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농부의 가슴은 드려누워 맑은 하늘을 꿈꾸며
소망의 절반은 푸르게 짙어가고
여유로 남겨둔 이랑마다 바람이 머문다
저린 눈길마다 저벅거리며 닥아오는 옛일
송두리 안아도 텅텅 비워지는 빈자리엔
가난한 얼굴들만 회전목마를 탄다
흙내 짙은 유월 마다
보리 이삭 익어가는 내음에 취한 농부는
감자밭 이랑에서 비틀거리고
삼베 보자기를 열면
금간 함지막 새참은 된장끓던 향기로 가득했다
무명치마 까만 자락에 매달리던 햇살이 따사로워
유월 긴 날에도 어머니는 허기를 잊으신 것인가
해마다 찾아오는 유월
주름살 이랑 마다 때이른 감자꽃 하얗게 피운다
-옮겨온 글-
굵은 장마 빗줄기에게 몸을 내맏긴듯
이리저리 흔들리는 감자밭의 풍경이
고향텃밭을 보는듯 정겹습니다
까끔씩 빗줄기에 못견뎌 하이얀 감자알이
등을 내밀어 올해도 그집 감자가 풍작임을 짐작합니다
보라색 꽃이피면 보라색 감자알이 열렸을까요?
내 어린날엔 온통 보라색 감자꽃들로 아름다웠는데
모내기 끝내고 한가한 농번기엔
감자캐는 일들이 들길에서 분주했었지요
모내기 시간동안 새참으로 주린배를 채워주었고
일철동안 초등학생 소녀의 호미질을 알게 해주었던
뒷켠의 감자밭이 새록합니다
수없이 들라거리며 자주색 감자는 시골아이와
눈을 마주쳐야했고 작은손에 이끌려 세상구경하던
올망졸망 감자알을 그리워합니다
흙묻은 감자알을 대충 털어내고
반쯤 닳아버린 놋숟갈 하나에 의지한채
보라색 감자알은 고사리손에 이끌려 하얀 속살을
드러냈었지요
세상 구경할때 마주쳤던 옹팡진 감자눈을
사정없이 후벼파내는 소녀는
덕지덕지 널부러져 있는 감자눈을
짜증으로 대신했습니다
젖먹이 동생 돌봐가며
감자삶아 새참나르던... 웬만한 일꾼노릇.
집안의 살림꾼이란 소리 어느집안의
첫딸은 늘 그랬습니다
별미로 이웃과 어우려져 감자의 계절이되면
삶아 먹어보지만
그 시절 자주색 감자는 볼수가 없습니다
장마가 시작과 함께 들길엔 여린 모들로 푸르름이
짙어갑니다
비가 내려야 모내기 할수있었던 전천후 농사법이
까마득한 옛 이야기가 되었지요
오솔길따라 어린동생 등에 업고 삶은감자.
막걸리 한주전 베보자기에 동여매어
들판길 들어서면 울엄니 아버지 일하시던 논길은
아련했습니다
놀고싶어 안달나던 아이들은
농번기의 버쁜 집안을 도우며 가족사랑의
싹을 키우던 시절을
중년의 여인은 비오는 날 아침에 창가를 서성이며
비바람에 흔들리는
이웃집 감자밭에 눈길이 머물러집니다
♬비와 찻잔사이/배따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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