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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의 표준이야기] 잘 익은 수박 ,마음의 흐름 읽은 뇌자도 측정

바래미나 2007. 10. 9. 01:02
[박용기의 표준이야기] 잘 익은 수박 재미있는 측정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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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 잘 익은 수박 한 통을 잘라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먹는 풍경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고 더위를 잊게 해준다. 그런데 잘 익은 수박을 어떻게 고를 수 있을까. 예전엔 작은 삼각형 모양으로 수박을 떼어내어 색깔이나 상태를 직접 살피는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낮았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런 방법을 쓰지 않기에 주부들은 나름대로 잘 익은 수박 고르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한다. 아마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수박을 두드려 보고 소리를 듣는 것이다. 내 아내도 수박을 살 때면 열심히 두드린 뒤 맑고 울림이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을 고르곤 한다. 그렇다면 수박을 두드려 나는 소리와 수박의 익은 정도는 관계가 있는 것일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는 미국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발명 아이디어를 선발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한 고등학교에서는 두드리는 소리를 이용해 수박의 숙성도를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장치를 개발한 적이 있다. 그들은 먼저 수박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의 음색인 주파수를 측정한 뒤 수박을 잘라 당도를 쟀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주파수와 당도 사이엔 특별한 연관이 없었다. 즉 맑고 높은 소리가 나는 수박이 꼭 당도가 높은 수박이 아니라는 말이다.

수박을 두드려 보고 고르는 것은 정말 과학적으로 아무 근거가 없다는 말인가. 결론적으로 말해 그렇지는 않다. 더 많은 연구를 통해 그들은 울리는 소리가 지속되는 시간이 수박의 당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두드렸을 때 울림의 여운이 길수록 당도가 높고 잘 익은 수박이라는 것이다.

수박의 익은 정도나 당도를 알아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자른 뒤 당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수박의 표준 규격에 의하면 당도가 11브릭스 이상이면 특등급, 9브릭스 이상이면 상등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브릭스(Brix)는 당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19세기 포도주의 원료가 되는 포도주스의 당도를 측정했던 독일 화학자(A F W Brix)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요즈음 사용하는 당도계는 빛의 굴절을 이용해 당도를 측정한다. 빛은 공기에서 액체 속으로 들어갈 때 꺾이게 된다. 만일 액체 속에 설탕 성분이 많아 밀도가 높아지면 꺾이는 정도가 더 커진다. 그러므로 입사된 빛의 꺾이는 각도를 측정하면 당도를 측정할 수 있다. 브릭스 단위는 순수한 물 100g 중에 들어 있는 설탕의 무게(g수)로 나타낸다.

소리를 통해 수박의 익은 정도를 검사하는 방법과 같이 어떤 물체를 손상시키지 않고 내부를 검사하는 방법을 비파괴검사라고 한다. 이러한 방법은 이미 의학이나 시설물의 안전진단 등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내과 의사들은 청진기를 통해 몸 안의 소리를 듣거나 손으로 두드리며 소리를 들어 진찰을 한다. 역에서 기차 바퀴를 작은 망치로 두드려 소리를 들어봄으로써 바퀴 내부에 이상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검사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측정기술들은 초음파나 X선을 이용함으로써 더욱 발전했다. 초음파 검사 장치나 X선 단층촬영기(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라면 어릴 적 수박 서리를 하던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주인 몰래 따온 수박이 아직 설익어 풋내가 나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맛있게 나눠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원두막에 앉아 숙련된 농부의 눈과 귀로 고른 잘 익은 수박 한쪽을 가까운 사람들과 나눠 먹을 수 있다면 이 여름이 그리 덥지만은 않을 것 같다.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생체신호계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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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의 표준이야기] 마음의 흐름 읽은 뇌자도 측정 재미있는 측정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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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많은 사람이 가슴을 떠올린다. 하지만 마음과 정신은 우리의 두뇌 어딘가의 활동에 의해 만들어진다. 뇌에 관한 연구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는 현대에도 끊임없이 뇌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뇌는 인류 과학 최후의 영역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우리의 뇌는 약 100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진 복잡한 회로다. 말초신경으로부터 감지된 외부의 자극은 신경의 전기적 흐름을 따라 뇌로 전달되고, 뇌는 이 신호를 인지.판단해 반응하게 된다. 귀에 들린 소리는 약 0.1초 뒤에 대뇌의 옆쪽에 있는 측두엽이라는 곳에 도달하고, 그 부근의 신경들이 전기적으로 흥분하게 되면서 아주 작은 크기의 자기장을 발생시킨다. 이때 발생하는 자기장의 크기는 지구 자기장의 약 1억분의 1 크기로 극히 작지만 초전도체를 이용한 스퀴드 (squid) 센서라는 것을 이용하면 측정이 가능하다. 뇌자도 측정장치(MEG)는 이러한 센서를 이용해 뇌에서 발생하는 자기 신호를 인체에 전혀 무해하면서도 비접촉적인 방식으로 측정하고 신호의 발생 부위를 찾아낸다.

이렇게 뇌에서 발생하는 자기 신호를 측정하면 뇌가 어떤 경로로 외부 자극을 인지.판단하고 기억하며 반응하는지 연구할 수 있다. 즉 뇌자도 측정기술은 뇌의 부위별 기능을 측정하거나 인지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뇌자도를 측정하면 수술이 필요한 간질 환자의 간질 발생 부위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으며, 신경외과 의사가 뇌수술 전 환자의 뇌기능 정밀검사를 통해 수술 뒤 기능상실을 최소화함으로써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뇌의 기능이나 인지과정을 연구하는 데에는 뇌자도 측정장치 외에 양전자단층촬영(PET)이나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 등이 활용되고 있다. fMRI는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와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활성화하는 뇌 부위가 다른 것을 보여주는 연구 등 시각적인 인지과정이나 특히 정서적 반응을 연구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뇌에서 빠르게 일어나는 반응은 1000분의 1초 정도의 짧은 시간 간격으로 진행되는데, fMRI나 PET는 초 단위로 반응하기 때문에 이렇게 빠른 반응을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뇌자도 측정 방법은 빠른 전기적 흥분상태를 거의 실시간으로 측정해 낼 수 있어 언어인지 연구 등에서는 대단히 유용하다. 그야말로 마음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측정 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우리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장치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몇 년 전 나는 뇌자도 측정 장치를 설명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마음을 읽은 창'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얼마 뒤 이 글로 인해 한 여성으로부터 한동안 시달림 받은 기억이 있다. 그 여성은 어떤 남자가 뇌자도 측정 장치를 이용해 자신의 마음을 읽고 있으니 이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e-메일을 여러 차례 보내왔으며 연구소에 찾아오겠다는 전화를 하기도 했다. e-메일과 전화로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으니 안심하라고 열심히 설명하면서 진땀 뺀 적이 있다.

과학자들은 감정이나 의식과 같은 뇌의 고차 인지기능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를 위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사람들은 마음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고, 난독증.학습장애.기억상실 등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치료방법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생체신호계측연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