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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8090’ 영웅들, 그들이 있어 우리는 행복했다

바래미나 2010. 3. 1. 17:33

밴쿠버 ‘8090’ 영웅들, 그들이 있어 우리는 행복했다

세계일보 | 입력 2010.03.01 06:36 | 수정 2010.03.01 11:37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한국을 위한 무대'나 다름없었다. 모태범(21)과 이상화(21), 이승훈(22·이상 스피드스케이팅), 이정수(21·쇼트트랙), 김연아(20·피겨)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겁없이 즐기는 '8090' 세대인 이들은 두려움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모습으로 한국을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동계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 3·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남녀 500m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과 이상화, 그리고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딴 적이 없던 장거리 종목(1만m, 5000m)에서 금· 은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의 모습은 더욱 더 자신감이 가득찼다.

이들을 키워낸 것 중 8할이 두려움을 모르는 자신감이었다.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금메달을 딴 뒤 코칭스태프를 부둥켜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대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양손의 검지를 펴 먼 곳을 가리키는 '손가락 세리머니'를 펼쳤다.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21)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여기까진 익숙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모태범은 태극기를 흔들며 감격에 겨워 트랙을 도는 대신 온몸에 태극기를 휘감고 '막춤'을 췄다. 금메달을 딸 때면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에 익숙해진 기성 세대에겐 '충격'적인 모습으로 보여지기까지 했다. 김연아는 세계기록 3개를 모두 갈아치우며 올림픽사에 남을 연기를 뽐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과 이정수, 이상화는 나란히 1989년생. 이승훈은 한 살 많은 1988년생이다. '피겨퀸' 김연아 역시 1990년생이다. 이제 막 20대에 들어선 이들에게서 선배 국가대표들이 품었던 정도의 애국심과 헝그리 정신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자기 중심적이고 철없어 보이는 어린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선배들의 성과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스스로 하는 운동의 효율성'과 개성적·양성적인 어린 선수들의 특성, 허물없는 선·후배관계 등이 어우러져 어린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금메달을 딴 뒤 춤을 추고, 경기에 앞서 MP3 플레이어를 귀에 꼽고 여유를 부리는 후배 선수들은 과거의 엄격한 선·후배 관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모습. 하지만 선배 선수들도 더 이상 권위만 앞세우지 않았다. 김윤만에서 제갈성렬, 이규혁, 이강석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그 자체가 한국 빙속의 발전 과정이자 후배 선수들의 롤모델로 자리잡았다. 모태범, 이상화는 '맏형'이규혁을 롤모델로 삼고 운동한 이른바 '이규혁 키즈'다. 나가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트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윤의준(51) 대한빙상경기연맹 기술강화 위원은 윤 위원은 "자유로운 선·후배 관계와 어린 선수들의 개방적인 성격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선·후배 관계가 두터웠기 때문에 선배 선수들의 기술이 후배 선수들에게 안정적으로 전수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