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의 사국시대 고어형태와 고대사상의 의미
이 글은 한일 양국의 고대사서 삼국사기, 삼국유사, 일본서기, 고사기, 풍토기 등에 등장하는 '아침'이란 뜻을 가진 단어만 집중적으로 그 용례를 분석하고 사국시대에 '아침'이라는 단어가 고대사상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하는 것을 밝힌 것이며 서론, 본론, 결론과 앞으로의 과제로 나누어 서술하였고 전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서론 2. 본론 1) 고대지명이 가진 의미 2) '아침'은 한일고대사의 비밀을 푸는 최대의 키워드 3) '아침'의 사국시대 고어형태 4) '아침'계열 단어들의 다양한 용례 5) '아침'이라는 뜻을 가진 특이한 단어 6) 기원을 전후한 고대에 新羅라는 국호를 가진 나라가 셋이나 있었다 3. 결론과 과제
1. 서론
우리말 '아침'이라는 단어는 고대사에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키워드인데 웬일인지 아직도 그 사국시대에 사용되던 고어형태가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국어학계에서 상당부분 기본적인 것은 밝혀서 공개되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고대사서를 읽고 연구를 하다보니 의외로 이 말이 우리 고대인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커다란 의미를 지닌 채 사용되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또 그에 따라 고대의 나라이름이나 지명, 인명, 일반용어 등에 폭넓게 사용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고어를 추적하여 역사적인 측면에서 고찰한 사례는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현재까지의 고대사연구에 있어 이 말이 역사적인 측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에 착안하여 고대사 특히 백제사·가야사를 연구하면서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밝혀낸 고어형태를 공개하고 발견된 사례들을 추적하여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그 결과는 우리 고대사 해석에 있어 이 단어와 관련된 기존의 모든 학설들은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2. 본론
1) 고대지명이 가진 의미
아사달
삼국유사에 고조선의 수도라고 알려진 阿斯達은 그 뜻이 '아침땅'이라는 뜻이다. 그 흔적이 지금 일어에 정확한 발음으로 남아있다. 아사[朝]>아침, 아사히[旭/朝日]>아침해라는 뜻이다. 일어 '아사'는 한어 '아침'과 어원을 같이 하는 동계동어다. 일반적으로, 원래는 같은 말인데도 일어는 발음이 안 변했거나 좀 덜 변한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말에서도 한어보다는 일어의 경우 음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받침이 없고 복모음이 없으며, 모음이 다섯 개뿐이기 때문에 거의 변하지 않는다.
조선과 신라
고조선의 국명 朝鮮과 수도명 阿斯達은 신라의 국명 新羅와 수도명 金城/徐羅伐이 원래는 같은 말에서 갈라진 경우와 동일한 경우로 보인다. 조선은 신라라는 국호와 동계어이기도 하다. 神市라는 이름은 왕도에 대한 일반칭으로 판단된다. 아사달은 따로 이름을 붙였다고 했고 고대에 천신사상과 관련하여 인간세상의 왕을 천신의 아들로 보았다. 그래서 천자(天子)라는 호칭도 생겨난 것이고 고대국가의 건국신화에서는 시조가 천신의 아들로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표현되기까지 한 것이다.
고조선건국신화에서 신시라는 것은 일반칭으로서 왕성이 있는 곳에 따로 이름을 붙이지 않을 경우 왕성, 왕도를 신시라고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의 수도라는 단어와 같은 개념이다. 고조선건국신화에서 「신시를 베풀고」라는 의미는 처음으로 왕도를 개설, 즉 도읍을 정했다는 의미다.
또 '아침[朝]'이라는 말에는 '새롭다[新]'는 뜻도 있고 '처음[初]'이라는 뜻도 있다. 매일매일의 하루가 아침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생긴 개념이다. 따라서 아사달이란 이름은 처음으로 나라를 열고 수도를 연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서라벌>서벌>새벌>신라 등의 말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당초
사투리에 '아시본래'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의 뜻은 표준말 '애당초'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은 분해해서 보면 말이 중복되어 있는 것이다. 즉 '역전앞'이라는 말에서 "前=앞"인 것처럼 "아시=本來"이기 때문이다. '애당초'는 '아시당초'에서 "아시>애"로 축약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또 '애시당초'라는 말도 있는데 어떤 학자들은 이 말이 틀린 말이라고 하는데 틀린 것이 아니고 맞는 말이다. '아시당초'에서 '아'가 '애'로 모음이 약간 바뀐 것뿐이다. 변해온 과정을 보면 아시당초(=아시본래)>애시당초>애당초>애초로 변해온 것이다. 당초(當初)는 본래(本來)와 같은 말이다. 이 말은 '처음[初]', "일이 시작될 때" 등의 뜻이다. '아'가 '애'로 변하는 것은 경상도사투리 '아(兒)'가 표준어 '애[兒]'로도 쓰이는 것이나 같은 음운현상이다. 이 '아(兒)'는 따지고 보면 사투리가 아니고 한자말이다. 그 '아(兒)'가 '애'로 발음이 바뀐 것뿐이다. '애'를 다시 복모음에서 단모음으로 풀어썼든지 "아(兒)+이(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쓴 것이 '아이'인 것이다.
그런데 '애초'와 같은 뜻을 가진 단어 중에서 말의 계보로 따지자면 '애당초'보다 '애시당초'가 사실은 원래말 '아시당초'에 더 가깝다. '시' 자가 살아있고 '아'가 '애'로 바뀐 것뿐이다. 반면에 '애당초'는 '아'가 '애'로 바뀌고 '시'가 아예 탈락해 버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애초'는 '당(當)'자까지 탈락했다. 따라서 아시본래, 아시당초, 애시당초, 애당초, 애초란 말은 전부가 순수한어와 그것과 뜻이 같은 한자어의 중복표현이 굳어진 말로서 음운변화를 보나 뜻으로 보나 하나도 틀린 말은 없다. (순수한어+한자어)인 것이다. 애초도 마찬가지로서 아시>애로 변하고 '애'는 '초(初)'와 뜻이 같으므로 같은 뜻의 순수한어와 한자어의 합성어다. 말을 바꾸면 (훈+음)이 한 단어가 된 것이다. 아시>애[初]는 애벌구이, 애벌빨래 등으로 쓰이고 있고 애벌구이는 초벌구이라고도 한다. 경상도사투리에 '아시동생'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바로 밑의 동생"을 가리킨다. 즉 형 입장에서 볼 때 여러 동생 중에서 첫 동생을 말하는 것이다. 역시 '첫', '처음'의 뜻이다.
아시하라[葦原]
열도에도 아사달, 신라와 같은 뜻을 가진 지명이 있다. 서기 신대기에 위원(葦原)이라고 나오는 지명이다. '葦'는 갈대라는 뜻이고 '原'은 역시 땅을 뜻한다. 國, 羅, 那, 州, 本, 城, 伐, 불[火], 市, 達, 多羅 등과 같은 뜻을 가진 말이다. 葦原은 음이 '아시하라'이고 일반적으로 그 뜻을 직역하여 「갈대가 무성하고 개척이 안 된 땅」으로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사실은 그 뜻이 바로 아사달과 같은 아침땅 즉 "새로 개척한 땅[新羅/新土]"인 것이다. 구주 또는 열도를 가리키는 말인데 의미를 정반대로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아시[葦]'가 '아침'의 사국시대 고어형태 중의 하나인 '앗'에 명사형어미 '이'를 붙여 받침 없이 읽어 파생된 단어라는 것을 미처 모르기 때문에 나온 오역인 것이다. 4세기중엽의 일본땅을 기ㆍ기의 신대기에서 위원중국이라고 부르고 있다.
서라벌
우리민족은 고대에 수도이름을 두 가지 스타일로 지어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신시라는 뜻을 가진 것이 하나고 하나는 신라의 수도였던 서라벌 같은 스타일이다. 신시라는 뜻을 가진 이름은 웅진(熊津), 구마모도[熊本] 등 '熊'계열 지명을 들 수 있다. 또 하나는 '아침땅'계열 이름들인데 (서라벌>서벌>셔블>새벌>새나라>신라)가 된다. 국호와 수도이름이 원래는 같았는데 나중에 나라가 커지면서 왕도이름과 나라이름이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스타일의 수도지명이 일본에도 있다. 오오사까 옆의 나라[奈良]가 그것이다. 이것도 나라[國]의 이두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나 '새'는 최초엔 (ㅅ+아래아+이)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ㅅ+아래아+이)벌'에서 '아래아'가 '아'로 분화되고 '땅[土]'을 뜻하는 벌(伐)이 라(羅)로 바뀌어 (사+이)벌>새벌>새나라[新羅]가 된다. '오'로 분화되면 (소+이)벌>쇠벌이 되고 '쇠'를 훈으로 하는 '금(金)'과 역시 나라[國]를 뜻하는 '성(城)'을 써서 금성(金城)이 된다. '오'로 분화된 것 중에 쇠의 '이'가 탈락하여 '소벌', '소부리' 계통의 지명이 되었고 '아'로 분화된 것도 '이'가 탈락하여 '사벌', '사부리' 계통으로 분화된 것이다. 벌은 경상도 사투리에서 '어'가 '으'와 잘 구분이 안되므로 사벌>사블, 소벌>소블로 여기서 다시 우리말 '으'의 원순모음화현상에 의해 사블>사불, 소블>소불로, 다시 받침 없이 흘려 발음하면 사불>사부리, 소불>소부리가 된다. 서라벌>서벌>서블>서불>서울도 마찬가지다. 일어에서는 '어' 모음이 없어 가장 가까운 '오'로 발음되고 받침이 없으니 서울>'소우루'라고 보통 발음하고 서벌>서버리>소보리>소호리[添]가 되는 것이다. 소호리[添]는 서기에 등장하는 구주와 나라[奈良]의 지명인데 新羅와 같은 뜻이다. 이 역시 이 지역이 가라가 개척한 곳이기 때문에 남아있게 된 지명이다.
2) '아침'은 한일고대사의 비밀을 푸는 최대의 키워드
일본의 기·기에 '시라기[新羅]'라는 이름이 삼국사기의 '왜(倭)'라는 말 이상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일반적으로 이 신라를 대체로 경주신라로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신라라는 고대국가이름이 '아침'이란 단어에서 파생된 것으로 판단되고 또 그와 같은 뜻으로 사서상의 많은 지명들이 역시 아침이란 단어에서 뜻이나 발음을 따서 지어 붙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위에 든 고대의 도시명이나 국명 외에도 몇 개의 지명을 예로 더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아진포
삼국유사에 경북 포항 영일(迎日)의 옛 지명이 阿珍浦로 나오는데 이 지명은 이두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아진'은 원래의 뜻이 '아침'이다. 아진포는 '아침바닷가' 즉 "아침해가 뜨는 바닷가"다. 말을 바꾸면 "아침에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곳"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현재의 지명 迎日이란 뜻은 "해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한자표기의 뜻과 원래의 뜻이 같은 것이다. 이것은 원래의 뜻은 유지하면서 한자표기만 달라진 것이다. 말하자면 옛날에는 이두로 표기하다가 후세에 한자가 제대로 정착되면서 원래의 뜻을 살려서 같은 의미의 다른 한자로 바꾼 이름인 것이다. 비유하자면 마치 몸은 그대로인데 옷을 갈아입은 것 같다. 실제로도 영일은 남부지방에서 볼 때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곳이다.
히다찌[常陸]
영일과 같은 뜻의 동계지명으로 일본에도 하나 있다. 관동지방의 상륙이다. 한자만 얼핏보면 아닐 것 같지만 발음을 보면 '히다찌' 곧 해가 뜬다는 뜻이다. 요즘으로 치면 히다찌[日立]가 된다. 일본의 관동지방에서 볼 때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으로 본다. 그 근방에서는 태평양 쪽으로 가장 돌출한 지방이므로 영일과 같은 의미를 가진 지명인 것이다. 또 일본 구주 중동부의 히무까[日向]라는 지명도 동계어다. 이 지명은 서기 경행기에 경행천황의 구주정벌 도중에 이 지역을 지나다가 한 말에서 유래됐다 한다. 「이 나라는 똑바로 해가 돋는 쪽을 향하였다」라고 했다면서 지명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아차산
비슷한 지명이 또 있다. 고구려의 아차산성(阿且山城)이다. 이것도 '아차'가 아침이라는 뜻이므로 아침산성이란 뜻이다. 또 이 성은 백제측에서는 아단성(阿旦城)이라고 부른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같은 성을 각각 달리 이름 붙인 것 같다. 아단성은 풀어보면 '阿'는 아침의 '아'를 이두표기한 것이고 '旦'은 '아침' 또는 '새벽'이란 뜻이다. 글자의 상형을 보면 "지평선 위에 해가 떠오른 모양"을 상형한 글자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책계기 원년조에 왕이 고구려의 침입을 염려하여 아단성과 사성을 수리해서 대비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글자모양도 비슷하고 뜻도 같은데 부르는 주체에 따라 달리 쓰인 것 같다. '아차'는 순수이두표기다.
하서지촌
삼국유사 기이1 탈해왕조에 「...(탈해가) 계림 동쪽 하서지촌(下西知村) 아진포(阿珍浦)로 달아났다」라고 나오는데 여기 하서지촌도 어원적으로 볼 때 아진포와 같은 지명으로 보인다. 기·기상에서 보면 현대에 '아이우에오'로 쓰이고 있는 음이 고대에는 '하히후헤호'로 발음한 경우가 무척 많다. 일본의 '풍토기' 대우국조에 구시라[久西良]라고 발음하고 있고 하시라[河西良]에서 보듯이 지금의 '서(西)'를 '시[西]'로 발음하고 있으므로 '촌(村)'자를 떼고 고어로 발음하면 하시지[下西知]>아시지[下西知]가 되고 '시'는 현대의 사이시옷으로 보면 아시지>앗지>(아찌, 아치, 아지)가 되어 역시 '아침'이란 뜻이 되고 아진포의 '아진'과 같은 뜻이다.
그런데 이 '아침'이라는 단어가 다양한 형태로 지명(국호 포함)이나 기타 명사, 부사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놀랍게도 인명에조차도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었는데 그 고어형태를 추적해본 결과 그리 어렵지 않게 밝혀낼 수 있었다.
3) '아침'의 사국시대 고어형태 '아침'의 사국시대 고어형태는 "앛, 앚, 앗"
아침의 고어형태를 거꾸로 추적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아침'의 사국시대 고어형태는 '앛'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앛'으로 보고 풀어보면 '앛'은 단독으로 발음할 경우 '앚' 또는 '앗'과 음가(音價)가 같다. 즉 '앛'을 소리나는 대로 공통음가 '앗'으로 놓고 열도어 모음 '아이우에오'를 명사형어미로 활용하여 받침 없이 발음해보면 "앗>(아사, 아시, 아스, 아세, 아소) 등으로 소리난다. 이 중에서 '아세'는 용례가 보이지 않고 나머지 네 가지 말들은 전부 일본 고대사서에서 쓰이고 있고 '아스'를 제외하고는 한어에도 있다.
'아침'의 한자표기
우리말 '아침'은 한자로 표기하면 아침[朝], '첫[初]', '새[新]' 등 세 가지 뜻을 가진 말이다. '아사[朝]'는 일어로 아침[朝]이다. '아시'는 '처음[初]', '새로운[新]'의 뜻을 가지는 접두어다. '아스'도 '아스까[飛鳥]'에서 보듯이 일어에서 '아사'와 같은 뜻을 가진다.
그런데 현대어 '아침'은 어떻게 변해온 것일까. 위에 예로 든 아진포의 경우를 보면 아진은 아침의 고대 이두표기라고 했다. 이 경우는 '앛'과 음가가 같은 '앚'에 명사형어미 '이'를 붙여 받침 없이 읽은 경우다. 즉 아자, 아지, 아즈, (아제), 아조 등이 되는데 '아진'은 '아지'에 니은받침이 붙은 경우다. 이들은 받침 없이 발음할 때 열도어 모음 다섯 개를 경우에 따라 뒤에 붙여 발음한 형태인데 열도어는 고대 대화어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대화어는 가야어(=진한어)가 그 근간이라고 한다(박병식). 실제로 고대 열도의 대화왕조는 가야인이 세운 가야왕조로 밝혀지고 있으므로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앛'을 원래발음대로 보면 아차, 아치, 아츠, (아체), 아초가 될 수 있다. '이'를 붙인 사례를 보면 부산에 지금도 지명으로 남아있다. '아치섬'인데 이것은 한자로 조도(朝島)라고 표기한다. '아지'에 니은받침이 붙은 '아진'과 '아치'에 미음받침이 붙은 '아침'은 원래는 같은 말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각각 "앛>아치>아치+(ㅁ)>아침", "앚>아지>아지+(ㄴ)>아진"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미음과 니은도 뒤에 오는 말의 자음에 따라서 결정된다. 지금도 일어에서 '응( )'의 발음은 N, m, ng 등 세 가지로 난다. 따라서 '침'과 '진'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고구려의 아차산성(阿且山城)은 '앛'에 '아'를 붙인 경우이다.
'아침'은 가축의 이름에도 활용
송아지
소의 새끼를 송아지라 하는데 이 '아지'도 아침이란 뜻이다. 즉 소[牛]로서의 일생을 하루[一日]로 비유한 발상에서 지어낸 이름인 것이다. 소로서의 일생의 시작·처음 즉 "우생(牛生)의 아침[朝]>소(의) 아지>송아지"가 된 것이다.
망아지
망아지의 아지도 마찬가지로 "마생(馬生)의 아침[朝]>말(의) 아지>망아지"가 된다. 송아지의 경우는 소유격조사 '의'에 해당하는 말이, 모음이 없어지고 자음이 받침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망아지는 받침으로 변하면서 리을받침이 탈락하고 역시 마찬가지 변화가 발생했다. 이응이 붙으면 음이 귀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강아지
강아지도 마찬가지 경우인데 이 때는 "견생(犬生)의 아침[朝]>개(의)+아지>가이(의)+아지>강아지"가 된 것인데 복모음에서 단모음으로 분해되고 다시 '이'가 탈락하여 소의 경우처럼 이응받침이 붙었다.
돼지
'돼지'도 같은 경우인데 후대로 내려오면서 특이한 단어교체가 발생한 사례다. 이 '돼지'라는 단어는 원래는 '돝[豚]'이었고 여기에 '새끼'를 뜻하는 '아지'가 붙어 "돈생(豚生)의 아침[朝]>돝(의)+아지>도야지>돼지"로 변한 것이다.
"돝+아지"에서 받침이 탈락할 때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면 '돝'은 단독으로 발음할 경우 음가가 '돋'과 같으므로 '도다지'가 되고 이것이 유음화현상으로 "도다지>도아지"가 되고 발음의 편의상 "도아지>도야지>돼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돝+아지"와 최종적으로 변한 '돼지'라는 단어를 비교해 보면 '지'는 공통이므로 제외하고 모음만 비교해 볼 때 "오+아>오야>왜"로 변하여 모음이 복모음화되면서 송아지 등 다른 것과는 달리 이응이 안 붙었다. 이 '돝'의 경우가 위에 든 소, 말, 개의 경우와 다른 것은 아마도 'ㄷ'이나 'ㅌ'의 경우 뒤에 모음이 오면 구개음화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였지 않나 생각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원래 어미[成豚]의 일반칭이었던 '돝'이, 고어에서 새끼를 뜻하는 '돼지'로 후대에 교체되면서 새끼를 뜻할 때는 다시 '새끼'를 붙여 "돼지새끼>돼지+새끼>돝아지+새끼>돝새끼+새끼"로 부르게 된 것인데 뜻으로만 보면 명백히 중복표현이다.
돝의 경우도 소나 말처럼 이응을 붙여 조어를 했다면 '동아지'가 될 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돼지를 '돝'으로 바꿔 쓰는 것은 어려울 것 같으나 돼지새끼 대신에 '동아지'를 살려 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다.
가축이름에 붙은 '아지'는 "가축의 일생[畜生]을 하루[一日]로 비유하는 발상에서 조어된 이름"인 것이다. 즉 "가축의 일생에서 새끼는 하루의 아침에 해당한다"라는 발상에서 쓰인 말인 것이다.
한어와 일어의 특징적인 차이
일어가 원래는 고대 가야어를 바탕으로 한 말임에도 원래 받침 없이 흘려 발음하는 데 비해 한어에는 아진이나 아침처럼 받침이 붙어있는 차이가 있다. 이런 현상은 한어와 일어를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어는 두드러진 특징이 1) 받침이 없고 2) 복모음이 없고 3) 모음이 다섯 개뿐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해서 같은 말에서 갈라진 어원이 같은 단어도 일어는 음이 별로 변하지 않았다. 그 대신 말이 길어지므로 복합어를 조어할 때 대부분의 경우 음절 자체가 일부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한어는 받침이 있어서 명사를 만들 때 없던 받침이 생겨나기도 하고 모음도 복모음이 많다보니 축약현상도 많이 생기고 아무래도 일어와 비교할 때 이런 한어의 특성 때문에 한어와 일어에서 원래 어원이 같은 말도 한어가 많이 변한 듯하다. 그래서 일어의 어원을 연구하는 것이 한어의 어원연구에 지름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발음의 편의
'아친(아진)'이 '아침'으로 변한 경우는 뒤에 다른 말을 붙여서 발음해보면 알 수 있다. 밥이나 묵, 떡을 붙여보자. '아친밥·아침밥', '아친묵·아침묵', '아친떡·아침떡'이라고 할 때 어느 것이 발음하기 쉬운지를 보면 알기 쉽다. 자연스럽게 발음하기 쉬운 쪽으로 변하게 된다. 즉 미음받침이 훨씬 쉽다. 이것은 일어의 '응( )' 발음이 비읍이나 미음 발음 앞에서는 'm'으로 발음되는 경우와 동일한 현상이다.
'아침'의 사국시대 고어형태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사례를 볼 때 우리말 '아침'의 사국시대 고어형태는 '앛'이고 단독으로 발음될 경우 이것과 음가가 같은 '앚'과 '앗'도 마찬가지로 '아침'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고대에는 지금 같은 표음문자인 한글이 없었고 말하는 주체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약간씩 달리 발음되었고 달리 들렸다는 뜻이고 그래도 고대인들은 큰 불편 없이 통했다는 뜻이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조립식 문자인 한글을 쓰는 현대인 기준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4) '아침'계열 단어들의 다양한 용례
아침의 사국시대 고어형태인 '앛', '앚', '앗'에 열도어 모음을 명사형어미로 활용하여 '아', '이', '우', '에', '오'를 붙여 받침 없이 발음하여 만들어 쓴 것으로 판단되는 용례들이 많이 있다.
'아'를 붙여 만든 것 일반명사로서 일어의 아사[朝], 아사히[旭日/朝日], 고대지명으로 고조선의 수도라고 알려진 아사달(阿斯達), 고구려지명 아차산성(阿且山城) 등이 있다.
'이'를 붙여 만든 것
일반명사로는 한어의 아침[朝], 송아지, 망아지, 강아지, 돼지 등이 있고, '아시'나 그 변형이 붙은 애벌구이, 애벌빨래 등이 있다.
고대지명·국명으로 반도의 하시라[河西良], 아시라[阿尸良] 등과, 열도의 아시우라[葦浦], 아시하라[葦原], 아시기다.노.구니[葦北國] 등이 있고, 반도의 아진포(阿珍浦), 하시지[下西知], 부산의 현대지명 아치섬[朝島]이 있다.
인명으로는 가야시조 이진아시의 아시(阿鼓), 백제 아신왕의 아신(阿莘), 일본고대사서에 등장하는 아신왕의 '아지/아시'계열 이칭들이 십여 개 있다. 아지(阿智/阿知), 아지스기[味사/阿遲조], 아직기(阿直岐), 아시히기(足日木/足比奇/足檜木/脚日木/足引/足曳), 아지시기[阿遲志貴] 등이 있다. (조=金+且)
기타 부사로 쓰이고 있는 아시본래, 아시당초, 애시당초, 애당초, 애초 등이 있다.
'으'를 붙여 만든 것 열도에서는 명사로 아스까[明日香/飛鳥], 아즈마[東]가 있고, 성씨 아즈미[阿曇/安曇]로도 쓰이고 있고 반도에서는 지명 또는 국명으로 하슬라(何瑟羅), 아슬라(阿瑟羅)가 있다. 아슬라, 하슬라는 하시라[河西良]와 같으므로 이응과 히읏이 교체되고 '으'와 '이'가 교체되어 쓰이는 사례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오'를 붙여 만든 것 지명으로 열도의 아소산(阿蘇山)이 있고 반도지명 중에 '하조대'가 있다. 인명으로는 서기에 아소군(阿蘇君)이 있다. 기·기에서 현대의 '아이우에오'가 고대에는 '하히후헤호'로 쓰인 사례가 무척 많은 것을 보면 히읏과 이응은 교체되어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기, 유사의 하슬라와 아슬라도 같은 사례다. 따라서 '하조'는 앚>아조(하조)인 것이다.
'에'를 붙여 쓴 용례
아침의 용례가 다양하게 많은 가운데에도 일어모음 다섯 개 가운데 '에'를 붙인 용례는 보이지 않는다.
준말형태
치옷(지옷/시옷)이 탈락하여 '아(阿)'로만 쓰인 형태가 흔히 있다. 아나가라의 아나(阿那), 아라(阿羅), 안라(安羅), 안야(安耶) 등도 삼국사기 지리지 함안군조에 기록되어 있는 아라가야의 고명 아시라[阿尸良]의 다른 표기다. 아(阿)는 "앗>아시(阿尸)"에서 사이시옷에 해당하는 '시'가 탈락한 형태의 준말이고 라[良]·라(羅)는 나(那)와 같은 뜻으로 글자만 바꾸어 쓴 것이다. 인명으로는 백제 아신왕의 열도시호 아화(阿花)가 있다.
뜻으로 분류할 경우
위에 열거한 단어들을 한자의 뜻을 기준으로 다시 분류해보면 아침[朝], 새[新], 첫[初] 등인데 원래 어원이 같으므로 엄밀히 분류하기는 어려우나 대략 나누어 보면 지명의 경우는 작은 지명은 아침[朝]으로 나라이름은 새[新]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침[朝]
송아지 등 가축의 아지, 아차(阿且)산성, 아진포(阿珍浦), 아스까[飛鳥], 아즈마[東], 아치섬[朝島], 하시지[河西知], 아시우라[葦浦], 아소산(阿蘇山), 아소군(阿蘇君), 하조대 등이 있다. 새[新]
新羅, 아시하라[葦原], 아시라[阿尸良], 하시라[河西良/阿瑟羅/何瑟羅], 가야계 성씨 아즈미[阿曇/安曇] 등이 있고 이 새[新]는 원래 고어발음이 '(ㅅ+아래아+이)'였기 때문에 아래아가 '아'로 분화되어 새[新]가 되고 '오'로 분화되어 쇠[金]로도 쓰이곤 했다. 금성(金城)의 金도 新의 뜻이다.
첫[初]
아시당초, 애시당초, 애당초, 애초, 아시본래, 애벌구이, 아시빨래, 애벌빨래 등이 있다.
5) 기원을 전후한 고대에 新羅라는 국호를 가진 나라가 셋이나 있었다
위에서 아침이라는 단어의 고어형태와 용례를 추적해본 결과 기원을 전후한 고대에 新羅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가 셋이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침이라는 단어의 사국시대 고어형태를 추적하여 밝힘으로써 종전에 막연하게 알고 있던 소국들의 국호가 명백히 밝혀지고 그 부족들의 계보가 명확해진 것이다.
경주신라
새삼스런 설명이 필요 없이 누구나 다 아는 천년왕국 경주신라가 있다.
아라가야도 신라
삼국사기 지리지 함안군조에 이곳의 고칭이 「阿尸良國(一云阿那加耶)」라고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신라인 것이다. '아시(阿尸)'는 곧 '신(新)'이고 양(良)은 고어로 '라[良]'로 읽고 那, 羅와 같이 썼다. 아시라[阿尸良]>新羅인 것이다. 또 이것은 일본서기상의 신라이기도 하다. 서기상의 신라는 거의 대부분이 경주신라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아라가야를 가리킨다. 예컨대 고사기 응신기 천지일모설화에 나오는 신라왕자 천지일모(=천일창)는 아라가야왕자였던 것이다. 일본고대사서에서 新羅를 시라기[白城/白木/지羅紀]로 쓰기도 하는데 신라라는 국명을 이렇게 다양하게 한자를 바꾸어 썼다는 것도 이 신라가 경주신라가 아니라는 근거다. 다른 나라의 이름을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한자로 바꾸어가며 복잡하게 지어 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서를 지은 두 축 중의 하나인 가야인 그들의 국호였기 때문에 이름을 다양하게 분식해서 쓸 수 있었던 것이다. (지>志)
동예도 신라
지금의 강능에는 옛날에 예(濊/東濊)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고 그곳의 이름이 사기와 유사에 하시라[河西良], 하슬라(何瑟羅), 아슬라(阿瑟羅)로 나오는데 이 역시 신라인 것이다. 고대에 히읏과 이응은 교체되어 쓰였고 '으'와 '이'도 교체되어 쓰인 사례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이름이다. '하시라'는 아라가야의 이칭 '아시라'와 같은 이름이다. 지금의 강능에도 신라가 있었다. 하시라[河西良]>아시라[阿尸良]>신라(新羅)인 것이다.
이것을 보면 지금의 강능을 중심으로 있었다던 예라는 부족도 진한의 본류는 아닐지라도 변진처럼 진한의 일파였던 것으로 보인다. 세 나라가 전부 新羅라는 국호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진이 진한의 일파였다는 것은 대륙사서 '삼국지'에 「...弁辰與辰韓雜居, 亦有城郭衣服居處與辰韓同, 祠祭鬼神有異施...」 > 「변진은 진한과 잡거하고 또한 성곽이 있고 의복과 거처가 진한과 같으나 귀신을 제사지내는 것이 다르다」라고 옮겨진다. 그런데 잡거하고 의복과 거처가 같으면 말과 풍습이 거의 같다는 말이고 오로지 특이한 점은 편두습속과 귀신 섬기는 것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 변진인들의 귀신 섬기는 것은 가야인들의 칠성신앙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것이 일본 신사문화의 원류로 추정된다. 변진이라는 이름은 변두진한(弁頭辰韓)의 준말이다.
※ 이렇게 볼 때 조선, 신라, 일본[해뜨는 곳], 아시하라[葦原], 하시라[河西良/阿瑟羅/何瑟羅], 아시라[阿尸良], 아나(阿那), 아라(阿羅), 안라(安羅), 안야(安耶), 안나(安那) 등의 국호들은 전부 "해뜨는 땅", '새땅', '새나라', '아침땅' 등의 뜻을 가진 같은 이름들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서기 수인기 2년 시세조에 등장하는 대가라왕자 아라시또[阿羅斯等]는 그 이름의 뜻이 아라가야인이라는 뜻이며 임나인으로도 나오고 신찬성씨록에는 임나국주로도 나온다. 열도의 시마네 이즈모[出雲]는 신라인들이 개척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역시 경주신라와는 전혀 무관하고 가야인들이 개척한 것이다. 그래서 그곳 일대에 분포한 신사는 거의 전부 신라계 신사라고 하는 것이다.
일본이란 국호도 가야인들이 쓰던 호칭이라는 설도 있고 대륙측 기록도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구당서' 동이전에 「日本國者 倭國之別種也...(중략)...日本舊小國 倂倭國之地」라는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국은 왜국과는 별종이다...(중략)...일본은 원래 소국인데 왜국땅을 병합했다」라고 옮겨지는데 여기 나오는 구소국 일본이 바로 가야라고 본다. 여기 왜가 순수열도원주민을 가리키는 것이다.
6) '아침'이라는 뜻을 가진 특이한 단어
아스까[飛鳥/明日香]도 아침
일어에 '아스까'라는 말이 있다. 아스[明日]는 현대어에서는 '내일'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어원을 보면 '앗'에 '이'를 붙여 읽은 형태로서 '아침'이라는 뜻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아스까'는 '아침'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흔히 일본 고대에 찬란했던 문화가 본격적으로 꽃핀 것을 일러서 아스까문화라고 한다. 이 경우 일본고대문화의 "아침이 밝아 왔다"는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5세기말인 서기 479년에 백제·왜통합왕국을 이룬 백제 동성대왕시대를 서기에 보면 새벽[明旦]이란 개념으로 표현하고 본격적으로 아스까문화가 꽃피기 시작한 것은 동성대왕을 이은 무령왕시대부터로 간주한다. 무령왕시대가 아침이라는 의미다.
이것은 백제왕실을 기준한 또 다른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말이다. 열도가 백제의 제후국으로 편입된 시기가 바로 무령왕부터이기 때문이다. 말을 바꾸면 아스까[飛鳥]라는 것은 열도를 백제의 제후국으로 편입하여 "제후국의 아침이 밝아왔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즉 제후국의 흥망을 하루에 비유하는 발상에서 지어진 말인 것이다. 매일매일의 하루가 아침으로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아스까의 '아스'도 역시 '아사'라는 말과 어원을 같이하는 말이다.
아즈마[東]도 아침
아침이란 뜻을 가진 특이한 단어가 기·기에 나오는데 고사기 경행기 "왜건명의 동국정토" 끝부분에 왜건명이 죽기 전에 있었던 스토리가 다음과 같이 나온다.
『...그 언덕에 올라 세 번을 탄식하여 '아즈마하야[阿豆麻波夜]'라고 말했다...(중략)...그래서 그 나라를 '아즈마[阿豆麻]'라고 이름 붙였다. 그 후 그 나라를 지나 갑비국으로 나가서 주절궁에 도착했을 때 "니히바리[新治]와 쯔꾸바[築波]를 지나서 몇 밤을 자게 될 것인가"라고 묻자 불을 지피고 있던 노인이 "날수를 늘어놓고 보면 밤으로는 구야(九夜)고 낮으로는 십일(十日)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그 노인을 아즈마.노.구니.노.미야쯔꼬[東國造]로 임명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말이 '아즈마하야'인데 <고사기/講談社학술문고/2000년/次田眞幸/中/153p>의 해설에 보면 '아아 내처(吾妻)여!' 라고 해석하고 있다. '아즈마하야[阿豆麻波夜]'에서 '아즈마[阿豆麻]'>'아즈마[吾妻]'로 본 것이다. 같은 내용이 서기에는 '아즈마[吾유]'로 나와 직역하면 '내처'가 된다. 그런데 아즈마[阿豆麻/吾유]는 '아즈마[東]'로 본다. 우선 '하야[波夜]'가 지금의 일어로 빠르다는 뜻의 하야이[速이]의 어간 '하야[速]'로 보이고 '아즈마[阿豆麻]'는 '동(東)'이라고 본다. 이 '東'은 '아침'이라는 뜻의 고어다. 왜냐하면 남극과 북극을 제외한 지구상의 어디든지 아침은 동쪽에서 찾아오기 마련이므로 아침을 東으로도 썼던 것이다. (유=女+需)
우리말에서 '이'와 '으'가 교체되어 쓰이는 경우가 있다. 기·기에도 종종 사례가 나온다. 경상도사투리에서 '으'와 '어'가 구분이 잘 안되어 '으'가 '어'로 변하고 어, 여. 에, 예 등을 '이'로 발음하는 경향을 적용하면 으>어>이가 되기도 한다. 추적해보면 '앚'에 '으'를 붙여 받침 없이 발음하면 "앚+으>아즈+(ㅁ)>아즘"도 되고 '으'와 '이'의 교체현상을 적용하면 '아짐(=아침)'이 곧 '아즘'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받침 없이 풀어쓰면 '아즘>아즈마'가 된다. 원래 해가 뜨는 아침이 동쪽에서 시작된다는 뜻으로 보나 우리말 음운변화에 있어서나 전혀 무리가 없다. 그리고 문맥상 뒷문장을 보면 잠이 깨어서 날이 빨리 밝기를 기원하는 듯한 말을 하고 있으므로 문맥상으로도 하자가 없다.
따라서 원래의 뜻은 "아침이 어서 (왔으면)"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원문에서 「그래서 그 나라를 '아즈마'라 이름하였다[號其國阿豆麻也]」라고 했고 같은 내용이 서기에는 일본무존이 「대일령에 올라 동남을 바라보며 세 번을 탄식하기를 "아즈마하야[吾유者耶]"라고 했다. 그로 인하여 산 동쪽의 제국[山東諸國]을 이름하여 아즈마.노.구니[吾유國]라 한다」라고 나온다. (유=女+需)
산의 동쪽에 있는 나라 즉 산동제국을 아즈마.노.구니[東國]라고 한 것이고 아즈마.노.구니[吾유國]라고 하면 동(東)과 아즈마[吾유] 사이에 논리적인 연관성도 전혀 없다. 이것은 음이 같은 것을 이용하여 다른 글자로 기술한 것일 뿐이다. 왜건명과 일본무존은 동일인이다. 동일인물을 같은 시대에 지은 서기와 고사기에 한자를 전혀 달리하여 이름 붙이고 음은 같이 하고 있는 것이 "한자가 달라도 발음이 같으면 동일인물인 줄 알아라"라고 하나의 기술기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음은 둘 다 '야마또다께루.노.미꼬또'다. 성씨록에는 왜건존(倭建尊), 풍토기에는 왜무천황(倭武天皇)이라고도 나온다. 일본서기와 고사기는 반도인이 지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어 기·기에 한어가 이렇게 나오는 것이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하야[波夜/者耶]의 어원
기·기의 원문에 나온 하야[波夜/者耶]는 '하야[速]'라는 뜻인데 이 어원도 한어에 있다. 즉 표준말 '어서'에 해당하는 한어 사투리 '어여'와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히읏발음이 이응으로 변하고 음성모음만으로 남아 있는데 일어는 '어' 발음이 없으므로 양성모음만으로 남아 있고 히읏발음이 그대로 있는 차이다.
말을 바꾸면 "아침(이) 어여 (왔으면)" 또는 "아침(아) 어여 (와라)"라는 기원의 뜻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 내처여!"라고 해석하여 감탄사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것은 표면적인 내용대로 직역을 한 것이고 기·기의 중요한 말들이 반도어로 기술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다보니 어원을 모르는 데서 나오는 오석인 것이다.
동성도 신라
위와 같이 아즈마[東]가 '아침'이라는 뜻이고 城은 (新羅=金城)에서 보듯이 那, 羅, 國 등과 대치해서 쓸 수 있는 '나라'라는 뜻을 가진 말이므로 백제 동성왕의 시호 東城도 新羅라는 뜻을 가진 말이고 이 신라는 다름 아닌 사기 지리지 함안군조의 아시라[阿尸良]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서 백제 동성왕이 가야왕족이었음을 알려주기 위해 8세기초에 일본서기 저자들이 지은 시호인 것이다.
아즈미[安曇/阿曇]도 아침
가야계 성씨인 아즈미[安曇/阿曇]도 마찬가지로 '아침'계열 단어다. 이때는 '아즘'에 '이'가 붙어 '아즘>아즈미'인 것이다. 이 성씨도 아침의 세 가지 뜻 중에서 (ㅅ+아래아)이[新]>사이[新]>새[新]가 되고 아침[朝]과 같으므로 아침[東]>아즈마[東]>아즈미[東/安曇/阿曇]에서 나온 말이다. 아즈마에는 '아'가 붙었고 아즈미에는 '이'가 붙은 차이뿐 뜻은 동일한 것이다. 이것은 아라가야의 고명 신라에서 나온 것이고 이 성씨를 쓰는 인물들이 가라인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 (ㅅ+아래아)이>사이>새[新], (ㅅ+아래아)이>소이>쇠[金]가 되어 성씨가 김씨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가야계 성씨가 김씨인 것은 일본의 8세기 지배층계보를 수록한 성씨록에도 나온다. 3. 결론과 과제
결론
1) 삼국사기 지리지 함안군조의 고명 아시라[阿尸良]가 한역하면 新羅가 된다는 것을 해독해 냄으로써 가라(=변진)가 진한의 일파라는 것이 더욱 명확해졌고 또 기·기상의 신라가 아라가야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 일본에서도 열도의 실질적인 초대왜왕으로 인정받고 있는 응신천황이 일인학자 인마끼구니오[印牧邦雄]의 '복정현역사(福井縣歷史)'에서, 기·기에서 신라왕자로 기록된 천일창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이 이미 밝혀져 있어 기·기상의 신라가 아라가야를 지칭한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명백해진 것이다. 바로 이 천일창의 본국이 아시라[阿尸良]로 불리기도 한 아라가야인 것이다. 서기, 고사기상의 신라는 그 대부분의 경우 경주신라가 아니다. 또 응신천황이 백제계라는 설이 있으나 위의 결과를 보면 전혀 아니다.
* <춤추는 신녀/이종기/동아일보사/1997년>에 보면 일본 구주에 있는 황국최초 신사로 알려진 시라기묘껜구[白木妙見宮]의 영부사 주제신이 가락국시조인 김수로왕임을 밝히고 있는데 이 시라기[白木]도 발음이 같은 시라기[新羅]이고 곧 가야인 것이다. 위의 책에 보면 제신인 김수로왕의 그림이 나오는데 한복 입은 신선상으로서 기록에 김수로왕이 만년에 신선이 되었다고 한 것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2) 고대에 강능을 중심으로 있었다던 동예의 하시라[河西良/何瑟羅/阿瑟羅)도 '아시라'와 같아 新羅라는 것을 밝힘으로써 그들도 역시 진한의 일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가 어떤 계통의 부족이었나 하는 점이 명백히 밝혀진 것이다.
* 이 '아침'이란 단어가 이렇게 광범위하게 직설적으로 또는 은유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기원전 오랜 옛날 상고시대부터 우리 민족은 중앙아시아 남북으로 걸친 지역에서 동진, 또는 동남진해 오는 과정에서 그들은 항상 「해가 뜨는 동쪽(또는 동남쪽)으로 이동」을 함으로써 결국 만주와 바다로 막힌 반도에서 기원 이후 정착한 세력이 아니었나 생각되고 그 자연스런 연장으로 가까운 열도로까지 건너가 열도를 개척하고 정복하게 된 것으로 본다. 이런 그들의 이주과정에서의 이동방향, 천신사상 등과 관련하여 쓰이게 된 말로 보인다. 고대사회는 현대인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동태적이고 역동적인 사회였다고 본다. 바로 이런 고대인의 이주방향과 관련되어 국호를 비롯한 많은 지명들과 기타 용어들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고 '빛땅'이란 단어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3) 이상과 같은 사실들을 보면 기존의 학계에서 고대사를 해석하는 도구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고대사를 해석하는데 이렇게 고대인의 사고와 발상을 도외시한 채 그들이 사서에 담아놓은 의미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로 잘못된 문헌기록해석에 유물해석을 접목하여 임의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해석의 기본인 사서해석에 있어 이토록 중요한 키워드를 알아보지 못한 채로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학설을 양산하는 것은 현대의 학자들이 새로운 역사왜곡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과제
1) 아라가야가 신라라는 국호를 쓴 것과 관련해서 고대한일관계사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사실이 밝혀지지 않으므로 해서 기·기상의 신라를 하나같이 경주신라로 상정하고 학설들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그릇된 학설들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2) 예와 진한의 부족간의 친연성과 반도로 이주하기 전의 그들 선주지의 상대적인 관계를 좀 더 명확히 구명해야 할 것이다.
○ 아스까[飛鳥]의 어원
일본서기 경행기에 나오는 일본무존(=귀수대왕)의 구야십일이 바로 아스까[飛鳥]의 어원이다. 백제 동성대왕은 백제계 물부씨기준으로 볼 때는 가야계이므로 백제·왜통합왕국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이라 하여 사사기[초료]>새새끼[초료]>새벽[[明旦]으로 비유하고 동성대왕을 등재한 무열천황의 화풍시호에 "와까사사기[稚초료]>어린새새끼"라는 키워드를 넣어둔 것이다. "새새끼가 어려서 아직 날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것을 하루[一日]로 비유하면 새벽이 되는 것이다. (초=焦+鳥, 료=瞭-目+鳥)
그 반면에 서기 경행기에서 백조로 은유된 일본무존의 후손인 무령왕시대를 비조시대라고 하는 것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아침이 밝아와 힘차게 비상하는 성조(成鳥)"라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새[飛鳥]"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가 음은 '아침'을 뜻하는 '아스까'가 된 것이다. 이것은 백제 부여씨왕실 기준으로 열도를 백제의 제후국으로 편입한 왕이 무령왕이기 때문에 열도후왕조의 아침이 밝았다는 뜻이다. 하나의 왕조가 성립되어 존속하는 것을 하루[一日]에 비유하는 고대인의 발상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또 칠지도 명문에 있다시피 백제의 초대왜왕이었던 귀수대왕의 숙원인 열도병합이 이루어진 것을, "나는 새[飛鳥]"라고 하였으므로 이때의 새[鳥]는 기·기상에서 '흰깃큰수리[羽白熊鷲], 백조(白鳥), 사다새[제], 매[鷹] 등으로, 성씨록에서는 봉황새[鸞], 수리/독수리[鷲] 등으로 은유된 귀수대왕을 가리키는 것이다. (제=弟+鳥)
○ 구야십일은 백제의 구대십왕
그리고 구야십일이란 또 하나의 암호로서 백제기준으로 귀수대왕 전사 후에 가야계 김씨왕과 백제계 부여씨왕들을 통털어 귀수대왕>침류왕>진사왕>아신왕>전지왕>구이신왕>비유왕>개로왕>문주왕>삼근왕>동성대왕>무령왕으로 이어지는 백제왕통에서 귀수대왕과 무령왕 사이의 왕들이 정확히 구대십왕이다. 왕은 十王이고 그 사이에 승계되는 마디[代數]는 九代이므로 왕들 숫자는 낮[日]으로, 승계되는 마디는 밤[夜]으로 비유한 것이다. 고대신화·설화에서 왕[日]>해[日]로 흔히 표현하는데 여기서는 왕[日]은 낮[日]으로, 마디[代]는 요[夜]로 비유한 것이다. 열도어로는 음도 '요[代]'와 '요[夜]'로 같다. 王을 해[日]에 비유하였으니 왕재위기간은 낮[日]이 되고 왕이 몰한 것은 해가 진 밤[夜]에 비유한 것이다.
출처:우리역사의 비밀-고대사산책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