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와이키키 브라더스 // 내게도 사랑이 / 함중아
와이키키 브라더스 OST 내게도 사랑이 임순례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쓸쓸한 꿈의 초상에 관한 아름다운 기록의 영화다. 한국의 비틀즈를 꿈꾸던 네 명의 소년들이 세월의 흐름속에 어떤 형상으로 자리하는지, 그리고 꿈을 접어두거나 꺼내기 망설이는 사람들이 어떤 자리에서 어떤 꿈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담담히 그리고 있는 영화는 감독의 전작 <세 친구>처럼 마이너리티의 정서를 공유하는 진심으로 가득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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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꿈이 자꾸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스쿨 밴드의 멋진 보컬이던 남자 아이는 단란 주점 취객들의 노릿감이 되어 벌거벗은 사회를 악다구니로 버티고 뭇남성들 가슴에 불을 지르던 락앤롤 걸은 야채 트럭의 확성기에 성량을 팔고 노래방에서 녹슬지 않은 솔로곡으로 그렇게 이따금 돌아와 자신의 거울 앞에 서곤한다. 가짜 이영자와 가짜 나훈아도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고 꿈꾸던 아이는 현실에 몸을 맡기는 그런 씁쓸하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그렇게 누구나의 인생에나 근접한 이야기다.
![](http://bbsimg.chol.com/2006/09/c/20060903113631_c0500215_17_58303.jpg)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때깔 고운 영화는 아니다. 꿈꾸듯이 흐르는 게 아니라 짐작한대로 흘러가는 인생의 고비들은 평범한 모든 이에게 회색빛 먹먹한 포기를 권유하고 그런대로 살아지는 시간들은 어쩌면 지금일 수 밖에 없다는 채도 낮은 위로를 건넨다. 흘러간 트로트 리듬에 빛바랜 보라색 슬픔을 싣고 네오사인이 향기로운 지방 소읍의 밤거리와 특별할 것 없는 드라이브 코스에 거친 서정을 옮겨 놓은 이야기는 컴퓨터 그래픽이 마술을 부리는 영화들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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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어느 장면 하나,어느 노래 하나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픽의 마술이 우리에게 꾸지 못할 꿈을 꾸게 해준다면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진심어린 눈짓과 손길로 우리에게 잃어버렸던 꿈을 기억하게 해준다. 한번도,잊지는 않았던 내 미래와 내 자신에 대한 기대들을, 내 손을 잡아주던 친구들과 내 우상들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꺼내어 보라고 그 막막하기까지한 감동을 낯선 공기 안에서 숨쉬게 한다.
![](http://bbsimg.chol.com/2006/09/c/20060903113649_c0500215_17_23120.jpg) 주인공 성우가 취객들의 술자리에서 옷을 벗고 노래를 하던 때 비키니 서양여자들에 둘러쌓여 환호하는 어린 날의 꿈이 참으로 이질적이게 오버랩된다. 인희가 드레스를 입고 밤무대에서 사랑밖에 난 몰라를 부르면서는 가슴 아프게도 하루 종일 꿈 때문에 기분이 좋던 멀어졌던 날의 기억들이 조용하게 메아리친다.
![](http://bbsimg.chol.com/2006/09/c/20060903113657_c0500215_17_78538.jpg) 사고로 죽게 되는 주인공의 친구가 주인공과 마지막 술자리를 가지면서 묻는 주제어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게 되서 행복하니?" 라는 질문에 주인공은 마지막 장면으로 화답한다. 우리도 한번 되돌아보자 사랑이란, 정말 희망 없이밖에 할 수 없는, 그래도 끝내 가야 하는 혹독한 체험인지를. 그리고 삶이란, 대단한 부와 성공, 꿈과 판타지가 없이도 계속 지속해 나갈만한 가치가 있는 무엇인가를.
![](http://bbsimg.chol.com/2006/09/c/20060903113706_c0500215_17_22691.jpg) 임순례가깊고 웅숭한 시선, 시대의 유행과는 무관한 '서사의 작가'로서 우리 사회 주변부에 초점을 맞춘 앵글을 여전히 흩뜨리지 않은 채 긴 침묵을 깨고 어두운 세계관, 완고한 고집을 한 단계 더 성숙시켜 이 영화에 담아 놓았다. <조폭 마누라>와 <봄날은 간다>, 등 소위 대박의 틈바구니에서 그가 만든 영상은 철지난 '이발소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화려한 디스코에 밀려 사라져가는 락밴드의 운명과 이 사회의 마이너리티일 수 밖에 없는 삼류인생을 통해서 아직도 우리에게 꿈이 남아 있는가 ? 아직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 ? 하는 진솔하고 그래서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괜찮은 영화가있다고 해서 갔었다. 일차는 매진사례라 이틀 뒤 다시 재 도전에 성공해서 결국 봤다. 제목은 먼저 올라 와 있제? 무슨 부곡 하와이 선전하는 영화쯤으로 여기기 쉽지만 재작년 부산 국제 영화제 개막작으로 본 박하사탕 이래
최고의 영화였다. 우리 또래 여장부 임순례 감독 작품이라 겉치례 심한 그렇고
그런 영화는 최소한 아닐 거란 막연한 기대만 가졌었는데
결과는 정말 내 기대치 상한가를 웃돌았니라. 원래 영화란 배우들의 연기력과 영상미 그리고 음향이 잘 조화를
이뤄 마치 잘 섞여 진 비빔밥 맛이 나는 종합예술이라 하지... 혹자는 좋은 영화를 그 삼요소중 어느 하나들을 집어 내지만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의 완성도는
배경 음악이 잡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더라. 누구나 한번쯤 포크에 빠져 들고 기타줄 띵땅거려 본 사람이라면 "맞어 그래 그래"하면서 그 순수했던 시절 열정들을
내모습과 오버랩 시켜가며 봤을거다. 자막에 제작진들의 마지막 이름자가 다 나올때까지
옆지기랑 나는 일어 설줄 몰랐다. 황급히 현실세계로 뛰어 들 자신도 없었기도 했지만 마지막 장면까지 마치 다시 국물 맛난 우동 그 마지막 국물까지 홀딱 마셔 버리고 돌리는 한숨처럼 마음 깊숙한 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려 왔다. 진한 감동의 일렁임에 빠져 나오는 탄식같은 소리였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올려진 자막에 "사운드 김석원" 하고 뜨더라. 걔가 손 댄줄 전혀 모르고 갔었는데 ... 송골매의 '세상만사' 옥슨80의 '불놀이야'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등 향수를 자극하는 그 시절 명곡뿐만이 아니라 산타나의 '유로파' 김수희의 '남행열차'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 코요태의 '순정'등 시대와 장르를 총망라한 라이브 음악이 영화 전편에 걸쳐 깔려져서 흥과
눈물샘을 그대로 자극하게 만들었다 역시... 보고나서 서울 있는 이들에게 알렸더니 온갖 극장 다 뒤져도 상영관이 없어 알아보니 단 이틀 상영했다가
흥행에 실패하고 간판 내린 것을 단 이틀 본 그
사람들이 너무 안타까워 '
와사모'(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해서
호주머니 털어 극장을 빌려 한달간 공연을 하고 있더란다. 마침 아는 사람이 일행들과 함께 그 극장을 찾았더니 임감독 이하
배우들이 직접 나와 감격의 눈물을 흘리더란다. 그 좋은 영화가 세상에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 그런 류의 영화에
밀려 뒷방 늙은이 취급을 당하다니... 그나마 부산에서 상영한 일주일은 대단한 사건이라고들 말한다. 서울에서 이틀에 문 닫은 영화를...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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