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멘급 호위함
현대전에 적합하도록 네트워크 기술을 접목한 독일 해군의 2세대 다목적 호위함개발의 역사
유럽대륙의 북쪽에 위치한 독일은 전통적으로 육군을 중시하였다. 프랑스, 폴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독일은 지상군을 중심으로 군사력을 건설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여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독일은 해군력의 중요시하지 않았고 대항해시대와 산업혁명 이후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늦어졌다. 독일은 2차 대전 당시 폴란드, 체코, 프랑스를 차례로 점령하여 유럽대륙에서 세력을 넓혀갔다. 그러나 대양해군력의 건설이 늦어진 독일은 최강의 해군력으로 버티는 영국 해군을 정면으로 상대하지 못하고 잠수함을 동원하여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작전을 펼쳤다.
독일은 2차 대전이 끝난 다음 모든 군대를 해산하였다. 그러나 냉전이 깊어지자 연합국은 1949년에 독일연방공화국(서독) 건국, 1955년에 독일 연방군(Bundeswehr) 창설을 지원하였다. 1956년에는 독일 해군(Bundesmarine)이 창설되었는데 전후 복구사업으로 인한 재정적인 투자가 어려워 창설 초기에는 미국과 영국에서 양도한 구형 구축함, 호위함으로 전력을 구축하였다.
비록 패전국이었으나 높은 공업능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은 1950년대 중반 이후 자국에서 독자적으로 대형 전투함을 개발하여 건조하기 시작하였다. 독일 해군의 전후 대표적인 전투함인 120형 쾰른(Köln)급 호위함(Frigate)은 세계 최초로 CODAG(COmbined Diesel And Gas turbine) 추진방식을 적용하였다. 배수량 3,000톤급인 쾰른급 호위함은 우선적으로 당시 소련 해군의 잠수함 전력에 대응하고자 대잠전을 중시하여 건조된 전투함이다.
1950년대 독일 해군은 우선적으로 필요한 대잠전 능력을 확보하고자 대잠 호위함을 중심으로 전력을 건설하였다. 그러나 1950년대 중반 이후 미사일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세계 각국 해군은 방공임무를 수행하는 대형 전투함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독일 해군도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여 1960년대부터 방공 호위함 개발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유럽대륙의 북부 지역에 위치한 독일은 북쪽에 덴마크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 해군의 작전 범위는 동쪽의 발트해, 서쪽의 북해로 나뉘어 있다. 특히 냉전 시기에 독일 해군은 소련 해군의 발트 함대의 이동경로에 위치하고 있어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군을 중시하는 독일은 해군력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였다.
초기에 1,200톤급 방공 호위함을 검토하였던 독일 해군은 대잠전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2,500톤급 다목적 호위함으로 계획을 확대하였다. 그러나 예산확보 문제로 인하여 겨우 3척의 103형 4,500톤급 미사일 구축함을 건조하는데 그쳤다. 대신 독일 해군은 10척의 142형 어뢰정을 건조하여 일종의 하이 로우 믹스(High-Low Mix) 전력을 구축하여 아쉬운 대로 소련 해군에 대항하였다.
사실 위협이 되는 소련 해군의 발트 함대가 위치한 발트해(Baltic Sea)는 여러 국가로 둘러싸인 내해(內海)로 대양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 발트 함대가 대양으로 진출하려면 덴마크~독일~스웨덴에 걸친 좁은 수로를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고스란히 작전이 노출되는 약점이 있다. 따라서 독일 해군은 주요 거점에 어뢰정을 배치하고 있다가 유사시 긴급 출동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소형 어뢰정으로 막강한 발틱 함대의 대형 전투함에 대응할 수는 없었기에 독일 해군은 호위함 70(Frigate 70)이라는 명칭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1969년에 개발예산을 승인받은 신형 호휘함 프로젝트는 점차 다양한 해군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다보니 배수량 3,600톤급으로 대형화되었다. 선체가 대형화되면서 필연적으로 비용도 상승하였고 결국 독일 정부는 독자적인 신형 호위함 프로젝트를 중단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대양 해군을 건설하는데 경험이 부족하였던 독일 해군은 우선적으로 급한 신형 호위함을 확보하고자 여러 가지 방안을 다시 검토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일 해군은 독자적인 전투함 개발 경험이 부족하니 NATO 회원국의 우수한 함정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대형 구축함이 아닌 호위함 정도의 전투함은 사실 네덜란드가 미국이나 영국보다 우수한 기술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에 앞서 대항해시대를 개척한 역사를 가진 네덜란드는 자국의 경제력에 맞는 호위함 건조에 집중하였다. 특히 선체를 비롯하여 전투체계와 무장까지 자체적으로 개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 해군은 여러 국가의 호위함을 검토한 결과 네덜란드 해군의 S형 호위함을 채택하기로 결정하였다. 만재배수량 3,600톤급인 S형 호위함은 사실 1960년대 NATO 해군의 표준 호위함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을 반영하여 개발된 전투함으로 영국 해군의 22형 호위함, 프랑스 해군의 조르쥬 레이그(Georges Leygues)급과 유사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함대함 미사일,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과 대잠 헬기를 탑재하는 S형 호위함은 대함, 대잠과 더불어 제한된 방공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호위함으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전투함이다. 제한된 예산으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독일 해군의 입장에서는 제한된 군사력 규모에 적합하게 개발된 네덜란드 해군의 다목적 호위함이 가장 적합한 전투함이라고 판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신형 호위함 프로젝트를 착수한 독일은 1975년 7월 17일에 네덜란드와 합의문에 서명하였다. 양국 간 협정에 따라 네덜란드 해군은 S급 호위함의 건조 기술을 제공하고 독일은 제공받은 기술을 활용하여 자국에서 신형 함정을 건조하였다. 이에 따라 완성된 전투함이 바로 122형 브레멘(Bremen)급 호위함이다. 브레멘급 호위함은 1970년대 유행한 각국 해군의 표준형 호위함의 연장선에 있지만 제반 여건상 제한적인 전투함을 보유할 수밖에 없는 독일 해군의 사정을 반영한 결과 배수량이 약간 증가한 점이 특징이다.
특징
선체
브레멘급 호위함의 선체는 네덜란드 S형 호위함의 설계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호위함의 표준 선형이라고 할 수 있는 평갑판 선체를 채택하고 있으며 길이와 폭, 흘수는 S형과 대부분 비슷하다. 다만 독일 해군의 추가적인 요구를 반영하여 탑재장비를 추가한 결과 만재배수량이 약 200톤 증가하였다. 또한 독일 해군의 요구에 따라 전투체계와 무장, 주기관을 변경한 결과 함교 구조물, 연돌, 레이더를 포함한 마스트가 변경되어 전체적으로 네덜란드 해군의 S형 호위함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기관
원래 네덜란드 해군의 S형 호위함은 2종류의 가스터빈 엔진(gas turbine engine)을 탑재하여 저속 및 고속항해에 적합하게 기관을 운전하는 COGOG(COmbined Gas turbine Or Gas turbine)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COGOG 방식은 고속항해에 적합한 방식으로 원양작전에 투입하는 전투함에서 많이 채택하는 추진방식이다. 그러나 독일 해군은 작전범위가 제한적이고, 특히 자국의 디젤 엔진(Diesel engine) 기술을 반영하여 주기관을 변경하였다. 브레멘급 호위함은 저속 항해할 때 디젤 엔진을 사용하고, 고속 항해할 때 가스터빈 엔진을 사용하는 CODOG(COmbined Diesel engine Or Gas turbine) 방식으로 저속으로 항해할 때 디젤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비성능이 우수한 장점이 있다.
전투체계
브레멘급은 현대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휘통제능력 즉 C4I 능력을 설계에 반영하여 개발되었다. 브레멘급이 건조되던 1980년대는 컴퓨터가 점차 소형화하던 시기로 현재의 C4I 기술이 처음 태동하던 시기였다. 독일 해군은 NATO 해군과 합동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C4I 기술을 받아들여 브레멘급 호위함에 적용하였다.
미사일
브레멘급 호위함의 개함방공능력은 RIM-7 시 스패로우(Sea Sparrow) 함대공 미사일이 중심이다. Mk.29 발사기는 8발의 RIM-7 시 스패로우 미사일을 격납할 수 있으며 내부 탄약고에는 24발의 예비탄을 수납한다.
함포
브레멘급 호위함의 무장은 유럽 해군의 표준 무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 OTO-Breda 76 mm 자동 함포를 1문 탑재하고 있다. 호위함의 함포로는 다소 작은 크기이지만 완전 자동화되어 있고 연속 사격이 가능하여 충분한 화력을 발휘하는데 충분하다. 그리고 나중에 근접하는 괴선박에 대처하기 위해 마우저(Mauser) MLG-27 27 mm 기관포 2문을 양현에 추가로 탑재하였다.
대잠무장
브레멘급 호위함의 대잠작전 중심은 대잠헬기이다. 그러나 근접한 적 잠수함에 대응하기 위해 Mk.32 2연장 경어뢰 발사관을 탑재하고 있다. Mk.32 발사관은 압축공기를 사용하여 324 mm 경어뢰를 발사한다.
대잠헬기
원거리 탐지 및 공격이 가능한 대잠작전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이 바로 대잠헬기이다. 대잠헬기는 일단 함정에서 발진하여 소나(sonar)를 내리고 적 잠수함의 음향을 탐지할 수 있다. 또한 적 잠수함을 식별하면 바로 헬기에 탑재한 음향유도 어뢰로 공격할 수 있다. 특히 적 잠수함이 고속으로 도주하더라도 대잠헬기의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일단 소나에 탐지된 적 잠수함은 빠져나가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함번 | 함명 | 착공 | 진수 | 취역 | 건조 | 비고 |
F207 | 브레멘 (Bremen) | 1979.7.9 | 1979.9.27 | 1982.5.7 | 브레머 풀칸 조선소 (Bremer Vulkan AG) | 퇴역 |
F208 | 니더작센 (Niedersachsen) | 1980.11.9 | 1980.6.9 | 1982.10.15 | 베저 조선소 (AG Wesser) | 퇴역 |
F209 | 라인란트-팔츠 (Rheinland-Pfalz) | 1979.9.25 | 1980.9.3 | 1983.5.9 | 블롬+포스 조선소 (Blohm+Voss) | 퇴역 |
F210 | 엠덴 (Emden) | 1979.6.23 | 1980.12.17 | 1983.10.7 | 노르트세베르케 조선소 (Nordseewerke) | 퇴역 |
F211 | 쾰른 (Köln) | 1980.6.16 | 1981.5.29 | 1984.10.19 | 블롬+포스 조선소 (Blohm+Voss) | 퇴역 |
F212 | 카를스루헤 (Karlsruhe) | 1981.3.10 | 1982.1.8 | 1984.4.19 | 호발츠베르케 조선소 (Howaldtswerke) | 퇴역 |
F213 | 아욱스부르크 (Augsburg) | 1987.4.4 | 1987.9.17 | 1989.10.3 | 브레머 풀칸 조선소 (Bremer Vulkan AG) | 현역 |
F214 | 뤼벡 (Lübeck) | 1987.6.1 | 1987.10.15 | 1990.3.19 | 노르트세베르케 조선소 (Nordseewerke) | 현역 |
운용현황
원래 브레멘급은 12척을 건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산확보 문제로 인하여 절반 규모인 6척으로 축소되었다가 나중에 2척을 추가하여 모두 8척이 건조되었다. 기본설계는 네덜란드에서 도입하였지만 건조는 모두 독일 조선소에서 건조되었다. 8척의 브레멘급 호위함은 1982년부터 1990년까지 독일 해군의 1세대 전투함인 119형 Z1급 구축함, 120형 쾰른급 호위함을 대체하여 취역하였다. 취역 이후 30여 년 동안 현역으로 활동한 브레멘급 호위함은 노후화 및 국방예산 감축에 따라 순차적으로 퇴역하고 현재 2척만 현역으로 남아있다. 남아있는 2척의 브레멘급 호위함은 독일 해군의 제4호위전대에 배속되어 있다. 후속함인 125형 바덴-뒤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급 호위함은 2018년부터 4척이 취역할 예정이다.
독일 해군은 1990년대 중반에 F122A 사업을 추진하여 기존의 브레멘급 호위함을 대폭 개량하였다. 성능이 개량된 브레멘급은 122A형 호위함으로 불린다. F122A 성능개량에 따라 전투체계의 중심인 전술정보처리체계의 컴퓨터를 신형으로 교체하였다. 또한 종전의 2차원 DA-08 대공탐색 레이더를 3차원 TRS-3D/32 레이더로 교체하고 RAM 근접방어 미사일을 추가하여 대공방어력이 높아졌다. 그리고 탐지 확률을 낮추기 위해 외부 구조물의 일부에 스텔스(stealth) 개량을 실시하였다.
제원
- 함명 : 브레멘급
- 함종 : 다목적 호위함(FF)
- 표준배수량 : 3,739톤
- 만재배수량 : 2,950톤
- 전장 : 130.0 m
- 전폭 : 14.5 m
- 흘수 : 6.5 m
- 최대속도 : 30노트
- 순항속도 : 20노트(디젤엔진 추진)
- 항해거리 : 4000 해리/18노트
- 승조원 : 219명 (사관 26)
- 주기관 : CODOG 방식, GE LM2500 가스터빈 × 2(51,000 마력), MTU 20V 956 TB92 디젤 엔진 × 2(11,070 마력), 2축 추진
- 무장(미사일) : 4연장 하푼(Harpoon) 함대함 미사일 발사기 × 2, 8연장 RIM-7 시 스패로우(Sea Sparrow) 함대공 미사일 발사기 × 1, 21연장 RIM-116 RAM 함대공 미사일 발사기 × 2
- 무장(함포) : 3인치(76.2 mm) 함포 × 1, 27 mm 기관포 × 2
- 무장(어뢰) : 2연장 Mk.32 324 mm 어뢰발사관 × 2
- 방어체계 : SRBOC 기만발사기 × 4, SLQ-25 Nixie 견인식 어뢰기만기
- ESM/ECM : EADS FL 1800 Stage II 기만기
- 레이더 : EADS TRS-3D/32 대공/대수상 레이더, Nucleus 2 5000A 항해레이더, 탈레스 WM25 사격통제 레이더
- 소나 : DSQS-21BZ 소나
- 함재기 : 링스 Mk.88A 대잠헬기 × 2
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저술가
'육,해,공군,종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랜드로버 디펜더 전쟁터에서 기본기를 다진 SUV의 제왕 (0) | 2018.06.26 |
---|---|
벤츠 G바겐 벤츠가 만들면 지프도 다르다 (0) | 2018.06.26 |
S-92 헬리콥터/대한민국과 미 합중국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 (0) | 2018.06.26 |
록히드마틴, 차세대 F-35 센서 시스템 제공 위해 레이시온사 선정 (0) | 2018.06.26 |
트럼프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전하는 메세지 (0) | 2018.06.19 |