換裝)하고 이에 맞추어 변속기, 기체의 골격 등을 강화했다.
이렇게 개발된 개량형은 1975년 8월 17일 초도비행에 성공했고, 비행 고도와 상승력 등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좋은 성능을 보여주었다. 실험 결과에 만족한 당국은 Mi-8MT라는 제식명을 부여했고, 1977년부터 KVZ(Kazaňský vrtulníkový závod: 카잔 공장)에서 양산이 시작되어 급속도로 일선에 배치가 이루어졌다. 1981년 파리 국제 에어쇼에 출품되었는데, 이때부터 해외에 상업적인 판매를 염두에 두고 명명한 Mi-17이 Mi-8M 대신에 쓰이게 되었다.
단지 이름만 다를 뿐이지 양자 간의 차이는 없고 러시아 국내에서는 여전히 Mi-8M으로 통용된다. 지금도 계속 제작이 이루어질 만큼 장기간 대량으로 생산되다 보니 전작과 마찬가지로 50종이 넘는 다양한 개량형과 파생형이 존재한다. 이를 Mi-8T 시리즈와 별도로 구분하여 편의상 Mi-17 혹은 Mi-8M 시리즈로 구분한다.
특징
Mi-17은 기본적으로 기체를 넉넉하게 설계한 Mi-8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다양한 목적으로 쉽게 개량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파생형이 무려 50종이 넘어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다. 병력 및 화물 수송용 모델이 대부분이지만 Mi-8AMTSh, Mi-8MTKO 같은 공격용 버전도 있다. 또한 정찰, 전자전, 정보수집, 해상초계용 등의 파생형이 있고 소방, 구난 등에 특화된 민간용 기종도 있다.
소련에서 개발된 무기답게 기체가 튼튼하여 악천후와 거친 환경에서도 운항이 가능하며 야전에서의 정비도 용이하다. 이런 Mi-8에서부터 이어진 고유의 장점에 더해 강력한 엔진을 탑재하고 기체를 일부 개량하여 적재량과 비행 능력이 대폭 늘어났다. Mi-17V 같은 모델은 고도 7,950m에서도 비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히말라야, 티베트 등을 작전 구역으로 하는 중국, 인도, 그리고 역시 고지대 국가인 멕시코 등에서 애용한다.
Mi-17은 테일 로터가 Mi-8과 반대인 왼쪽에 장착되었고, 먼지를 잘 거를 수 있도록 방진 필터가 장착된 공기흡입구로 인해 외형상 쉽게 구분이 된다. Mi-17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다양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개량이 이루어졌다. 현재 UUAZ(Ulan-Udėnskij aviacionný zavod: 울란우데 공장)과 KVZ에서 생산되는데, 제작처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1991년부터 제작을 시작한 UUAZ 생산분은 기본형 기준으로 Mi-8AMT(내수), Mi-171(수출)이라 한다.
KVZ에서 1997년부터 생산하는 Mi-8MTV-5(수출명 Mi-17MD)는 대단한 성공을 거둔 모델이다. 동체를 유선형으로 바꾸고 우현에 출입문을 새롭게 장착했으며, 화물 운반용 해치도 크게 확장했다. 또한 내부 구조도 새롭게 바꾸어 최대 36명의 병사들이 탑승하여 15분 안에 강하를 완료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항법 장비와 야간 암시 장치가 탑재되어 비행 성능이 월등히 향상되었다.
운용 현황
옛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을 포함하여 현재 약 70여 개국에서 Mi-17 시리즈를 사용 중이다. 중국은 지난 2008년부터 중요 부품을 도입하여 연간 80대 정도를 꾸준히 면허생산 중인 주요 사용국이다. 2000년대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칠레, 아르헨티나처럼 오랫동안 서방제 헬리콥터를 사용했던 국가들이 군용으로 구매한 경우도 많다. 그 밖에 경찰, 소방, 민간용으로도 상당한 수량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도 이라크군, 아프가니스탄군을 지원하기 위한 용도로 구매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병력 및 장비 수송용으로 사용하기에 가격 대 성능비가 좋기 때문이다. 일단 이들 나라가 Mi-8, Mi-17을 오래전부터 사용하여 익숙한 데다 굳이 미군이 사용할 것도 아닌데 값이 더 나가는 자국산 헬기를 공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대테러작전을 수행하는 경찰 특공대용으로 Mi-172를 도입하여 사용 중이다.
오랫동안 많이 생산되고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다 보니 실전 투입 사례도 많다. 캄보디아군의 크메르루즈(Khmer Rouge) 소탕전, 인도-파키스탄 분쟁, 스리랑카 내전, 콜롬비아 내전, 앙골라 내전, 유고 내전, 리비아 내전, 시리아 내전을 비롯한 전 세계의 수많은 전쟁, 국지전, 분쟁 등에서 교전 도구로 사용되었고,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구난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사건 사고도 많아 피격, 고장 등의 여러 이유로 추락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변형 및 파생형
● Mi-8AMT / Mi-171: UUAZ(울란우데 공장)에서 생산한 Mi-8MTV
● Mi-8AMTSh / Mi-171Sh: Mi-8AMT 공격헬기형
● Mi-8MT / Mi-17: 기본형
● Mi-8MTV / Mi-17-1M: TV3-117VM 엔진 장착 고고도 작전형
● Mi-8MTV-1 / Mi-17-1V: 수송, 건십형
● Mi-8MTV-2 / Mi-17-2: 30명 탑승이 가능한 민간형
● Mi-8MTV-3 / Mi-17V-3 / Mi-172: Mi-8MTV-2 개량형
● Mi-8MTV-5 / Mi-17V-5: 복합소재 블레이드를 장착한 개량형
● Mi-8MTV-5-Ga: Mi-8MTV-5 민간형
● Mi-8MTKO / Mi-17N: Mi-8MTV 야간작전형
● Mi-8MTD: 전자전형
● Mi-8MTF: 연막탄 살포형
● Mi-8MTG / Mi-17PG: Gardenya-1FVE 재밍 시스템을 장착한 전자전형
● Mi-8MTI / Mi-17PI: Ikebana 재밍 시스템을 장착한 전자전형
● Mi-8MTPB / Mi-17PP: Bizon 재밍시스템을 장착한 전자전형
● Mi-8MTPSh / Mi-17PSh: Shakhta 재밍 시스템을 장착한 전자전형
● Mi-8MTS, Mi-8MTT: SIGINT(신호정보수집)형
● Mi-8MTR1, Mi-8MTR2: 전자전형
● Mi-8MTSh1, Mi-8MTSh2, Mi-8MTSh3: 전자전형
● Mi-8MTYa: Yakhont 시스템을 장착한 전자전형
● Mi-8MS / Mi-17S: VIP 여객용
● Mi-17-1VA: 항공의료형
● Mi-17V-7: VK-2500 엔진 장착형● Mi-17KF: 신형 항법장치를 장착한 수출형 모델● Mi-17P: 여객용 수출형 모델● Mi-17AE: 폴란드용 응급구조형● Mi-17 LPZS: 슬로바키아용 응급구조형● Mi-17Z-2: 체코용 전자전형● Mi-18: 화물칸 용적을 늘린 개량형. 개발이 중단되었다.● Mi-19: 공수부대용 공중지휘형● Mi-19R: 전략로켓부대용 공중지휘형● Mi-171A: FAR 29 and JAR 29 장착 여객형● Mi-171A1: FAR 29 and JAR 29 장착 민간 화물수송형● Mi-171A2: VK-2500PS-03 엔진 장착형● Mi-171C: Mi-171 중국 면허생산형
● Mi-171E: 극한과 혹서 지역 운항 가능형
● Mi-171M: 승무원을 2명으로 줄인 Mi-171 개량형
● Mi-171S: 장착형
제원(Mi-8MT / Mil-17 기준)
- 전장: 18.42m
- 전고: 5.34m
- 회전날개 직경: 21.30m
- 테일 로터 직경: 3.91m
- 공허중량: 7,200kg
- 최대이륙중량: 13,000kg
- 엔진: 클리모프(Klimov) TV3-117MT 터보샤프트 × 2(1,454kWt×2)
- 보조동력장치: AI-9V 터보제트 × 1
- 순항속도: 230km/h
- 항속거리: 500km
- 상승률: 540m/min
- 실용상승한도: 6,000m
- 승무원: 2, 3명
- 적재 능력: 승객 24명, 4,000kg 화물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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