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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죽음의 조'...악몽으로 끝날까

바래미나 2009. 12. 6. 01:05

북한 '죽음의 조'...악몽으로 끝날까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빈익빈 부익부'. 이번 월드컵 조편성의 특징을 정의할 수 있는 표현이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팀들에게는 유리해지고, 이변을 꿈꾸는 다크호스나 약체팀들에게는 고문에 가까운 대진표가 잇달아 나왔다.

대륙별로 살펴보면 유럽 강호들은 쾌재를 불렀다. 특히 C조의 '축구종가' 잉글랜드(미국, 알제리, 슬로바키아), F조의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파라과이, 뉴질랜드, 슬로바키아), H조의 '유럽선수권 챔피언' 스페인(스위스, 온두라스, 칠레) 등 지역예선에서 큰 위기 없이 순항했던 우승후보들이 월드컵 본선에서도 사실상 각 대륙에서 비교적 약체급으로 분류되는 팀들과 한 조에 묶이는 행운을 얻었다. 사실상 뚜렷한 대항마가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무난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티에리 앙리의 '신의 손' 사건으로 도마에 올랐던 프랑스도 행운이 따랐다. 당초 톱시드에서 탈락하여 '죽음의 조'에 속할 가능성이 거론되었으나 정작 강팀들을 피해 톱시드 최약체로 꼽히는 개최국 남아공이 속한 A조에 배정된 것. 북중미의 전통 강호 멕시코와 남미의 우루과이가 있지만, 이들도 최근 국제무대에서 하향세였다. 사실상 프랑스가 톱시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모양새다.

반면 가장 운이 따르지 않은 것은 역시 아시아 대륙이었다. 일본이 E조에서 네덜란드, 덴마크, 카메룬과 한 조에 묶였고, 호주도 D조에서 독일, 가나, 세르비아 등 만만치 않은 팀들과 만나게 되었다.

특히 44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귀환한 북한은 이번 대회 '최악의 조'로 평가받는 G조에서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 등 각 대륙별 최강팀들과 한 조에 배속되는 불운에 할 말을 잃었다. 1966년 사다리전법으로 8강 돌풍을 일으키며 에우제비오가 이끌던 포르투갈과도 대등한 승부를 펼쳤던 북한은 44년 만의 리턴매치에서 설욕을 꿈꾸고 있겠지만 상황은 험난하다. 그래도 세계무대와 거의 인연이 없던 북한 선수들로서는 카카(브라질),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호날두(포르투갈)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발을 섞을 기회를 얻은 것을 행운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그나마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스와 한 조에 배속된 한국이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비교적 무난한 대진표를 받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역시 쉽지는 않다.

아시아 국가는 지난 독일월드컵에서 각 대륙을 통틀어 유일하게 단 한 팀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호주가 16강에 올랐지만 당시는 오세아니아 대표로 AFC에 편입되기 전이었다. 2그룹에서 비교적 무난하다고 평가받은 A, C. F조의 경우 오세아니아-북중미팀들에게 자리를 빼앗기며 자칫 남아공 대회에서도 아시아는 4개팀 중 단 한 팀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대회에서 '죽음의 조'는 D조와 G조다. 두 그룹 모두 아시아권 팀들이 속한 곳이다. 톱시드 팀들을 살펴보면, 월드컵에서 항상 대진운이 따르기로 유명했던 독일과 브라질이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에서는 죽음의 조에 걸린 것이 눈에 띈다. 두 팀 모두 월드컵 무대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리고 있으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적도 없다.

전차군단 독일은 지난 2006 독일월드컵 8강에 빛나는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 동구권의 강호 세르비아와 한 조에 배속되어 만만치 않은 승부를 치르게 되었다. '사커루' 호주가 비교적 이름값이 떨어지지만 주전들 상당수가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어서 사실상 유럽팀이나 다름없다. 가나와 세르비아는 지난 독일월드컵에 이어 또다시 죽음의 조에 배속되는 불운을 맛봤다. 2006년 당시 세르비아는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코트디부아르가 있는 C조에 속했고, 가나는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체코, 미국과 같은 E조에 속했다. 당시 세르비아는 조별 예선에서 최다점수차 패배(아르헨티나 6-0)를 당하는 수모 끝에 조기탈락했고, 가나는 죽음의 조를 통과했으나 8강에서 브라질에 덜미를 잡혔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은 톱시드 탈락 유럽팀 중 최강급으로 분류되는 포르투갈,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한 조에 속하게 되었다. 최약체 북한을 제외하면 3팀간 전력차가 크지 않아서. 자칫 물고 물리는 혈전이 되어 경우의 수를 따지는 상황이 된다면 조별리그 통과도 쉽게 장담할 수 없다. 남아공에서 홈대륙의 우위를 등에 업고 검은 돌풍을 노리던 아프리카 국가들도 대륙을 대표하는 강호들이 잇달아 죽음의 조에 걸리는 불운 속에 조별리그 통과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월드컵 조추첨 결산 / 전망]

A조 남아공 / 멕시코 / 우루과이/ 프랑스

(면죄부를 받은 앙리의 '신의 손'은 조추첨에서도 행운을 가져왔다. 개최국 중 최약체로 꼽히는 남아공과 한 조에 배속되며 사실상 톱시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효과. 멕시코-우루과이도 최근 북중미와 남미국가 중에서는 하향세다.- 조별리그 통과: 프랑스 유력. 멕시코-우루과이 경합)

B조 아르헨티나/ 대한민국/ 나이지리아/ 그리스

(최근 국제무대에서 하향세를 보였던 대륙 4개팀의 명예회복 시리즈다. 대한민국은 최초로 유럽 2개팀과 한 조에 섞이지 않은 조별리그를 맞이했다. 최악의 부진을 보였던 아르헨티나의 부활 여부와 조 2위 다툼이 치열할듯. - 조별리그 통과: 아르헨티나 유력, 대한민국-나이지리아 경합)

C조 잉글랜드/ 미국 / 알제리/ 슬로베니아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우승후보들 중 최상의 대진표를 얻었다. 북중미의 떠오르는 강자 미국이 변수지만, 알제리와 슬로베니아는 각각 아프리카-유럽팀 중 최약체로 분류된다. 홈에서 열린 1966년 대회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잉글랜드의 우승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다. 잉글랜드 확실-미국 유력)

D조 독일 / 호주 / 세르비아/ 가나

(이번 대회 죽음의 조다. 전차군단 독일이 유리해 보이지만, 세르비아와 가나의 저력이 만만치 않다. 호주도 사실상 유럽팀이나 다름없다. 어느 팀이 탈락하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독일 유력, 세르비아-가나 경합)

E조 네덜란드/ 덴마크/ 일본/ 카메룬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덴마크와 카메룬이 2위 다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축구가 기술적으로 많이 성장했지만 파워축구에 약한 팀 특성상 상극에 가까운 팀들을 만나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유력, 덴마크-카메룬 경합)

F조 이탈리아/ 파라과이/ 뉴질랜드/ 슬로바키아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 잉글랜드와 함께 천상의 대진운을 부여받았다. 뉴질랜드, 슬로바키아는 카데나치오의 적수가 될 수 없으며 전통의 강호 파라과이도 1990년대의 그 팀은 아니다. 이탈리아 확실, 파라과이 유력)

G조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 북한

(이번 대회 두 번째 죽음의 조다. 천리마 축구단의 44년 만의 월드컵 도전은 악몽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브라질과 포르투갈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대회에 이어 또다시 죽음의 조에 걸린 코트디부아르가 이번엔 다크호스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브라질-포르투갈 유력)

H조 스페인/ 스위스/ 온두라스/ 칠레

(무적함대 스페인은 유럽선수권에 이어 월드컵까지 제패할수 있을까. 조별예선에서는 일단 스페인의 질주를 막을 만한 팀은 보이지 않는다. 나머지 3팀간의 전력차이는 크지 없지만 빅리거들을 다수 보유한 스위스에 좀 더 무게가 쏠린다. 스페인 확실. 스위스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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