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고군면 해저 2차 발굴 ‘누리안호’ 이곳이 어디인지를 가늠케 할 따름이다. 달빛 한 점 없이 사방은 캄캄하고, 바다 건너 뭍의 민가에서 퍼져나온 전등불은 보일 듯 말 듯하다. 거센 파도는 당장에라도 집어삼킬 것처럼 무섭게 선체에 부딪힌다.
선실 주방에선 인기척이 감돈다. 군 특수부대 출신인 강대흔(55) 잠수팀장이 종이를 펴놓고 외롭게 서예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잠수사다. 강 팀장이 그간 살아온 얘기를 풀어놓는다. 그는 목포대교, 여수-광양 연륙교 등 공사현장을 돌며 수중 폭파와 용접을 하며 살아왔다. 두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이미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왜 여전히 이 곳에서 바닷속을 훑고 있을까. “공사현장에선 잠수로만 한 달에 1500만원 이상 벌었어요. 그러다 2008년 문득 지인이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일해보자고 제안했지요. 태안 마도 1~3호, 군산 야미도, 인천 영흥도까지 현장을 샅샅이 누볐습니다. 비록 계약직이지만 큰 물건 하나 발굴해 문화재청장 표창을 받는 게 꿈입니다.” ‘잠수하는 공무원’으로 널리 알려진 양순석(41) 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도 동석했다. 그는 누리안호의 총책임자다. 1990년대 후반부터 스킨스쿠버를 배워 문화재청이 2002년 자체 수중 발굴을 시작할 때 합류했다. “다행히 결혼은 2002년 급하게 했습니다. 연애시절 ‘내근직’ 공무원으로만 알았던 아내는 지금까지 속고 살았다며 난리입니다.” 그는 1년에 3분의 2가량을 밖에서 떠돈다. 수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그나마 집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 탓에 홍광희(38) 연구원 등 후배들은 줄줄이 노총각 신세다. “겨울에 소개받아 두세 달 사귄 아가씨가 있어도 바다로 돌아오는 봄이면 여지없이 깨지곤 한답니다. 선배로서 미안할 따름이죠(웃음).” 예산 부족으로 근무인원이 부족한 탓이다. 정명화(55) 선장은 “그래도 보람 있는 일”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이상 숨을 참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발굴단의 잠수사들은 탱크 잠수보다 긴 튜브를 통해 산소가 공급되는 후크잠수를 선호한다. 물속에서 오래 버틸 수 있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당시, 고용된 잠수사 한 분이 늘 5분 먼저 들어갔다가 5분 늦게 나왔습니다. ‘열심히 일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5분간 청자 등 유물 20점을 빼돌려 바로 옆 뻘에 묻어뒀더라고요.”
이튿날 누리안 호의 아침이 밝았다. 강 팀장이 마치 해장을 하듯 5㎜의 두꺼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뒤이어 잠수사들이 입수했다. 뻘 속에는 가로, 세로 각 1m씩 100개의 발굴 섹터가 바둑판 무늬처럼 줄로 나뉘어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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