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퇴 백서 주역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6.11.12 15:26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1972-74년 중국 후난성(湖南省) 성도인 창사시(長沙市)에서 전해진 마왕퇴(馬王堆. 마왕뚜이) 한묘(漢墓) 발견ㆍ발굴 소식은 세계 학계를 진동케 했다. 마왕퇴한묘 백서 마왕퇴 한묘란 전한(前漢) 초기 장사국(長沙國)이란 제후국의 승상이면서 그 자신 또한 더 작은 제후국 왕이었던 이창(李蒼)과 그 처, 그리고 이들의 아들 일가족 무덤 3기를 말한다. 이 고분군에서는 3천여 점에 달하는 각종 유물이 쏟아졌으며, 개중에는 46종, 총 12만자에 이르는 문자 자료가 포함됐다.
마왕퇴 한묘 발굴이 세계를 경악케 한 것은 이창의 부인 신추(辛追)의 완벽하게 보존된 미라 시신과 함께 이들 문자자료 때문이었다. 문자자료는 백(帛)이라고 하는 비단이나 대나무를 가공한 죽간(竹簡)에 썼다. 본격적인 종이 발명 이전이므로 이런 목재류를 필기 재료로 사용한 것이다.
마왕퇴 한묘 출토 죽백(竹帛) 문헌은 그 수량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그 대부분이 종래에는 전혀 그 존재조차 알기 힘든 것들이란 점에서 학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그 중 하나인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만 해도, 현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왕필본(王弼本)과 큰 차이는 없으나, 두 종류가 확인된 데다 현재의 통용본과는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어 덕경(德經)이 도경(道經)에 앞서고 있다.
이에 의하면 이번 역주총서는 "마왕퇴 한묘 백서(帛書. 비단에 쓴 글) 중에서 대표적인 텍스트를 골라 30년에 걸쳐 축적된 관련 연구성과를 충실히 반영해 그 역주를 제공"함으로써 "전국시대 후기부터 전한 초기에 걸친 중국고대문화(사상ㆍ역사ㆍ의학ㆍ정치 등)의 전체상을 알도록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어 역주총서는 마왕퇴 출토 백서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꼽히는 의학서인 '오십이병방'(五十二病方)과 춘추시대 각종 일화 모음집인 '춘추사어'(春秋事語)의 두 종을 올해 안으로 추가하게 된다. 그 외 나머지 역주본 7종은 ▲노자 갑본 후일서(後佚書) : 오행(五行)ㆍ구주(九主)ㆍ명군(明君)ㆍ덕성(德聖) ▲황제사경(黃帝四經) : 경법(經法)ㆍ십육경(十六經)ㆍ칭(稱)ㆍ도원(道原) ▲주역경전(周易經傳) : 육십사괘(六十四卦)ㆍ이삼자문(二三子問)ㆍ계사(繫辭)ㆍ역지의(易之義)ㆍ요(要)ㆍ목화(繆和)ㆍ소력(昭力) ▲전국종횡가서(戰國縱橫家書) ▲족비십일맥구경(足臂十一脈灸經)과 기타 : 족비십일맥구경ㆍ맥법(脈法)ㆍ음양맥사후(陰陽脈死候)ㆍ음양십일맥구경 갑본과 을본 ▲각곡식기(却穀食氣)ㆍ도인도(導引圖)와 기타 : 각곡식기ㆍ도인도ㆍ양생방(養生方)ㆍ잡료방(雜療方) ▲태산서(胎産書)ㆍ십문(十問)과 기타 : 태산서ㆍ십문ㆍ합음양(合陰陽)ㆍ잡금방(雜禁方)ㆍ천하지도담(天下至道談) 등이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끝) ▲ 1972년 중국 후난성 창사시 마왕퇴(馬王堆) 1호 한묘(漢墓) 주인공인 귀부인 신추(辛追)의 미라. 신추는 전한시대 초대 장사국왕(長沙國) 승상을 지낸 이창(利倉)의 아내다. 내관(內棺)에서 발견될 당시 이 미라는 신장 154㎝에 체중은 34.3㎏이었다. 2천100년이 더 지났지만 발견 당시에는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해 전신에 윤택이 났고 피하 조직 또한 유연했으며 탄력이 있어 관절이 살아 숨쉬는 듯 했다고 한다. 현재는 후난성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특히 1972년에 발견된 대후부인의 시신은 보존상태가 완벽하여 1천여 년이 지났는데도 근육에 탄력성이 있고 관절을 움직일 수 있어 세상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처럼 미이라가 보존 상태가 좋았던 이유는 마와 견직물로 시신을 싸고, 산소와 수분으로부터 차단시키기 위해 숯과 회점토로 밀봉한 관에 안치하였기 때문 이다.
마왕퇴(馬王堆) 무덤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그 동안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던 2100년 된 미라가 다시 무덤 속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발굴”로 불려지는 마왕두이는 전한(前漢)시대 초기 장사국의 승상이었던 이창(利倉)이라는 사람과 부인, 아들의 무덤이다. 1971년 최초로 발견될 당시 이 무덤을 초나라 왕 마은(馬慇)과 아들 마희범(馬希范)의 무덤이라고 추정하여 마왕두이라고 명명했다가 지금까지 그렇게 불리고 있다.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무덤에 반듯이 누워있던 귀부인 미라이다. 이창의 부인 신추(辛追)의 것으로 밝혀진 이 미라는 2천 년을 훌쩍 넘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패되지 않은 상태로,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지문과 모공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이집트의 미라처럼 신체장기를 꺼내고 방부 처리하지 않아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살았으며 어떠한 질병을 앓았는지 분석하는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었다. 무덤 속에서는 미라 외에도 3천 여건의 유물이 출토됐는데, 20여종 15만 자에 달하는 서책은 당시의 학문적 수준을 파악하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으며 자수, 도자기, 칠기, 현악기 등도 당시의 생활상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출토된 유물은 현재 대부분 중국의 국보급 유물로 지정됐다. 중국 정부는 마왕두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면서 출토된 유물들을 발굴 당시의 모습대로 복원할 예정인데, 가장 큰 문제가 귀부인 미라의 처리 문제였다. 현재 후난성(湖南省)박물관에서 첨단 과학기술에 의존해 누워있는 미라를 다시 무덤 속으로 옮겼을 때 안전하게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유물이 출토된 곳과 보존된 곳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것을 세계문화유산 지정의 제일 관건으로 삼는다. 11월 24일 창사시(長沙市)에서는 마왕두이 무덤 유지에 대한 기획자문회의를 열어 결국 귀부인을 무덤 속에 다시 돌려보낼 것을 결정했다. 2천년 동안 무덤 속에 잠들어 있다가 30여 년 간 잠시 외출(?)을 했던 귀부인. 중국 정부가 그녀를 어떤 방식으로 안전하게 옮겨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주역의 괘, 숫자서 추상화로한겨레 | 기사입력 2005.03.20 04:42 [한겨레] 김수중교수의 철학산책
1973년 마왕퇴 한묘에서 ‘비단에 쓰여진 주역(帛書周易)’이 나왔다. 이것은 주역에 대한 많은 전설과 의혹을 풀어주었다. 또 1970년대 이후 은대의 도자기 파편이나 갑골, 그리고 청동기에 새긴 글(銘文)이 다수 해독되면서 주역의 기원에 대한 설명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근래에 알려진 사실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양효(一)와 음효(--)로 괘를 표현하기 이전에 먼저 숫자로 괘를 표현하는 방식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가령 은허에서 발굴된 갑골에 ‘七五七 六六六’ ‘八六六五八七’ 등으로 해독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음양으로 나누어 괘로 표현하면 **와 **이 된다. 바꾸어 말해서 오늘날 음효와 양효로만 표현되는 고도의 추상화는 비교적 나중에 실현된 것이며 이전에는 1, 5, 6, 7, 8, 9 등의 숫자를 이용해 괘를 표현했던 것이다.
양효는 일찍부터 일자(一)로 표현하였으나, 음효는 처음에 6을 *으로 표시하거나 8을 八로 표현하다가 결국 --의 표식으로 귀결된 것이다. 지금까지 삼획으로 표현되는 팔괘를 복희씨가 먼저 만들고 이후로 그것을 상괘 하괘로 겹쳐 육획괘(64괘)를 완성했다는 가정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숫자괘설’은 이와 정반대의 순서로 괘가 등장했음을 보여 준다. 숫자괘는 6개 혹은 3개의 숫자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은 6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것들이며, 그 출현 빈도수에 비추어 볼 때 64괘가 8괘보다 먼저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시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8괘의 상(象)을 통해 64괘의 구조와 내용이 설명된다. 주역에서 철학적 내용은 공자의 저술로 전해져 온 10개의 주석(易傳 혹은 十翼)에 나타나 있다.
그런데 <백서주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전국 말이나 한대에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동쪽의 문화 중심인 제나라 수도에서는 여러 학파가 종합되며 발전하고 있었는데, 주역에 대한 주석들도 이들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거기에는 유가뿐만 아니라 도가사상 등이 내포돼 있으며, 우주와 인간을 통일적으로 설명하는 한대의 세계관이 기본 구조로 들어 있는 것이다. 이후로 주역은 모든 현상을 대립적인 것들의 상보적 통일성으로 파악하는 전통사상의 원천이 되었다. /
경희대 교수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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