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秘史＞ 소련군 전진기지 '뤼순'|③

＜6.25秘史＞ 소련군 전진기지 '뤼순'|③ ★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뤼순(旅順)은 6.25전쟁 기간 소련군의 전진기지로 활용됐다. 10일 국방부의 '6.25전쟁 제60주년기념사업단'에 따르면 뤼순항은 1904년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군이 사용하다가 1945년 패전과 동시에 소련군이 군항으로 이용했다. 1955년 중국에 반환하고 철수할 때까지 10년간 소련군이 주둔했으며 6.25전쟁 기간에는 전진기지로 활용됐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서해에서 작전하던 미군은 뤼순항에서 기동하는 잠수함과 수상함의 기습공격을 가장 염려했던 것으로 전사는 기록하고 있다. 미군은 전쟁기간 뤼순에서 출발한 소련 공군 소속의 A-20 쌍발 경폭격기와 IL-12 수송기를 격추하고 소련 해군의 잠수함을 격침했다. 당시 뤼순에 대한 미군의 경계심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해준다. 1951년 7월26일 휴전협정 체결을 하루 앞둔 미군은 뤼순기지를 이륙해 북한 상공으로 비행한 소련의 IL-12 수송기를 격추했다. 이 수송기는 6.25전쟁 기간 마지막으로 격추된 공산기로 기록됐다. 미 공군의 F-86 편대는 만주에 있던 공산기들이 북한 지역으로 전개했는지를 정찰하기 위해 압록강 남쪽으로 출격했다. 휴전협정에 유엔군측과 공산군측은 한반도에 더는 무기를 반입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이를 감시하기 위해 정찰에 나선 것이다. 당시 북한 상공의 짙은 구름으로 촬영에 실패한 미군기 편대는 평북 구성군 9천m 상공에서 반짝이는 은빛 비행물체를 포착했다. 편대는 비행 물체를 향해 급강하해 소련제 IL-12 수송기임을 확인했다. 수송기 날개와 동체에는 붉은 별이 그려져 있었다. 수송기 후방으로 접근한 편대장 랄프 파 대위는 기총을 발사했다. 북한의 강계와 만포진 상공을 날던 수송기는 수 분간 계속된 기총 공격으로 연기를 내뿜고 한참을 더 비행해 중국 영토에 추락했다. 이에 격분한 소련은 21명이 탑승한 수송기는 뤼순기지에서 만주 남방지역을 가로질러 소련의 한 극동기지로 비행 중이었으며, 미군이 국경을 넘어와 불법으로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소련은 사건 발생 사흘 뒤인 7월 29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공해상에서 정찰 비행하던 미국의 RB-50 정찰기를 격추했다. 미그기를 동원해 보복 공격에 나선 것이다. 또 같은해 7월 28일 저녁에는 대청도 남방 해저에서 기동하던 소련군 잠수함(250t급)이 격침됐다. 당시 백령도 근해에서 기동하던 6척의 미국 구축함 가운데 렌쇼함의 소나(음탐기)에 잠수함이 탐지됐고 추적에 나섰다. 뤼순기지에서 출항한 잠수함은 함대의 소나에 발각된 사실을 감지하고 시속 1.5~2노트의 저속으로 잠행했다. 렌쇼함과 무어함은 오후 7시30분부터 폭뢰 공격을 가했고 오후 10시55분 수면에 기름띠가 퍼진 것을 포착하고 공격을 멈췄다. 앞서 1950년 9월 4일에는 뤼순기지를 발진한 소련 폭격기(A-20 헤이벅 쌍발기)가 미국 F4U 콜세어기에 당했다. 이 사건은 6.25전쟁 기간 뤼순기지를 둘러싼 미국과 소련의 첫 격돌로 기록됐다. 미국이 2차대전 때 소련에 원조했던 이 폭격기가 미군 편대에 격추되는 아이러니한 운명을 맞은 것이다. 격추된 현장으로 접근한 미 구축함 허버트 토머스함은 폭격기 승무원 사체 1구를 수습해 소련인임을 확인했다. 이 사건은 당시 소련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았던 미군 당국에 의해 장기간 비밀로 분류됐다고 전사는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