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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비에로급 미사일 고속정

바래미나 2019. 2. 26. 14:00

스파르비에로급 미사일 고속정
고속정을 최초로 개발한 이탈리아 해군의 밴텀급 챔피언

스파르비에로급 고속정. 3인치 함포와 함교의 크기가 인상적이다. <출처 : www.qrw.com>

개발 과정

지중해 중앙에 있는 이탈리아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냉전 시대부터 소련 해군의 흑해 함대가 대서양으로 진출하려면 보스포러스 해협, 이탈리아 앞바다를 통과하여 지브롤터(Gibraltar) 해협을 통과해야만 한다. 이러한 제약은 특히 은밀성이 생명인 잠수함에게 매우 불리하다. 이러한 조건에 따라 발틱 함대는 잠수함보다는 수상 전투함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흑해와 지중해를 이어주는 보스포러스 해협 <출처 : Magadan at wikimedia.org>

NATO 해군은 유사시 소련 해군의 발틱 함대가 대서양으로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 상당히 공세적으로 나올 것을 예상하였다. 따라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지중해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작전 계획이 필요하였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소련 해군은 서방 측 해군의 대형 전투함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수상 전투함이 부족하였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소련 해군은 잠수함과 고속정에 많이 의존하였다. 반면에 미 해군은 항공모함 기동함대를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전력으로 이를 압도하고자 하였다.

대함 미사일을 탑재한 고속정의 등장은 큰 충격을 불러왔다. <출처 : 인도 해군>
이러한 상황에서 1967년 10월 21일에 발생한 사건은 많은 해군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날 이집트 해군의 코마(Komar)급 고속정은 3발의 스틱스(SS-N-2 Styx, P-15 Termit) 대함 미사일로 이스라엘 해군의 에일라트(Eilat) 구축함을 격침시켰다. 대함 미사일 자체가 생소하였던 1960년대 당시에 소형 고속정으로 대형 구축함을 격침시켰다는 것 자체가 큰 충격이었다.
소련 해군의 수중익 고속정은 서방측 해군에게 큰 위협으로 작용하였다. <출처 : 미 해군>
이 사건을 계기로 대형 전투함보다는 비용이 저렴한 소형 미사일 고속정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당시 소련 해군은 고속정을 대량으로 보유하였고 성능도 점차 향상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국, 서독 및 이탈리아 해군은 신형 고속정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하였다. NATO PHM(Patrol, Hydrofoil, Missile) 계획이라고 불리는 공동 개발이 1972년 11월에 시작되었다. 그러나 미 해군은 성능에 너무 욕심을 내었고 고속정임에도 불구하고 250톤 급까지 대형화 되었다. 그 결과 비용도 크게 증가하였고, 미 해군조차 예산 문제로 겨우 6척만 건조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미 해군이 개발한 페가수스급 미사일 고속정은 건조 비용이 높아 큰 환영을 받지 못하였다. <출처 : 미 해군>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던 서독과 이탈리아 해군은 각자 독자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서독 해군은 비용이 많이 드는 수중익(hydrofoil) 방식을 포기하고 일반적인 선형을 채택하였다. 반면에 이탈리아 해군은 좁은 해역에서 소련 해군의 고속정에 대응하려면 고속 기동이 가능한 수중익 방식이 유리하다고 판단하였다.
서독 해군은 NATO PHM 계획에서 탈퇴하고 알바트로스급 고속정을 개발하였다. <출처 : Dominik.Tefert at wikimedia.org>
사실 어뢰정을 처음 개발한 국가가 바로 이탈리아이다. 1차대전 당시 연합국으로 참전한 이탈리아는 수시로 출몰하는 독일 잠수정에 대응하기 위해 경주용 모터보트(motor boat)를 군함으로 개조하였다. 이렇게 등장한 MAS 고속정은 빠른 속도를 활용하여 속도가 느린 독일 잠수정을 소탕하는데 투입되었다. 그러나 선체가 낮고 흔들림이 심한 관계로 함포의 명중률이 낮아 실전에서는 효과적이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탈리아 해군은 고속정에 어뢰를 탑재하여 어뢰정(Torpedo Boat)으로 개조하였고 야간 기습작전에서 큰 전과를 거두었다.
이탈리아 해군이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실전에 투입한 MAS 고속정 <출처 : Public Domain>
이러한 전통을 가진 이탈리아 해군은 1971년부터 해군의 페가수스(Pegasus)급보다 훨씬 작은 50톤 급 고속정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신형 고속정은 보잉(Boeing)에서 개발한 투컴카리(PGH-2 Tucumcari) 수중익 고속정의 설계가 많이 반영되었다. 이렇게 등장한 함정이 바로 스파르비에로(Sparviero)급으로 1971년부터 1974년에 선도 정이 건조되었다. 스파르비에로급이 완성되자 이탈리아 해군은 같은 해에 NATO PHM 계획에서 탈퇴하였다.
스파르비에로급에 큰 영향을 준 미 해군의 PGH-2 투컴카리 미사일 고속정 <출처 : 미 해군 박물관>
당초 이탈리아 해군은 8척의 스파르비에로급 미사일 고속정을 건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중익 선형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여 먼저 완공된 1척으로 시운전을 진행하였다. 시운전을 통해 수중익 고속정의 성능을 확인한 이탈리아 해군은 1980년부터 1983년에 6척을 추가 건조하였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중무장으로 유명한 스파르비에로급 <출처 : 미 해군>

시운전에서 얻은 경험을 반영하여 2번 정부터 개량이 적용되었고 먼저 등장한 선도 정과 차이가 있어 별도로 니비오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중익 선체가 특징인 스파르비에로급은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타격력을 가진 미사일 고속정으로 유명하다.


특징


선체

수중익 고속정은 선체를 기울여서 신속한 기동이 가능하다. <출처 : www.perotto.org>
수중익 선체를 가진 스파르비에로급은 미 해군의 투컴카리 고속정의 설계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수중익은 이물에 1매, 고물에 2매가 설치되어 있다. 선회할 때는 수중익에 설치된 탭(tab)을 움직여 방향을 바꾼다. 최대 속도로 선회할 때에는 자동 조종장치를 사용하여 선체를 10도 정도 기울여서 원심력에 의한 전복을 방지한다. 선체는 무게를 줄이고자 알루미늄(aluminium) 합금을 사용하여 용접 구조로 건조되었다.
스파르비에로급의 함교 구조물과 무장은 뒤편으로 몰려있는 점이 특징이다. <출처 : www.perotto.org>
작은 선체를 가진 스파르비에로급은 매우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날렵한 3각형 선체를 가진 스파르비에로급의 갑판에는 함포, 함교 구조물, 마스트(mast), 미사일 발사관이 뒤쪽으로 집중되어 있다.
좌현으로 선회 중인 스파르비에로급 <출처 : www.perotto.org>

50톤에 불과한 작은 선체를 가진 스파르비에로급은 중량 문제에 민감하다. 이에 따라 승조원 10명은 기본적으로 육상 기지에서 거주하며, 항해할 때만 함포 앞쪽에 있는 간이침대에서 숙박한다. 선내가 좁기 때문에 화장실도 하나만 설치되어 있다. 

기관

수중익 선체를 채택한 관계로 저속과 고속 항해할 때 추진 방식이 다른 점이 특징이다. 저속 항해할 때는 선체가 물에 잠기며(hull-borne) 속도를 높이면 수중익(hydrofoil)에서 양력이 발생하면서 선체가 물 밖으로 완전히 떠오른다.(foil-borne)  저속 항해할 때는 디젤 엔진(Diesel engine)으로 프로펠러(propeller)를 구동하는 1축 추진 방식을 사용한다. 고속에서는 수중익에서 바닷물을 끌어들여 후방으로 분사하는 워터제트(water jet) 방식을 사용한다. 수중익은 선체가 물 밖으로 떠오르기 때문에 파도에서도 고속 항해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롤스로이스 프로테우스 15M560 가스터빈 엔진 <출처 : Mattias Billemyr at wikimedia.org>

고속 항해할 경우 큰 동력이 필요하며 롤스로이스(Rolls-Royce) 프로테우스(Proteus) 15M560 가스터빈 엔진(gas turbine engine)으로 워터제트를 구동하는 CODOG(COmbined Diesel Or Gas turbine) 방식을 사용한다.


레이더

3인치 함포 사격에 사용하는 RTN-10X 사격통제 레이더 <출처 : radartutorial.eu>

규모가 작은 스파르비에로급은 전투체계도 최소한으로 줄여서 탑재하고 있다. 항해 레이더를 겸하는 SPQ-701 해상탐색 레이더의 최대 탐지거리는 75km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 유도하기 위해서는 헬기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함포 사격용으로 RTN-10X 사격통제 레이더를 포함하는 NA-10 Mod.3 함포 사격통제체계를 탑재한다.


함포

오토-멜라라 3인치 함포는 1분당 85발까지 발사 가능하다. <출처 : 미 해군>

스파르비에로급은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화력이 강한 오토-멜라라(OTO-Melara) 3인치(76.2mm) 함포를 탑재한 점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소형 고속정은 기관포 정도만 탑재하는데 스파르비에로급은 호위함 수준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냉전 시기에 소련 해군의 고속정을 상대로 포격전을 하는 경우에 대비하였기 때문이다. 


미사일

스파르비에로급 고속정의 주무장은 장거리 함대함 미사일이다. 이탈리아에서 자체 개발한 오토마트(Otomat) Mk.2 함대함 미사일은 함교 구조물 뒤쪽의 전용 발사관에 탑재된다. 오토마트 Mk.2 미사일의 사거리는 180km에 달한다.

이탈리아에서 개발한 오토마트 함대함 미사일 <출처 : 미 해군>

오토마트 함대함 미사일은 발사 직후 터보제트 엔진(turbojet engine)을 사용하여 관성유도방식으로 비행한다. 다만 장거리 비행에 따른 경로 수정이나 목표물 정보 획득을 위해서는 중간 단계에서 헬기의 도움이 필요하다. 목표물에 접근하면 내부에 탑재한 레이더(radar)로 직접 찾아 공격하는 능동식 레이더 유도방식(active radar homing)을 사용한다.


동급함(이탈리아 해군 스파르비에로급 7척)


스파르비에로급에서 발사되는 오토마트 함대함 미사일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P 420

스파르비에로

(Sparviero)

1971.4.1

1973.5.9

1974.7.15

알리나비 (Alinavi)

1991년 퇴역

P 421

니비오

(Nibbio)

1977.8.1

1980.2.29

1982.3.6

핀칸티에리 (Fincantieri)

1996년 퇴역

P 422

팔코네

(Falcone)

1977.10.1

1980.10.27

1982.3.6

핀칸티에리 (Fincantieri)

1999년 퇴역

P 423

아스토레

(Astore)

1978.7.1

1981.7.20

1983.2.5

핀칸티에리 (Fincantieri)

1999년 퇴역

P 424

그리포네

(Grifone)

1978.11.15

1981.12.1

1983.2.5

핀칸티에리 (Fincantieri)

1999년 퇴역

P 425

게피오

(Gheppio)

1979.5.16

1982.6.24

1983.1.20

핀칸티에리 (Fincantieri)

1999년 퇴역

P 426

콘도르

(Condor)

1980.3.21

1983.1.25

1984.1.18

핀칸티에리 (Fincantieri)

1999년 퇴역


동급함(일본 해상자위대 PG01급 3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PG-821

미사일정 1

1991.3.25

1992.7.17

1993.3.22

스미토모중기계공업 우라가공장

2008년 퇴역

PG-822

미사일정 2

1991.3.25

1992.7.17

1993.3.22

스미토모중기계공업 우라가공장

2008년 퇴역

PG-823

미사일정 3

1993.3.8

1994.6.15

1995.3.13

스미토모중기계공업 우라가공장

2010년 퇴역


운용 현황
시운전 중인 스파르비에로급 고속정 <출처 : www.qrw.com>

스파르비에로급은 모두 6척이 건조되었다. 냉전 시기에 스파르비에로급은 흑해 함대의 지중해 진입을 차단하는 방어 작전에 투입되었다. 단일 목적으로 건조된 스파르비에로급은 수중익 선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초계 임무를 맡기에는 비경제적이다. 더구나 소형인 스파르비에로급은 항해거리가 짧고 무장도 제한된다. 이에 따라 냉전이 끝나자 곧바로 일선에서 물러나기 시작하였고, 1999년까지 6척 모두 퇴역하였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채택

스파르비에로급은 제한적인 해역에서의 방어 작전에 최적화된 미사일 고속정이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해협 방어 임무를 맡은 노후 어뢰정을 자체 개발한 180톤 급 수중익 고속정으로 교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에 발생한 석유 위기로 인한 예산 문제로 180톤 급 수중익 고속정은 취소되었다.

이탈리아 스파르비에로급을 일본에서 도입한 1호형 미사일정 <출처 : 일본 해상자위대>

이후 해상자위대는 1980년대에 지방대(地方隊)에 배치할 6척의 미사일 고속정 확보를 다시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예산 확보 문제로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3척으로는 독자적인 개발이 불가능하고, 결국 이탈리아 해군의 스파르비에로급의 설계를 도입하여 면허생산하기로 결정하였다.

해상자위대는 1호형(1号型) 미사일정이라고 부르며 1993년부터 취역하였다. 선형은 그대로이지만 국산화에 힘입어 주기관, 무장, 전투체계, 통신장비 등은 모두 일본제 장비로 교체되었다. 무장의 경우에도 오토마트를 대신하여 일본제 90식 함대함 미사일(SSM-1B), 3인치 함포를 대신하여 JM61-RFS 20mm 기관포를 탑재한다.

90식 함대함 미사일의 발사 장면 <출처 : 일본 해상자위대>

3척의 1호형 미사일정은 모두 스미토모중기계공업(住友重機械工業)에서 건조되었다. 운영유지비가 높은 수중익 고속정은 일선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였으며, 취역한 지 불과 15년 만에 모두 퇴역하였다.


제원


- 함명 : 스파르비에로급
- 함종 : 수중익 미사일 고속정(PHG)
- 기준 배수량 : 50톤
- 만재 배수량 : 60.6톤
- 전장 : 23.0m(선체)
- 전폭 : 7.0m(선체)
- 흘수 : 1.6m
- 최대 속도 : 40 kt(수중익 항해), 8 kt(선체 항해)
- 항해거리 : 400nm/40 kt, 1,200nm/8 kt
- 승조원 : 10명(사관 2명)
- 주기관 : CODOG, Rolls-Royce Proteus 15M560 가스터빈 엔진 (5,000 마력) × 1, 워터제트 × 2, Isotta-Fraschini ID38N6V 디젤엔진 (290 마력) × 1, 1축 추진
- 무장(미사일) : OTO-Melara Otomat Mk.2 함대함 미사일 × 2
- 무장(함포) : 3인치(76.2mm)/62 함포 × 1
- 전투체계 : Argo NA-10 Mod.3
- 레이더 : SMA 3 RM 7-250 (SPQ-701) 해상탐색 레이더, Selenia RTN-10X 사격통제레이더
ECM/ESM : Telegon 4 ESM, SLQ-A1 RWR/ESM


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