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지하시설물을 한 방에
벙커버스터
벙커버스터는 대형 관통 폭탄으로, 지하에 위치한 적의 핵심시설을 파괴하는데 사용된다. 특히 지난 1991년 걸프전쟁 당시 미군이 개발한 GBU-28 벙커버스터는 레이저 유도장치를 장착해, 높은 정확도로 지하 깊숙이 위치한 이라크 군의 주요시설물을 파괴했다. 걸프전쟁 당시 일약 스타로 등극하게 된 벙커버스터는, 이후 미국이 주도한 전쟁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핵심 무기가 되었다. 우리 공군도 미국으로부터 200여 발을 도입해, F-15K 전투기에 장착 운용하고 있다.
초대형 폭탄의 개발
제1차 세계대전과 달리 제2차 세계대전은 공군력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게 된다. 전쟁 발발과 함께 독일은 공습에 대비해 주요 군사시설물을 엄체화하고 지하화했다. 영국공군은 독일군의 주요 시설물에 폭격기를 대규모로 동원해, 연일 폭격을 가했지만 이렇다 할 피해를 주지 못했다. 당시 사용된 일반용 폭탄은 충격파와 파편효과로 목표물을 파괴하는데, 엄체화되고 지하화된 목표물에는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었다.
1941년 영국의 항공 공학자 반스 월리스(Barnes Wallis)는, 10톤(t)급의 초대형 폭탄의 개발을 영국공군에 제안한다. 그러나 당시 영국공군은 대형 폭탄 1발보다는 소형 폭탄을 여러 발 투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그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반스 윌리스가 개발한 도약 폭탄이 실전에서 독일의 댐을 성공적으로 파괴하면서, 영국 공군도 그의 초대형 폭탄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다.
톨보이와 그랜드슬램
이후 반스 윌리스는 톨보이(Tallboy)와 그랜드슬램(Grand Slam) 초대형 폭탄을 개발하게 된다. 최초 개발된 톨보이는 길이 6.4m, 직경 94㎝, 무게 5.4톤 급의 폭탄으로 폭뢰형 고성능폭약인 토펙스(Torpex)를 2.4톤 가량을 내장하고 있었다. 폭탄 무게와 강하 속도가 맞물려 톨보이는 4.9m 두께의 콘크리트도 관통할 수 있었고, 폭탄이 관통할 때 발생하는 충격파로 거대한 내부 분열 현상을 일으켜 인접 건물이나 시설물까지 동시에 붕괴시킬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했던 톨보이는 랭커스터 폭격기 1대에 딱 한발만 실을 수 있었다. 톨보이는 전쟁 기간 동안 850여 발이 생산되었고, 독일군의 V1과 V2 기지를 파괴하는데 사용되었다. 또한 독일해군의 전함 티르피츠함을 격침시키는데도 이용되었다. 뒤이어 개발된 그랜드 슬램은 톨보이 보다 2배 가까운 무게를 자랑했다. 총 40여 발의 그랜드슬램이 전쟁 기간 동안 투하되었는데, 주로 교량과 U보트 기지 공격에 사용되었다.
한국전쟁에서 사용된 초대형 유도폭탄 타르존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2월, 미 육군 항공대는 초대형 유도 폭탄 개발에 착수한다. 타르존(Tarzon)으로 불렸던 유도폭탄은, 영국공군이 사용했던 톨보이에 라디오 원격 조종 장치를 장착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타르존은 북한 공습에 사용되었다.
톨보이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던 타르존은 B-29 폭격기에 단 한발만 장착이 가능했다. 총 30여 발이 사용된 타르존은 유도장치가 부착되어 일반폭탄보다 높은 명중률을 자랑했고, 특히 북한의 수력발전소와 교량을 파괴하는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공습작전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B-29 폭격기 한대와 승무원 전원이 목숨을 잃게 된다. 결국 미군은 안전문제로 타르존의 사용을 중지하게 된다. 또한 크기는 작고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전술핵무기가 등장함에 따라, 초대형 폭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8인치 포신으로 급하게 만든 GBU-28
자취를 감추었던 초대형 폭탄은 걸프전쟁에서 다시 등장하게 된다. 당시 이라크는 중동전쟁과 이란-이라크전을 겪으면서 주요 전쟁 지휘시설을 지하 깊숙한 곳에 설치했다. 사막의 폭풍 작전이 시작되자 다국적군의 공습이 이들 시설에 집중되었지만,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미 공군은 급하게 이라크의 지하 시설물을 파괴할 신형 무기를 개발하게 되고, 미 육군에서 사용되던 8인치(in) 화포의 포신을 이용해 대형 관통 폭탄을 만들어낸다.
BLU-113으로 알려진 대형 관통 폭탄은 무게가 2.1톤이었고 286㎏의 고폭약을 내장했다. 이러한 BLU-113에 레이저 유도 장치가 결합이 되었고, 훗날 벙커버스터로 알려진 GBU-28이 탄생하게 된다. GBU-28은 1991년 2월 말 공습작전에 처음 사용되게 된다. F-111 전투기에 장착된 GBU-28은 바그다드 외곽의 공군기지에 위치한 이라크 군 지휘시설에 투하되었다. 지표면을 뚫고 지하 깊숙이 들어간 GBU-28은, 거대한 폭음을 일으키며 목표물을 완벽하게 파괴했다.
세계 최대의 항공폭탄 GBU-57 MOP
지난 1997년에는 BLU-113 대형 관통 폭탄에, GPS와 관성항법장치를 결합한 GBU-37 GAM(GPS-Aided Munition)이 미 공군에 전력화된다. 레이저로 유도되는 GBU-28과 달리 기상이 좋지 않아도 사용이 가능했던 GBU-37은, 최초의 전천후 정밀유도 벙커버스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이라크전쟁을 거치면서 걸프전의 스타였던 벙커버스터도 한계에 다다르고 만다. 전쟁 당시 같은 지점에 두발의 벙커버스터를 순차적으로 투하해, 더 높은 관통력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라크전쟁 이후 미군은 초대형 벙커버스터를 본격적으로 개발한다. 이렇게 개발된 초대형 관통 폭탄 GBU-57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는 무게만 14톤에 길이는 5.2m에 달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개발한 그랜드슬램보다도 더 무거운 GBU-57은 일반 콘크리트는 60m, 강화 콘크리트는 8m까지 관통할 수 있다. 미 공군의 전략 폭격기에서만 운용되는 GBU-57은 GPS로 유도되며 지난 2011년까지 10여 발이 도입되었다.
글 김대영 | 군사평론가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국방관련 언론분야에 종사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해군발전자문위원 및 방위사업청 반 부패 혁신추진단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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