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MBT이자 제2세대 전차 시대를 개막한 M60 <출처: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냉전 초기였던 1950년대의 전차 개발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장군 멍군’이라고 할 수 있다. 권총에서 핵무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소련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특히 전차는 상대를 철저히 의식해 즉시 대항마를 내놓는데 혈안이었다. 지금은 최신 전차를 개발해서 배치하는데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당시에는 불과 2년 만에 새로운 전차가 등장하기도 했다.
소련이 T-54를 선보이자 미국이 M47을 곧바로 내놓았고 이에 소련이 T-55로 응수하자 미국은 M48로 대항하며 나섰다. 하지만 90mm 구경 전차포를 탑재한 M47, M48로 100mm 구경 주포를 장착한 T-54, T-55를 상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실전 대결을 벌이고 나서 우려할 정도가 아님을 알게 되었지만 이전까지는 막연하게 상대가 강하다고 생각했기에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바로 이때 소련이 보다 강력한 주포로 무장한 신예 전차 개발에 착수했다는 정보가 알려졌다. 제3세대 전차의 효시로 평가되기도 하는 T-64였는데, 정작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새로운 기술들을 마구 접목하다 보니 개발에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이에 전력 공백을 우려한 소련군이 기존 T-55 차체에 115mm 구경의 활강포를 탑재한 T-62를 임시변통으로 먼저 데뷔시켰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알지 못했던 미국은 당장 대항마가 필요했기에 M48을 기반으로 후속 전차 개발에 착수했다. 아무래도 시간 관계 상 M48을 운용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M48도 이전의 M46, M47을 개량한 형태다. 때문에 M46에서부터 새로운 전차는 높은 전고, 구동 방식과 궤도 형태처럼 외형에서부터 일관되게 이어지는 특유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개발을 끝낸 전차는 M60이라는 제식부호로 T-62 보다 빠른 1960년부터 배치되었다. 여담으로 M60의 개발에 착수했을 당시에 미국도 MBT-70으로 명명된 전혀 새로운 개념의 차기 전차를 구상하던 중이었다. 따라서 M60도 T-62처럼 일단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타 성격이었다. 하지만 MBT-70는 실패하고 T-64는 배치가 너무 늦어지면서 대타였던 M60과 T-62이 무기사의 주역이 되었다.
M60의 등장은 미국의 전차 운용 사상을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만든 기폭제가 되었다. 그때까지 미국은 전투 목적에 특화된 여러 종류의 전차를 운용하려 했다. 보병을 근접에서 지원하는 M41 경전차부터 실패로 막을 내린 65톤M103 중전차까지 만들었을 정도였다. M60은 모든 전투에 투입의 MBT(Main Batlle Tank)로 냉전 시대를 관통한 미군의 마당쇠였다이 넘는.
미군의 M60A1 주력전차의 소개영상 <출처: 유튜브>
특징
개발 당시에 가장 컸던 고민은 소련의 신예 전차는커녕 기존 T-54, T-55보다도 열세로 평가받던 화력이었다. 단지 구경만 클 뿐이지 포구 속도나 사통 장치의 성능 차이로 인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전에서 크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1950년대만 해도 상당히 심각한 고민거리였다. 이때 관통력이 뛰어난 영국 로열오드넌스(Royal Ordnance)의 105mm 구경 L7 강선포가 눈에 들어왔다.
미국은 이를 M68라는 이름으로 면허 생산해 M60에 탑재했다. 90mm 구경 M41 전차포보다 상하 구동각이 커서 보다 넓은 곳을 공격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M48 포탑을 그대로 이용했지만 이후 M68 전차포를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포탑이 전면 재설계 되었다. 전고가 높았지만 실전 결과 방어력 측면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관측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격력 못지않은 것이 주행 능력이었다. 서스펜션이나 궤도는 무난했지만 문제는 엔진이었다. M48까지 미국의 전차는 저연비에, 화재에 취약한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고 있었다. M60은 1958년 개발된 AVDS-1790 공랭식 디젤엔진과 CD-850 변속기를 장착해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동시대에 개발된 레오파르트 1전차에 비해 출력 대 중량비는 떨어졌고 등판 능력도 다소 부족했다.
석영이 혼합된 장갑을 사용했으나 기본적으로 1950년대 개발된 제2세대 전차다 보니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차체를 주조 방식으로 제조한 M48과 달리 M60은 용접 방식으로 제작되었고 중량을 줄이기 위해 전륜을 비롯한 일부 부품에 알루미늄 합금을 채택했다. 처음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반구형 M48 포탑을 그대로 사용했으나 이후 전면이 좁고 길이가 늘어난 롱노즈(Long nosed) 형태로 바뀌었다.
운용 현황
M60은 1983년까지 파생형을 포함해 약 15,000대 가량 생산되었다. 미군은 서독 주둔군을 시작으로 해외 파견군에 우선 배치했지만 베트남전쟁에는 투입하지 않았다. 전장이 대규모 기갑전을 벌일 만한 여건도 아니었고 기존에 투입된 M48로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미군 보유 M60의 최초 실전 투입은 1983년에 있었던 그레나다침공전이었으나 의미를 부여할 만한 교전 행위는 없었다.
1991년의 걸프전이 제대로 된 최초의 교전 사례라 할 수 있다. 당시 M1A1을 사용한 육군과 달리 무기 공급에 있어 후순위인 해병대는 200여 대의 M60A1을 전투에 투입했다. 애초 이라크군이 보유한 T-72에 열세를 예상했지만 단 1대를 상실한 반면 T-72를 포함한 100여 대의 적 전차를 격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일부 지원용으로 개조된 차량을 제외한 MBT는 1997년 주방위군을 마지막으로 전량 퇴역 조치되었다.
미국을 제외한 25개국에 공급되었는데 여전히 많은 수가 현역에서 활동 중이다. 그중 이스라엘은 처음으로 M60으로 교전을 벌인 나라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초기에 이집트, 시리아의 협공으로 말미암아 기갑 전력이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자 미국이 서독 주둔군이 사용 중인 M60을 도색도 바꾸지 못한 상태로 긴급 지원해 주면서 전투에 투입되어 많은 전과를 올렸다.
반면 미국제 무기의 주요 사용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와는 인연이 없다. T-62를 보유한 북한에 비해 기갑 전력의 열세였던 1970년대 중반, M60의 라이선스 생산을 추진했는데 미국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하지만 기술 지원을 받아 K1 전차의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제3세대 전차를 적기에 도입하는 전화위복의 결과를 가져왔다. 만일 당시 도입이 이루어졌다면 현재 주력 전차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변형 및 파생형
M60 : M48 포탑 최초 양산형. 2.205대 생산.
M60A1 : 포탑, 차체, 사통 장치 등이 개량된 모델. 최다 양산되어 다양한 세부 개량형이 존재한다. 7,948대 생산.
M60A1 AOS : 신형 안정기를 장착해 M68 주포의 성능을 향상한 개량형
M60A1RISE : M60A1 최종 개량형. 5,000여 대가 개량되었다.
M60A1E1 : M60A1 차체에 M162 152mm 건런처를 탑재 한 프로토타입
M60A2 : 개량 차체에 M162 152mm 건런처를 탑재한 M60A1E2 양산형. 운용 상 문제가 많아 조기 퇴역. 540대 생산.
M60A3 : M60A1E2 차체에 M60A1 포탑을 탑재해 성능을 개량한 M60A1E3 양산형. 4,320대 생산.
- 생산업체: 디트로이트 조병창, 크라이슬러 - 도입 연도: 1960년 - 중량: 47.7톤 - 전장: 9.309m - 전폭: 3.631m - 전고: 3.27m - 장갑: 압연 장갑 - 무장: M68 105mm 강선포×1 12.7mm M85 중기관총×1 7.62mm M73 기관총×1 - 엔진: 콘티넨탈 AVDS-1790-2 V12 공수랭식 트윈 터보 디젤 엔진 750마력(560kW) - 추력 대비 중량: 15.08마력/톤 - 서스펜션: 토션 바 - 항속거리: 500km - 최고 속도: 48km/h - 양산 대수: 15,000대 이상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