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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40 기관단총|

바래미나 2013. 12. 3. 15:19

MP40 기관단총|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활약한 독일군 기관단총, MP40 <출처: (cc) Quickload at en.wikipedia>


살상 능력이 향상된 새로운 무기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 사실 인간에게 좋다. 하지만 편리함을 추구하는 원초적인 욕구 때문에라도 기관단총은 언젠가는 반드시 나타날 무기였다. 그리고 참호전으로 일관하며 수백만이 끔찍하게 죽어간 제1차 세계대전(이하 1차대전)은 기관단총의 등장을 급속히 촉진시켰다. 이처럼 주어진 환경에 가장 적합한 살상 도구를 만들어내는데 있어서 인간의 능력은 가히 경이로울 정도라 할 수 있다.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되어 활약한 기관단총은 독일 베르그만(Bergmann)사에서 개발한 MP18이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제작되어 전선에 투입했기 때문에 기계적 신뢰성이 상당히 부족하여 일선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종전 후,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승전국이 독일에게 구경 8mm 이상의 화기 보유를 금지시키고 더 이상 군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도 가했을 만큼 기관단총의 잠재력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관단총의 효용성을 잘 알고 있던 독일은 패전국의 수모를 겪고 신무기 개발에 제한을 받는 와중에도 불구하고 은밀히 새로운 기관단총의 제작에 착수했다. 그 결과 사상 최대의 전쟁인 제2차 세계대전(이하 2차대전) 당시에 총기 역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기관단총을 즉시 선보일 수 있었다. 흔히 ‘독일군 기관단총’이라 불릴 만큼 영화나 사진 등을 통해 많이 접하고 익숙한 MP4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화 [독수리요새] (1968)에서 MP40을 들고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지난 전쟁에서 얻은 교훈

현재도 독일에서 기관단총의 제식부호로 쓰이는 MP는 ‘기관권총(Maschinenpistole)’의 약자다. 그런데 국어사전에 권총(Pistol)은 한 손으로 쥘 수 있는 짧고 가벼운 총을 의미하므로 우리말로 기관권총이라면 ‘글록(Glock) 18’같은 완전 자동권총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총의 성능이나 용도를 놓고 보았을 때 독일어 ‘Maschinenpistole’는 기관단총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MP라는 명칭이 붙었다는 것은 기관단총이 그 만큼 권총과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 큰 이유는 사용하는 탄환 때문이다. 5.56mm 소총탄을 사용하는 국산 K1A같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관단총은 연사시 반동을 줄이려 권총탄을 사용한다. 당연히 소총에 비해 화력이 약할 수밖에 없고 MP5가 등장한 1960년대 중반 이전까지 명중률도 형편 없었다. 따라서 기관단총은 주로 근거리에서 연사를 필요로 하는 전투에 사용되는, 사용 목적이 극도로 특화된 총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은 1차대전이 끝난 1918년부터 히틀러가 재무장을 선언한 1935년까지 타의에 의해 군비를 엄격하게 제한 받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기간은 내실을 기할 수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대대적인 감군에 따라 군에 남게 된 이들은 그야말로 정예 중의 정예여서 이들을 중심으로 장차전에 대한 새로운 연구와 훈련이 심도 있게 시도되었다. 이때 기관단총도 반드시 필요한 무기라고 새롭게 조명 받았다.

독일군은 지난 전쟁의 실패를 교훈 삼아 참호전을 회피할 방법을 연구했는데, 이때 내린 결론은 속도와 집중이었다. 공군의 엄호를 받는 집단화된 기갑부대로 하여금 전선을 신속히 돌파한 후 종심을 타격하여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는 전략을 완성했다. 당연히 보병 부대들도 이러한 작전에 적합하도록 구성되고 훈련되어야 했다. 기갑부대와 병행 혹은 후속하여 빠르고 신속하게 움직이려면 화력을 신속히 투사할 가벼운 무기가 필요했다.



MP40으로 무장한 무장친위대원. MP40은 영화 등에서 독일군의 무기로 익숙하다. <출처: (cc) Das Bundersarchiv>

초기에 하사관 등 일부 계층에게 보급된 MP40은 전쟁이 격화되면서 시가전 등 급접전이 많아지자 일반 사병들에게도 대량 보급되었다. <출처: (cc) Das Bundersarchiv>


새로운 시대에 요구된 성능

기존 제식 화기인 볼트액션 방식의 Kar98k은 구조적으로 연사력이 떨어져서 화력을 집중시키는데 부적합하고, 1차대전 당시보다 많이 가벼워졌지만 보병부대 화력의 중추인 기관총은 아직도 무거운 화기여서 기동력이 떨어졌다. 따라서 독일은 일부 병력을 연사력이 뛰어난 기관단총으로 무장시켜 그러한 간격을 메우려 했다. 사실 이러한 목적에 가장 적합한 무기는 돌격소총인데 당시에는 아직 요원했다.

비밀리에 개념 연구에 들어갔던 군 당국은 히틀러가 재군비를 선언하자 ‘가벼워서 휴대가 용이하며 연사력이 뛰어날 것’이라는 조건을 충족할 새로운 기관단총의 개발을 각 총기 제조사들에게 의뢰했다. 이러한 요구에 기존에 경찰용으로 EMP 기관단총을 만든 경험이 있던 ERMA사에서 1936년에 선반으로 가공한 철제 리시버와 접이식 개머리판을 사용한 독특한 형태의 기관단총을 선보였는데 그것이 MP36이다.


MP40의 플랫폼이 된 MP38 <출처: (cc) Jihemde at Wikimedia.org>


하지만 MP36은 생산 단가가 높아서 양산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무기라도 경제적인 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참신한 구조와 단순한 형태는 후속할 기관단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MP36을 설계한 하인리히 폴머(Heinrich Vollmer)는 즉각 후속 기관단총 개발에 들어가 2차대전 발발 직전인 1938년에 MP38을 만들어 내었다. MP38은 간단한 구조와 조작 방법으로 인해 호평을 받았고 주로 부사관, 공수부대용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근접전에서 드러난 진면목

개머리판을 편 모습. 접이식이어서 휴대가 편리하였다. MP 40 <출처: (cc) Quickload at en.wikipedia>


그런데 MP38은 1939년 발발한 폴란드 전쟁에서 사용되면서 여러 단점이 드러났다. 탄 걸림이 흔하였고, 오픈볼트다 보니 작은 외부 충격에도 오발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였는데 경우에 따라 폭발사고도 벌어졌다. 사실 이는 기관단총의 일반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여 1940년 등장한 것이 시리즈의 최종 판이라 할 수 있는 MP40이다. 외관상 MP38과 구분하기 힘들지만 그 동안 제기되었던 단점을 해결하며 무기사에 길이 남는 기관단총이 되었다.

더구나 MP40은 절삭가공 방식이었던 이전 모델과 달리 프레스 방식으로 생산되어 제작비와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때만 해도 독일의 전성기라서 종래의 작전 형태를 바꾸거나 개선 할 필요를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MP40의 공급도 이전처럼 한정된 대상에게만 선별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1942년 이후 독소전이 격화하면서 소련군이 PPSh-41 기관단총을 대량 사용하자 사병들에게도 MP40을 지급했다.

역설적이지만 독일이 수세에 몰리면서 MP40의 전성기가 시작된 것이다. 정작 그 동안의 전격전은 기관단총이 활약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전선이 팽팽히 대치하고, 스탈린그라드 전투처럼 근접 시가전이 일상화하자 MP40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백병전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나무 개머리판을 장착한 MP41이나 탄창 두 개를 삽탄할 수 있어 연사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킨 MP40/II처럼 상황에 맞게 개량도 이루어졌다.


백병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목재 개머리판을 장착한 MP41


엉뚱하게 불린 이름

흔히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처럼 치열하게 얼굴을 맞대고 싸우는 일선의 독일군과 소련군은 서로 상대방의 무기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독일군은 소련군의 PPSh-41가 연사력이 훨씬 좋다고, 반대로 소련군은 MP40가 가볍고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생각하여 적군 무기를 노획하여 사용하고는 했다. 그렇다 보니 동부전선의 기록사진 중에 노획한 상대편의 무기를 들고 싸우는 병사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많은 기관단총과 비교하여 MP40의 특징 중 하나가 오로지 연사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관단총의 장점을 극대화하려 설계를 단순화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데, 이런 특징은 전선에서 교전을 벌인 적에게 강렬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동 시기에 활약한 여타 기관단총과 비교한다면 그렇게 많지 않은 생산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MP40은 2차대전에서 독일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MP40을 연합군은 흔히 ‘슈마이서(Schmeisser)’라고 불렀다. MP18을 개발한 유명한 독일의 총기 개발자 '후고 슈마이서(Hugo Schmeisser)'의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부른 것인데, 정작 MP40의 설계자는 앞서 언급한 폴머였다. 호평이던 악평이던 어쨌든 적에게도 명성을 얻었다는 것은 개발자에게 기쁜 일이겠지만 잘못 알려졌다면 아쉬운 점도 많았을 것이다. 아마 폴머는 “나는 슈마이서가 아니다”라고 외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MP40으로 교전 중인 독일의 정예 팔슈름야거(공수부대) 대원. <출처: (cc) Das Bundersarchiv>


제원
탄약 9×19mm 파라블럼 / 작동방식 블로우백, 오픈볼트 / 전장 833mm / 중량 4kg / 발사속도 분당 500발 / 유효사거리 100m

/ 남도현[군사 저술가]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자료제공 / 유용원의 군사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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