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안 도와줘? 우리가 직접 만들자” 한국형 전투기 ‘눈’ 달고 하늘로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가 미국 기술 이전 거부를 딛고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눈’을 탑재해 비행에 나섰다.
한화시스템은 한국형 전투기(KF-21)의 핵심 장비인 능동형위상배열레이다(AESA레이다)를 KF-21시제기에 탑재해 성능 검증을 위한 비행시험을 시작했다고 4일 밝혔다. AESA레이다는 안테나에 약 1000여 개의 소형 송수신 모듈을 장착하고 전파위상을 조정해 전자적으로 레이다 빔을 조향하는 KF-21의 핵심 항전장비로 눈 역할을 한다.
KF-21은 이달부터 2026년 2월까지 비행시험을 통해 ▷공대공 모드 최대 탐지·추적 거리 ▷추적 정확도 등 개발 및 운용 시험평가를 거친다. 또 ▷작전 운용 성능 충족성 ▷군 운용 적합성 ▷전력화 지원 요소 실용성 등에 대한 시험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작전 운용 성능은 무기 체계의 운용 개념을 충족시키는 성능 수준과 능력을 의미한다. 전력화 지원 요소는 무기 체계를 즉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필요한 요소를 가리킨다.
당초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F-35A를 도입하면서 절충교역으로 AESA 레이다 기술을 이전받으려 했으나 미국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 때문에 한때 한국형전투기 사업 자체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자체 개발로 선회한 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데 이어 이날 KF-21 시제기에 탑재해 시험평가까지 진행하는 단계까지 올라선 것이다.
2021년 한화시스템은 국방과학연구소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민간항공기를 개조한 시험항공기(FTB)에 AESA레이다를 장착해 비행시험을 수행하고, 2022년 1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국내 비행시험을 통해 모든 개발 요구에 대한 기능·성능 검증을 마쳤다. 이를 통해 AESA 레이다가 보유한 다양한 운용 모드의 완성도를 높여 신뢰성을 확보했다.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는 “한화시스템은 AESA레이다의 국내 개발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등 관계부처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시제 1호를 성공적으로 출고하며 레이다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라며, “앞으로 남은 국내외 비행 시험을 통해 AESA레이다의 요구 성능을 최적화해 한국형 전투기의 성공적인 개발에 기여함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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