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비에로급 미사일 고속정
고속정을 최초로 개발한 이탈리아 해군의 밴텀급 챔피언
개발 과정
지중해 중앙에 있는 이탈리아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냉전 시대부터 소련 해군의 흑해 함대가 대서양으로 진출하려면 보스포러스 해협, 이탈리아 앞바다를 통과하여 지브롤터(Gibraltar) 해협을 통과해야만 한다. 이러한 제약은 특히 은밀성이 생명인 잠수함에게 매우 불리하다. 이러한 조건에 따라 발틱 함대는 잠수함보다는 수상 전투함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NATO 해군은 유사시 소련 해군의 발틱 함대가 대서양으로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 상당히 공세적으로 나올 것을 예상하였다. 따라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지중해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작전 계획이 필요하였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소련 해군은 서방 측 해군의 대형 전투함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수상 전투함이 부족하였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소련 해군은 잠수함과 고속정에 많이 의존하였다. 반면에 미 해군은 항공모함 기동함대를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전력으로 이를 압도하고자 하였다.
시운전에서 얻은 경험을 반영하여 2번 정부터 개량이 적용되었고 먼저 등장한 선도 정과 차이가 있어 별도로 니비오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중익 선체가 특징인 스파르비에로급은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타격력을 가진 미사일 고속정으로 유명하다.
특징
선체
50톤에 불과한 작은 선체를 가진 스파르비에로급은 중량 문제에 민감하다. 이에 따라 승조원 10명은 기본적으로 육상 기지에서 거주하며, 항해할 때만 함포 앞쪽에 있는 간이침대에서 숙박한다. 선내가 좁기 때문에 화장실도 하나만 설치되어 있다.
기관
수중익 선체를 채택한 관계로 저속과 고속 항해할 때 추진 방식이 다른 점이 특징이다. 저속 항해할 때는 선체가 물에 잠기며(hull-borne) 속도를 높이면 수중익(hydrofoil)에서 양력이 발생하면서 선체가 물 밖으로 완전히 떠오른다.(foil-borne) 저속 항해할 때는 디젤 엔진(Diesel engine)으로 프로펠러(propeller)를 구동하는 1축 추진 방식을 사용한다. 고속에서는 수중익에서 바닷물을 끌어들여 후방으로 분사하는 워터제트(water jet) 방식을 사용한다. 수중익은 선체가 물 밖으로 떠오르기 때문에 파도에서도 고속 항해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고속 항해할 경우 큰 동력이 필요하며 롤스로이스(Rolls-Royce) 프로테우스(Proteus) 15M560 가스터빈 엔진(gas turbine engine)으로 워터제트를 구동하는 CODOG(COmbined Diesel Or Gas turbine) 방식을 사용한다.
레이더
규모가 작은 스파르비에로급은 전투체계도 최소한으로 줄여서 탑재하고 있다. 항해 레이더를 겸하는 SPQ-701 해상탐색 레이더의 최대 탐지거리는 75km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 유도하기 위해서는 헬기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함포 사격용으로 RTN-10X 사격통제 레이더를 포함하는 NA-10 Mod.3 함포 사격통제체계를 탑재한다.
함포
스파르비에로급은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화력이 강한 오토-멜라라(OTO-Melara) 3인치(76.2mm) 함포를 탑재한 점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소형 고속정은 기관포 정도만 탑재하는데 스파르비에로급은 호위함 수준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냉전 시기에 소련 해군의 고속정을 상대로 포격전을 하는 경우에 대비하였기 때문이다.
미사일
스파르비에로급 고속정의 주무장은 장거리 함대함 미사일이다. 이탈리아에서 자체 개발한 오토마트(Otomat) Mk.2 함대함 미사일은 함교 구조물 뒤쪽의 전용 발사관에 탑재된다. 오토마트 Mk.2 미사일의 사거리는 180km에 달한다.
오토마트 함대함 미사일은 발사 직후 터보제트 엔진(turbojet engine)을 사용하여 관성유도방식으로 비행한다. 다만 장거리 비행에 따른 경로 수정이나 목표물 정보 획득을 위해서는 중간 단계에서 헬기의 도움이 필요하다. 목표물에 접근하면 내부에 탑재한 레이더(radar)로 직접 찾아 공격하는 능동식 레이더 유도방식(active radar homing)을 사용한다.
동급함(이탈리아 해군 스파르비에로급 7척)
함번 | 함명 | 착공 | 진수 | 취역 | 건조 | 비고 |
P 420 | 스파르비에로 (Sparviero) | 1971.4.1 | 1973.5.9 | 1974.7.15 | 알리나비 (Alinavi) | 1991년 퇴역 |
P 421 | 니비오 (Nibbio) | 1977.8.1 | 1980.2.29 | 1982.3.6 | 핀칸티에리 (Fincantieri) | 1996년 퇴역 |
P 422 | 팔코네 (Falcone) | 1977.10.1 | 1980.10.27 | 1982.3.6 | 핀칸티에리 (Fincantieri) | 1999년 퇴역 |
P 423 | 아스토레 (Astore) | 1978.7.1 | 1981.7.20 | 1983.2.5 | 핀칸티에리 (Fincantieri) | 1999년 퇴역 |
P 424 | 그리포네 (Grifone) | 1978.11.15 | 1981.12.1 | 1983.2.5 | 핀칸티에리 (Fincantieri) | 1999년 퇴역 |
P 425 | 게피오 (Gheppio) | 1979.5.16 | 1982.6.24 | 1983.1.20 | 핀칸티에리 (Fincantieri) | 1999년 퇴역 |
P 426 | 콘도르 (Condor) | 1980.3.21 | 1983.1.25 | 1984.1.18 | 핀칸티에리 (Fincantieri) | 1999년 퇴역 |
동급함(일본 해상자위대 PG01급 3척)
함번 | 함명 | 착공 | 진수 | 취역 | 건조 | 비고 |
PG-821 | 미사일정 1호 | 1991.3.25 | 1992.7.17 | 1993.3.22 | 스미토모중기계공업 우라가공장 | 2008년 퇴역 |
PG-822 | 미사일정 2호 | 1991.3.25 | 1992.7.17 | 1993.3.22 | 스미토모중기계공업 우라가공장 | 2008년 퇴역 |
PG-823 | 미사일정 3호 | 1993.3.8 | 1994.6.15 | 1995.3.13 | 스미토모중기계공업 우라가공장 | 2010년 퇴역 |
운용 현황
스파르비에로급은 모두 6척이 건조되었다. 냉전 시기에 스파르비에로급은 흑해 함대의 지중해 진입을 차단하는 방어 작전에 투입되었다. 단일 목적으로 건조된 스파르비에로급은 수중익 선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초계 임무를 맡기에는 비경제적이다. 더구나 소형인 스파르비에로급은 항해거리가 짧고 무장도 제한된다. 이에 따라 냉전이 끝나자 곧바로 일선에서 물러나기 시작하였고, 1999년까지 6척 모두 퇴역하였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채택
스파르비에로급은 제한적인 해역에서의 방어 작전에 최적화된 미사일 고속정이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해협 방어 임무를 맡은 노후 어뢰정을 자체 개발한 180톤 급 수중익 고속정으로 교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에 발생한 석유 위기로 인한 예산 문제로 180톤 급 수중익 고속정은 취소되었다.
이후 해상자위대는 1980년대에 지방대(地方隊)에 배치할 6척의 미사일 고속정 확보를 다시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예산 확보 문제로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3척으로는 독자적인 개발이 불가능하고, 결국 이탈리아 해군의 스파르비에로급의 설계를 도입하여 면허생산하기로 결정하였다.
해상자위대는 1호형(1号型) 미사일정이라고 부르며 1993년부터 취역하였다. 선형은 그대로이지만 국산화에 힘입어 주기관, 무장, 전투체계, 통신장비 등은 모두 일본제 장비로 교체되었다. 무장의 경우에도 오토마트를 대신하여 일본제 90식 함대함 미사일(SSM-1B), 3인치 함포를 대신하여 JM61-RFS 20mm 기관포를 탑재한다.
3척의 1호형 미사일정은 모두 스미토모중기계공업(住友重機械工業)에서 건조되었다. 운영유지비가 높은 수중익 고속정은 일선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였으며, 취역한 지 불과 15년 만에 모두 퇴역하였다.
제원
- 함명 : 스파르비에로급
- 함종 : 수중익 미사일 고속정(PHG)
- 기준 배수량 : 50톤
- 만재 배수량 : 60.6톤
- 전장 : 23.0m(선체)
- 전폭 : 7.0m(선체)
- 흘수 : 1.6m
- 최대 속도 : 40 kt(수중익 항해), 8 kt(선체 항해)
- 항해거리 : 400nm/40 kt, 1,200nm/8 kt
- 승조원 : 10명(사관 2명)
- 주기관 : CODOG, Rolls-Royce Proteus 15M560 가스터빈 엔진 (5,000 마력) × 1, 워터제트 × 2, Isotta-Fraschini ID38N6V 디젤엔진 (290 마력) × 1, 1축 추진
- 무장(미사일) : OTO-Melara Otomat Mk.2 함대함 미사일 × 2
- 무장(함포) : 3인치(76.2mm)/62 함포 × 1
- 전투체계 : Argo NA-10 Mod.3
- 레이더 : SMA 3 RM 7-250 (SPQ-701) 해상탐색 레이더, Selenia RTN-10X 사격통제레이더
ECM/ESM : Telegon 4 ESM, SLQ-A1 RWR/ESM
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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