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천재소녀 웃게하라" 예술본능 일깨워준 두 남자
매일경제 | 입력 2010.02.28 17:39
◆피겨 퀸 연아…스무살 그녀의 스토리 ② / 오서ㆍ윌슨과의 만남◆
한국 체형이라고는 볼 수 없는 김연아의 긴 팔과 다리. 어머니 박미희 씨는 키 180㎝가 넘는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도 아쉽단다. 아마도 성장기에 운동을 안 했다면 키가 훨씬 더 컸을 텐데.
반면 엄마에게 받은 유전자는 '고집'이란다. 팽팽하게 맞서 지지 않는 고집, 거기에 뭔가를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온통 집중하는 성격이다. 그래서인지 김연아를 뜯어보면 '독종'이라는 생각도 든다. 원하는 점프가 뜻대로 안 되면 소리를 지르고 울기도 한다.
◆ 거침없는 질주
= 김연아는 경기에 나설 때마다 한국 피겨의 새로운 역사를 써 왔다.
초등학교 때 6가지 점프 기술 가운데 악셀을 제외한 5가지 트리플 점프를 뛰는 '천재성'을 보인 김연아는 6학년이 되던 2002년 국내 무대에서 벗어나 눈을 세계로 돌렸다. 그의 나이 12세 때다. 2002년 슬로베니아 트리글라프트로피 대회 노비스 부문에서 우승한 김연아는 이듬해 크로아티아 골든베어 대회 노비스 부문에서 우승을 거머쥐고 13세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제 무대에 주니어로 데뷔한 그는 첫 출전한 국제빙상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2위를 기록하면서 빙상 불모지 대한민국 피겨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 다음해부터는 거칠 것이 없었다. 2005~2006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를 두 차례 석권한 김연아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에 이어 2006년 세계 주니어선수권 대회까지 4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세계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무서운 기세는 시니어 무대까지 이어졌다. 2007년 시니어 무대 첫 대회에서 2위에 오른 뒤 두 번째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그해 12월에는 러시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 마오를 12점차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 어느 날 찾아온 슬럼프와 부상
= 하지만 2006~2007 시즌에는 시련도 있었다. 허리 부상 등으로 한때 은퇴까지 고려했을 정도였다. 열악한 환경에서 악바리 같이 연습한 후유증이었다. 김연아의 코치들은 난방도 안 되는 추운 곳에서 연습한 것이 부상의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라이벌 아사다 마오가 막대한 자본력과 언론 플레이를 동원하는 일본의 힘을 등에 업고 쑥쑥 커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악바리 김연아는 아픈 허리를 이끌고 출전한 2006년 12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기어이 '라이벌' 아사다를 제치고 우승했다.
부상 악연은 2008년에도 계속됐다. 2008년 2월 고양시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 대회에 고관절 부상으로 불참했다. 김연아는 그해 3월 스웨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진통제 주사를 맞는 투혼을 발휘하며 종합 3위에 올랐다.
◆ '오서ㆍ윌슨'과 만나다
= 2006년 5월 김연아는 운명적인 사람과 만난다. 3개월간 떠난 캐나다 전지훈련에서 만난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과 브라이언 오서 코치.
오서 코치가 김연아를 만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김연아를 웃게 하는 것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연아는 무표정한, 아니 거의 화난 사람 같은 얼굴로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재능은 빛나고 있었지만 그녀의 불행해 보이기까지 하는 얼굴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오서가 한 말이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무표정이 '불행함'이 아니라 '수줍음'이었음을 간파했다.
윌슨도 김연아의 첫인상에 대해 "연아는 깡마르고 아주 긴 몸을 가진, 심각한 얼굴의 소녀였다"고 말했다. 이후 그들은 김연아의 웃음을 찾는 데 주력했다.
오서 코치는 "어릴 때는 나도 무척 수줍어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렬한 애정 덕에 나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방법을 발견했다"며 "연아와 나의 공통점은 바로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김연아의 '예술 본능'을 일깨웠다.
이후 김연아는 외신에서 "의외로 감정이 바로바로 얼굴에 나타나는 선수"라는 평까지 듣게 됐다.
한국 체형이라고는 볼 수 없는 김연아의 긴 팔과 다리. 어머니 박미희 씨는 키 180㎝가 넘는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도 아쉽단다. 아마도 성장기에 운동을 안 했다면 키가 훨씬 더 컸을 텐데.
반면 엄마에게 받은 유전자는 '고집'이란다. 팽팽하게 맞서 지지 않는 고집, 거기에 뭔가를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온통 집중하는 성격이다. 그래서인지 김연아를 뜯어보면 '독종'이라는 생각도 든다. 원하는 점프가 뜻대로 안 되면 소리를 지르고 울기도 한다.
↑ 오늘날 김연아를 있게 해준 두 남자, 브라이언 오서 코치(왼쪽)와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 2006년 김연아와 팀을 이룬 그들은 김연아의 표현력을 끌어냈다. 수줍은 김연아를 웃게 만들어준 그들이 있었기에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과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 김연아는 경기에 나설 때마다 한국 피겨의 새로운 역사를 써 왔다.
초등학교 때 6가지 점프 기술 가운데 악셀을 제외한 5가지 트리플 점프를 뛰는 '천재성'을 보인 김연아는 6학년이 되던 2002년 국내 무대에서 벗어나 눈을 세계로 돌렸다. 그의 나이 12세 때다. 2002년 슬로베니아 트리글라프트로피 대회 노비스 부문에서 우승한 김연아는 이듬해 크로아티아 골든베어 대회 노비스 부문에서 우승을 거머쥐고 13세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제 무대에 주니어로 데뷔한 그는 첫 출전한 국제빙상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2위를 기록하면서 빙상 불모지 대한민국 피겨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 다음해부터는 거칠 것이 없었다. 2005~2006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를 두 차례 석권한 김연아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에 이어 2006년 세계 주니어선수권 대회까지 4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세계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무서운 기세는 시니어 무대까지 이어졌다. 2007년 시니어 무대 첫 대회에서 2위에 오른 뒤 두 번째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그해 12월에는 러시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 마오를 12점차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 어느 날 찾아온 슬럼프와 부상
= 하지만 2006~2007 시즌에는 시련도 있었다. 허리 부상 등으로 한때 은퇴까지 고려했을 정도였다. 열악한 환경에서 악바리 같이 연습한 후유증이었다. 김연아의 코치들은 난방도 안 되는 추운 곳에서 연습한 것이 부상의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라이벌 아사다 마오가 막대한 자본력과 언론 플레이를 동원하는 일본의 힘을 등에 업고 쑥쑥 커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악바리 김연아는 아픈 허리를 이끌고 출전한 2006년 12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기어이 '라이벌' 아사다를 제치고 우승했다.
부상 악연은 2008년에도 계속됐다. 2008년 2월 고양시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 대회에 고관절 부상으로 불참했다. 김연아는 그해 3월 스웨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진통제 주사를 맞는 투혼을 발휘하며 종합 3위에 올랐다.
◆ '오서ㆍ윌슨'과 만나다
= 2006년 5월 김연아는 운명적인 사람과 만난다. 3개월간 떠난 캐나다 전지훈련에서 만난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과 브라이언 오서 코치.
오서 코치가 김연아를 만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김연아를 웃게 하는 것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연아는 무표정한, 아니 거의 화난 사람 같은 얼굴로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재능은 빛나고 있었지만 그녀의 불행해 보이기까지 하는 얼굴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오서가 한 말이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무표정이 '불행함'이 아니라 '수줍음'이었음을 간파했다.
윌슨도 김연아의 첫인상에 대해 "연아는 깡마르고 아주 긴 몸을 가진, 심각한 얼굴의 소녀였다"고 말했다. 이후 그들은 김연아의 웃음을 찾는 데 주력했다.
오서 코치는 "어릴 때는 나도 무척 수줍어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렬한 애정 덕에 나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방법을 발견했다"며 "연아와 나의 공통점은 바로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김연아의 '예술 본능'을 일깨웠다.
이후 김연아는 외신에서 "의외로 감정이 바로바로 얼굴에 나타나는 선수"라는 평까지 듣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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