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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학도병이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바래미나 2007. 8. 11. 04:13

전장의 학도병이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6.25전쟁 제57주년을 하루 앞둔 오늘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네티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고 있다. EBS 지식채널e에서 제작한 이 영상은 엠엔캐스트, 판도라TV 등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와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카페 등에 스크랩되며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 “어머니 그래도 전 학교에 가야 합니다”


 이 동영상에는 수십년 전에 벌어진 것으로 보이는 전투 영상과 함께 6.25에 참전한 한 병사의 편지가 담겨 있다. 그의 이름은 이우근. 학도병인 그가 전장에서 고향에 있는 어머니에게 보내기 위해 쓴 편지다.


 편지는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는 충격적인 글로 시작한다. 그는 수류탄을 던져 10여명의 적병을 죽였다며 괴로움 심정을 토로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말씀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이 바로 이우근 병사가 편지를 보내는 이유다.


 그의 전우들은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었다. 아군은 겨우 71명밖에 없지만, 적병은 몇배가 넘게 많다. 이우근 병사의 솔직한 심정은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라는 글에서 나타난다.

 

 

 그는 깨끗이 세탁한 내복을 갈아입으며 수의를 떠올렸다. 이우근 병사는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고 전했다.

 

 어머니께 모든 불안한 감정을 털어놓은 그의 마음은 안정이 된다. 그리고 고향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는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며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고 간절히 말했다.

 

 편지는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테니까요. 그럼…"이라는 글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다시 쓰겠다는 약속은 결국 영원히 지켜지지 못한다.

 

 국군 제3사단 소속 학도병 이우근은 1950년 8월 10일 현재 포항여중 앞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전사하고 만다. 이 편지는 그의 군복 주머니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전투에서 학도병 71명 중 48명이 전사했다고 대구 매일신문은 보도했다. 아래는 매일신문이 인용한 이우근의 편지 전문.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명은 될 것입니다.
나는 4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죽음은 나의 고막을 찢어 버렸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우운 심정을 어머님께 말씀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겨우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주시던 백옥 같은 내복과 내가 빨아입은 내복을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입으며 왜 수의를 생각해 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 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이 되는군요.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테니까요. 그럼…

 

 이 편지는 지난 3일 서울 혜화동에 있는 동성중·고 총동창회가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가진 ‘동성 전몰장병 및 학도병 위령제’에서 심종혁 신부가 낭송하면서 알려졌다. 위령제 당시 참석자들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고 매일신문은 전했다.

 

 네티즌들은 "너무 슬픈 편지"라며 "하루 빨리 전쟁이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EBS 홈페이지의 정현경님은 "이젠 우리들 기억에서 거의 잊혀져 가는 6.25. 그 날을 앞두고 그 날의 아픔과 교훈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참으로 가슴 뭉클한 내용이었다"며 "전쟁에 참여한 병사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는 않았다. 그릇된 욕심으로 인해 수천, 수만의 사람들 무고한 목숨이 잃어야하는 비극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올렸다.

 

영상제공= EBS 지식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