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라이사첵 우승..김연아에 희소식
연합뉴스 | 입력 2010.02.19 17:54 | 수정 2010.02.19 18:42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에반 라이사첵(25.미국)의 우승이 김연아(20.고려대)의 금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환상적인 쿼드러플 점프를 펼치고도 은메달에 머문 '피겨 황제' 에브게니 플루센코(28.러시아)는 불만을 토로했지만 결국 금메달은 안정된 연기를 펼친 '빙판의 꽃미남' 라이사첵에게 돌아갔다.
19일(한국시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라이사첵은 플루센코를 1.31점 차로 꺾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라이사첵의 금메달은 '점프의 교과서' 김연아에게 희소식을 전해줬다.
◇'어려운 점프'보다는 '잘하는 점프'가 중요
경기를 마친 플루센코는 "옛 채점제도였다면 내가 금메달"이라며 불만스러워했다.
플루센코는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 중 기본점수가 가장 높은 쿼드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3.8점)를 성공하는 등 테크니션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점프의 수행점수(GOE)는 0.8점에 그쳤고, 결국 기본점수의 합계에서 앞서고도 GOE를 포함한 기술점수에서는 82.71점으로 오히려 라이사첵(84.57)에게 밀렸다.
플루센코가 "쿼드러플 점프는 이제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릴 만도 했다.
공정한 판정을 내리고자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부터 도입된 신채점제도에서는 기술마다 그 완성 여부와 수행 정도를 두고 다른 심판들이 정해진 범위 안에서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쿼드러플 점프를 뛰었다 하더라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가산점을 받지는 못한다.
쉬운 점프를 뛰고도 라이사첵이 역전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이러한 채점 제도에 있다.
이는 정확히 김연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는 부분이다.
김연아는 늘 "굳이 무리해서 안 하던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내 것을 완벽히 하겠다"며 무리해서 점프의 난이도를 높이지 않았다.
'정석 점프'로 정평 난 김연아로서는 라이사첵처럼 남들보다 안정된 점프를 뛰어 더 높은 GOE를 받아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사공경원 대한빙상경기연맹 경기이사는 "요즘은 굳이 4회전 점프를 할 필요가 없다. GOE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자신의 점프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술만이 아니라 구성과 표현도 중요
뛰어난 테크니션으로 이름난 플루센코지만 그에 비해 구성과 표현력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플루센코는 특히 17일 쇼트프로그램에서 51.10점의 높은 기술점수(TES)를 받고도 예술점수(PCS)는 39.75점에 그쳐 라이사첵과 점수 차를 벌리지 못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스텝 시퀀스 등 표현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만족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사공 이사는 "구성요소의 배점 역시 크기 때문에, 테크닉 만큼이나 리듬에 맞춰 음악을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플루센코는 테크닉에 비해 구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역전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역시 이번 시즌 김연아가 주력하는 부분이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 연달아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프로그램 구성과 세부적인 동작, 표정 등을 개선해 예술점수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점프보다는 스파이럴과 스핀 등 연결 동작과 시선 처리 및 표정 연기를 다듬는 데 집중했고, 지난해 말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과 상의하며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김연아와 금메달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사다 마오(일본)가 트리플 악셀 점프에 집착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후한 심판 판정에 긴장감도 덜해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이번 대회에서 심판들의 판정이 후한 편이라는 점이다.
사공 이사는 "페어스케이팅과 남자 싱글에서 심판들이 점수를 후하게 줬다"고 평가했다.
여자 싱글은 페어스케이팅, 남자 싱글과는 다른 심판진이 판정하기 때문에 섣불리 내다보긴 어렵지만,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김연아로서도 부담없이 경기에 나설 수 있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조건은 마찬가지다. 사공 이사는 "김연아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점수를 따기 유리한 상황이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비슷하게 긴장도가 풀린다면 객관적인 실력에서 앞선 김연아에게 '비교 우위'가 있다.
지금껏 올림픽 무대에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도 긴장 탓에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선수들이 많았다.
2006년 동계올림픽의 사샤 코헨(미국)이나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가 그랬고, '피겨 여왕' 미셸 콴(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외신들은 이러한 전례가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면, 김연아의 금메달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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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한국시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라이사첵은 플루센코를 1.31점 차로 꺾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어려운 점프'보다는 '잘하는 점프'가 중요
경기를 마친 플루센코는 "옛 채점제도였다면 내가 금메달"이라며 불만스러워했다.
플루센코는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 중 기본점수가 가장 높은 쿼드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3.8점)를 성공하는 등 테크니션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점프의 수행점수(GOE)는 0.8점에 그쳤고, 결국 기본점수의 합계에서 앞서고도 GOE를 포함한 기술점수에서는 82.71점으로 오히려 라이사첵(84.57)에게 밀렸다.
플루센코가 "쿼드러플 점프는 이제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릴 만도 했다.
공정한 판정을 내리고자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부터 도입된 신채점제도에서는 기술마다 그 완성 여부와 수행 정도를 두고 다른 심판들이 정해진 범위 안에서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쿼드러플 점프를 뛰었다 하더라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가산점을 받지는 못한다.
쉬운 점프를 뛰고도 라이사첵이 역전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이러한 채점 제도에 있다.
이는 정확히 김연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는 부분이다.
김연아는 늘 "굳이 무리해서 안 하던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내 것을 완벽히 하겠다"며 무리해서 점프의 난이도를 높이지 않았다.
'정석 점프'로 정평 난 김연아로서는 라이사첵처럼 남들보다 안정된 점프를 뛰어 더 높은 GOE를 받아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사공경원 대한빙상경기연맹 경기이사는 "요즘은 굳이 4회전 점프를 할 필요가 없다. GOE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자신의 점프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술만이 아니라 구성과 표현도 중요
뛰어난 테크니션으로 이름난 플루센코지만 그에 비해 구성과 표현력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플루센코는 특히 17일 쇼트프로그램에서 51.10점의 높은 기술점수(TES)를 받고도 예술점수(PCS)는 39.75점에 그쳐 라이사첵과 점수 차를 벌리지 못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스텝 시퀀스 등 표현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만족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사공 이사는 "구성요소의 배점 역시 크기 때문에, 테크닉 만큼이나 리듬에 맞춰 음악을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플루센코는 테크닉에 비해 구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역전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역시 이번 시즌 김연아가 주력하는 부분이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 연달아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프로그램 구성과 세부적인 동작, 표정 등을 개선해 예술점수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점프보다는 스파이럴과 스핀 등 연결 동작과 시선 처리 및 표정 연기를 다듬는 데 집중했고, 지난해 말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과 상의하며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김연아와 금메달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사다 마오(일본)가 트리플 악셀 점프에 집착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후한 심판 판정에 긴장감도 덜해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이번 대회에서 심판들의 판정이 후한 편이라는 점이다.
사공 이사는 "페어스케이팅과 남자 싱글에서 심판들이 점수를 후하게 줬다"고 평가했다.
여자 싱글은 페어스케이팅, 남자 싱글과는 다른 심판진이 판정하기 때문에 섣불리 내다보긴 어렵지만,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김연아로서도 부담없이 경기에 나설 수 있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조건은 마찬가지다. 사공 이사는 "김연아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점수를 따기 유리한 상황이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비슷하게 긴장도가 풀린다면 객관적인 실력에서 앞선 김연아에게 '비교 우위'가 있다.
지금껏 올림픽 무대에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도 긴장 탓에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선수들이 많았다.
2006년 동계올림픽의 사샤 코헨(미국)이나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가 그랬고, '피겨 여왕' 미셸 콴(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외신들은 이러한 전례가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면, 김연아의 금메달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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