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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개발 새 트렌드 신무기 도입보다 기존 무기 성능개량!

바래미나 2016. 1. 7. 00:52

무기 개발 새 트렌드 신무기 도입보다 기존 무기 성능개량!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 KF-16 개량형에 장착될 이스라엘 엘빗사의 최신형 조종석 디스플레이

 

  지난 12월 16일 한민구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2015년 마지막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가장 관심을 끈 무기도입 사업 중 하나는 KF-16 성능개량 사업이었다. KF-16 성능개량 사업은 현재 공군이 운용하는 KF-16 134대의 레이더와 임무 컴퓨터, 무장체계 등을 개량하는 것으로, 1조8390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는 대형사업이다. 원래 미국 BAE시스템스사가 맡기로 돼 있었지만 무려 8000억원의 추가비용을 요구하면서 미국 록히드마틴사로 교체하는 쪽으로 협상이 진행돼 왔다.
  
   이날 방추위에선 예상대로 미 록히드마틴사로 교체하는 쪽으로 결정이 이뤄졌다.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록히드마틴사가 비용(예산) 조건을 충족했다”며 “계약업체 변경으로 초도기 인도 시점도 1년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F-16에 장착될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생산 업체도 미국 레이시온사에서 노스롭그루먼사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기존 KF-16은 미 노스롭그루먼사의 SABR AESA 레이더와 최신 조종석 디스플레이(이스라엘 엘빗사) 등 첨단 항공전자장비를 갖추게 됐다. 이 같은 성능개량은 새 무기체계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신무기 도입을 대체하는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육군 신형 K-2 전차 ‘흑표’의 경우 대당 80억원에 육박하고 공군 F-15K는 1000억원, 해군 이지스함은 척당 1조원에 달한다. 신무기를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아예 단계적 성능개량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는 경향도 생기고 있는데 이를 진화적 개발이라 한다.
   
 

                             

      ▲ 독일 레오파드2 A7플러스 전차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국방비 삭감과 국제 안보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단순구매 및 생산과 관련된 예산은 축소시키고 연구개발과 성능개량에 보다 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에 우리 공군이 성능개량을 결정한 F-16 전투기는 서방세계에서 F-4 팬텀과 함께 가장 많이 팔린 제트 전투기인데 블록(Block) 1형을 시작으로 블록 60형까지 개발됐다. 초기엔 미사일을 다양하게 장착할 수 없었지만 블록 20형에선 신형 레이더를 탑재, ‘스패로’ ‘암람’ 등 각종 공대공미사일과 공대함 ‘하푼’ 미사일을 장착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블록 30형에선 적 레이더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함(HARM)’ 미사일 등을 장착할 수 있게 됐고, 신형 엔진의 장착으로 추력이 향상됐다.
  
   2002년부터 생산된 블록 40/42형은 사정거리가 향상된 JDAM(합동직격탄)을 비롯, 사용할 수 있는 정밀유도폭탄 및 미사일의 범위가 넓어졌고, 조종사의 야간감시 능력도 향상됐다. 우리 공군이 KF-16으로 보유하고 있는 블록 50/52형은 GPS(위성항법장치)/INS(관성항법장치)를 장착하고 JSOW 등 각종 첨단 미사일과 폭탄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가장 최신형인 블록 60형은 기계식 레이더 대신 처음으로 AN/APG-80 능동 위상배열레이더(AESA)를 달았고 신형 전자전 장비, 신형 단거리 공대공미사일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로 무장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FX(한국형전투기)사업의 경우도 F-16처럼 단계적으로 능력을 갖춰가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진화적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미군 M2A3 보병전투장갑차  



   미 육군 주력 전차인 M1 ‘에이브럼스’도 단계적인 성능개량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1980년 기본형인 M1 전차의 배치가 시작된 이래 20년 동안 모두 5종의 M1 전차가 개발됐다. M1, IMP M1, M1A1, M1A2, M1A2 SEP 등이다. M-1 전차의 주포는 105㎜였지만 M1A1 주포는 120㎜로 업그레이드됐다. M1A2 전차는 첨단 지휘통제 체계를 갖췄고, M1A2 SEP 개량형은 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의 교훈으로 시가전 능력이 향상됐다. 원격조종 기관총탑 등으로 무장하고 있는 M1A2 SEP 개량형은 주한미군에도 배치돼 있다. 공격헬기의 대명사로 불리는 AH-64 아파치 헬기의 경우도 A형에서 시작해 D형을 거쳐 E형까지 개발됐다. 우리 육군도 올해부터 최신형인 AH-64E형을 도입한다.
  


 


 

        ▲ 미군 M109A7 자주포



   미국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도 각종 무기체계의 성능개량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정상급 전차로 정평이 나 있는 독일군 레오파드2는 1984년 3단계 성능개량이 수립돼 레오파드2 A4, A5,A6를 거쳐 A7플러스형까지 개발됐다. 이를 통해 신형 120㎜ 주포와 대전차 포탄, 사격통제장비 등을 갖춘 최신형 레오파드2 전차가 탄생할 수 있게 됐다. 이스라엘 주력 전차 메르카바도 1979년 실전배치된 이래 개량을 거듭해왔다. 최신형인 Mk4는 대전차무기를 방어하기 위한 모듈형 특수장갑과 첨단 전자위협 식별 경고장치를 갖췄고 화생방 공격에 대비한 첨단 방호기술도 채택했다.  우리 육군의 K-1A1 전차도 성공적인 성능개량 사례로 꼽힌다.
  
   무기체계 단가가 더 높아지고 국방비 삭감 압박이 커지고 있는 추세여서 무기체계 개발과정에서 ‘성능개량’의 중요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는 최근 ‘2015 방산정책연구 보고서’에서 ‘무기체계의 진화적 개발 방향’이란 논문을 통해 진화적 무기도입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에서는 모든 신규 전력의 소요 결정 시 성능개량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우선 검토, 추진토록 돼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을 무기체계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무기체계의 진화적 연구개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능개량 사업을 포함한 일반 무기체계 분야의 연구개발 사업은 정부(국방과학연구소 등) 주도에서 업체 주도로 크게 바뀌어야 하고, 진화적 무기 도입에 장애가 되고 있는 제도개혁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