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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겪어본 한글의 우수성

바래미나 2011. 4. 25. 23:12

외국에서 겪어본 한글의 우수성

 

Rolex 
 

 

. 측우기, 거북선, 철판인쇄술, 첨성대, 고려청자, 조선백자...등등
사실 위에 나열할 것들 중 보통의 지식을 가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와~!'하고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창의적인 발명품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는 그런 것들에 자랑스러워하고 긍지를 가지려 노력하지만, 우리 선조들이 창조해낸 모든 것들을 나열한다 해도 중국사람들이 종이를 발명했다고 하면, 그들이 또 화약이나 나침반을 발명했다고 하면, 중국인들의 창의성에 감탄을 하지 거북선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깊은 인상을 받는 외국인들을 거의 보지 못했거든요. 더더구나 측우기 이야기를 하면 그게 뭔지도 모르거니와 그게 뭐가 특별해서 설명하고 있는지조차 이해 못합니다. 당연할 겁니다. 그러한 발명으로 인해 인류 문화 전체가 영향을 받은건 없으니까.
우리는 비록 그러한 발명들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거라 배워왔고 그리 생각하고 싶어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굳이 인류문화 전체에 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더라도 동방의 작은 나라의 굴곡 많고 조금은 부끄러운 근세사에 대해, 그리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우리의 존재에 대해 스스로를 자위하려 강조하고 있는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있더군요. 설명을 들은 외국인들이 모두 감탄하거나 공감을 하는 것.
바로 한글입니다. 한글에 대해서만은, 일단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구조로 어떻게 쓰인다는 걸 이해하게 되면 모두들 감탄하는 걸 보아왔습니다.
문화인류학에서 말하듯이 각 민족과 나라에서 만드는 문화유산 중 가장 최고의 정신적인 문화유산이 언어와 문자체계라고 한다면 우리는 세계 최고의 유산을 물려 받은 사람들입니다.

저는 미국에 있는 어느 다국적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 교포입니다. 미국에 온지도 꽤 되었죠. 그동안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척 많은 경험을 해왔습니다. 좋은 일도 있었지만 오히려 불이익을 받거나 좋지 않은 일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오기 같은게 생겨요. 작은 나라에서 왔다고 깔보는 인간들에 대한 반발심이라든지, 자기 나라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는 미국인들이나 유럽인들의 자만심과 한국이나 그 문화에 대해 너무도 모르는 그 무지에 울화가 치밀다 보니, 오히려 그런 기회들이 나를 돌아보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호기심으로 이어지더군요.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은 제대로 된 직장으로는 세번째 회사입니다. ( 미국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회의 나라라는 명칭이 그냥 생긴게 아니거든요. 이직이 한국보다 쉬운 것도 사실이고.) 그러면서 이런 저런 사람들을 겪어봤죠. 사는곳 도 서부에서 시작해서 남부, 동부로 이사를 다니다 보니 미국식 지방색도 겪어봤고요.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미국도 지방마다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물론 사투리도 존재하고.

제가 이제까지 일을 해오고 지금 하고 있는 모든 회사들에는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직원들이 많습니다. 업무 분야가 컴퓨터 계통이다 보니 그 방면으로 미국에 들어오게 된 외국인들이 많죠. 그러다보니 문화적인 충돌이라든지 또는 가치관의 상이점으로 인해 여러 가지 일들도 많이 일어납니다. 물론 대부분의 직원들은 본토 미국인들이지만, 저처럼 외국출신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많죠. 더구나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는 다국적회사라 꽤 많은 나라에서 온 외국인 직원들이 많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쉬는 시간이나 퇴근 후 여가 시간도 있는 거고, 그러다 보면 서로 자기 나라나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되는 시간들도 있게 되는데, 사실 그런 시간이 제게는 꽤나 곤욕스러운 순간이 되고는 했죠. 물론 초창기 이야기입니다.

중국, 일본, 또는 인도 출신 직원들은 자신들이 굳이 떠들며 말하지 않아도 오히려 미국인 직원들이 그들의 문화에 대한 지식이 많아서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나라에 대해 물어보거나 하는 말에 대해 맞다 안 맞다 정도만 대답해 줍니다. 그런데 전 달라요. 한국에 대해 아는 사람들 (물론 한국에 다녀온 직원들 빼고 )이 그리 많지 않아서 중국, 일본, 인도 직원들보다 몇 배는 더 설명해야 하고 또 이해 시켜야 하죠.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내 나름대로 공부한 모든 것들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고 이해 시키려 해도, 별로 공감을 못하는 분위기더군요. 항상 말입니다.

그런데,
몇 년전 어느날, 퇴근 후의 저녁식사겸 술자리에서 각 나라의 언어에 관한 토론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중국인 직원 눈이 번쩍 거리더군요. 그러면서 먼저 자기 나라 언어와 글자에 대한 우수성에 대해 엄청 자랑해 대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중국어의 어순은 영어와 거의 비슷해서 사실 중국 사람들은 조금만 노력하면 영어에 금세 적응합니다. 입에 접착제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그들 특유의 사성의 억양만 제외하면 자신들의 말로 생각하는 대로 영어의 단어만 대입하면 되는 경우가 많죠. 게다가 한국인들이나 일본인들이 적응하려고 땀깨나 흘리는 유럽언어의 Z,V,F,R 등의 발음이 중국어에도 존재해서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점은 처음에는 부럽더군요. 더구나 한자의 유구함과 우수성 (?)에 대해서는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며 말합니다. 배우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1000년 전의 책들을 지금 봐도 자신들은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나 뭐라나 하면서.......

그런 때가 되면 일본 사람들도 나섭니다 ( 안나서도 되는데..... ). 일본 말의 아름다음과 또 일본글자의 우수성 ( 나중에는 후회하게 되죠 )에 대해 나름대로의 지식을 피력합니다. 이미 천여년 전에, 아직 다른 아시아 나라들이 중국문자에 독식되어 자신들 고유의 문자를 가지고 있지 못할 때 ( 이거 한국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입니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 자신들은 가다가나와 그에 병행해서 히라가나가 창조됨으로서 독자의 문자체계를 이미 만들었다나 하면서 말입니다.

오기가 생기더군요. 아 물론 코웃음도 나오고요. 그러면서 이제까지 그리 튀지 못했던 나와 내 고향에 대해 자랑할 때도 되었다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중국인 직원들과 일본인 직원들에게 한가지 요청을 했습니다.
'맥도널드 햄버거'를 자기 나라 말로 써 보라고요. 그랬더니 중국인 직원은 이렇게 쓰고 읽더군요.

McDonald Hamburger 麥當勞 漢堡 (마이당로우 한뽀우)

일본인 직원은 이렇게 쓰고 읽고요.

McDonald Hamburger マクドナルドハンバーガー (마꾸도나르도 함바가)

저는 이렇게 쓰고 읽었죠.

McDonald Hamburger 맥도널드 햄버거 (맥도널드 햄버거)

하하하하! 그 순간 당황해서 일그러지던 그 중국인 직원과 일본인 직원들의 얼굴을 여러분들에게 보여줄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제가 느꼈던 그 통쾌함과 희열도요. 특히 일본인 직원의 얼굴은 열이 받았는지 얼굴이 시뻘게 지더군요. 자기 나라 말이 아닌 단어를 가장 근접한 발음으로 적어낼 수 있는 사람이 저 혼자 뿐이 었으니 무리도 아닐겁니다.

그리고는 거기 있던 모든 미국인 직원들의 이름을 읽게 하고 각기 자기 나라(한중일) 글로 쓰기를 했는데 중국과 일본직원들은 한글하고는 게임이 안된다는걸 결국 깨닫게 되더군요. 그때부터는 저의 독무대었습니다. 한글의 초성,중성,종성의 구조를 나열하고 그 모든것이 어떻게 조합되고 소리값을 가지게 되는가 미국인 직원들에게 강의 아닌 강의를 시작한지 딱 두 시간 만에 거기 있는 미국인 직원들 중의 하나가 자기 이름을 한글로 쓸 수있게 되었습니다. 외워서 쓰는 게 아니고 제가 써 놓은 한글의 모양과 발음기호를 비교하면서 자기 스스로 유추해 내서 조합을 시킨거죠. 그 직원 정말 좋아하더군요. 외국어로 자신의 이름을 쓸수 있게 돼서 말입니다.

그순간, 제가 얼마나 세종대왕에게 감사하게 되었는지 경험해 보지 않은 분들은 모를 겁니다. 너무도 고맙고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핑 돌려 하더군요. (가장 고액권에 그분의 초상화가 들어가야 합니다
. 중국인 직원은 가르칠 시도조차 못하고, 일본인 직원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미국인 직원들이 이해를 못하니까 결국 포기하게 된 후 제가 단 두시간 만에 영어만 아는 직원에게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쓰게 ( 그리게 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지만....) 만들고 보니, 가슴 밑바닥에서 부터 뜨겁게 올라 오는 어떤 자부심에 스스로도 어쩔줄 모르게 감격했습니다. 더더구나 아무 말도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 중국인과 일본인 직원들을 보니 그 뿌듯함이 더했고 말입니다. 내가 그런 영특하고 현명한 왕이 존재했던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그리 좋았던 기억이 그때까지 없었습니다.

그후로 친한 미국인 동료들은 간간히 이건 한글이나 한국어로 어떻게 되냐 저건 어떻게 되냐하며 제게 물어보곤 했습니다.
지금은,
친한 동료들의 사무실에 들를 때면( 저희 회사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각기 자신들만의 사무실이 있습니다 ) 그들의 칠판에 Word of the day라는 제목을 적고 그 밑에 한국어 단어나 간단한 문구를 발음기호, 그리고 의미와 함게 적어 놓고 다닙니다.

처음 ' 안녕 ? ' 이라는 말을 'Ahn Nyoung '이라는 발음과 함께 의미를적어 놓았더니 몇일 뒤 부터 "안녕 ?" 하고 인사해 오는 직원들이 생기 더군요.

한국말은 결코 쉬운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 중에 속하죠. 많은 대학의 언어학과 교재중에 복잡하기가 이를데 없는 언어 중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 나옵니다. 실례로, 미국에서 발행된 대학교용 어떤 언어학 책에 고바우 만화의 대화를 예로 들어서 한국어의 복잡함을 논한 걸 본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글만은 가장 배우기 쉽고 효율적인 문자체계의 대표주자로 교제에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러니죠. 가장 복잡한 언어체계를 가진 국민이 가장 쉬운 문자체계를 향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점이 우리 선조들의 우수한 창조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한 세종대왕과 그를 보좌한 당시 학자들이 얼마나 능률적인 사고를 가지고 한글 창제에 임했는지도 말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머리 나쁘면 자기나라 말도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할 뿐 아니라 복잡하게 말도 못합니다.
언어가 한 민족의 정신적인 문화의 정수라고 한다면,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창조해 낸 고차원적인 정신세계의 복잡함을 한글의 단순함과 효율성으로 표현할 줄 아는 민족이라고나 할까요 ?

한글은 우리가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문화유산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지적재산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요즘 외래어의 범람과 인터넷문화로 인해 한글체계에 많은 변화가 오고 있는 것 같더군요. 시대에 따른 변화는 어쩔수 없다해도 근간부터 흔들게 되는 오용이나 남용은 모두가 노력해서 억제시키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한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중에서 가장 뿌듯해 해야하는 유산입니다.
자손대대로 그 자부심과 긍지를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진심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