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위해선 우리 아들·딸 또 보낼 것"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입력 2022. 06. 20. 03:05“미국은 6·25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적(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아들과 딸들을 (한국에) 보낼 겁니다. 자유 민주주의와 동맹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존 틸럴리(81) 미국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 이사장은 17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내셔널 몰에 위치한 6·25 참전용사기념비공원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그는 1995년 만들어진 6·25 참전용사기념비공원 주변에 미군 전사자 3만6595명, 한국군 지원부대(카투사) 전사자 7174명 등 총 4만3000여 명의 이름을 모두 새긴 ‘추모의 벽’ 건립을 책임지고 있다. 새로운 시설은 공원 외곽을 참전 용사들 이름이 적힌 대리석 벽 100개를 만드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다음달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을 맞아 제막식이 거행된다.
틸럴리 이사장은 “한국은 전쟁의 잿더미로부터 시작해 전 세계 12위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며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표본인 한국과 동맹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했다. 이어 “상당수 미국인들은 한국이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이를 어떻게 이겨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며 “내셔널 몰에는 매년 40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추모의 벽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또 한·미 동맹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추모의 벽 사업은 6·25전쟁 영웅인 고(故) 윌리엄 웨버 대령이 처음 시작했다. 2014년 추모의 벽 설립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그리고, 2년 뒤 상·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예산 규모는 2420만달러(약 274억원)로 우리 정부가 2360만달러(약 266억원)을 지원했다. 나머지는 한미동맹재단(유명환 이사장), 재향군인회(신상태 회장) 등이 기금을 모금했다. 틸럴리 이사장은 “한국 국민들의 기부와 한국 정부 자금 지원이 없었다면 이 사업은 진행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사자들 이름이 새겨진 대리석을 가리키며 “미군들과 카투사 소속 군인들의 이름이 분리되지 않은 것을 보라”며 “한·미 군인들이 함께 힘을 합쳐 싸우다 전사한 만큼 (한·미 간) 구분을 하지 않고 함께 이름을 새긴 것”이라고 했다. 첫 줄 맨 앞에는 존 애런 주니어(John Aaron Jr.) 이등병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는 1950년 7월 27일 하동 전투에서 300여 명의 미군과 함께 사망했다. 당시 22세였다. 둘째 줄 중간부터 카투사 군인들의 이름들이 등장한다.
틸럴리 이사장을 포함한 이 단체 이사진들은 모두 무급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우리 모두 재단으로부터 1달러도 받지 않고 있다. 모든 자금은 공사 비용 등으로 지출된다”며 “참전 용사들과 전사자들의 가족을 위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북(對北) 억지력은 한·미가 훈련을 통해 강한 군대를 보유할 때만 유지될 수 있다”며 “강력한 한·미 연합 훈련을 통해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즉각 전투태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과 중국이 여전히 ‘남침’을 부정하는 데 대해선 “북한의 침략은 역사이지 논쟁 거리가 아니다”라며 “분명한 것을 부인하는 사람들이 (한국에도) 있는 것을 안다. 현실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남침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6·25전쟁 영웅인 백선엽 장군에 대해선 “그와 그의 가족들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는 한국을 사랑했고 한·미 동맹을 사랑했다”고 했다. 이어 “그의 일생은 평생 동안 대한민국에 대해 봉사하는 것이었다. (한국 전쟁 당시) 백 장군이 낙동강 최후 방어선을 지켜내지 못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의 번영은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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