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21 전투기 가장 많이 생산된 초음속 전투기
개발의 역사
비록 성능이나 전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제2차 대전 말기에 등장한 독일의 Me 262는 제트전투기가 앞으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무기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아직은 눈으로 상대를 확인하고 근접해서 기관포로 싸우던 시절이어서 속도가 무엇보다 중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예측대로 제2차 대전이 종전한 지 불과 5년 후에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제트전투기는 확고한 하늘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좀 더 빨리 날기 위한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어 Me 262가 등장한 지 불과 10년 만인 1954년에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인 F-100이 실전 배치되며 제2세대 전투기 시대로 진입했다. 이렇게 마하 1이라는 상징적인 한계를 돌파하자 이제 다음 목표는 마하 2가 되었다. MiG-19로 즉시 F-100에 대응한 것처럼 미국과 더불어 냉전 시대의 한 축을 담당한 소련도 이런 흐름에 뒤지지 않았다.
이미 1950년대 초부터 소련은 마하 2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신예 전투기 제작에 착수한 상태였다. 그런데 당시 상황은 미국과 조금 차이가 있었다. 전투기의 1차적 임무는 공대공 전투지만 소련은 유사시 본토를 공격할 미국의 폭격기 요격을 가장 우선시했다. 따라서 미국이 B-47, B-52, B-58처럼 고속 비행이 가능한 폭격기를 연이어 개발하자 이를 막기 위한 새로운 요격기가 절실히 요구되었다.
개발에 나선 미그(MiG) 설계국은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 MiG-15, MiG-17, MiG-19로 이어진 후퇴익 방식의 Ye-2와 당시 유행한 델타익(Delta Wing) 방식의 Ye-4를 동시에 개발했다. 각종 실험 결과 두 기종의 성능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아 한때 모두 양산할 생각도 했으나 결국 Ye-4가 채택되었다. 이후 양산형 프로토타입 Ye-5가 1956년 초도 비행에 성공했고 좀 더 개량을 거친 후 MiG-21로 명명되어 1959년부터 실전 배치되었다.
델타익은 저속에서 안정성이 떨어지지만 마하 2 이상의 고속 비행에 적합해 F-102, 미라지(Mirage) III, 드라켄(Draken)처럼 이 시기에 개발된 많은 전투기들이 채용했다. MiG-21의 델타익은 소련 TsAGi(중앙 유체 역학 연구소)가 설계한 것으로 수평 미익이 별도로 있는 테일드 델타(Tailed Delta) 방식이다. 수호이(Sukhoi)가 만든 장거리 요격기인 Su-9도 같은 설계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두 기종은 크기만 다르지 외형이 거의 같다.
MiG-21은 배치와 동시에 동구권의 주력 전투기로 자리 잡았다. 꾸준히 개량이 이루어진 덕분에 초기형과 후기형은 세대가 다른 전투기로 구분될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전투기는 아니지만 저렴한 가격, 용이한 정비, 그럭저럭 괜찮은 실전 결과 때문에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초음속 전투기로 사상 최대의 생산량을 기록한 베스트셀러라는 점으로 모든 것이 설명될 정도다.
특징
앞서 언급처럼 전통적으로 소련제 전투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요격이다. 때문에 목표까지 빠르게 치고 올라가 강력한 화력으로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이 중시되었다. MiG-21 또한 마찬가지인데, 오히려 이런 목적에 가장 철저히 특화되었다고 정의할 수 있을 정도다. 개념 구상 단계부터 마하 2 이상의 속도, 뛰어난 상승력과 기동력에 더해 저렴한 가격과 정비의 편리함을 목표로 했다.
덕분에 MiG-21은 근접 공중전 및 대지 공격 능력도 준수한 편이다. 이렇게 단순 명료하고 범용성이 좋다는 점이 MiG-21이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되도록 만들어 준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성능을 달성하기 위해 기체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무장, 연료, 항전 장비를 충분히 탑재할 공간 확보가 어려워 장거리 교전에 제한이 많고 지상 관제에 의존해 작전을 벌여야 한다.
델타익과 더불어 외형적으로 MiG-21의 인상적인 특징이 속도에 따라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인테이크 중앙에서 3단계로 움직이도록 설계된 쇼크콘이다. 덕분에 기체를 콤팩트하게 개발할 수는 있었지만 대형 레이더를 달기 어려웠던 것처럼 기체가 작아 아무리 개량을 해도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탄생 직후부터 최고라기보다는 적당한 전투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운용 현황
MiG-21은 소련에서 1985년까지 총 10,645대가 양산되었고 851기가 인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라이선스 제작되었다. 여기에 더해 처음에는 면허 생산을 하려다 중소분쟁으로 말미암아 데드카피가 되어 버린 중국의 J-7(수출명 F-7)도 약 2,400여 기가 만들어졌다. 정규군용으로 무려 60여 개국에서 사용되었는데 현재 개발국인 소련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완전히 퇴역했지만 20여 개국에서 여전히 활약 중이다.
오랫동안 많이 생산되고 전 지구적으로 사용되면서 실전 결과도 상당한 편이다. 인도-파키스탄 전쟁, 중동전쟁, 이란-이라크 전쟁, 리비아 내전, 시리아 내전 등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반드시 등장했다. 그중 MiG-21의 명성을 가장 많이 날린 무대는 베트남 전쟁이었다. 동시대에 미국의 전투기에 비해 열세로 평가받았으나 훌륭한 전과를 보여주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당대 최강의 F-4를 상대로 이룬 1:3의 교전비는 비록 열세지만 자부심이 강한 미군에게는 망신스러운 수준이었다. 기체 성능보다 전투 외적 요소에 기인한 바 크지만 어쨌든 충격적인 결과였다. 동시대에 활약한 미라지 III와 더불어 MiG-21은 경량 전투기의 효용성을 확실히 입증했고 이런 결과는 이후 미국이 경량전투기인 F-16을 개발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변형 및 파생형
Ye-4 : 프로토타입
Ye-5 / MiG-21 : AM-11 터보제트 엔진 장착
Ye-6 / MiG-21F: R-11F-300 엔진 장착
Ye-8 / MiG-21PF-31 : 주익 개량, R-11-300 엔진 장착
MiG-21PFS : R-11F2S-300 엔진 장착
MiG-21SPS-K : MiG-21PFS 동독 자체 개량형
MiG-21PFM<94H> : 고정 무장 재장착, RP-21M 레이더 등을 탑재한 개량형
MiG-21R : 전술 정찰기
MiG-21RF : MiG-21R 수출형
MiG-21S<95> : RP-22 레이더, R-11F2S-300 엔진 탑재 개량형
MiG-21SM<15> : MiG-21S에 GSh-23L 연장 기관포를 탑재
MiG-21MF<96F> : RP-22 레이더, R13-300 터보 제트 탑재 MiG-21SM 수출용
MiG-21ST : 대형 연료 탱크 장착 개량형
MiG-21bis : R-25-300 엔진 탑재
Ye-6U / MiG-21U : Ye-6T 기반 훈련기
S-106 : MiG-21F-13 체코슬로바키아 개량형
제원 [MiG-21bis]
- 형식 : 단발 터보제트 전투기
- 전폭 : 7.15m
- 전장 : 15.76m
- 전고 : 4.125m
- 주익 면적 : 23㎡
- 최대 이륙 중량 : 9,660kg
- 엔진 : 투만스키 R-25-300 터보제트(15,653파운드) × 1
- 최고 속도 : 마하 2.2
- 실용 상승 한도 : 17,500m
- 최대 항속 거리 : 1,470km
- 무장 : 23mm GSh-23L 기관포 × 1
4개 하드포인트에 2,000kg 무장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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