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계절 - 청운/김건오님)
앞서가는 계절 청운 / 김건오
갈색 낙엽이 붉은 낙엽을 업고
그 위에 노랗게 물든 낙엽이
뒤엉켜 몸을 비빈다
옷 벗은 채 서 있는
가난한 겨울 숲
맹감나무 날카로운 가시 내밀면
지나는 바람이 숨을 죽인다.
뾰족한 가시 끝은
검게 그을린 심지처럼
타들어가는 가을 위협하며
여름을 벗고
가을을 벗고
겨울을 입어야 할
슬픔 앞에서
야윈 낙엽이
마른 헛기침을 하며 바람을 쫓는다.
박제된 짐승처럼 웅크린 텅 빈 숲
이른 서리 빈 숲 채우면
누워 쉬어가는 가을
굶주린 배 위를 살며시 밟고 지나면
깨진 상처 조각 모은 숲에선
바삭거리는 마른 낙엽이
젖은 낙엽을 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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