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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으면 끝장…‘수중 제왕 잠수함’ 만든 일등공신, 잠수함 탭재 명품 무기 이야기 '어뢰'

바래미나 2016. 4. 3. 00:26

맞으면 끝장…‘수중 제왕 잠수함’ 만든 일등공신, 잠수함 탭재 명품 무기 이야기 '어뢰'

어뢰를 명품무기 반열에 올린 잠수함

 

U-21함

4발 발사 英 순양함 격침 세계가 경악

 

U-보트 스타 U-9함

1시간 만에 英 순양함 3척 수장시켜

 

U-47함

6발 쏴 전함·수상항공기 모함 격침

 

 

대서양 전투에서 연합국 함정을 공포에 떨게 했던 독일의 두 종류 어뢰 G7a. 불발탄이 25% 이상 발생해 잠수함 함장들이 ‘나무총’이라고 불렀던 어뢰지만 전투를 지속하면서 성능이 좋아져 잠수함을 수중의 제왕으로 만드는 명품이 됐다. 필자 제공

 

 

대서양 전투에서 연합국 함정을 공포에 떨게 했던 독일의 두 종류 어뢰 G7e. 불발탄이 25% 이상 발생해 잠수함 함장들이 ‘나무총’이라고 불렀던 어뢰지만 전투를 지속하면서 성능이 좋아져 잠수함을 수중의 제왕으로 만드는 명품이 됐다. 필자 제공



이번 주부터 7회에 걸쳐 잠수함에 탑재된 명품 무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무기인 어뢰부터 살펴보자.



‘간담 서늘하게 하다’ 뜻의 Torpedo (魚雷)

어뢰(魚雷)란 어형수뢰(魚形水雷)의 줄임말이며 영어로는 토피도(Torpedo)라고 부른다. ‘토피도’란 말은 라틴어 ‘Torpere’에서 유래했으며 그 뜻은 ‘간담을 서늘하게 하다’라니 1·2차 대전을 치르면서 어뢰는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잠수함의 어뢰 공격이 모든 수상함 함장(선장)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이유는 ‘어뢰 명중=함정 수장’이란 공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함선들은 수십·수백 발의 함포를 맞아도 침몰하지 않지만 어뢰에 맞으면 단 1발에도 두 동강이 나서 순식간에 가라앉으니 어찌 두렵지 않았겠는가? 이는 버블제트(bubble jet) 효과 때문이다. 어뢰에 탑재된 폭약이 함선 중앙부 밑에서 폭발해 엄청난 가스압력이 발생하면 함선은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른다.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가스압력이 소멸하면서 빈 공간이 발생하고 함선은 다시 수면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위아래로 오르내리면서 받은 충격으로 인해 함선의 용골은 완전히 부러지게 된다. 이것이 버블제트 효과다. 

어뢰의 역사는 1866년 오스트리아 해군의 G.루피스가 영국인 기사 R.화이트헤드와 협력해 직주어뢰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 어뢰는 내부에 압축공기를 불어넣어 이를 동력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추진했으며 폭약으로 다이너마이트 8㎏을 사용했고, 속력은 시속 11㎞, 사정거리는 640m 정도였다. 이후 1899년 오스트리아의 L.오브리가 표적을 향해 똑바로 전진할 수 있는 자동조타장치를 발명했고, 1904년 미국의 F.W.블리스는 연료를 압축공기로 연소시켜, 혼합가스를 만드는 등 속력을 높이는 데 노력했다. 제1·2차 세계대전 때는 속력 35노트, 사정거리 6㎞, 폭약량 150㎏ 이상으로 성능이 향상됐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추진기관, 침로 및 심도유지 장치, 신관 등에서 큰 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일본군이 개발한 93식·95식 어뢰는 산소를 연료로 해 항적(航跡)을 남기지 않고, 시속 36~49㎞의 속력으로 30∼40㎞의 항주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당시 어뢰 가운데 성능이 제일 우수한 것으로 입증됐다. 

오늘날 어뢰 대부분은 스스로 표적을 탐지·추적하는 자동명중방식(호밍 방식)과 유선에 의한 지령유도방식을 사용하고 수상함정·잠수함·항공기 등에서 발사되며, 자체 추진으로 일정한 깊이를 항주(航走)해 표적에 명중하도록 돼 있다. 함정 탑재용은 폭약량 300~500㎏의 중어뢰, 항공기 탑재용은 폭약량 100~200㎏의 경어뢰로 분류된다.

독일 해군의 최신 어뢰 DM 2A4: 2차 대전 때 수만 발의 실전 경험을 통해 성능이 개량된 독일의 최신 선유도(Wire Guided) 중어뢰로 현재 독일· 이스라엘·노르웨이·튀니지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어뢰를 명품 무기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적인 해전(海戰)들

1차 대전 중 잠수함 어뢰에 의해 격침된 함정은 5000여 척에 1200만 톤이 넘었고, 2차 대전에서는 3000여 척에 1400만 톤에 가까웠다. 이런 놀랄 만한 전과를 기록했지만 잠수함이 군함(항모, 전함, 순양함, 구축함 등 전투함)을 공격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왜냐하면 당시의 잠수함은 축전지 성능이 뛰어나지 않아서 한번 충전해 물속에 들어가면 기껏해야 2시간 정도 견디고 다시 충전하기 위해 물 위로 올라와야 했기 때문이다. 잠수함이 물 위로 올라오면 곧바로 전투기와 함정에 의해 공격받기 때문에 잠수함 함장은 100% 성공 확률이 아니라면 군함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만큼 군함을 어뢰로 공격하는 것은 전 잠수함 승조원의 목숨을 거는 일이었기에 군함을 격침하면 대서특필됐으며 잠수함 함장은 영웅이 됐다. 어뢰 공격으로 영웅 함장을 탄생시킨 전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2차 대전에서부터 포클랜드 해전까지 대표적인 전투를 정리해본다.

①U-21함에서 발사한 4발의 어뢰, 영국 순양함을 격침시키고 세계를 놀라게 하다.
1914년 9월 5일, 독일의 오토 헤르싱 소령이 지휘하는 U-21 잠수함은 영국 함대에 접근해 순양함 1척을 향해 어뢰 4발을 발사했다. 영국 순양함 패스파인더함은 대폭발했고, 배가 침몰하면서 승조원 296명 중 259명이 수장됐다. 이 어뢰 공격은 잠수함이 실전에서 전과를 남긴 최초의 사건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영국 함대는 이것이 어뢰에 의한 공격이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으며, 순양함의 침몰이 떠내려온 기뢰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할 정도였다. 이 사건은 잠수함을 비열한 무기로 취급하며 대비에 소홀했던 영국에 경종을 울린 어뢰 공격으로 평가됐다.

②U보트 스타 U-9함, 어뢰 공격으로 1시간 만에 영국 순양함 3척 격침.
1914년 9월 22일, 독일의 오토 베디겐 대위가 지휘하는 U-9 잠수함은 안개 때문에 시야가 흐려진 틈을 이용, 영국의 순양함 단대에 접근해 1시간 동안 순양함 3척(아부키르, 호그, 크레시)을 어뢰로 침몰시켰다. 이 공격으로 순양함 승조원 2200명 중 1459명이 수장됐다. 이것은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침한 이후 거의 30여 년 동안 전 세계 해양을 지배해온 영국 함대에 최대 치욕으로 기록됐다. 당시 영국 해군참모총장이었던 존 피 제독은 “넬슨 제독이 그의 전 생애 동안 수행한 전투에서 희생시킨 병사보다 더 많은 병사를 잃었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이 전투는 당시 영국에 비해 해군력이 8대2 정도로 열세였던 독일 해군에게 잠수함 전투의 효용성을 입증해준 사례로 기록된다.

③적 항구에 침투해 어뢰 6발로 전함과 수상항공기 모함을 격침시킨 U-47함, 어뢰의 위력과 잠수함의 은밀 작전 유효성을 보여주다.

1939년 10월 8일 독일의 U-47 잠수함은 킬 항을 출발해 10월 13일 영국의 스캐퍼 플로 항구에 은밀히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U-47 함장은 절묘하게 잠수함을 몰고 항구에 진입해 순차적으로 어뢰 6발을 발사했다. 불발탄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정박 중인 영국 전함 로열 오크와 수상항공기 모함을 격침했다. 이 작전은 어뢰의 위력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잠수함의 은밀성을 이용해 적의 앞마당을 유린하고 안전하게 귀환한 대표적인 잠수함 작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다음 회에 계속.
<문근식 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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