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피겨 김연아

김연아의 우아한 손짓, 심판도 홀렸다

바래미나 2013. 3. 18. 04:14

김연아의 우아한 손짓, 심판도 홀렸다

[일간스포츠]

김연아(23)는 울지 않았다. 대신 그의 연기를 본 사람들이 울었다.

김연아는 1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열린 2013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여자 싱글 프리 프로그램에서 148.34점을 받아 쇼트 프로그램(69.96점) 합계 218.31점으로 우승했다. 2009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4년 만의 세계선수권 우승이다.

김연아는 15일 쇼트 프로그램에서 실수 없는 깔끔한 연기를 하고도 예상보다 낮은 69.97점(중간순위 1위)을 받았다. 심판진은 김연아가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잘못된 에지를 썼다며 트집을 잡았다.

이날 김연아에 앞서 연기한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197.89점), 아사다 마오(일본·196.47점)는 실수를 했는데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자칫 김연아가 넘어지는 실수라도 한다면 1위를 지키지 못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프리 프로그램 배경음악 '레미제라블'에 맞춰 완벽한 연기를 해냈다. 김연아가 마지막 스핀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관중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김연아의 연기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트집을 잡던 심판진도 두 손 들었다. 전 부문에 감점 없는 '클린'이었다.

한국은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억울한 판정에 셀 수 없이 많이 울었다. 그런데 김연아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심판진을 눌러버렸다. 이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기에 충분했다.

김연아는 2011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이후 2년간 공백기를 보냈다. 팬들은 '김연아가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더니 이제 힘든 운동을 하지 않고 광고로 돈만 벌려고 한다'는 악의에 찬 말을 쏟아냈다.

김연아는 올림픽 챔피언인데도 국제 무대에서 심판들에게 짠 점수를 받는 약자였다. 한국팬들마저 그를 외면하기도 했다. 어쩌면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성취감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를 모두 극복해냈다. "누가 나를 흔들어도, 나는 머리카락 한 올 흔들리지 않으리라"던 김연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