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대장경, 천 년의 지혜로 빛나다
세계 문화유산이자, 기록 유산으로 동시에 등재돼 있는 고려 대장경을 만든지 올해로 꼭 천 년의 역사를 맞습니다. 팔만 천여 장의 경판과 5천 2백만 자의 방대한 분량속에 담긴 지혜의 말씀은 첨단 디지털 복원작업을 통해 새롭게 조명 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천 년을 준비하고 있는 대장경을 전합니다.
경남 가야산 자락 솔 숲 사이로 자리 잡은 해인사. 새벽 예불을 마친 성안 스님이 정성스레 두 손을 모읍니다. 일반인은 물론 스님들의 출입조차 엄격하게 통제된 장경판 전. 천년의 지혜가 담긴 대장경이 모셔진 이곳은 성안 스님에겐 또 하나의 수행처이기도 합니다.
성안 스님(대장경 보존국장) : "(고려대장경은) 고려시대 때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 만들어졌거든요. 그래서 여기 들어올 때마다 그런 에너지를 느끼게 됩니다."
그 꿈의 시작은 꼭 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011년 거란의 침입에 맞서 호국의 의지를 담아 대장경을 만들기 시작됐고 속장경을 거쳐 8만 대장경이 완성되기까지 240여 년의 시간과 130여만 명의 힘이 모아졌습니다. 경판은 모두 8만 천 3백 50장, 새겨진 글자 수만 5천 2백만 자(字)로 정연한 글자체와 뛰어난 목각 인쇄 기술은 그 자체로 경이로움입니다. 세계 문화유산이자, 기록 유산으로 우리 조상의 정신문화와 기록문화의 정수이 기도 합니다. 특히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는 종교를 넘어 살아있는 '말씀'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성안 스님 : "(수많은 말씀들을) 응축해서 나타낸 글자가 마음 심자거든요. 부처님께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것인가, 거기에 대한 내용으로 응집될 수 있습니다."
세계를 선도했던 고려 인쇄술에 담긴 대장경은 첨단 디지털 작업을 통해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해인사와 고려대장경연구소는 불타 사라져버린 초조대장경의 1차 디지털 복원을 완료했습니다.
오윤희(前 고려대장경연구소장) : "(우리민족의) 상상력 아이디어, 창조적인 생각들, 복잡한 지적인 내용들을 꺼내서 어디에나 우리가 응용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려 대장경 천 년, 나무판 속에 박제된 옛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천 년의 깨달음으로 살아나고 있습니다.
- KBS 뉴스 정인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