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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올림픽’ 베이징올림픽 진기명기(?)

바래미나 2008. 8. 25. 03:54

‘황당올림픽’ 베이징올림픽 진기명기(?)

데일리안 | 기사입력 2008.08.24 18:10



2008 베이징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폐막식을 앞두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전 세계 스포츠인들이 보여준 투혼과 열정의 휴먼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올림픽무대의 격에 맞지 않는 각종 황당한 사건·사고와 해프닝이 이어지며, 충격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 세계인들을 울고 웃게 만든 이번 베이징올림픽의 진기명기를 되돌아본다.
■ '짝퉁 올림픽?' 개막식 립싱크·CG 파문

화려하고 웅장한 퍼포먼스로 경탄을 자아냈던 지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그러나 개막식에서 천상의 목소리와 아름다운 외모로 주목받은 9살 미소녀 린마오커의 노래는 립싱크로 드러났다.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을 수놓았던 불꽃놀이는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든 가짜였다. 여기에 또 개막식 당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과 5세 소녀 리무쯔의 피아노 합주, 소수민족 어린이들의 퍼레이드도 모두 조작 의혹에 휩싸이며, 주최국 중국은 '짝퉁 올림픽'으로 전 세계인의 축제에 먹칠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내외에서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자 중국 당국은 해명은커녕, 자국 매체들에 대해 관련 보도 금지령을 내리며 논란을 덮는 데만 급급했다. 이것은 전 세계에 올림픽을 둘러싼 의혹을 오히려 구체화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노릇이다.

■ '동메달 따윈 필요 없어!' 바닥에 내팽개쳐진 올림픽 정신

14일 중국농업대 체육관에서 열린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84kg급 4강전에서 스웨덴 레슬링 선수 아라 아브라하미안은 4강전에서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미구치에 패해 결승진출에 실패한 후, 상대선수와의 대결이 편파 판정 속에서 치러졌다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아브라하미안은 결국 시상식장에서 동메달을 매트바닥에 내팽개치며 수상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틀 후 이사회를 열어 아브라하미안이 페어플레이 정신과 올림픽 헌장 위반, 동료 선수들에 대한 무례함을 이유로 들어, 실격처리하고 결국 동메달을 박탈했다.

■ '미치도록 들고 싶었지만' 역도 경기 골절사고

사재혁의 금메달과 이배영의 부상투혼이 감동을 일으켰던 남자 역도. 그러나 한편에서는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져 팬들을 경악케 했다. 13일 베이징 항공항천대 체육관서 열린 역도 77kg급 B조 인상 경기에서 헝가리의 야노스 바랴나이는 148kg에 도전하던 세 번째 시도 도중, 오른쪽 팔이 뒤로 완전히 꺾이며 탈골되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진 바라냐이는 사고 직후 곧장 병원으로 후송되어 다행히 수개월 내에 완치가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화려한 금메달 뒤에 가려진 선수들의 고통과 좌절이 안타까움을 자아낸 순간이었다.

■ '내 장대 내놔' 무너진 공든 탑엔 눈물만이

무기를 빼앗긴 채 전쟁터에 내몰린 군인의 심정이 이러할까. 브라질의 여자 장대높이대표선수 파비아나 뮤러레는 대회 결선을 앞두고 진행 측 실수로 자신이 맡겨놓은 장대를 분실하는 초유의 해프닝에 직면했다.

뮤러레는 자신의 장대를 찾기 위해 순서를 미룬 끝에 경기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찾는데 실패했고, 낯선 예비용 장대로 결승에 나섰으나 결과는 자신의 기록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으로 입상에 실패. 주최 측의 어이없는 실수로 4년간의 노력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뮤러레는 경기직후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냈다. 공든 탑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 '타이슨의 후예' 복싱 경기장에 난데없이 죠스 출현?

´핵이빨´ 마이크 타이슨이 베이징에 재림했다? 19일 베이징올림픽 복싱 라이트헤비급에서 타지키스탄의 자콘 쿠르바노프는 카자흐스탄의 에르케불란 시놀리에프와의 8강전 도중 3라운드까지 점수차가 크게 뒤져 패색이 짙어지자 다급한 마음에 시놀리에프의 어깨를 이빨로 물어뜯는 돌발행동을 저질렀다.

시놀리에프는 어깨에서 피가 나자 주심에게 반칙을 알렸고 주심은 곧바로 쿠르바노프의 실격패를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장에는 과거 마이크 타이슨에게 귀를 물렸던 전 헤비급챔피언 에반더 홀리필드가 경기를 관전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 '신발 끈 풀려도 세계기록?' 스피드도, 다리도 모두 4차원

베이징올림픽 단거리 3관왕을 모두 세계 신기록으로 작성하며 화제를 모은 '검은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걸출한 달리기 실력만큼이나 4차원적인 언행과 쇼맨십으로 이번 베이징올림픽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급부상한 볼트는, 첫 금메달을 차지한 육상 남자 100m에서 한쪽 신발끈이 풀린 채로 뛰고도 9초69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것이 알려지며 전 세계 팬들을 경악시켰다.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전력 질주하던 경쟁자들에 비해, 볼트는 골인 지점이 임박하자 느긋한 세리머니까지 펼치면서도 일등으로 통과하는 여유로, 가뜩이나 초라해진 경쟁자들을 두 번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 '거침없이 하이킥' 심판에게 복수의 발차기

한국은 베이징올림픽에서 태권도 4체급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뽐냈지만, 한국의 선전과 별개로 태권도 경기는 대회 내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여자 67㎏이상급 8강전에서 천중(중국)에게 패해 탈락했던 새라 스티븐슨(영국)은 비디오 판정 끝에 뒤늦게 2-1로 이긴 것으로 결과가 뒤바뀌어 4강에 오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남자 80㎏이상급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앙헬 발로디아 마토스(쿠바)가 경기 중 부상으로 응급치료를 받다가, 주심이 경기지연으로 기권패를 선언하자 이에 격분하여 앞돌려차기로 심판폭행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저지르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심판에 발차기를 날린 선수가 야유는커녕, 오히려 관중들로부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는 일이었지만, 고질적인 판정논란과 지루한 경기내용의 한계 등으로 인해 국제무대에서 그 위상이 위협받고 있는 태권도의 고민을 단적으로 드러낸 올림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