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진 항우연 원장 “우주기술 없인 안보도 장담못해”
파이낸셜뉴스 | 이재원 | 입력 2009.08.16 11:41
▲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이주진 원장은 16일 "우주개발은 실패와 도전의 역사"라고 정의한후 "우리도 다가오는 우주시대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첫 발사체 '나로호(KSLV-I)' 발사(19일)가 눈앞에 다가왔다. 우리 땅에서 우리 위성을 싣고 우주로 떠날 나로호엔 우주강국으로 도약하려는 대한민국의 꿈이 담겨있다. 하지만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 전 세계 우주선진국들의 우주개발 역사를 들여다봐도 첫 발사에 성공한 예는 확률은 30%가 채 안된다. 하지만 이 원장은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 원장에게 나로호 발사의 준비 상황과 의미, 그리고 우리의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나로호 발사를 위한 최종 점검은 순조로운가.
▲최종 준비와 점검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1단과 상단은 총조립이 완료된 상태며 전기적·기계적 점검 등을 비롯한 각종 마무리 시험점검을 거쳐 발사체와 위성체 배터리 충전까지 마쳤다. 나로호는 17일 발사대로 이송돼 기립할 예정이다. 그리고 18일엔 최종점검이, 19일엔 1단 추진제와 산화제 주입이 이뤄진다. 카운트다운은 발사 15분전부터 자동으로 시작된다. 나로호 개발엔 7년, 우주센터 준공엔 9년이 걸렸다. 연구진들은 휴일을 반납한지 이미 오래며 마지막 순간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지키고 있다.
―성공을 바라지만 실패를 염두에 둬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전세계 우주개발 선진국들의 예를 봐도 첫 발사의 성공확률은 30%를 넘지 못한다. 또 수많은 검증을 받은 위성발사체들도 10중 2번은 실패한다. 발사 성공을 염원하는 마음은 국민 모두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개발은 실패와 도전의 역사다. 러시아나 미국 같은 우주선진국들도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고 오늘의 우주강국이 됐다. 발사실패가 우주개발 실패인 것은 아니다. 개발과정에서 수많은 기술과 경험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예만 봐도 로켓 발사를 실패한 적이 있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도전을 통해 지금은 달 궤도탐사선을 발사하는 우주강국이 됐다. 가장 필요한건 국민의 이해와 지지다. 이것이 우주개발의 원동력이다.
―나로호를 개발하며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지난 1992년 우리나라 최초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발사한 이래 우리는 12기의 위성을 개발했지만 모두 외국 발사장에서 외국 로켓으로 우주에 올려놨다. 외국에서 위성을 발사하면 비용도 비싼데다 우리의 위성기술이 노출될 수 있고 원하는 시기에 위성을 발사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자주적인 우주개발 능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이번 나로호 개발 과정을 통해 우리 연구진들은 설계에서 제작, 시험, 조립, 발사운영, 발사 등 전과정을 직접 수행한 경험을 얻었다. 이는 향후 나로호보다 성능이 15배 향상된 '한국형발사체(KSLV-II)' 독자개발에 쓰일 소중한 자산이다.
―1단 로켓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해 발사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나.
▲우주개발은 국가의 역량을 집약한 첨단 분야인데다 국방기술과 직결되기 때문에 선진국들이 기술이전을 매우 꺼린다. 뒤늦게 뛰어든 우리나라 역시 지원을 받기는 커녕 유·무형의 압력과 규제를 받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주개발을 효율적으로 이루려면 선진 개발국과의 협력은 필수다. 러시아는 보유기술이 최고 수준인데다 기술이전 경험도 있고 의지도 있는 최적의 파트너였다.
―이번 발사에 민간의 참여는 어느 정도였나.
▲나로호 개발에는 약 160여개 업체들이 참여했다. 특히 발사체 총조립엔 대한항공이, 고체모터엔 한화가 발사대엔 현대중공업이 각각 참여했다. 오는 2018년 한국형발사체 개발은 순수 국내기술로 이룰 예정이어서 민간의 참여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항우연을 개편해 '대한민국 우주청'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법령, 운영 및 정책을 수립하고 항우연이 정부출연연구원 형태로 총괄해 시행하면서 우주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항우연을 미 항공우주국(NASA) 같은 우주청으로 만들려면 연구원들을 공무원으로 신분을 전환해야 하는 등 중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항우연은 민간기관이어서 연구개발의 신축성, 효율성 등에서 유리한 측면이 많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민간 형태다. 지금으로선 기존 체제를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주청 신설은 우리나라 우주개발사업의 규모와 연구개발 탄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우리의 우주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와 있나.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우주 선진국들에 비해 30∼40년 늦은 1990년대 초부터 우주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역량을 키워왔고 짧은 시간에 선진국 대비 60∼70%수준까지 따라왔다. 현재 다목적실용위성 등 중·저궤도 위성의 경우 선진국 대비 약 80% 수준으로 판단되며 통신위성과 같은 정지궤도 위성은 약 60% 정도의 기술수준이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우리나라의 위성기술 수준이 선진국 대비 약 90%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발사체인데 아직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나로호 발사를 계기로 더욱 키워야 하는 분야다.
―지금까지의 우주개발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주기술은 다른 기술과 달리 전략적,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우주핵심기술의 확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위성체 개발, 발사체 개발 등 '사업중심'으로 우주개발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우주핵심기술을 확보에 미흡했다. 이를 위해선 연구소, 기업, 대학의 노력과 더불어 우주개발 예산, 인력 등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우주개발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0.03%인 3억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의 0.29%, 일본의 0.06%, 프랑스의 0.10%에 비하면 크게 부족하다. 또 우주분야의 전문 인력이 많이 부족한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나로호 발사 이후 우주개발 일정은
▲이번 나로호 1차 발사 후 약 9개월 뒤에 나로호의 2차 발사가 있을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국내에서 개발된 최초의 정지궤도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이 발사될 예정이며 전천후 지구관측이 가능한 '아리랑 5호'도 우주로 올라간다. 장기적으론 2018년에 한국형 발사체(KSLV-II)를 개발하고, 2020년에는 달 궤도선, 2025년에는 달 착륙선을 발사하는 달 탐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번 나로호 발사의 숨은 공신을 꼽으라면.
▲모든 연구진이 휴일도 반납하고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이런 남편과 아빠, 엄마를 격려하고 위로해준 연구원들의 가족들을 일등공신으로 꼽고 싶다. 이들은 연구진이 가정에서 제몫을 못했음에도 참고 기다려줬다. 발사 성공의 축하도 맨먼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국민들에게 당부할 말씀은.
▲우주기술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국가안보를 비롯해 사회, 경제를 넘어 문화적인 영역 까지 그 파급효과가 막대하다. 이미 통신, 방송, 자원개발, 기상관측, 국토개발 등 우주서비스 활용 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영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지지와 이해, 그리고 관심이다. 우주선진국들의 예에서도 보듯 위험도가 높고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우주개발은 정부의 확고한 신념과 투자,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국민이 있을 때 꽃이 피게 된다./economist@fnnews.com이재원기자
약력
△1952년생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기계공학과 △국방과학연구소 △존스홉킨스대 석·박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목적위성사업단장, 위성총괄사업단장, 위성기술사업단장, 위성정보연구소장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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