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 항공기술의 혼이 담긴 작고 강력한 4.5세대 전투기
JAS 39 그리펜
개발의 역사
스웨덴 왕국은 이미 1815년 나폴레옹 전쟁 말기부터 영구 중립을 선언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중립국인 노르웨이,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 전쟁 초반부터 독일군에게 영토를 유린당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이에 현실정치를 지향한 스웨덴은 독일에게 영토 통과를 허용함과 동시에 천연자원을 공급하면서 추축국(樞軸國, Axis Powers)에 협조하고, 연합군에게는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군사기지 사용을 허용하는 줄다리기 외교로 중립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스웨덴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중립국 선언이 반드시 존중 받는 것이 아니며, 침략자들에 대한 항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냉전이 시작되면서 소련이 동유럽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 군사동맹인 바르샤바 조약기구(Warsaw Treaty Organization)를 창설하자, 스웨덴은 유럽 대륙에서 다음 전쟁이 벌어질 때는 반드시 다음 ‘정복자’가 스칸디나비아에 연한 유럽 대륙의 측방을 닫기 위해 스웨덴을 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스웨덴은 적의 침입이 발생하면 최대한 항공 자산을 영토 전체에 산개시킨 후 지속적인 기습을 가하거나 적에게 소모전을 강요하여 작전적 기세(operational tempo)를 꺾는 교리를 수립했다.
한편, 스웨덴의 항공산업은 이미 1930년대부터 태동했으나 전투기 제작의 역사는 1937년 스웨덴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스벤스카 아에로(Svenska Aero AB) 사와 바샤(VASJA) 사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스벤스카 아에로플란 유한회사[Svenska Aeroplan Aktiebolag(AB): 스웨덴 항공기 유한회사]와 함께 본격화되었다.
스벤스카 아에로플란 사는 1950년대에 본사 위치를 트롤헤탄(Trollhättan)에서 린셰핑(Linköping)으로 옮기고 사명을 약자인 ‘사브(SAAB)’로 고친 뒤 항공기와 자동차 산업을 주력 분야로 삼았다. 사브는 1940년대에 피스톤 엔진 기체를 제트기로 개조한 사브 21R(SAAB 21R)을 시작으로 ‘툰난(Tunnan)’ 전투기, SAAB 32 란센(Lansen: ‘창’이라는 뜻) 경공격기, 시대를 앞서간 명작으로 꼽히는 SAAB 35 드라켄(Draken: ‘용’이라는 뜻) 전투기, 그리고 1960년대 말에 최초로 카나드(canard: 귀날개)를 채택한 본격적인 다목적 전투기 JA 37 비겐(Viggen)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1980년대에는 미국 페어차일드(Fairchild) 사와 공동으로 소형 민항기인 사브-340을 개발하는가 하면, 1990년대에는 사브-340에 기반하여 독자 개발한 사브-2000을 내놓으면서 군수와 민수 양쪽 분야에서 기술적 경험을 쌓았다.
이러는 가운데 이미 1960년대부터 사브로부터 드라켄과 비겐을 구입하여 운용한 스웨덴 공군은 두 전투기의 교체 시기가 도래하자 이들을 대체할 4.5세대 전투기 개발을 목표로 요구도를 수립하기 시작했다. 스웨덴 공군은 1980년대 중반부터 탑재중량이 크고 전투 반경이 넓은 신형 전투기의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비겐보다 작지만 기동성과 속도가 높고, 짧은 활주 거리에서도 이륙이 가능하며, 적국이 공격해왔을 때 스웨덴 전역에 산개해 있는 소규모 방어기지를 중심으로 삼아 전투가 가능한 기체를 원했다.
사브는 1970년대에 초에 이탈리아 아에르마키[Aermacchi: 現 레오나르도(Leonardo)]와 공동개발을 추진했으나 개념도 이상으로 진척된 적이 없는 B3LA로 제식번호를 지정한 사브-38 싱글 엔진 훈련기 겸 공격기나 비겐의 개량형인 A-20을 스웨덴 공군용 후속 전투기로 제안하고자 했다. 스웨덴 공군은 타국 공군의 운용 사례를 바탕으로 운용 개념을 정립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국내 개발을 하는 것이 옳다고 결론 내린 뒤, 사브가 개발한 신형 기체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1979년부터 공대공 능력(Jakt), 공대지 능력(Attack), 정찰 능력(Spaning)을 통합한 다목적 항공기 개념을 ‘JAS’로 명명한 스웨덴 공군은 단일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복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투기를 지향했다.
스웨덴 국방군수청(FMV)은 사브 측이 제출한 설계 중 ‘프로젝트 2105’를 채택하도록 국방부에 추천했고, 1980년에 합작회사 형태로 JAS 산업 그룹이 창설되면서 사브-스카니아(SAAB-Scania), LM 에릭슨(Ericsson), SRA(Svenska Radioaktiebolaget), 볼보(Volvo), 스웨덴 국방부 조병창(Försvarets Fabriksverk) 등이 참여했다. 이들이 목표로 한 항공기는 단발 단좌식 경전투기로,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 기술을 적용하고, 카나드를 부착하고, GE사의 F404-GE-400을 볼보가 면허생산한 RM-12엔진을 장착했다. 특히 엔진의 경우 무게를 줄이고, 구성 부품 수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적인 목표였다.
스웨덴 국회는 1982년 6월 30일부로 국방군수청과 사브의 계약을 승인했으며, 사브는 총 5대의 시제기와 양산 1차분 30대에 대해 257억 크로나(미화 31억 1,200만 달러)로 계약을 체결했다. 제식번호 JAS 39의 이름은 일반 공모를 거쳐 그중에서 사브 로고에 새겨져 있는 상상 속의 동물인 그리핀(griffin)을 이름으로 채택하여 그리핀의 스웨덴어인 ‘그리펜(Gripen)’으로 명명했다.
JAS 39 그리펜의 첫 시제기는 1987년 4월 26일부로 출고되었으며, 1988년 12월 9일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다. 하지만 1호기(39-1번 기체)는 이듬해 초인 1989년 2월 2일 6차 시험비행을 실시하던 중 착륙 사고로 소실되었는데, 사고의 원인은 조종사 유도 진동(pilot-induced oscillation) 및 심한 돌풍 때문이었던 것으로 파악되었으나, 훗날 실시된 정밀조사에서는 기체의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플라이-바이-와이어) 소프트웨어 문제였던 것으로 확인되어 처음부터 소프트웨어를 재설계했다. 이를 대신한 2번기도 RM-12 엔진의 가속 불량 문제가 파악되어 1990년 5월에 가서야 초도 비행을 실시한 뒤 1991년 11월에 시제기 5대가 모두 시험비행을 마쳤다. 스웨덴 공군은 1992년 6월에 사브와 총 110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첫 양산 기체는 1992년 10월 10일에 초도 비행을 실시한 뒤 1993년 6월부로 국방군수청에 인도되었다가 1994년에 스웨덴 공군에게 인도되었다.
하지만 1993년 8월 8일에 비행 중이던 양산기 39-102번기가 스톡홀름(Stockholm) 물 축제 축하 비행 중 스톡홀름 외곽에 추락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조사 결과 첫 시제기 추락 원인이었던 소프트웨어 문제와 조종사 유도 진동 문제가 다시 재발한 것으로 확인되어 1995년까지 소프트웨어 재수정에 들어가야만 했다. 결국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스웨덴 공군이 JAS 39 그리펜을 실전 운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6년 6월이었으며, 이듬해에는 복좌식 그리펜(JAS 39B)이 인도되면서 스웨덴 공군의 본격적인 그리펜 시대가 시작되었다.
사브는 1968년에 대형 트럭 제조업체인 스카니아-바비스(Scania-Vabis)를 인수하면서 잠시 사명을 사브-스카니아(SAAB-Scania)로 고쳤으나, 1990년에는 사브 자동차의 지분 51%를 미국 GM에 판 뒤 약 10년 후 나머지 지분까지 정리하면서 자동차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사브'로 돌아왔다. 대신 이 시기부터 항공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1995년에는 그리펜의 생산과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합작사인 영국 BAE 시스템즈(BAE Systems)와 함께 사브-BAe 그리펜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BAE 시스템즈는 2000년대 중반까지 사브의 대주주 자격을 갖고 있었으나 2005년경 지분을 20%로 줄였고, 다시 2011년경 나머지 20%까지 스웨덴의 투자사인 인베스터 사(Investor AB)에 매각하면서 사브 경영에 처음 발을 들인 지 16년 만에 완전히 철수했다. 현재 사브의 대주주는 지분의 30%를 유지하고 있는 인베스터 사다.
특징
앞서 말했듯이 스웨덴은 타국의 침공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전 영토에 걸쳐 연료, 물자, 무장을 사전 배치시켜놓았으며, 이 사전 배치된 시설을 중심으로 삼아 적이 예상 못한 위치에서 기습을 가할 수 있도록 일반 도로나 고속도로에서 이륙하여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전투기의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따라서 JAS 39 그리펜을 짧게 확보된 활주 공간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으며, 재급유와 정비 작업을 최대한 단순화하여 최단 시간 내에 재출격이 가능하다.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4.5세대 기체 중 JAS 39그리펜에 필적할 만한 항공기는 러시아의 MiG-29나 MiG-35 펄크럼(Fulcrum) 정도다. 뿐만 아니라 정비가 간편하고, 이착륙 거리가 짧으며, 동체 크기에 비해 탑재 중량이 크고, 기동력이 높다는 점은 인프라가 약하고 항공 기술 발전도가 낮은 국가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다. JAS 39그리펜은 또한 동체 크기와 주익 사이즈가 작고, 랜딩기어는 날개가 아닌 동체부에 수납하게 설계되어 있어 분리가 용이하므로 유사시 기체를 분해한 뒤 은닉하기도 쉽다.
무장은 최대 공대공 무장 6발, 순항미사일 2발, 스마트 폭탄 4발을 장착할 수 있으며, 120발 사격이 가능한 27mm 마우저(Mauser) 기관포가 내장되어 있다. 또한 삼각익(delta wing)을 채택해 비행 간 기동성이 뛰어나며, 선회 반경도 동급 기체 중에서는 작은 편에 속한다. 그리펜의 주익 날개 폭은 8.6m에 불과하다.
그리펜은 또한 통칭 ‘센서 퓨전(sensor fusion)’으로 불리는 항전장비 완전 통합이 이루어져 있다. 기체의 프로그래밍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여부에 따라 성능 향상이나 추가적인 작전 임무의 부여가 가능하다. 레이더는 에릭슨(Ericsson)과 GEC-마르코니(Marconi)가 개발한 펄스-도플러(pulse-doppler)-X 밴드 방식의 PS-05/A 멀티모드 레이더를 사용한다. 이 레이더를 통해 JAS 39그리펜은 120km 밖의 표적을 탐지 및 식별할 수 있으며, 해상, 지상, 공중의 표적을 별도로 지정하여 추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BVR(Beyond-the-Visual Range: 가시거리 밖) 공대공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어 AIM-120C-7 암람(AMRAAM), AIM-9X 사인드와인더(Sidewinder), MBDA의 미티어(Meteor) 미사일 등을 운용할 수 있다. 향후 그리펜 E/F형은 셀렉스(Selex) ES사의 레이븐(Raven) ES/05 능동형 전자주사식 레이더(AESA, Active Electronically-Scanned Array Radar)를 장착할 예정이며, 스카이워드(Skyward)-G 적외선 수색탐지(IRST) 센서를 장착하여 표적의 열 방출을 탐지해 추적할 수 있다. 향후 그리펜 E형부터는 BVR(가시거리 밖)에서 레이더반사면적(RCS, Radar Cross Section)이 작은 표적도 탐지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펜은 비겐과 드라켄을 모두 계승하고자 했기 때문에 뛰어난 기동성과 공격 능력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완전 디지털식 HUD(Head-Up Display)를 채택하고 최대한 디스플레이와 조종장치를 직관적으로 배치하여 비행 간 조종사의 시선이나 행동이 분산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그리펜에는 GE사의 F404-GE-400 면허생산 형상인 볼보(Volvo)의 RM12 터보팬 엔진을 탑재했으며, 추후 JAS 39 E/F에는 출력 20%가 향상된 GE 사의 F414G 엔진을 탑재할 예정이다. 그리펜은 애프터버너(afterburner)를 사용하지 않고도 초음속 돌파가 가능한 초음속 순항(supercruise)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자연스러운 가속만으로도 마하의 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운용 현황
스웨덴 공군은 1993년 6월부터 첫 기체를 인도받기 시작해 2015년 3월까지 총 204대의 그리펜을 인도받았다. 2007년경에는 최초로 도입한 JAS 39A/B형 31대를 업그레이드하여 JAS 39C/D형 사양으로 올렸으며 일부 기체의 수명주기가 도래함에 따라 2023년까지 이들 기체를 도태시키고 E/F형을 도입할 계획이다. 스웨덴 공군은 2018~2027년에 총 60~70대의 JAS 39E형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JAS 39 그리펜 은 리비아 내전 때에 첫 실전 참가 기록을 세웠으며, 작전 기간 동안 총 650회의 임무를 소화했으나 격추기록은 달성하지 못했다.
사브는 그리펜의 해외 수출을 위해 복수의 해외 합작회사를 설립해 운용했는데,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1995년 사브가 BAE 시스템즈와 합작으로 설립했던 그리펜 인터내셔널(Gripen International)이 있다. 그리펜 인터내셔널 사는 남아공 및 중부 유럽, 동남아 국가를 상대로 성공적인 수출 성과를 올렸으나, 스웨덴, 체코, 브라질 등 일부 사업에서 뇌물 수뢰 혐의가 포착되어 수사 진행 중에 기업을 해산했다. 현재까지 그리펜은 체코 공화국, 헝가리, 남아공, 태국, 브라질 공군이 운용 중이며, 영국 왕립 공군(RAF)의 경우 시험비행조종사학교에서 교육용으로 소량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체코와 헝가리는 리스(lease) 형태로 계약한 것이 특징이다. JAS 39 그리펜은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158대가 운용 중이었다.
사실 많은 면에서 JAS 39 그리펜의 수출 전략과 성과는 우리가 참고를 할 만하다. 스웨덴 자체가 중립국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방위산업 분야에서 제약이 많고, 해외 수출 시 국가가 업체에게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이 별로 없어 유럽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방 분야에서 스웨덴의 ‘브랜드 가치’ 자체는 그다지 높지 않아 우리와 유사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JAS 39 그리펜은 정치적 ‘틈새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대다수의 국가는 미국 혹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나 동맹을 고려하여 무기를 도입하는 편이지만, 중립을 표방하는 스위스나 태국, 혹은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 통칭 비동맹국가(non-aligned nations)는 미제나 러시아제를 도입하는 것이 정치적인 면에서 미-러 중 한 편으로 기울게 하거나 군사적인 의존성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부담스럽다. 따라서 JAS 39 그리펜은 이 틈새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공략해나가고 있다. 이런 정치적 틈새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업이 브라질의 FX-2 사업이다.
브라질은 룰라(Lula da Silva) 행정부 시절인 2008년 10월 총 36대의 전투기를 22억 달러에 도입하는 FX-2 사업을 발주하면서 미국[보잉(Boeing) F/A-18 E/F, F-16BR], 프랑스[라팔(Rafale)], 스웨덴(사브) 러시아(Su-35) 등으로부터 제안서를 받았다. 브라질은 곧 F/A-18, 라팔, 그리펜으로 후보를 압축했으며, 초반에는 스코르펜(Scorpène)급 잠수함을 절충교역(offset) 사업으로 걸며 사르코지(Nicolas Sarkozy) 대통령이 직접 수출을 진두 지휘한 프랑스가 유리한 고지에 섰다. 하지만 룰라 대통령이 계속 기종 평가도 끝나기 전부터 계속 라팔을 구입할 것처럼 언급하자, 사업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 미국과 스웨덴 정부가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에 한 기종을 선택하는 것이 정치적인 부담이 된 룰라 행정부는 결국 선택을 미루고 후임인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대통령에게 넘겼다. 지우마 대통령은 예산 문제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1년 미뤄 2013년에 발표하기로 했으나 이 시점에서 이미 브라질 경기가 악화되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라팔이 힘을 잃기 시작했다. 지우마 대통령은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 사에 의뢰해 기종 평가를 실시했으며, 기술이전 여부와 운용성, 유지관리비 등을 종합 비교한 후 36대에 75억 달러를 제안한 F/A-18과 36대에 60억 달러를 제안한 그리펜을 최종 후보로 압축했다. 당시 라팔은 80억 달러가 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3년, 미 국가정보국(NSA)의 서버 관리 계약자로 일하다 NSA 통신 감찰활동을 공개하며 러시아로 망명한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이 NSA의 지우마 대통령 집무실 감청 사실을 폭로하자 미국-브라질 간 분위기가 급랭했다. 결국 정치적인 이유로 미제를 선택하기도, 프랑스제를 선택하기도 곤란해진 지우마 행정부는 사업을 지연시키면서 결정을 또 한 번 미뤘지만, 이미 남아 있는 선택은 제3국인 스웨덴의 그리펜밖에 없었다. 결국 브라질 정부는 2013년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브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반대로 기체의 성능과는 상관없이 국가 브랜드 가치 때문에 피해를 본 경우도 있었다. 스위스 공군은 F-5E/F의 대체사업을 진행하면서 2008년경 라팔,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과 함께 그리펜을 평가했으며, 2011년 11월 30일 그리펜 NG(Next-Generation)를 우선협상대상기종으로 정하고 31억 달러로 22대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스위스 국방부의 평가 결과가 유출되면서 상황이 급랭했다. 평가 단계에서는 그리펜이 유로파이터 및 라팔보다 성능이 처진 것으로 평가되었으나, 가격이 싸기 때문에 군에서 “차라리 그리펜을 도입하고, 남는 예산으로 스위스 육군 현대화를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스위스 국방부 측은 단순히 가격 문제가 아니라 “전 평가 항목 모두에서 만족 이상의 평가를 낸 것은 그리펜뿐이었다”고 항변했다. 결국 해당 사업을 취소하고 재시작하는 것이 낫겠는가의 여부를 놓고 2014년 5월에 국민투표까지 진행했으며, 53.4%가 그리펜 구입을 번복해야 한다고 투표하여 결국 2015년 4월부로 사업을 전면 취소했다. 스위스는 처음부터 정치권 일각이 그리펜의 도입을 반대했고, 국민투표까지 가서 사업이 번복되는 상황이 되었으므로 아무리 가격 조건이나 성능이 요구도와 부합하더라도 국민 정서상의 이유 때문에 스위스 공군의 F-5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생형
● JAS 39A 그리펜: 1996년 스웨덴 공군이 인도받기 시작한 단좌형 초기 형상. 일부 기체는 2007년에 JAS 39C/D로 업그레이드되었다.
● JAS 39C 그리펜: JAS 39 A/B의 단좌식 업그레이드형. 무장, 항전장비 등이 개선되고 공중급유 능력이 추가되었다.
● JAS 39D 그리펜: JAS 39C의 복좌형
● 그리펜 NG(Next-Generation): JAS 39C/D에서 엔진이 GE-F414G엔진으로 교체되고, ES-05 AESA 레이더가 탑재되었으며, 연료 및 탑재중량이 늘어나고 하드 포인트(hard point)가 2개 늘어난 형상. 인도 MMRCA 사업에 제안했던 형상이나 초반에 탈락했다.
● JAS 39E 그리펜: 그리펜 NG 사업에 기반해 만든 JAS 39C/D의 업그레이드형. 단좌식이며, 현재까지 스웨덴 공군과 브라질 공군이 이 형상으로 주문을 한 상태다. 브라질 공군은 이를 F-39E로 명명했다.
● JAS 39F 그리펜: JAS 39E의 복좌형. 브라질 공군이 8대 주문했으며 교육훈련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브라질 공군은 F-39F로 명명했다.
● 그리펜 M: 항공모함 탑재 형상 제안으로, ‘시 그리펜(Sea Gripen)’으로 명명되었다. 현재까지는 브라질 해군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으며, A-4 스카이호크(Skyhawk) 대체기종으로 고려 중이다.
● 그리펜 무인전투기(UCAV): JAS 39E형을 기반으로 한 무인기 개조 형상안.
● 그리펜 EW(Electronic Warfare): 그리펜의 전자전 사양. JAS 39F를 기반으로 했으며, F/A-18 C/D의 전자전 형상인 ‘그라울러(Growler)’와 동일한 컨셉이다.
제원 (JAS 39 C/D 기준)
- 탑승 인원: 1명(JAS 39C) / 2명(JAS 39D)
- 전장: 14.1m
- 전고: 4.5m
- 날개 길이: 8.4m
- 날개 면적: 30㎡
- 최대적재중량: 14,000kg
- 최대적재하중: 8,500kg
- 자체중량: 6,800kg
- 탑재중량: 5,300kg
- 출력: 볼보(Volvo) RM12 애프터버너 터보 팬 X 1 (12,100~18,100파운드) / F404 면허생산
- 최고속도: 마하 2 (초음속 순항 시)
- 전투반경: 800km
- 페리 비행 범위: 3,200km
- 실용상승한도: 15,240m
- 중량대비출력: 0.97
- 최소이륙거리: 500m
- 최소착륙거리: 600m
- 초음속 순항: 가능
- 중력한계: -3G/+9G
- 하드 포인트: 8개
- 무장:
└ 마우저 BK-27 리볼버식 기관총(단좌형 모델만 적용), AIM-9 사이드와인더 x 6
└ 미티어 공대지 미사일 x 4 , AIM-120 AMRAAM x 4, AGM-65 매버릭(Maverick) 미사일 x 4,
└ KEPD.350 x 2, Rbs.15F 대함미사일 x 2, GBU-12 페이브웨이(Paveway) II x 4
└ Bk-90 클러스터 폭탄 x 2, 마크(Mark) 82 폭탄 x 8
- 센서: 라이트닝(Litening) 포드, 디지털 합동 정찰포드(DJRP), 모듈식 정찰 포드 시스템(MRS)
- 공대공 사양 재출격 가능 시간(ICT): 10분
- 레이더: PS-05/A 펄스-도플러 레이더
- 가격: 6,000만~7,000만 달러(JAS 39C/D 기준)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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