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76 수송기 김정은 전용차도 실어나르는
러시아산 다목적 전략수송기
개발의 역사
1960년대까지 안토노프(Antonov)의 An-12를 주요 군용 수송기로 사용한 소련은 냉전이 심화되며 작전 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수송능력의 한계에 봉착했고, 이에 따라 An-12와 유사한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더 빠른 속도와 적재중량을 갖춘 수송기의 개발을 추진하게 되었다. 소련군은 최대 40톤의 화물을 탑재한 상태로 6시간 안에 5,000km까지 비행이 가능하고, 거리가 짧거나 제대로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기체를 요구하게 되었으며, 영토의 대부분이 혹한 지역이거나 극지방을 포함하고 있는 소련의 특성 상 시베리아의 추위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전천후 전략 수송기의 개발을 고려했다.
소련은 이에 따라 1967년부터 An-12 대체 목적의 대형 다목적 수송기 개발을 시작했으며, 최초에는 민수용으로 우선 개발하여 이동이 불편한 험지에 농업용 중장비를 실어 나르는 용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일류신 설계국의 머리글자를 따 Il-76으로 명명한 이 기체는 군용 수송기와 240인승 민간 여객기 형상으로 나누어 두 개의 기체를 개발하려 했으나 결국 군용 수송기 개발 외에는 모두 취소됐다.
이렇게 탄생한 Il-76의 첫 시제기는 1971년 3월 25일, 모스크바 중앙공항에서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Il-76은 같은 해에 열린 파리 르부르제(Le Bourget) 에어쇼에서 첫 선을 보였다. 설계를 맡은 일류신 설계국의 수석 설계사는 이 신형 기체를 미 공군 C-141의 확대형이라고 말하지 않고 “C-5A의 축소형”이라고 소개했는데, 실제로 Il-76은 C-5A의 설계 철학을 참고한 부분이 적지 않으며 단거리 이착륙 능력 같은 특성도 C-5A를 모델로 한 경향이 강하다.
소련 공군 수송사령부는 1974년 해당 기체가 모든 요구도를 충족했음을 확인하고 기체를 수락했으며,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는 NATO 식별부호로 ‘캔디드(Candid: ‘솔직한’)’를 부여했다. Il-76은 1975년에 시험비행을 완료한 뒤 첫 양산에 들어갔다. Il-76은 당시 소련의 일부였던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항공 생산 주식회사가 양산을 맡았으며, 1992년 초까지 매년 50대씩 약 700대까지 제작됐고, 1997년까지 950대 이상 제작되었다. 주요 운용국은 러시아 공군이지만 민수용으로도 판매되어 적지 않은 수량이 민간 수송용으로 수출되었으며, 낮은 가격과 가격대비 우수성을 무기로 삼아 수출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약 백 대 이상이 아프가니스탄, 알제리, 쿠바, 중국, 체코, 인도, 이란, 이라크, 리비아, 폴란드, 시리아, 우크라이나, 영국 등지에 팔렸다.
Il-76은 이후에도 지속적인 개량과 업그레이드가 가해져 연료 탑재량과 날개 길이, 항속거리를 늘린 IL-76T, 신형 D-30KII-1 엔진을 채택하고, 연료량을 10톤 이상 늘려 항속거리를 1,200km 이상 증가시킨 Il-76TII, 소련군의 요구도를 반영하여 적재중량을 47톤으로 늘린 Il-76M 등 다양한 파생형이 개발되었다. Il-76 시리즈는 3.4m x 24.5m에 달하는 대형 화물 적재공간을 갖추고 있는데다 적재중량은 40톤이 넘고, 이착륙 거리도 짧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대형 수송기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항공기에 속한다. 특히 넉넉한 공간의 장점 때문에 90년대 이후까지도 다양한 파생형이 개발됐으며, 화재 진압을 목적으로 한 수폭기(waterbomber)부터 공중 조기경보통제기(AEW&C: Airborne Early Warning & Control Aircraft), 전자정보 수집기, 통신 중계기, 무중력 훈련기, 이동식 병원기 등의 파생형이 개발됐다.
특징
북대서양 조약기구에서 부여한 식별명칭인 “캔디드(Candid)”로 잘 알려진 Il-76 시리즈는 공정강하부대 수송, 병력 수송 뿐 아니라 개인 장비부터 전차까지 수송할 수 있는 다목적 전략 수송기이다. 또한 최근에는 화재 진압 용도나 인도적 구호작전 용도로도 쓰이면서 민간 분야에서도 다양한 쓰임새를 자랑해오고 있다.
운용 현황
70년대에 개발되어 960대 이상이 판매되었고, 여러 각국에서 반세기 넘어서까지 계속 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Il-76은 상업적인 관점에서도 대성공을 거둔 항공기이다. 이 성공의 바탕에는 넉넉한 동체 공간과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수송능력 뿐 아니라 튼튼한 동체, 짧은 이착륙거리, 수송기로서는 빠른 편에 속하는 속도와 5,000km에 달하는 항속거리가 한 몫을 단단히 해왔다.
2004년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소속 Il-76이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됐던 적이 있으며, 2011년에는 리비아 내전이 시작되자 리비아 내 중국인들을 퇴거시키기 위해 인민해방군 공군의 Il-76이 투입됐었다. 이는 특히 중국의 장거리 수송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2014년 6월에는 우크라이나 공군 소속 Il-76이 동부 우크라이나 루한스크(Luhansk) 상공에서 친 러시아계 민병대에 의해 격추당하는 사건이 있었으며, 이 사건으로 탑승 중이던 40명의 우크라이나 병사와 9명의 승무원이 전원 사망했다.
Il-76은 앞서 말했듯 960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이며, 심지어 군용 뿐 아니라 민수용까지 넘나들며 사랑받아온 수송기다. 수출 대상국만 40개국이 넘는 Il-76은 쿠바, 중국, 북한 같은 공산권 국가나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몰도바, 우크라이나 같은 구 소련 연방국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중동, 남미, 아시아국가에까지 팔렸다. 심지어 국제연합(United Nations)도 인도적 지원을 위한 항공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1990년대 중반에 러시아 공군으로부터 임대하거나 아에로플로트(Aeroflot: 러시아 민항사)로부터 구입한 중고 기체를 운용해오고 있다.
파생형
시제기 및 개발용 형상
Il-76TD-90/Il-76MD-90: 엔진을 PS-90으로 교체한 형상.
Il-76 소방용 형상: 화재 지연제가 담긴 폭발식 캡슐을 장착하도록 제작한 소방용 형상.
Il-76PSD: Il-76MF의 수색구조(SAR: Search and Rescue)용 형상.
Il-96: 초창기에 개발을 시도한 승객/화물 전환용 기체지만, 실제 제작되지는 않았다.
베리에프(Beriev) A-50: 공중발사식 레이저 무기를 장착한 테스트용 기체.
특수목적/연구목적 형상
Il-76LL: 그로모프(Gromov) 비행 연구원에서 엔진 시제품 테스트용으로 제작한 기체. 날개를 강화했으며, 최소 3대가 제작되었다.
이즈델리예-676/776: 원격측정 및 통신중계용 형상. 시제기만 제작되었다.
이즈델리예-976 공중 확인-측정-통제기(SKIP): Il-76 및 A-50에 기반한 사거리 통제 및 미사일 추적용 형상. 최초 라두가(Raduga) Kh-55 순항미사일을 지원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이즈델리예-1076: 특수목적용 기체로 개발되었으나, 해당 목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즈델리예-1176/Il-76-11: 전자 정보(ELINT)용 항공기.
군용 형상
Il-76-Tu160 수평 미익 수송기: Tu-160 긴급 개조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임시로 개조했던 기체.
Il-76D: 공정부대 수송용 형상. 기체 방어를 위해 후미 부분에 기관총좌가 설치됐다.
Il-76K/Il-76MDK/Il-76MDK-II: 유리 가가린 우주비행사 교육센터에서 무중력(zero-G) 상태의 유영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개발한 우주 비행사 교육용 훈련기 형상.
Il-76LL: 엔진 시험용 기체.
Il-76M: 군용 수송기 형상.
Il-76MF: 동체 길이를 6.6m 가량 연장하고, PS-90 엔진을 탑재하여 최대이륙중량과 적재중량을 각각 210톤과 60톤으로 늘린 개량형 형상. 1995년에 시험비행을 실시했으나 양산되지는 않았고, 요르단에만 판매되었다.
Il-76PP: 전자전 대응(ECM)용 항공기.
Il-76MD-90A: 전면 디지털식 조종석으로 교체하고, 항전장비와 주익 내부 구조물을 향상시켰으며 엔진 또한 PS-90으로 교체한 기체. 개발 당시에는 Il-476으로 불렀다.
Il-78/Il-78M 마이다스(Midas): 공중급유기 형상. 호스-앤드-드로그(Hose-and-drogue) 방식을 채택했으며, 급유관은 각각의 주익 아래와 미익 아래에 총 세 개가 설치되어 있다. 1977년부터 Il-76MD를 개조해 시험비행에 들어갔으며, 오랜 시험평가 끝에 1987년부터 실전에 투입되면서 Mya-4 “바이슨(Bison)” 급유기와 교대했다. 원래 Il-76에 설치된 후방 기관총좌를 후방 관측사 자리로 대체했다. “마이다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부여한 식별명칭이다.
Il-78MKI: 인도 공군용으로 개발한 Il-78 커스텀 형상.
Il-82: 공중 지휘통제 및 통신중계용 항공기.
베리에프 A-50/베리에프 A-50M/베리에프 A-50I/베리에프 A-50E: 공중 조기경보통제(AEW&C) 항공기. 베리에프가 개발사업을 주도했다. 1978년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나 서방에는 1980년대 이후에야 존재가 알려졌으며, 1984년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약 40대가 양산되어 러시아 공군과 인도 공군이 운용 중이다. 최초에는 A-50에 이스라엘 엘타 시스템(Elta Systems)사의 레이더를 장착해 업그레이드를 실시하여 A-50I로 명명하려 했으나, 이스라엘을 통한 레이더 기술유출을 우려한 미국의 압력 때문에 사업 자체가 무산되었다.
베리에프 A-100: Il-76MD-90A를 기반으로 한 AEW&C 항공기.
민수용 형상
Il-76MGA: 솔로비에프(Soloviev) D-30 터보팬 엔진을 장착한 민수용 수송기. 두 대의 시제기와 12대의 양산기가 제작되었다.
Il-76MD → Il-76TD 개조 기체: 군용 Il-76MD에서 군사용 장비를 전부 제거한 형상.
Il-76P/Il-76TP/Il-76TDP/Il-76MDP: 화재 진압용 형상. Il-76 수폭기(水爆機: Waterbomber)는 VAP-2 1.5시간 설치/제거형 탱크 키트를 넣어 개량한 형상이다. Il-76은 최대 49,000 리터까지 물을 수납할 수 있어 C-130보다 약 3.5배 더 많은 물을 채워 넣을 수 있다. VAP-2 키트는 모든 Il-76 형상에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키트가 적용된 기체는 Il-76TP, 76TDP로 부른다. Il-76P는 1990년에 처음 공개됐다.
Il-76T: 민수용 대형 수송기 형상. NATO에서는 “캔디드-A(Candid-A)”로 식별부호를 붙였다. 1978년 11월 4일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다.
Il-76TD: Il-76MD의 민수용 형상으로, 솔로비에프 D-30 터보 팬 엔진이 장착됐다. 1982년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다.
Il-76TD-90VD: Il-76TD에 PS-90 엔진을 장착하고, 조종석 일부를 디지털화 한 형상. 볼가-드네푸르(Volga-Dnepr) 수송 주식회사 주문에 따라 개발한 형상으로, 해당 업체는 2012년부터 총 4대를 운용하고 있다.
Il-76TD-S: Il-76MD 스칼펠-MT의 민수용 형상으로, 이동식 병원 목적으로 제작된 기체.
Il-76TF: PS-90 엔진이 장착되었으며, 동체를 길게 연장한 설계. Il-76MF를 민수용으로 전환한 개념이지만, 실제 생산된 적은 없다.
수출용 형상
베리에프 A-50E/I: 인도 공군용 형상. PS-90엔진을 장착했으며, 이스라엘 엘타 시스템(Elta Systems) 사의 EL/W2090 팔콘(Phalcon) 레이더를 장착해 공중조기경보통제(AEW&C)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Il-76MD 공중급유기: 이라크 공군용 공중급유기로 개조한 기체.
KJ-2000: Il-76을 중국 국내에서 공중조기경보통제(AEW&E)용 항공기로 개량한 사양. A-50I 사업이 취소되자 중국에서 자체적으로 개량했다. 중국에서 자체 개발한 항전장비와 레이더가 장착됐다. 2003년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총 5대가 양산되어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에서 운용 중이다.
바그다드(Baghdad)-1: Il-76 수송기에 레이더를 장착시킨 기체로, 이라크에서 자체 개발했다. 이란-이라크 전쟁 때 사용됐다.
바그다드-2: 프랑스의 지원을 받아 이라크 정부가 개발한 형상. Il-76에 톰슨(Thompson)-CSF(2000년 ‘탈레스 그룹[Thales Group]’으로 사명을 변경)의 타이거 G(Tiger G) 감시 레이더를 장착한 후, 레이더 안테나 부위에 유리섬유를 이용한 강화 플라스틱제 레이돔(Radome)을 씌웠다. 최대 탐지거리는 약 350km이다. 세 대가 제작되었으나 한 대는 1991년 걸프전 때 지상 주기(駐機) 상태로 격파 당했고, 나머지 두 대는 조종사와 함께 이란으로 망명했다. 최소한 한 대 이상이 이란 이슬람혁명군에서 운용 중이며, 둘 중 한 대가 테헤란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 도중 사에케(Saequh: 페르시아어로 ‘벼락’이라는 뜻)와 공중에서 충돌했다. 베리에프의 A-50과 유사하게 생겼지만 기수 부분에 Il-76용 항법사석 유리창이 달려있는 차이가 있다.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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