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와 표적] 초강대국 미국이 수입하는 명품 무기는?
조영빈 입력 2019.11.07. 19:02 수정 2019.11.07. 22:10
한 해 국방비 6,110억 달러(2017년 기준 약 700조원)로 압도적인 세계 1위. 135만명의 병력을 운용하며 유럽과 한국, 일본에 자국 군을 주둔시켜 사실상 북반구 전체에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나라. 세계 100대 방위산업 업체 가운데 절반 이상인 57.9%를 보유하고, 적들이 가공할만한 최첨단 무기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곳.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설명하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이렇듯 군사 장비에 한해선 다른 나라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미국이지만 놀랍게도 몇몇 무기 체계는 꼼짝없이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 남부러울 것 없는 미국이 수입하고 있는 무기는 무엇일까.
◇무기 수출 1위 미국, 수입은?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통계에 따르면, 2014~2018년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전체 무기수입의 12%를 차지했다. 이어 인도(9.5%), 이집트(5.1%), 호주(4.6%), 알제리(4.4%)가 2~5위권을 형성했으며 중국과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한국, 베트남이 10위권에 들었다. 반면 미국은 1.8%로 16위에 머물렀다.
금액으로 따졌을 때 2017년 기준 미국의 무기 수입량은 5억4,000만 달러다. 적은 지출은 아니지만, 같은 해 수출 금액이 310억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무기 수입에 꽤 인색하게 굴고 있는 셈이다. 이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무기 수입을 배제했다기 보다 무기 구매 첫 번째 조건인 ‘작전 성능 충족’ 측면에서 미국산을 압도할 수 있는 제품이 많지 않아서다.
‘2018 세계 방산시장 연감(국방기술품질원)’에 따르면, 미국에게 무기를 가장 많이 팔고 있는 나라는 독일과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등 주로 유럽 국가들이다. 실제 장비별 무기 수입 비중을 살펴봐도 항공기가 40.6%로 가장 많았고, 센서(12%), 화포(10.8%), 기갑차량(10.4%) 순이다. F-22 전투기에 들어가는 주요 전자장비를 영국에서 수입해 쓰는 등 완제품 보다는 부품 수요가 크다고 한다.
미국이 가장 꾸준히 수입하는 완제품 무기로는 단연 미 육군 제식 병기로 사용되는 스웨덴 사브(SAAB)사의 명품 ‘칼 구스타프(Carl Gustaf) 무반동총’이 꼽힌다.
◇미 특수전 부대의 스테디셀러 '칼 구스타프'
무반동총이란 말 그대로 발사 시 포신이 후퇴하지 않고 반동(反動)이 없는 포를 의미한다. 반동이 전혀 없다는 게 아니라, 더 높은 명중률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반동이 작다는 뜻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등장한 칼 구스타프는 1948년 스웨덴 육군이 쓰기 시작한 뒤 점차 유럽 각국의 대(對)전차 무기로 퍼졌다. 1979년 일본 육상자위대가 제식 무기로 채택했으며, 미국은 1980년대 칼 구스타프를 육군 제식 무기로 선택했다.
물론 미군도 국산 무반동총 사용을 검토했다. 1980년대 말 진행된 특수전 부대 장비 현대화 사업을 통해 미국산은 물론 다양한 무반동총 성능 테스트를 진행했으나, 칼 구스타프 성능이 압도적이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 미 육군은 물론 해병대와 해군 네이비실도 칼 구스타프를 사용하고 있다.
칼 구스타프의 장점은 무엇보다 가벼움에 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칼 구스타프 M4 모델의 경우 티타늄과 탄소섬유로 이뤄져 무게가 7㎏도 채 나가지 않는다”라며 “사용하는 병사의 피로도를 크게 낮췄다”고 설명했다. 통상 15㎏ 이상 무게를 절반으로 덜어낸 데 따라 기동성을 높였다는 뜻이다. 길이 또한 무반동총치고는 초소형에 가까운 1m 미만이다.
60여년 간 성능개량을 거듭했으나 ‘84㎜ 구경’ 기준은 유지해왔다. 대신 대전차용, 대인용, 진지파괴용 등 작전 별로 탄약을 다양화했다. 육군과 네이비실, 해병대 등 서로 다른 형태의 작전에 투입되는 부대가 이 무기를 공히 채택하고 있는 비결이다.
‘스트라이커 여단’으로 잘 알려진 보병 지원용 차륜형 장갑차 ‘스트라이커(stryker)’에 최근 탑재된 30㎜ 기관포는 노르웨이의 콩스버그(Kongsberg)사 제품이다. 미 육군은 지난해부터 30㎜ 기관포를 탑재한 개량형 스트라이커 장갑차 ‘드라군(Dragoon)’을 유럽 주둔군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이후 러시아 기갑부대 대응 전술을 고민했고, 기존 12.7㎜ 기관총보다는 30㎜ 기관포를 탑재해 화력을 키우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스트라이커 여단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 노르웨이의 30㎜ 기관포는 사거리 3㎞로 기관총(1.8㎞) 사거리를 압도적으로 능가한다. 폭탄과 철갑탄은 물론 신형 공중폭발탄도 발사할 수 있다.
이밖에 미 연안경비대가 해상초계기로 쓰고 있는 ‘C-27J 스파르탄’은 이탈리아 알레니아사가 제작한 수송기를 미국 측 요구에 맞춰 개량한 것이며, 미 특수부대의 주력 개인 화기 중 하나인 MP-5 기관단총은 독일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무기다. 미 해병대가 70여대를 운용하는 해리어 전투기는 영국 BAE시스템이 개발해 영국 공군과 해군이 썼던 중고품이 미국으로 수출된 경우다. 미군은 노후화한 F/A-18D 호넷을 대체할 전력이 필요했고, 군비 감축의 일환으로 해리어 전투기를 퇴역시켜야 했던 영국군의 사정이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다.
◇“미국산이니까 최고”는 옛말 될 것
이처럼 미군의 해외 무기 도입은 나름대로 다양하지만, 특정 수요가 있을 경우에만 국한돼 있다. 반면 2017년 초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향후 미군의 무기 수입은 필연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 배치는 물론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신형 전투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도 무기 개발에 더 큰 비용과 자원을 쏟아 기술 우위를 유지해야 하나 군비 감축 기조 속에서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다시 말해 자체 개발이 아닌 수입 무기의 여지를 넓혀나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보고서는 “미국은 신형 무기 체계 하나를 개발키로 결정한 뒤 추진하고, 완성품을 만드는 데 여전히 수십 년이 걸리지만, 중국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화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미국 역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안보 전문 매체인 내셔널인터레스트의 저널리스트 마이클 펙은 “미국이 최첨단 무기를 개발해도 얼마 가지 않아 다른 나라에서 해당 기술을 복제ㆍ개발하고 있다”라며 “미국이 만들었으니까 미국 무기가 최고일 것이란 고정관념은 앞으로 맹목적 애국주의 취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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